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없는 나라>에 이어 <모니카>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모니카>에서 서사는 과거로 흘러 한아의 엄마인 지은, 제니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과거에 제니는 미국으로 공부하러 가서 모니카를 만났고, 외로운 유학생활에 위로와 공감을 얻죠. 그리고 두사람은 함께 살며 한아를 낳아 기릅니다. 이 과정에서 제니는 끝까지 어떻게 한아를 얻었는지, 어떤 사건을 겪고 모니카에게서 벗어나 한국으로 돌아와 버렸는지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모니카를 그리워 하죠.
소설집 <깊은숨>을 출간하고 사실 '모니카'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가장 궁금하고 매력적인 캐릭터이기도 하고, 지은과 모니카 사이 사건과 서사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는 독자 님들을 많이 보았어요. 사실 저도 이 소설을 기획하고 집필할 당시에는 모니카에 대해서 그리고 두 사람 사이의 관계와 사건에 대해서 설정해두고 쓰기 시작했지만, <아버지가 없는 나라>에서부터 쌓아온 지은의 캐릭터를 구사하다 보니 이러한 설정이 소설에 제대로 붙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지은은 끝까지 아무것도 밝히지 않고 홀로 묻어두는 캐릭터로 서사를 다시 쌓았습니다.
지은과 모니카는 레즈비언 부부로 함께 살았고, 한아를 함께 키우기도 했죠. 앞서 <아버지가 없는 나라> 이야기를 나누며 지구반걸음 님께서 정자기증에 대한 질문을 남겨주시기도 했는데요. 헤테로섹슈얼인 남성과 여성이 혼인하여 아이를 출산해 이루는 가정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존재합니다. 한부모가족만 해도 획일적이지 않고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고요.
저는 사실 보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하는 게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흐름으로 다가오곤 하는데요. 많은 분들이 여전히 남녀의 혼인으로 이루어진 가정만을 정상적인 범주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 때마다 놀라곤 합니다.
한 예로 제 지인 중에서 자신의 남편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는 분이 계셨는데요. 하루는 그 지인이 집으로 초대해 주었고, 저녁을 함께 먹었어요. 그런데 그 집에는 지인과 아들이 찍은 사진만 있고, 남편과 다함께 찍은 사진은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리고 저녁 늦게 지인의 여덟 살 아들이 학원 수업을 마치고 귀가를 해 식사를 하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아이가 학원에서 배운 걸 기억하고 이야기해주기에 "참 똑똑하다, 아빠한테도 알려주면 좋아하시겠다"라고 말했더니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저 아빠 없는데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아이 엄마는 "네가 아빠가 왜 없어. 지방에서 일하고 계시잖아"라고 말하자 아이는 더 이상 아무 말 안 했어요. 저도 더 이상 묻지 않고 다른 이야기만 나누다 돌아오기는 했는데, 마음이 참 무겁더라고요. 이런 현상이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한부모가정을 무시하는 시선과 차별하는 언행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Q. 여러분이 생각하는 가족의 형태는 어떤가요?
Q. 한부모가정에서 성장하거나, 한부모가정으로 아이를 양육한 경험 또는 한부모가정인 주변 분들과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자유롭게 이야기 남겨주세요. 소설에 대한 질문 또는 감상을 남겨주셔도 좋습니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수북플러스] 3. 깊은숨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김혜나
밍묭
저는 <아버지가 없는 나라>와 <모니카>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는 점이 무척 신선하고 좋았어요! 주인공들의 숨겨진 내면을 훔쳐본 느낌이랄까요...?ㅎㅎ
<모니카>에 등장하는 가족처럼, 가족의 형태는 정말 다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한부모 가정을 직접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기존의 틀을 벗어나 사랑으로 단단히 연결된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사는 것. 그게 바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혜나
개인적으로 연작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이 두 작품을 연결하며 저도 무척 재밌고 좋았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린
이 영화도 재미있게 봤는데
처음에는 퀴어 인지 모르고 봤지만요.
영화 영상미가 뛰어나서 또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1770년, 젊은 화가 마리안느는 밀라노 귀족과 결혼을 앞둔 여인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백작 부인의 의뢰를 받고 엘로이즈가 머무는 외딴섬의 영지에서 며칠간 머물게 된다. 마리안느는 엘로이즈가 초상화 그리는 걸 싫어한다는 이유 때문에 화가라는 신분을 숨기고 접근한다.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의 이목구비를 눈에 담기 위해 매일 산책에 동행하면서 그녀가 지닌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친분도 쌓는다. 어쨌든 그녀는 엘로이즈의 결혼을 종용하는 도구로 사용될 초상화 완성에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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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나
이 영화 정말 좋죠. 저는 퀴어영화인 줄 알고 기대하며 봤는데도 기대 이상으로 정말 좋았어요 ㅎㅎ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며, 누군가와 물리적으로 멀어진다 하여도 그것이 결코 진정한 이별은 아니라는 깨달음이 들어 더욱 가슴에 오래 남았답니다.

연해
저도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불편하다 느껴질 때가 많았던 것 같아요. 삶의 형태는 너무나 다양한데, 하나의 틀을 정해놓고 그걸 벗어나는 걸 이상하다 여기면서 수군거린다는 게. 심지어 그 틀(이건 누가 정하는 건지)을 벗어난 이들에게는 질문도 과감하게 던지더라고요. 마치 네가 이상하지(?) 않다는 걸 증명하라는 듯? 그런 점이 불편했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 <에이징 솔로>라는 책을 읽었는데, 홀로 나이들어가는 것을 측은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들은 충분히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말이죠. 오히려 친구가 되어주겠다고(누구 마음대로?) 다가오는 이들을 귀찮아 하죠.
제 주변에도 한부모가정이거나 조부모님 손에서 자란 친구들이 여럿 있습니다. 정작 당사자는 특별한 결핍으로 느끼지 않는데, 주변에서 가만두질 않더라군요(불편한 질문, 안타깝다거나 동정 어린 시선 등). 이혼한 가정에서 자란 친구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는 것 같았고요.
제가 생각하는 가족의 형태는 지난 수북플러스 모임에서 @Kiara 님이 말씀해주셨던 문장을 빌려오고 싶은데요. '가족이라는 말보다 식구라는 말을 더 좋아하게 되었 다'고. 말 그대로 한 집에서 밥을 같이 먹는 상대. 저는 식취향이 뚜렷하고 못 먹는 음식이 많아 사람들과 식사하는 걸 꺼려 하는데요(혼밥은 사랑입니다). 먹는 것만큼은 마음 편한 상대와 함께 해야 저의 온전한 식취향을 존중받을 수 있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원가정에서는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와 한 집에서 (강요 당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밥을 같이 먹을 수 있다면, 그게 가족인 것 같아요. 인원과 나이, 성별, 생김새 등은 중요하지 않다 생각하고요.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아무리 가족이라도 예의를 지키면서(매우 중요), 관계에 책임감을 잃지 않는 사이랄까요.

에이징 솔로 -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1인 가구 논의에서 공백이었던 비혼 중년의 삶을 조명하는 책이다. 저자는 혼자 살아가는 비혼 중년으로서, 자신처럼 혼자 사는 40·50대 비혼 여성 19명을 만나 한국 사회에서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 외로움에 대처하고 친밀감을 만들어 가는 방법, 노후를 준비하는 여정에 관해 대화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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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반걸음
에이징솔로
솔로 라는 단어를 한번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던 책입니다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삶의 시간을 비추어보게 하더군요
완전체?라는 것이 구성원만을 의미하진 않는듯
혼자나 소수라는 것이 바로 결핍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걸 알려주고 싶더라구요

연해
@지구반걸음 님도 이 책 읽으셨군요! 제 삶을 꾸려가는데 많은 도움과 지지를 받았던 책이었어요. 완전체라는 것이 구성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말씀이 인상 깊네요. 혼자든 둘이든 셋이든 저마다 원하는 가족의 형태가 다를 텐데, 그 다양성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혜나
에이징 솔로, 저도 혼자 사는 40대 여성으로서 굉장히 관심이 가네요 조만간 꼭 읽어봐야겠어요!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Kiara
꺄 연해님, 제가 한 얘기 기억해 주셔서 감사해요♡ 정상가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죠. 저도 <에이징 솔로> 좋아하는 책인데요, 읽고 겉으로만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과 현실에서의 불편함 등 생각지 못했던 걸 인지하게 되었고요, 홀로에대한 힘이 조금은 생겼다고 해야하나요 ㅎㅎ

연해
좋은 말씀 나눠주셔서 저에게도 양분이 되어 감사했는걸요. @Kiara 님도 <에이징 솔로>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이번에 처음 읽었는데,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해서 그런지 더 생생하게 와닿는 점이 많더라고요. '홀로에 대한 힘이 조금은 생겼다'는 말씀이 홀로 살고 있는 저에게도 든든하게 느껴집니다.

프렐류드
에이징 솔로가 두려워서 아직 읽지 못하고 있는데, 궁금해져서 조심스레 장바구니에 넣어보았습니다. ㅠㅠ

연해
저도 문자 그대로 홀로 나이 들어가(면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가끔은 무섭기도 막연하기도 한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해답을 찾은 것 같기도 했어요.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이 알아두면 좋을 공공서비스의 참고 자료도 많았고요. 이를테면 이런 것?
https://blog.naver.com/swf1004/223647410947
@프렐류드 님에게도 든든한 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Alice2023
저는 <모니카>를 읽으며 제니가 다시 미국에 가서 느끼는 낯선 느낌, 한아를 키우던 그 시절 회상을 하며 언어에 대해 느끼는 불편함을 너무 공감하며 읽었어요. 한국에서는 영어를 잘 하는 줄 알지만 막상 미국 에 가면 너무 빠르고 성의 없게 뭉쳐서 말하는 태도, 제가 말하면 일부러 못알아듣는 듯 불친절하게 무시하는 태도 등에 더 주눅이 들었던 생각도 나고 그들이 외국인이 말하는 영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그 태도 자체가 너무 싫었거든요.
하지만 성적 다양성이나 가족의 형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보다는 더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니까 결국은 문화적인 부분인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그리는 소설, 영화, 드라마가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예전에는 드라마가 거의 지상파이다 보니 그런 다양한 모습을 그리기가 어려웠지만 요즘은 ott, 종편 등 다양한 채널이 있으니 눈치를 덜 보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오락거리나 흥미 위주로만 그려서 또 하나의 편견을 만들지만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편부모나 이혼 가정에 대한 편견도 너무 심한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김혜나
맞아요 저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여행하거나 체류해봤고, 유독 미국 쪽만 외국인이 쓰는 영어에 대해서 불쾌하게 반응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이민자들은 오히려 더 원어민보다 빠르게 말하는 경향도 있다는 생각이 들곤 했어요. 그래야 무시당하지 않으니까요. 따지고 보면 슬픈 일이기도 하네요.
그럼에도 저 또한 다양한 인종, 성별, 가족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차별하지 않으려는 모습에서 편안함과 부러움을 동시에 느끼기도 했어요. 결국 어느 곳이든 일장일단이 다 있을 뿐 어느 쪽이 더 낫거나 옳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린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아시아인 비영어권 국가 여성이니.. 거기다가 성소수자이거나 미혼모이면 완벽하겠구나.!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처음에 미국인 남자 (당연히 영어 네이티브)가 디렉터로 와서 엄청 쏼라쏼라 회의한 적이 있어 당황했는데...
어느 순간 부터는 천천히 쉬운 단어 위주의 영어로 회의를 하더라고요..
회의라는게 영어자랑대회가 아니고(더구나 영어권 국가 태생이 영어로 말하는게 자랑은 아닌데) 업무에 대해서 전달하고 이해하는 건데...
영어를 잘해서 영어로 뽐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게 참 마음이 묘할때가 있더라고요.

김혜나
그 묘한 마음, 정확하게 꼬집어서 설명하긴 어렵지만... 정 말 공감이 돼요. 제가 미국에서 사귄 친구들은 모두 아시아계 또는 아프리카계 이민자와, 백인 호모섹슈얼, 유럽인 혼혈 유학생이었어요. 어느 날 이 친구들과 다함께 모여서 술 마시고 영어로만 대화하는데 진짜 그 묘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저와 함께해주는 친구들이 있어 좋으면서도, 어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백인 헤테로섹슈얼 친구는 단 한 명도 생기지 않을까 참... 묘하기도 하고... 왜 이민자와 유학생들이 백인 미국인들보다 더 열심히 영어로 말하고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랬답니다.

꽃의요정
ㅎㅎ 전 한국에서도 미국분들이 본인들은 '자비없는 영어'를 구사하면서, 제가 아주 짧은 한국어를 조금만 빨리 말해도 말이 너무 빠르고 배려가 없다는 투로 투덜거리면, 마음속으로만 식빵!을 외치며 '그러시냐고 그럼 너도 좀 천천히 얘기해 줄래?'라고 웃으며 얘기합니다.
자주 있는 일이라 접객태도가 몸에 벤 거 같아서 좀 씁쓸해요.....
감자쿵야
저는 같이 살고 서로가 가족이라고 여긴다면 그게 바로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번 가족이었다고 평생 가족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모 자식간에도 마찬가지 이고요.
이 책을 읽으면서 소수자에 대한 공감이 부족하다는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네요. 대부분의 영역에서 다수자로 살아왔기에 소수자인 분들이 왜 이렇게 위축되나. 왜 굳이 남의 인정이 필요한가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 답을 찾을 날이 저에게도 오겠죠?

아린
이것도 소수자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제가 일하는 분야에서 대부분 경력이 찬 나이 많은 남자분들이 일하고 계세요 ㅡ 최근 들어 점점 나이가 적은 여자분들이 진출하고는 있어요 ㅡ
그래도 지금까지 일하면서 상대적으로 젊고 여자인 저는 일하면서 위축되고 아웃풋만이 나를 이해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많았고요... 잘 되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작년에 어쩌다 상을 받을 일이 있었는데..
너무도 당연히 의심없이 누구 대리수상 받으러 왔냐고 묻기도 했고요..
그럴때.. 그냥 경력이 찬 남자였다면 수월하게 넘어갈 일들이 나에게는 깐깐한 잣대가 세워지는 건 아닌가..생각할 때가 있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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