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수관음님 그 많은 부끄러움 어떻게 참고 계실까. 이 밤, 내 천 개의 손을 당신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밤. 팔이 없으면 부끄러움도 없네. 제 맘대로 푸드덕거리는 팔을 열 개 백 개 천 개 끌어안고 웅크린 밤. 젖은 팔 잠시 접고 비 오는 날 처마 밑의 처량한 미친 여자, 천수관음님처럼. 나는 내 팔이 부끄러워, 천번째의 눈꺼풀을 마저 내리네. ”
『피어라 돼지』 <연어는 좋겠다>, 김혜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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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초록
“ 여기는 누구의 마지막 숨이 펼친 풍경인가요?
새는 누구의 마지막 숨에서 튕겨져 나왔나요?
침묵이 가득 든 얼음 속에 웅크리고 숨었는데
누가 망치를 들고 오네요. 이름, 이름 하면서 이름을 대라 하네요
이 삶이 나한테서 나갔어요 원피스는 벗겨지고 새장만 남았어요 ”
『피어라 돼지』 <날아가는 새의 가녀린 겨드랑이>, 김혜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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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초록
일제히 한 발짝 내디디면 아직 이 세상 머무는 내 얼굴들이
일제히 뒤를 돌아보면 이미 이 세상 사라진 내 얼굴들이
『피어라 돼지』 <망각의 광채>, 김혜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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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초록
“ 저절로 힘이 몰려와. 광활한 벌판에서 힘이 이리저리 몰려다니다 나한테로 오는 거, 그러나 파도처럼 영영 끝에 닿지는 않는 거, 공중이 공중을 낳겠다고 힘주는 거 같은 거, (...) 주먹 쥔 하늘이 붉은 황혼을 싸지르려고 하는 거. 먹지도 자지도 않고 산맥을 넘던 철새가 다시 비상할 때 목구멍으로 마저 힘주는 거 같은 거. 먹지도 자지도 않고 번개가 친 다음 번개의 목이 쉬어버리는 거 같은 거. 꽃을 밑으로 낳으려고, 힘을 주는데 꽃이 피질 않아. 다리를 벌리고 부끄러워 죽을 지경인데, 넋이 빠지고, 죽음이 닥쳐오고, 그러니 꽃아 꽃아 예쁜 꽃아 그러지 마! ”
『피어라 돼지』 <꽃아 꽃아> , 김혜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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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초록
은유적인 표현으로서의 '꽃 피우는 일'은 무척 힘든 일이라 생각하면서도, 실제 꽃을 볼 땐 늘 꽃의 아름다움에 눈이 멀곤 합니다.
이 시를 읽고 난 뒤 꽃을 달리 바라보게 될 것 같아요. 꽃을 피우는 건 죽을 것 같은 산고를 경험하는 것. 꽃에는 산고의 경험이 들어있다는 것.
숨쉬는초록
“ 아이들의 몸이 흩어져가는 것을 망연히 바라보는 것
서로 닿으면 눈물이 쏟아져버릴까 봐 멀리멀리 손을 흔들며 흩어져가는 것
(...)
나는 신비한 어둠 속에 두 손을 넣어 흩어져가는 눈발들 만져보리 ”
『피어라 돼지』 <슬픔이 울러 퍼진다>, 김혜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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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초록
“ 창문은 내 환각의 바깥에서 우두커니 기다려주었습니다.
한밤중 내가 고통의 박자들을 내뿜는 연못처럼 흐느낄 때
창문은 밤에 쓰는 가면처럼 밖으로 추락하는 얼굴들을
맨손으로 받아 공중에 걸어주었습니다 ”
『피어라 돼지』 <유리 가면>, 김혜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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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환
@숨쉬는초록 열심히 읽어주시고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줌. 온라인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많이 못올렸네요.
숨쉬는초록
“ 땅에 떨어진 새처럼
결국 땅속에 묻히는 새처럼
그 발걸음으로 쏟아지는 눈발들의 레이스를 짜보세요
두 팔로 공중에 흰 박쥐의 집을 지어보세요
저런 저런 당신의 지붕이 쏟아지네요
(...)
이 춤을 다 추면 얼음이 녹고요 그리고 당신은 죽어요 ”
『피어라 돼지』 <춤이란 춤>, 김혜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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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초록
기다리지 않아도 꼭 돌아오는 아래아. 사랑해 아래아 하면 벌써 가버리고 없는 아래아. 그래서 진짜로는 도착해본 적도 없는 아래아
『피어라 돼지』 <was it a cat I saw?>, 김혜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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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초록
“ 만지면 안 될까
한 달에 한 번씩 이 시간
달빛이 수억 년간 지나간 저곳
살짝 아주 살짝
만지면 안 될까
지상을 박차고 떠오르는
저 들판만큼 거대한 파란 나비의
파닥거리는 날개의 질감
그 위에 또르르 구르는 이슬 한 방울
만지면 안 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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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일 은 도서관의 날! 도서관과 함께 했어요.
[경상북도교육청 구미도서관] 박준 시인 북토크 <계절 산문> 온라인 모임첫 '도서관의 날'을 기념하는 도서관 덕후들의 독서 모임[서강도서관 x 그믐] ③우리동네 초대석_차무진 <아폴론 저축은행>
짧은 역사, 천천히 길게 읽고 있습니다
[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1부[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2부
꽃잎처럼 다가오는 로맨스
잃어버린 나와 내 로맨스의 복원🛠️『사랑도 복원이 될까요?』함께 읽기103살 차이를 극복하는 연상연하 로맨스🫧 『남의 타임슬립』같이 읽어요💓[북다/책 나눔] 《하트 세이버(달달북다10)》 함께 읽어요![북다] 《정원에 대하여(달달북다08)》 함께 읽어요! (+책 나눔 이벤트)[장르적 장르읽기] 5. <로맨스 도파민>으로 연애 세포 깨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