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06.앨저넌에게 꽃을 - 대니얼 키스

D-29
1) 빵집 직원인 짐피가 일부 손님과 모의하여 물건 가격을 실제보다 더 적게 받고 차액을 가로채는 행위에 대해 내린 찰리의 선택이 인상 깊었어요. 찰리의 결정에 대한 설명이 나오기 전까지도 저는 '짐피의 부정을 사장에게 말한다 vs 말하지 않고 침묵한다' 두 가지의 선택지 밖에 머리에 떠올리지 못했거든요. 찰리 입장에서는 최대한 짐피의 사정을 고려하면서도 자신의 양심을 무시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의 노력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짐피와의 관계가 무너지게 되었지만 짐피를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만들어 괴로울 일도, 평생을 침묵과 암묵적 동조로 인해 양심의 가책을 받을 일이 없게끔 처신한 찰리의 선택이 눈에 들어왔어요. 읽고 나서도 과연 제가 찰리의 상황이었다면 짐피에게 개인적으로 말할 용기가 있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짐피에게 개인적으로 말을 못하고 차라리 사장에게 털어놓았을 것 같아요. 짐피는 본인이 절름발이기 때문인지 일상의 불편함을 겪는 '이전의 찰리'에게 우호적이거나 공감을 하고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비록 부정직할 수는 있어도 인간성이 없거나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보이고요. 찰리에게 싸구려 목걸이를 내기 이후에도 전달해주는데 저라면 차마 짐피의 호의를 받고도 그에게 직접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을 거 같네요.
2) 손이 빠르지 못하고 느린 편이라 어릴 때 학원에서 있던 몇몇 일들이 생각나네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 즈음 음악학원에 가서 피아노를 배웠습니다. 학원선생님이 손가락으로 맞는 건반을 치는 법(검지법이라고 하나요?)을 보여주고 가르치는데 당시의 저는 이해를 못하고 진도를 따라가지 못했어요. 그냥 내 손의 여러 손가락으로 그때 그때 편한거로 치면 되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왜 꼭 어느 손가락으로 어느 건반을 쳐야 하는지를 외우지 못하고, 그러다보면 검지법이 익숙하지 않아 다음 곡이나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그러다가 선생님한테 혼나는 일이 이어졌어요. 그런 일이 반복되니 점점 피아노를 싫어하게 되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저도 꼬꼬마 때 피아노 학원에 다니던 기억이 새록새록… 맞아요, 손가락번호를 꼭 지켜야 했었죠. 초보자가 손가락의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따라 건반을 누를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이었을 텐데, 그게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 되는 순간 오히려 불편한 족쇄가 된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죠. 피아노를 배울 때 저는 <어린이의 바하>라는 교재를 정말 싫어하고 무서워했답니다. 다른 교재들은 연습하면 그냥저냥 치겠는데 그 책은 너무너무 어렵고 힘들었어요. 어린이의 바하가 아니라 어린이의 웬수였죠!! 연습이 잘 안되니 수준이 나아지질 않고, 그러면 연습은 더 하기 싫고 악순환에 빠졌지요. 혼자 연습하는 시간이 끝나고 선생님이 오셔서 “다음, 바하!”하고 외치면 저는 항상 잔뜩 죽상을 하고 버벅버벅 떠듬떠듬 건반을 누르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나선 바흐의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으니 희한해요! 물론 듣는 것만요 하하)
이 부분 저도 찰리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하며 읽었습니다. 최선의 선택을 한 것 같은데 결과는 찰리의 바램대로 되진 않았죠. 현실이 그리 만만하진 않은거겠죠.
전 찰리를 괴롭히기만 하는 프랭크나, 찰리에게 도덕적인 의무감을 느끼고 어떻게든 직원으로 안고 간 사장에 비해 짐피가 더 인상 깊다고 느꼈는데 아마도 그가 보이는 이중적인 면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느껴져서 그런 거 같네요. 정말로 선한 사람도, 악한 사람도 아니지만 자신의 상황과 처지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중요시 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일종의 동정심이나 공감을 하는 태도.. 만일 짐피도 프랭크 같이 나쁜 직원이었고 제가 찰리라면 거리낌 없이 고발했을지도 모르겠지만.. 확신하기 어렵네요 저 스스로도.
“자, 여기 가져.” 짐피는 무뚝뚝하게 말하면서 찰리의 무릎에 황동 목걸이를 툭 던져놓고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멀어져 간다.
앨저넌에게 꽃을 104쪽,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은화 님 글을 읽고 생각난 두 장면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아직 3부를 읽는 중이지만 아직까지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빵집 사람들도 그렇고 의사들도 그렇고 모두가 그저 ‘사람’들이네요. 현실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짐피는 화가 나는 것을 간신히 감추고 있었다. 나는 짐피가 날 한 대 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짐피는 주먹을 꽉 쥐고 있을 뿐이었다. “자네 친구에게 그 동료도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해.”
앨저넌에게 꽃을 147쪽,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2) 20대 휴학생 시절 수영을 처음 배우던 때가 생각납니다. 몸치에 물을 무서워해서 그런지, 익히는 속도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뒤처졌어요. 단체강습이다보니 혼자 너무 못하면 민폐가 되기도 하고, 쪼금 창피하기도 하고 오기도 생기고… 그래서 집에서는 세면대에 물 받아놓고 음파음파 호흡을 해보고, 날마다 자유수영을 가서 서너시간씩 열심히 연습을 했지요. (그때 그 수영장 물은 저 혼자서 다 먹은 것 같아요 하하.) 그것도 시간이 많았을 때라 그렇게 할 수 있었지, 안 그랬으면 중도에 포기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하다보니 어느 순간 저도 그럭저럭 따라가게 되더군요.
저는 수영을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어서 물가에만 가는데 멋지십니다! 그런 말이 있죠. 천재는 하루만에 무언가를 깨우치고, 범재는 일주일이 걸려 깨우치고, 조금 둔한 사람은 한 달이 걸려서 깨우치지만 모두 깨우침을 얻었다는 결과는 같으니 누가 더 못하고 잘나고의 다름이 없이 똑같다고요. 중국 고전에서 읽었던 내용인데 이 말을 참 좋아합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 보다는 결국 무언가를 배우거나 얻었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모임 정보를 늦게 봤네요...은화님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급하게 책을 구매해서 오늘부터 참석합니다.
안녕하세요 @엘데의짐승 님! 또 뵙게 되네요. 한동안 다른 모임 활동 때문에 저도 잠깐 뜸했는데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쉽게 읽히는 책이라 금방금방 읽게 되더라고요. (물론 내용은 심란하지만요.)
날이 어두워졌고, 한참을 터벅터벅 걸으면서 왜 그렇게 겁이 났는지를 곰곰이 생각했다. 그건 아마도 처음으로 두 분의 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두 분은 전능한 신도 아니고, 영웅도 아니고, 다만 자신의 일에서 무엇인가를 얻어내려고 전전긍긍하는 두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
앨저넌에게 꽃을 (아트 리커버 에디션) - 운명을 같이 했던 너 p.109,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나를 헷갈리게 하는 것들 중 하나는 나의 과거에서 뭔가가 나타날 때, 그것이 정말 그런 식으로 생겨난 것인지 아니면 그때 단지 그렇게 보였던 것인지 아니면 내가 단지 지어낸 것인지를 절대로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앨저넌에게 꽃을 (아트 리커버 에디션) - 운명을 같이 했던 너 p.128,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결국 그렇게 되었다. 대부분 조와 프랭크와 짐피와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나를 비웃고 그러면서 자기들이 잘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괜찮았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그 바보보다도 열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내가 놀랍게 성장한 바람에 그들은 위축되었고 자신들의 무능력함이 드러났다고 생각했다.
앨저넌에게 꽃을 (아트 리커버 에디션) - 운명을 같이 했던 너 p.161,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230쪽 배울수록 이상한 점은 더 멀리 갈수록 미처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것을 더 많이 알게 된다는 거다. 338쪽 돈과 물질적인 것을 지원해줄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만, 시간을 내서 애정을 주는 사람은 아주 드물죠. 그런 뜻에서 하는 말이죠. 366쪽 그것은 바로 지능과 교육도 인간에 대한 애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373쪽 인위적으로 향상된 지능은 향상된 수치에 정확히 비례하는 속도로 저하된다. 428쪽 사랑은 우주로 향하는-우주를 넘어서기도 하는-첫걸음이었다. 사랑 안에서, 또 사랑과 함께 우리는 하나가 되어 인간의 영혼을 재창조하고, 이어나가기 때문이다. 밖으로 팽창하고 폭발했으며 안으로는 압축되고 형태를 갖춘다는 점에서, 그것은 존재의 리듬이지 호흡의 리듬이고, 심장박동의 리듬이고, 밤과 낮의 리듬이었으며, 그렇게 우리 몸의 리듬은 내 마음속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437쪽 맞아요. 하지만 당신은 사람들이 왜 웃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사람들이 비웃을 수 있다면 당신을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감지했겠죠.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기를 원했잖아요. 아이처럼 행동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자신을 웃어넘기기까지 했어요. 438쪽 친구를 사귀는 건 높은 아이큐를 얻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으니까요. 453쪽 추신. 니머 교수에게 사랑들이 비웃을 때 화를 내지 않으면 더 많은 칭구들을 사귀게 될 거라고 꼭 말해주세요. 사람들이 웃도록 내버려두면 친구를 사귀기가 시워요.
앨저넌에게 꽃을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그녀의 두 팔에 안겨 울다가 잠이 들었는데, 그림 속에 있던 궁중 신하와 발그레한 뺨을 지닌 하녀가 나오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꿈에서 칼을 든 사람은 바로 하녀였다.
앨저넌에게 꽃을 (아트 리커버 에디션) - 운명을 같이 했던 너 p.170,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이 장면을 보며 왠지 로르샤흐 테스트가 생각이 났습니다. 같은 먹물을 보고도 사람마다 떠올릴 수 있는 대상이 다른 것처럼 키니언 선생 집에 걸린 그림을 통해 찰리의 내면 세계와 과거가 다르게 보인달까요. 육체적으로는 다 성장했음에도 어릴적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찰리의 모습을 보면 하녀가 칼을 쥐고 있는 그림은 찰리가 여전히 보호가 필요한 아이의 상태라는 뜻 같습니다. 하지만 칼은 호신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협적인 무기가 되기도 하지요. 어쩌면 '칼을 빼앗긴' 궁중 신하는 칼을 들고 있는 하녀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허리띠 채찍을 든 어머니에 대한 과거의 기억에서 찰리는 여자에 대한 근본적인 거부감과 공포심을 갖고 있어 키니언 선생을 무서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네요. 또 다르게 생각하면 성관념이나 상식이 부족해 세상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던 어린 찰리가 수술과 학습을 통해 지식이라는 무기를 얻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혼란스럽고 어쩔 줄 모르는 상태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니야, 매일 점점 더 멍청해지는 것은 네가 아니야. 지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네가 아니라니까. 노망이 들거나 바보가 되는 것은 네가 아니야. 찰리가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가는 바람에 네가 뒤로 미끄러지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야.'
앨저넌에게 꽃을 (아트 리커버 에디션) - 운명을 같이 했던 너 p.186,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과리노 박사에 대한 한 가지 재미난 사실, 그가 내게 했던 것에 대해, 로즈와 매트를 속인 것에 대해 나는 마땅히 그에게 화를 내야 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 첫날 이후로 그는 항상 나를 즐겁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항상 어깨를 토닥여주고, 미소를 지어주고, 용기를 주는 말을 했는데, 나는 그런 것들을 접할 기회가 드물었던 것이다. 과리노 박사는 그때 나를 한 인간으로 대했던 것이다.
앨저넌에게 꽃을 (아트 리커버 에디션) - 운명을 같이 했던 너 p.215,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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