[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4. <소련 붕괴의 순간>

D-29
본격적으로 장마 또 더위가 시작하는 때입니다. 한국에서는 6월 3일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정말로 요즘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을 보고 싶을 때면 멍하니 이 대통령의 얼굴을 봐요. 정말 행복해 보여요. 하하하!)이 새로운 정부를 정력적으로 시작했죠. 괜히 언급했으니,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명 정부의 행운을 빕니다. 대한민국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당연한 바람입니다. 이런 사정과 무관하게 7월에도 벽돌 책 함께 읽기는 계속됩니다. 7월에 함께 읽을 스물네 번째 벽돌 책은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의 『소련 붕괴의 순간(Collapse: The Fall of the Soviet Union)』(위즈덤하우스)입니다. (네, 2023년 8월에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로 시작한 매월 벽돌 책 한 권씩 함께 읽는 소소한 프로젝트가 벌써 2년이나 되었습니다!) 『소련 붕괴의 순간』은 6월에 함께 읽은 벽돌 책 『냉전(The Cold War: A World History)』을 잇는 책입니다. 『냉전』의 마지막 부분에서 호흡이 빠른 다큐멘터리처럼 묘사된 1989년부터 1991년까지 동유럽 (현실) 사회주의와 소련의 해체 과정을 『소련 붕괴의 순간』으로 좀 더 깊이 살펴봅니다. * 1958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지금은 영국에서 연구 중인 주보크는 소련 현대사의 권위자로 꼽히는 역사학자입니다. 특히, 그가 2021년에 펴낸 『소련 붕괴의 순간』은 격렬한 찬사와 또 비판을 불러일으킨 책입니다. 이 책에서 그는 그동안 소련 몰락을 놓고서 나왔던 지배적인 서사 세 가지를 단호하게 거부합니다. 첫째, 서방(미국)의 ‘승리 서사’를 거부합니다. 소련은 미국의 압박 때문에 불가피하게 몰락한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둘째, 민족주의의 발흥이라는 구조적 요인을 강조하는 서사를 거부합니다. 주보크는 소련 몰락에서 소련 내 다양한 민족의 분리 압박이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었다고 주장합니다. 셋째, 고르바초프에 대한 비운의 ‘영웅 서사’를 거부합니다. 대신, 주보크는 다른 요인을 강조합니다. 첫째, 자격 없는 “불운한 선장” 고르바초프의 섣부른 개혁이 소련을 몰락의 길로 재촉했습니다. 둘째,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실책은 소련 경제와 재정의 붕괴였습니다. (그는 이 책이 “더 넓은 역사적 서사 안에서 경제적, 재정적 요인에 아주 면밀하게 주의를 기울여 소련 붕괴를 살펴보는 최초의 연구서”라고 자평합니다.) 앞의 두 가지 요인을 염두에 두고, 주보크는 소련 붕괴가 ‘필연적인’ 일이 아니었다고 주장합니다. 나쁜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면서 드물게 발생하는 일종의 “퍼펙트스톰”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좀 더 과감하게, 차라리 “중국 모델” 같은 강력한 국가가 통제하는 점진적인 구조 개혁이 “훨씬 더 논리적인 경로”였다고 주장합니다. (일찌감치 세상을 뜬 고르바초프의 전임자 안드로포프의 구상이었습니다) * 『소련 붕괴의 순간』은 우선 재미있습니다. 아예, 1990년 12월 20일부터 시작해서 1991년을 훑는 2부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 아니 영화를 보는 듯합니다. 저자는 이 역사의 현장을 복원하고자 자기 경험에 더해서 수십 년간 수많은 사람을 인터뷰하고, 러시아어를 알아야 접근할 수 있는 1차 사료를 수집했습니다. 소련 몰락과 같은 중요한 사건을 통해서 역사에서 구조와 행위의 상호작용, 그리고 좀 더 중요한 요인이 무엇인지 음미해 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에서 가지 않은 길’을 상상해 보는 ‘반사실적 사고(Counterfactual Thinking)’의 묘미도 새삼 느낄 수 있었답니다. 만약, 그때 고르바초프의 개혁이 다른 방향이었다면, 그때 그가 무력을 사용했다면 등등등. * 주보크는 1991년 8월 소련을 떠나 가족과 함께 연구 프로젝트를 하러 미국으로 가던 중에 고르바초프에 대항한 쿠데타 소식을 듣습니다. 그리고 12월 다시 모스크바 공항에 내렸을 때, 그가 떠나온 나라(소련)는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시작해 수십 년간 이어온 역사학자의 집요한 질문(‘소련은 왜 망했을까’)의 답을 7월에 함께 읽어 봐요. 뜻밖에 이 책을 읽다 보면,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가 망가지지 않도록 하는 지혜까지 찾을 수 있습니다. * 지금까지 읽은 벽돌 책 (총23권) 2023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2023년 8월) 『권력과 진보』 (2023년 9월) 『위어드』 (2023년 10월) 『변화의 세기』 (2023년 11월)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2023년 12월) 2024년 『사람을 위한 경제학』 (2024년 1월) 『경제학자의 시대』 (2024년 2월) 『앨버트 허시먼』 (2024년 3월)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024년 4월) 『나쁜 교육』 (2024년 5월) 『화석 자본』 (2024년 6월)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2024년 7월)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2024년 8월) 『메리와 메리』 (2024년 9월) 『중국필패』 (2024년 10월) 『마오주의』 (2024년 11월) 『노이즈』 (2024년 12월) 2025년 『행동』 (2025년 1월) 『호라이즌』 (2025년 2월) 『3월 1일의 밤』 (2025년 3월) 『세계를 향한 의지』 (2025년 4월) 『어머니의 탄생』 (2025년 5월) 『냉전』 (2025년 6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번 모임은 신청자가 소수라도(이 책이 다루는 주제에 많은 분이 관심이 있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죠?) 즐겁게 진행해볼 생각입니다. 하하하! 7월 4일 금요일 '서문'을 읽는 것으로 시작해서 7월 30일 수요일 '결론'을 읽는 것으로 끝나는 일정입니다. 하루 평균 30쪽 정도를 읽는 일정으로 잡았어요. 이번에는 앞의 두 책보다 조금 가벼워서(!) 주말에는 쉬거나, 밀린 부분을 읽거나, 병행(병렬) 독서하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래는 일단 가안으로 잡아 둔 읽기표도 올려드려요!
오, 주말에 빈칸이 존재하다니! 너무 신난!... 아, 아니. 더 꼼꼼하고 차분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한결 편안합니다. 거기다 『냉전』을 잇는 책이라고 하시니 더더 기대되고 있어요. @롱기누스 님도 함께 하시니 든든하네요. 7월도 함께 달려보시죠 2 !
@연해 님, 주말 빈 칸 신나시죠? :) 이번 달에도 환영합니다. 재미있고 뜻 깊은 독서 경험이면 좋겠습니다!
쫌 쉬고 들어왔습니다. 잘 따라가 보겠습니다. 전 읽기에 급급해 여기에서 활발하게 오가는 댓글 참여는 어렵더라고요.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끔 문장수집 올리는 정도로 살아있음을 표시하겠습니다 ㅎㅎ
@오뉴 님, 반갑습니다. 이번 책도 취향에 맞고 또 즐거운 독서 경험이기를 바랍니다.
7월에도 함께 달려보시죠!!
@롱기누스 읽기표 보시니 우습지 않습니까? 올해 상반기에 너무 무지막지한 벽돌 책이 많아서 이번 책은 살짝 애교 수준으로 보이죠? 하하하!
음... 이런 걸 착시현상이라고 불러야 할지 면역력 증가현상으로 봐야할지... 잘모르겠지만, 암튼 좋은 현상인 것 같습니다. :)
@롱기누스 벽돌 책에 내성이 생긴 것으로 하시죠! :)
벽돌책 초보(?)에게 너무 어렵지 않을지 걱정이지만 우선 진도표 따라가기를 목표로 삼고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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