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움직이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고, 미소 짓지 못하는 친어머니의 모습은 노인이 아니라 아기 같아 보였어.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가누 듯했지. 내가 마주할 수 있는 것은 어머니의 얼굴도, 몸도, 말도, 행동도 아니었어. 오직 나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 눈뿐이었어. 눈 속에 그녀의 영혼이 드러나 보였어. 말이나 행동을 통해서는 드러나지 않는 존재가 눈 속에 있었어. 한인 이민자 모임에서 한국 문화와 언어에 적응하지 못해 친어머니를 만나러 오기 꺼려했던 나 자신이 너무도 어리석게 느껴졌어. 정작 그녀를 만날 때는 한국어도 한국 문화도 알 필요가 없었는데, 단지, 어머니와 나라는 존재만이 서로를 마주할 뿐이었는데 말이야. 어머니의 눈을 들여다보고 나니까 나는 결국 누구의 아이도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어. 내 과거를 찾아야만, 내 친부모를 찾아야만 내가 완전해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은 단지 내 망상에 불과했어. 그래, '나'라는 존재는 어느 누구에게서 발생한 게 아니고, 어느 누구에게 속해 있지도 않았어. 나는 그저 존재할 뿐이지. 마치 그날 바라본 친어머니의 눈처럼, 그 속에 담긴 하나의 영혼처럼, 나도 그저 존재하고 있어. 내가 잃어버린 퍼즐 조각은 나의 친부도 친모도 아닌, 나 자신이었어. 내가 찾아야 할 존재는 오직 나 자신뿐이라는 진실. " ”
『깊은숨』 138-139쪽, 김혜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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