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의 혜안을 빌려..

D-29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조금은 설래고 조금은 두려운 일이다. 설래는 이유는 희망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며, 두려운 까닭은 무지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리라... 어떤 미래는 공평하게 오지 않는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이지만, AI라는 미래는 누구에게는 조금 더 현실로서 다른 이에게는 아직은 미지의 세계로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우리의 생활에 AI가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방향은 맞기에 AI가 이미 현실로 다가온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땅에 첫발을 내딛기 때문이며, 두려운 까닭은 무지의 세계에 들어가 AI 시대는
인공지능의 도입에 대해 어느 누구는 환영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대체로 환영한 사람들은 기득권이라기 보다는 기득권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이며, 그들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기득권과 비슷한 위치에 오르거나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사람들이다. 인쇄술이 발견된 후, 성서의 독점은 깨졌다. 성직자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성서 카르텔이 무너진 것이다. 인쇄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이들은 기존 성직자들의 오역과 오독에 대해 반기를 들 수 있었으며, 자신들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인터넷은 기존 방송의 권력을 약화시켰다. 뉴스 독점은 기존 방송사들의 가장 큰 무기였으나, 인터넷의 발달로 지상파 방송의 힘이 조직에서 개인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새로운 기술이 나오게 되면 기존 세력과 신진 세력 간 신기술에 대한 입장은 극명하게 갈린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을 막을 수는 없다. 결국 신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기득권 세력에 들어가느냐, 또는 기득권 세력을 유지하느냐의 문제이다. 여기서 방점은 '신기술의 활용' 이다. 여기서 신기술을 활용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신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옳고 그름의 문제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신기술로 인해 월급이 줄고, 일자리가 없어지더라도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마치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것 처럼 주장한다. 과연 그것이 옳은 주장인가? 인간의 미래는 기술에 종속되어 있는 것인가?
4장 평평함과 공평함 기존 기득권에는 무언가 특별함이 있다. 번득이는 천재성을 비롯해 노력만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그 무엇때문에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물려받는 자산일 수도 있고, 지능이나 외모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이러한 기득권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효과를 가지기도 한다. 바둑의 경우가 그러했다. 프로 바둑기사는 일반적으로 6세 이전에 시작한다. 이세돌, 이창호, 조훈현 모두 6세 이전에 바둑을 시작했다. 대부분 중학교 과정에서 중퇴하고 바둑에 그야말로 올인하며 프로바둑기사의 꿈을 키운다. 그들이 그렇게 결정하고 매진할 수 있는 것은 사실 어디에서 태어났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일반적으로 아버지가 바둑에 관심이 꽤, 상당히 많아야 한다. 그래야 자식들에게 바둑돌을 쥐어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둑돌을 쥐었다는 것 만으로는 다 설명이 되지 않는다. 나도 학교 들어가기전에 바둑돌을 잡았지만, 난 그것으로 오목만 두다 말았다. 집안에 누군가는 상당한 바둑 실력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식들에게 바둑의 세계로 인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바둑을 두는 것은 일반적으로 3단계로 구분한다. 초반, 중반, 종반. 초반에는 포석으로 일반적으로 크게 구상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사람의 상상력 또는 지혜라고 부를 만한 재능으로 두어진다고 알려져왔다. 노력으로 초반의 포석에서 실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어렵다고 알려져온 이유이기도 하다. 중반에는 초반의 포석을 중심으로 소위 싸움을 한다. 그리고 종반에서는 치열한 마지막 전투로서 집싸움을 한다. 중반에서는 싸움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는지 또는 적절히 피하면서 내실을 기하는 지는 기사 성향에 따라 달라지고 종반에서는 수싸움이라고 하여 계산 능력이 중요하게 평가됐다. 중국의 커제 9단이 대표적으로 초반 포석을 잘 두는 천재형으로 알려졌다. 그는 기존에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포석으로 상대방을 초반부터 압도하는 스타일로 기득권의 자리에 올랐다. 초반 포석을 두는 것은 인간의 능력으로 쉽게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AI는 그것을 온전하게 무너뜨렸다. AI 포석으로 커제 9단을 이기기 시작한 것이다. AI 포석은 누구에게나 공유되고 학습할 수 있다. 그럼으로 기존의 진입장벽은 AI로 인해 낮아지고 무너지며 평평한 바둑세계가 열려졌다.
언어는 도구다. 그 도구에 기대지 않는 인공지능이 언어라는 도구에 기대야만 하는 인간들보다 더 훌륭하게 과제들을 수행할 때, 언어에는 균열이 생긴다. 우리는 '그 말이 무슨 뜻이냐'를 비로소 묻게 된다. (p.128.)
4장 '언어라는 도구 너머에서'를 읽었다.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간이 사용하는 형이상학적 언어는 그 힘을 잃고 말았다. 예를 들어 바둑에서는 '기세'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기사들이 바둑을 두는 스타일을 묘사했다. 또는 '기풍'이라는 말로 기사들이 바둑을 두면서 그들만이 풍기는 무언가를 설명하고 공유해왔다. 그러나 알파고 등장 이후, 그러한 형이상학적 말들이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알파고에게 '기세', '기풍' 이라는 인간의 언어를 어떻게 설명하고 입력할 것 인가? 알파고는 그저 아주 단순한 바둑의 규칙, 돌을 놓는 순서, 집을 짓는 규칙 등과 상대방을 이겨라는 목적만 입력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하여 40일 만에 2천 900만판을 두어 스스로 바둑을 깨우친 알파고 제로가 등장했다. 알파고 제로는 그동안 인간 바둑계에서 중요하게 여겼던 '기세', '기풍' 같은 것은 모른다. 그러나 '기세', '기풍'을 중요하게 여기는 기사를 이길 수 있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인간은 언어라는 도구를 활용해서 자신의 지식을 전달한다. 그러나 인간이 가진 지식을 모두 언어로 표현할 수는 없다. 여기서 필연적으로 언어의 한계가 드러난다. 흔히 암묵지라고 할 수 있는 이런류의 지식은 언어나 문자로 전달되기 어렵기 때문에 보통 모방을 통해서 전달되었다. 수련, 도제 등의 방법으로 고려청자 빚는 방법, 칼을 만드는 방법 등이 전수되었다. 그러나, 인공지능에게는 이러한 암묵지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아니, 암묵지가 인공지능에 의미가 있는것인가? 목적을 이루기 위한 몇 가지 규칙으로 해당 분야에서 압도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그동안 그토록 귀중하게 여겨왔던 암묵지, 형이상학적 언어로 표현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지식은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닌가? 이렇게 인공지능은 또 한번 인간의 세계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 같다. 언어의 영역에서도...
2장 '오만과 편견, 그리고 창의성'을 읽었다. '기계는 창의성이 없다' 라는 말. 그것만큼 오만과 편견이 섞인 말은 없는 것 같다. 과연 창의성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창의적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다중지능이론의 창시자인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창의성에 대해 '특정 영역에서 새로운 결과물을 내고, 그것이 그 영역에 소속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정의했다. 그렇다면 원점으로 돌아와서, 기계는 인공지능은 창의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하워드의 관점에서는 '그렇다'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3장 '가장 중요한 문제' 알파고 등장으로 바둑계에서는 기존에 정답이라고 믿고 있던 '정석'은 역사적 가치 그 이상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게 되었다고 한다. 알파고의 정석이 3천년간 유지되었던 정석을 모두 대체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제는 인공지능을 거부하는 프로기사는 순위에서 밀리게 되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지 않는 기사는 승부의 세계에서 밀려난 것이다. 문제는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수를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권고하는 수를 두어야만 승리할 수 있는데,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인간이 무작정 따라두게 되면, 그것은 인간이 두는 바둑인가 인공지능이 두는 바둑인가? 생각은 인공지능이 하고 일은 인간이 하는 것인가?
이기는 바둑이 좋은 바둑인가? 져도 좋은 바둑, 재미있는, 화려한, 매력있는 바둑이 좋은 바둑인가? 스타크레프트 같은 경우는 어떠한가? 이기는 것이 좋은 것인가? 꼭 그렇지는 않은가? 그러면 화려하지만 지는 팀이 좋은가? 그 팀은 계속 게임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리는 무엇을 보고 싶어하는가? 승자를 원하는가? 멋진 사람을 원하는가? 이는 마치 사무라이 시대가 막을 내리는 시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사라면 도가 있어야 하고, 그 도를 가지고 승부에 이겨야 진짜 고수라는 평판을 얻었다면, 총이 들어오면서 그런 사무라이 칼의 낭만? 철학? 그런 것은 죽음 앞에서는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 우리나라 조폭시대의 낭만도 이렇게 막을 내렸다고 보는데, 조양은이 칼을 들고 반란을 일으킴으로써, 그동안 조폭은 주먹이나 몽둥이로 싸우며 세력을 넓혔던 방식에 종지부를 찍었다. 죽으면 끝인 세상에서 수단은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일단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는가? 인공지능의 도입은 어떻게 내가 몸담은 업계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나는 낭만을 얘기하고 있을 텐가? 아니면 인공지능으로 주도권의 싸움에 함께 할 것인가?
승부에서는 졌지만 과정이 아름다울 수도 있고 철학이 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바둑에서 궁극적 가치가 그런 걸 보여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바둑이 추구하는 최종 목표는 어쨌든 상대에게 반집 차이로라도 이기는 것이고, 이길 수 있는 수를 찾아내는 과정이 아름다운 거에요. 이길 수 있는 수가 있는데 갑자기 철학을 하겠자면서 다른 짓을 하는 건 바둑이 아니라고 봅니다. 철학을 가지고 이기면 정말 아름답겠지만 졌을 때 철학을 핑계로 대는 건 전혀 아름답지 않아요.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p.150., 장강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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