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을 보며 왠지 로르샤흐 테스트가 생각이 났습니다. 같은 먹물을 보고도 사람마다 떠올릴 수 있는 대상이 다른 것처럼 키니언 선생 집에 걸린 그림을 통해 찰리의 내면 세계와 과거가 다르게 보인달까요.
육체적으로는 다 성장했음에도 어릴적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찰리의 모습을 보면 하녀가 칼을 쥐고 있는 그림은 찰리가 여전히 보호가 필요한 아이의 상태라는 뜻 같습니다. 하지만 칼은 호신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협적인 무기가 되기도 하지요.
어쩌면 '칼을 빼앗긴' 궁중 신하는 칼을 들고 있는 하녀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허리띠 채찍을 든 어머니에 대한 과거의 기억에서 찰리는 여자에 대한 근본적인 거부감과 공포심을 갖고 있어 키니언 선생을 무서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네요.
또 다르게 생각하면 성관념이나 상식이 부족해 세상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던 어린 찰리가 수술과 학습을 통해 지식이라는 무기를 얻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혼란스럽고 어쩔 줄 모르는 상태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함께 읽는 SF소설] 06.앨저넌에게 꽃을 - 대니얼 키스
D-29

은화

은화
“ '아니야, 매일 점점 더 멍청해지는 것은 네가 아니야. 지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네가 아니라니까. 노망이 들거나 바보가 되는 것은 네가 아니야. 찰리가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가는 바람에 네가 뒤로 미끄러지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야.' ”
『앨저넌에게 꽃을 (아트 리커버 에디션) - 운명을 같이 했던 너』 p.186,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문장모음 보기

은화
“ 과리노 박사에 대한 한 가지 재미난 사실, 그가 내게 했던 것에 대해, 로즈와 매트를 속인 것에 대해 나는 마땅히 그에게 화를 내야 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 첫날 이후로 그는 항상 나를 즐겁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항상 어깨를 토닥여주고, 미소를 지어주고, 용기를 주는 말을 했는데, 나는 그런 것들을 접할 기회가 드물었던 것이다.
과리노 박사는 그때 나를 한 인간으로 대했던 것이다. ”
『앨저넌에게 꽃을 (아트 리커버 에디션) - 운명을 같이 했던 너』 p.215,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문장모음 보기

은화
“ "물론, 그는 이기적이죠. 그래서요? 한 사람이 이런 걸 시도하려면 그런 종류의 이기심 정도는 필요하니까요. 저는 니머 교수와 같은 사람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거만과 과시는 불안함과 공포를 드러내는 좋은 지표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
『앨저넌에게 꽃을 (아트 리커버 에디션) - 운명을 같이 했던 너』 p.224,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문장모음 보기

은화
니머 교수에 대한 이 평가가 좋았습니다. 1부와 2부에서 묘사되는 니머는 찰리가 지능이 낮을 때의 간접적인 묘사로든, 지능이 높아지며 보이게 되는 그의 언행으로든 부정적인 인간으로만 느껴졌는데 버트의 관점을 통해 다른 면도 생각해 보게 되거든요. 한쪽의 풍경과 경치만 보다가 높은 곳에 올라가 다른 모습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찰리는 계속 머리가 좋아지고 있지만 자신의 입장, 특히 사람들이 자신에게 대하던 태도를 인물의 모든 행동과 동기에 연동시켜 해석하는 오류가 보였거든요. 물론 찰리의 주변 인물들 중 많은 수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찰리를 괴롭히거나,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상처를 남겼지만 찰리가 어느 순간부터 점점 자신의 지식이 만들어가는 프레임에 다시 역으로 갇혀가는 느낌이 듭니다. 필요 이상으로 자신의 주변인들에게서 겉으로 보이는 사실 이상의 동기(또는 악의)를 해석하려고 든달까요.
니머 교수 자신의 학력이나 지식, 성취와는 별개로 인격적으로 완벽하다고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가 만들어 낸 결과가 퇴색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항상 이타적이거나 선하지는 않으며, 세상의 주요한 발전이나 역사의 흐름도 항상 순수한 동기만으로 흘러오지는 않았죠. 지극히 개인적이거나 세속적인 열망이 오히려 '다수의 사람들'이 집착하고 매달려 성과를 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니머 교수는 출세하고 싶고, 그러면서도 자기자신과 더불어 남들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는 발자취를 인생에 남기고 싶은 일반적인 우리와 같은 사람의 양면성을 보여주고 있죠. 앞부분의 짐피가 생각나는 인물이었습니다.
'거인인 줄 알았던 보통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는 것에 찰리는 다른 형태의 소외감과 고독감을 느끼지만 찰리도 자신만의 입장과 관점에서 남들을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되돌아보면 좋겠네요.
밥심
현실에서도 니머 교수 같은 사람들은 매우 많죠. 무작정 빌런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균형감있게 서술해서 좋았습니다.

향팔
맞습니다. 살면서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캐릭터예요.

향팔
“ 하지만 그는 자기 인생을 여기에 바쳤어요. 니머 교수가 프로이드도, 융도, 파블로프도, 왓슨도 아니지만 뭔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고, 헌신적으로 연구하는 그를 존경해요. 어쩌면 위대한 사람들처럼 일을 해내려고 노력하는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존경하는지도 모르죠. 위대한 사람들은 모두 폭탄을 만드느라 바쁜 사이에 말이죠. ”
『앨저넌에게 꽃을』 223쪽,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문장모음 보기

향팔
@은화 님 말씀과 관련해서 이 대목도 와닿더군요.

은화
노마가 정원에서 꽃을 피웠을 때, 나는 잡초가 되어서 구석이나 어두운 것처럼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만 존재하도록 허락받았던 것을 이제 나는 알 수 있다.
『앨저넌에게 꽃을 (아트 리커버 에디션) - 운명을 같이 했던 너』 p.247,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문장모음 보기

은화
외로움은 내게 글을 읽고 생각할 기회를 준다.
『앨저넌에게 꽃을』 p.252,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문장모음 보기

향팔
“ 다들 나를 무서워한다. 내가 짐피에게 가서 뭔가를 물어보려고 어깨를 건드렸을 때, 그는 펄쩍 뛰어올랐고 커피를 온몸에 쏟아버렸다. 짐피는 내가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할 때 나를 노려본다. 빵가게에서는 아무도 내게 더 이상 말을 걸지 않고, 아이들도 전처럼 내 주위에 있지 않는다. 그래서 일하는 게 외롭고 적적하게 느껴진다. ”
『앨저넌에게 꽃을』 96쪽,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문장모음 보기

향팔
“ 찰리는 거대한 반죽을 노려보았고, 짐피가 손에 쥐어준 칼을 쳐다보았다. 한 번 더 공포가 밀려왔다. 짐피가 제일 먼저 뭘 했지? 짐피가 어떻게 손을 잡았지? 손가락들은? 짐피는 어떻게 반죽을 동그랗게 말았지? 천 가지의 생각들이 찰리의 마음속에 동시에 떠오르고 찰리는 미소를 지으며 서있다. 찰리는 그것을 해내고 싶고, 프랭크와 짐피를 행복하게 만들고 싶고, 프랭크와 짐피가 자기를 좋아하면 좋겠고, 짐피가 성공하면 주겠다고 약속했던 반짝이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저 물건을 가졌으면 좋겠다. 찰리는 부드럽고 무거운 반죽을 탁자 위에서 이리저리 돌리지만 선뜻 시작하지 못한다. 찰리는 반죽을 자르지 못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실패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 사실이 겁났기 때문이다. ”
『앨저넌에게 꽃을』 102쪽,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문장모음 보기

향팔
“ “평범한 사람들은” 선생님이 말했다. “조금밖에 보지 못해요. 평범한 사람들은 많이 변하지 못하고 원래 자신보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없어요. 하지만 찰리는 천재예요. 찰리는 계속 더 위로 올라갈 것이고, 더욱더 많이 볼 거예요. 그리고 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찰리에게 전혀 몰랐던 세상이 드러나게 될 거예요.” ”
『앨저넌에게 꽃을』 122쪽,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문장모음 보기

향팔
제가 왜 상처를 받죠? 수술을 받기 전보다 더 나빠질 리는 없어요. 앨저넌도 여전히 똑똑해요, 그렇지 않나요? 앨저넌이 저기에 있는 한, 저도 좋은 상태를 유지할 거예요.
『앨저넌에게 꽃을』 122쪽,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문장모음 보기

향팔
수술 전에도 저는 사람이었어요. 혹시 잊어버렸을까 봐 하는 말이지만요.
『앨저넌에게 꽃을』 137쪽,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문장모음 보기

향팔
이제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혼자가 되었다. 사람들이 앨저넌을 다른 쥐들과 함께 커다란 우리에 넣어놓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 다른 쥐들도 앨저넌에게서 등을 돌릴까?
『앨저넌에게 꽃을』 163쪽,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문장모음 보기

향팔
“ 아직도 엄마 목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나는 벌써 놓여났던 것인지도 모른다. 공포와 메스꺼움은 더 이상 내가 빠질 정도로 깊은 바다가 아니라, 다만 현재와 함께 과거를 비추는 물웅덩이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과연 나는 벗어난 것일까? ”
『앨저넌에게 꽃을』 170쪽,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문장모음 보기
나우시카
sf에 관심이 있습니다. 늦었지만 참여하고 싶은데 <<앨저넌에게 꽃을>>을 읽고 감상을 댓글로 올리면 되는 건가요? 그믐 활동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밥심
네, 감상을 댓글로 올리셔도 되고 책에서 읽은 인상깊었던 문장을 문장수집 기능을(글 쓰려고 하면 글쓰기 창 아래에 보이는 책 꽂기, 문장 수집, 사진 등록 중 선택해서 사용) 이용해 올리셔도 됩니다.
작성
게시판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