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의 인생책> 성현아 평론가와 [이방인] 함께 읽기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좀 더 설명을 보태보자면, 이러한 부조리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희망을 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육체적인 자살입니다. 결론부터 먼저 이야기하자면, 카뮈는 두 방식을 다 부정적으로 바라봅니다. 우선 그는 희망은 도피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죽음 이후의 세계라든가, 어떤 거창한 대의를 부여하여 그 부조리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은 기만이라는 입장입니다. 자살에 관해서도 회의적인데요. 자살은 부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반인 삶을 없애기 때문에 문제 자체를 끝내버리는 것이므로, 해답이 될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이때, 자살과 달리 긍정하는 것이 사형수입니다. "부조리는 죽음에 대한 의식인 동시에 죽음의 거부라는 점에서 자살에서 벗어난다. 부조리는 사형수의 마지막 생각이 극한에 이르렀을 때, 현기증 나는 추락의 막다른 벼랑 끝에서 어쩔 수 없이 바라보게 되는 저 한 가닥의 구두끈이다. 자살자의 반대, 그것은 다름 아닌 사형수다."([시지프 신화], 민음사, 2016, 85쪽) 그는 이러한 자세를 '반항'으로 여깁니다. 삶에 가치를 부여하고 삶의 위대함을 회복시킨다고 긍정합니다. 세계가 합리적이지 않은 것을 인지하되, 이 비합리에 대한 미칠 것 같은 열망으로 그것과 맞대면하는 것이 반항입니다. 그가 보기에 유일한 자명함은 부조리밖에 없기 때문에, 그 부조리에 명철한 의식과 넘치는 열망을 갖고 매달리는 것, 그 부조리를 제대로 인식하면서 치열하게 그것과 대면하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돌파구인 거죠.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 정도로 설명을 해드릴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러나!!! 카뮈의 사상과 그가 소설에서 구현하고자 했던 점들을 알려드린 것일 뿐입니다. 작가의 의도가 그러하다고 해서 소설이 반드시 그대로 구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소설은 언제나 잉여를 품고 있고, 그 부분들을 파고드는 독자들을 통해 더 많은 의미들을 파생시킬 수 있죠. 저는 그러한 사상적 배경을 알고 이 소설을 좋아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뫼르소와 작가의 치기 어린(?) 면모라고 할까요? 그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미숙해 보이면서도 도리어 성숙한, 반항적이면서도 의외로 고분고분한 그 모습들이 웃겼고, 또 냉소적이면서도 누구보다 열정적인, 그 모순적인 면모들이 좋았어요. 여러분도 좋은 포인트가 있었다면 어떤 것인지, 그런 것도 궁금하고요. 아니면 정말 못 견디게 싫은? 포인트들도 좋습니다.ㅎㅎ 또 이 소설을 읽으시면서 떠오른 다른 작품이 있다면 어떤 것일지도 궁금하네요. 저는 초반에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얘기했었어요. ㅎㅎ 영화나 음악, 웹툰도 생각나는 게 있으시면 말해주셔도 좋고요.
더불어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성격’이란 표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판사가 뫼르소에게 다른 사람들은 당신을 이렇게 평한다고 하고, 뫼르소는 “나는 별로 할 말이 없거든요. 그래서 말을 안 합니다.”라고 답을 합니다. 법정에서도 셀레스트에게 뫼르소가 내성적인 사람인 줄은 알고 있는지 묻는데, 그는 뫼르소가 그저 평소에 무의미한 말을 뱉지 않았다고만 대답하는 것에서 뫼르소를 향한 서로 다른 평가가 두드러지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과연 이 재판은 뫼르소의 살인죄를 묻기 위함인지, 한 인간의 전 생애를 파헤쳐 단죄하려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이나 변호사의 “이 재판은 모두 이런 식입니다. 모든 게 사실이라지만, 사실인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도대체 피고는 어머니 장례를 치른 것으로 기소된 것입니까, 아니면 살인죄로 기소된 것입니까?”라는 말이나 ‘검사와 변호사 사이에 변론이 계속되는 동안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사실 범죄에 대한 것보다 나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다고 할 수 있다.’라는 문장에서도 느낄 수 있었지만, 이 말 이후에 방청객들이 웃는 모습은 뭔가 기괴하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 완전히 똑같다는 것,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제대로 설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실상 그런 것들은 모두 소용이 없는 일이었고 귀찮기도 해서 단념하고 말았다.’라는 문장과 앞서 언급한 뫼르소에 대한 상반된 평가를 떠올리며 제가 했던 평소의 말과 행동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그들은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2부에서는 뫼르소가 몇몇 불편들을 제외하면 그다지 불행하지도 않았다고 생각하거나 재판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는 것, 사형 선고를 받고 재판장이 더 말할 것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깊이 생각하고 없다고 답한 것, 부속사제에게 쏟아붓듯 외친 말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아래의 문단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나 그때 내게 시간관념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하루가 얼마나 길고 동시에 얼마나 짧을 수가 있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지내기에는 물론 길었지만,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길게 늘어지는 바람에 하루가 다른 하루로 흘러넘쳐 경계가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하루’는 그렇게 이름이 사라졌고, 어제나 내일이란 단어만이 내게 의미가 있었다. 이번에 이방인을 두 번째로 읽었는데 처음에 지나쳤던 문장들을 다시 읽어보고 곱씹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저도 지나친 문장이 많은 것 같아요. 문장을 참 잘 골라주셔서, 책에서 볼 때와 다르게 새로워요! '배제'라는 키워드로 설명해주신 점도 좋아요. 참신하고요! 배제당하는 기분은 모두 느껴본 적이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고요. 사회는 언제나 결속을 위한 배제의 연속인 것 같아요. 선별된 집단이 뭉치고 결집하기 위해서, 누군가를 배제하는 일에 아무 거리낌이 없죠. 어떤 곳에서 내가 이방인처럼 느껴지는... 그런 경험 다들 있을 것 같아요. 짚어주시니까 더욱 공감이 갔고요. 아주 길지는 않지만, 밀도 있는 글이라 선정한 저조차도 읽기에 버거울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어느덧 함께 [이방인] 읽기의 시간이 끝났네요.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정말 즐거웠고, 많이 배웠습니다. 저는 항상 '나'에 갇혀, '나'의 시선으로 읽고 '나'의 방식으로 감상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방인]을 읽는다기보다는, '나'의 감각으로 [이방인] 오독하기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수많은 '나'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여러 겹눈으로 [이방인]을 들여다보면서, 조금이나마, 이 협소한 '나'를 넓혀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보람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고요. 더불어서 [이방인]은 재미있다기보다 밀도 있는 소설이라, 읽기가 힘드셨을 거예요. 저조차도 너무 버거워서 왜 이런 책을 선정했을까^^ 후회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언젠가 그런 얘기를 쓴 적이 있어요. 독자란 뭘까. 책을 읽었지만, 그 내용을 다 잊은 사람도 독자일까? 책을 반만 읽은 사람도 독자일까? 책을 구매하고 자신의 책장에 꽂아두고 그 표지를 감상하는 사람도 독자일까?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그 줄거리를 다 알고 있어서, 그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도 독자일까? 그 모두가 독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방인]을 완독하지 못하셨더라도, 이렇게 만나서, 누군가 [이방인]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읽고, 생각해보셨다면, 이미 [이방인]의 독자이십니다. 함께 읽고 나눈 시간들을 잊지 않기로 하고! 다음을 기약해 봐요! SNS를 인스타그램밖에 하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블로그에도 몇몇 후기를 올려주셨더라고요. 찾을 수 있는 것들은 찾아서 읽고 감동했습니다! 좋은 자리에서 뵐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 봄은 모두들 행복하시길 바라며!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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