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온, 환대의 기록」은 아주 친절한 서평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방대한 여행기가 무엇을 담고 있는지 간략하게 정리한 앞부분부터 번역가의 사연까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어 서평 도서에 대한 친밀함을 배가시키는 듯했습니다.
원서와 마찬가지로 역서 또한 읽기 어렵다고는 하지만 역자의 고집이 자신감으로 느껴져서 좋기도 했고요. 때문에 서평 도서보다 역자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져서 회고록에 대한 소개도 반가웠습니다.
자신의 발로 뚜벅뚜벅 걷는 방법밖에는 없던 시대에 그 넓은 세상으로 기꺼이 나아간 이븐 바투타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따뜻한 환대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성지 순례로 시작한 그 오랜 여정이 단순한 호기심만으로 가능했을까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여정 중에 여러번 결혼하고 이혼을 반복했다고 하니 그에게는 말 그대로 인생이라는 여행을 실제 여행 속에서 실현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학자 정수일은 '이승의 지옥'인 감옥 안에서 이 책을 번역하는 동안, 이븐 바투타의 시선을 따라 그 넓은 세상을 만나는 즐거움에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잊어버리는 순간도 분명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조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정수일이 평생을 자신의 '불급'을 걱정하며 초조히 살아왔다고 하지만, 그 마음과는 별개로 학자에게 불급은 오히려 축복이 아닌가, 가장 행복한 인생의 여정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
<서리북 클럽> 두 번째_편집자와 함께 읽는 서리북 여름호(18호) 혼돈 그리고 그 너머
D-29
hyunjung

서리북editor
책을 읽지 않아서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제 생각엔 이븐 바투타가 여행을 지속한 이유에는 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한 몫 했을 것 같아요. 바투타는 이슬람의 법관이었잖아요. 그래서 넓디넓은 세계 속에 퍼져 있는 이슬람의 모습을 목격하는 일이, 종교인으로서의 신앙심과 욕망을 충족시키는 일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마 그래서 이슬람을 믿지 않는 중국에서 여행을 멈추고 돌아온 것이 아닐까, 하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GoHo
이제 읽겠습니다~ㅎ



서리북editor
오늘은 두 번째 리뷰, 「이 책은 '인생 수업'이 아닙니다」를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서평자는 섣부른 희망에 기대지 않고 삶에 찾아온 부정적인 감정과 경험을 논리적으로 분석해서 받아드리는 저자의 철학적 고찰을 살핍니다. 나아가, 잘 살기 위해서는 나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살아내고, 그 현실을 깊이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철학적 자조’의 쓸모를 보여줍니다. 특히, 다음의 문장이 꼭 제 마음과 같아서 반가웠어요.

서리북editor
“ 현실과 괴리되어 망상에 빠진 사람도 감각적 의미에서는 행복할 수 있지만, 망상의 삶을 잘 사는 삶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잘 산다는 것은 나의 현실에 닿아 있는 삶이고, 나의 현실에서 잘 살기 위해서는 현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
『서울리뷰오브북스 18호』 송지우 - 이 책은 '인생 수업' 아닙니다 // 135쪽, 최현진 외 지음,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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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북editor
나의 현실을 잘 아는 것. 저는 이거 정말 어렵다고 생각해요.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지 않은 것, 해야 되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들이 우리의 삶 속에 복잡하게 얽혀 있잖아요.
내가 정말 하고 싶은데 내 능력으로 할 수 없어서 포기해야 하는 일이 있고, 정말 하기 싫은데 해야만 하는 일이 있죠. 내 욕망과 가치에 어긋날 때마다 부정적인 감정이 찾아오고, 그것을 잘 해소하지 못할 때 불행이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세티야가 소개하는 '철학적 자조'는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고, 어긋남의 연속인 세상만사에서 중심을 잡고 살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라고 저는 이해했습니다. 물론 공감도 하고요.
사실, 제가 좋아하는 경구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인데요. 모든 것이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거죠. 언뜻 낙천적인 말처럼 들리지만, 저는 마음 먹기가 가장 힘들다는 의미처럼 들려요. 그렇잖아요, 우리의 마음은 쉽게 먹어지지 않습니다. 행복해져랏! 라고 아무리 되뇌어도 전혀 행복해지지 않잖아요. 내 마음을 움직이는 데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 내 마음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한 숙고와 노력이 나름의 '철학적 자조'이지 않나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철학적 자조만큼이나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고 위로해 주는 건 많다고 생각해요. 예컨데, 음악이나 영화, 소설 같은 거 말이죠. 어쩌다 보니 음악 얘기가 나와서 한 가지 고백하자면, 저는 요즘 Tuesday Beach Club의 노래를 좋아합니다. 그중에서 Endless Shine이라는 곡을 제일 자주 듣는 것 같아요. 멜로디도 좋고, 사운드도 좋지만 무엇보다 가사가 참 좋아요. 진진한 맛이 있달까요. 한 번 들어보시길...!
여러분은 요즘 뭐를 보고, 들으시면서 힘을 얻으시나요? : )
GoHo
'일체유심조' 저도 좋아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마음 먹기와 마음 다스리기가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무심(無心)함..을 의식적으로 인지하려고 합니다..
형체도 없는 것에 휘둘리지 말자..
無의 마음이 아닌 놓여 있는 순간에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GoHo
직장과 집..
초록이 있고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환경이라..
인공을 뺀 나머지에 시선과 귀 기울임을 두다보면..
사느라 들어가 있는 힘들을 촤악~ 빼줘서 좋습니다~ㅎ

김새섬
일체유심조가 정말 힘들지요. 아무리 마음 속으로 지금 여기는 북극이다 라고 생각해 봐야 흐르는 땀을 어쩔 수 없네요. 저는 마음보다는 주변 상황을 바꾸는 것이 오히려 쉬운 것 같습니다. 그믐 역시도 그러한 믿음 위에 만든 것이고요. 내일부터 독서를 많이 해야지 라고 생각해 봐야 잘 안 될 터인데 그럴 때 의지력 약한 자신을 탓하기보다는 적당한 강제성을 더할 수 있는 환경 속으로 자신을 넣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
만렙토끼
맞아요...마음을 바꾸는 일보단 주변 상황을 바꾸는 게 더 쉬운 일 같습니다. 주변을 바꾸려 노력하면서도 마음이 계속 불편하지만 그 움직임으로 인해 변화가 찾아오면 마음이 좀 편해지더라구요. 어느 티비프로에서 자기 어머니는 불안할때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셨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GoHo
“ 잘 산다는 것은 나의 현실에 닿아 있는 삶이고, 나의 현실에서 잘 살기 위해서는 그 현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
가진 논거만큼만 믿고 주장해야 한다는 철학-사실 합리적 사고-의 규칙은 우리가 우리의 삶 그리고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그리고 행동을 선택할 때 '오버'하는 걸 방지해 준다. p135 ”
『서울리뷰오브북스 18호』 최현진 외 지음,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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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Ho
삶을 단일한 서사로 보는 시각보다는 하나로 묶일 수 없는 사건들의 집합으로 보는 시각이 현실에 부합 p137
『서울리뷰오브북스 18호』 최현진 외 지음,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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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ef
《 인간의 지능은 AI로 진화하는 징검다리인가》너무 재미있어요!
'수렴진화'라는 가설도 있음을 알게되어 좋았습니다. "진화생물학이 자연선택만을 유일한 과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수렴진화' 또는 목적론적 해석을 담은 진화론이 극단적으로 변질될 수 있음을 언급하는 리뷰어의 관점에 공감합니다.
책을 따뜻하지만 냉철히 비판하는 리뷰어 권석준 교수의 솜씨에 크게 감탄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서리북editor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자연에 의도를 부여한 과학적 관점이 끔찍한 일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쓰이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봐왔잖아요. 대표적인 예로, 우생학이 있겠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만들려면 권석준 선생님처럼 과학과 윤리를 밀접하게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권석준 선생님의 서평은 제게 굉장히 유익했답니다. :- )

ICE9
보내주신 <우주 리뷰상 수상작품집> 잘 받았습니다.
2주째가 되어서야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게 되었네요.
북클럽 일정이 시작하자마자 집안 어르신의 상을 당하여 부득이하게 이제야 출발해봅니다.
일단 목차를 보면 <이븐 바투타 여행기>와 <지능의 기원>, <이것이 기술윤리다>의 리뷰가 흥미로워 보입니다. 그리고 김새섬 대표님의 글 제목도 눈에 들어오네요.
오늘은 김재인 교수와 권석준 교수의 <AI 빅뱅>과 관련한 서평에 대한 반론과 재반론의 글을 읽었습니다. <AI 빅뱅>을 읽지 않은 상태라 온전히 이해가 가지는 않으나, 비판적으로 텍스트를 읽고 오해와 오독의 여지를 줄여나갈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더 많아지면 좋겠네요.

Ennui
“ 그 자신은 회고록에서 자신이 평생 불급(不及)함, 즉 모자람을 걱정하며 초조히 살아왔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 나는 그 ‘불급함’을 내일의 여명을 잉태한 낙조에 고이 묻고 미련 없이 훨훨 떠나련다.”라는 문장으로 회고록을 끝냈으며 회고록을 낸 지 3년 만에 생을 마감했다. ”
『서울리뷰오브북스 18호』 p.128, 최현진 외 지음,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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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nui
개인적으로 정수일 교수와 관련된 글에서는 마지막 대목이 인상 깊었습니다. 서평을 읽고 나니 오히려 여행기 자체는 이븐 바투타 개인의 사회적 지위와 시각을 투명하게 반영한 책이 아닌가 싶어 굳이 찾아 읽을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_=;

서리북editor
저 역시 이븐 바투타 이야기 자체보다는 정수일 선생에 대한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습니다. 아무래도 이븐 바투타라는 인물에게서 동시대성을 발견하기 어려워서 그랬던 것 같아요.

stella15
“ <냉전>-오드 아르네 베스타(서해문집, 2025)
냉전의 출발점은 1947년의 처칠과 트루먼의 냉전 시대 발언, 1949년 중국 공산당의 건국 또는 1950년의 한국전쟁, 아니면 그 모든 구도의 출발점이라 할 1945년의 얄타회담이나 포츠담 회담 정도일 것이다.
그렇지만 베스타의 냉전 역사의 출발점을 1890년대까지 앞당긴다. 미국과 러시아의 부상, 시회주의 세력의 형성 등 냉전의 핵심적 특징은 오래전에 형성되기 시작했고, 냉전사의 서술은 사실 '장기 20세기'의 서술과 같다고 주장한다. ”
『서울리뷰오브북스 18호』 40, 최현진 외 지음,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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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15
“ <김용구 연구 회고록>-김용구(연암서가, 2021)
회고록에서만 얻을 수 있는 소소한 정보들과 또 저자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자의식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어서일 것이다. 그래서 이 장르를 말 그대로 '격하게' 애정한다.
......
요즘 연구자들은 시대를 꿰뚫는 거대한 질문에 대한 탐구 보다는 각자의 관심사에 더 집중한다. 조금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세계 학계의 중심부인 미국에서 최근 유행하는 주제에 자신의 '연구 핏'을 조정하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스펙을 이르면 학부 때부터 준비하고는 한다. 이렇게 하면 더 좋은 대학원에 들어 가고, 더 유명한 저널에 논문을 싣고, 인용 횟수가 많은 눈문을 쓸 수 있을는지 몰라도, 나라면 이런 부류의 연구자가 쓴 회곡록을 굳이 따로 찾아 읽고 싶지는 않을 듯하다. 연구자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의식의 탄생을 시대라는 맥락과 개인의 삶과 연결 지어 핵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서울리뷰오브북스 18호』 58, 최현진 외 지음,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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