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06.앨저넌에게 꽃을 - 대니얼 키스

D-29
인간을 대하는 인간의 자세에는 항상 이중적인 면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자신보다 열등한 존재를 경멸하면서 동정하기도 하고, 우등한 존재를 부러워하면서도 두려운 마음에 깎아내리려하는 사람들의 심리를요.
"제가 분명히 하고 싶은 점은 이 자금이 연구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프로젝트가 유용한 결과를 가져다줄지 말지는 누구도 미리 알 수 없습니다. 결과는 주로 부정적인 편입니다. 우리는 무엇이 아닌지를 알게 되지요. 그런 실패에서 배우려는 사람에게는 부정적인 결과도 긍정적인 발견만큼 중요합니다. 적어도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를 아니까요."
앨저넌에게 꽃을 (아트 리커버 에디션) - 운명을 같이 했던 너 p.352,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니머 부인, 완전히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모두가 다른 사람들의 실패 위에 쌓아 올리죠. 과학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이란 없죠. 각자 지식의 총합에 기여한다는 사실이 중요하죠."
앨저넌에게 꽃을 (아트 리커버 에디션) - 운명을 같이 했던 너 p.351,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4부까지 읽으면서 생각해 볼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1) 3,4부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을 말씀해주세요. 2) 수술을 받고 지능이 높아진 찰리는 중간에 아버지를 찾으러 갑니다. 찰리는 아버지에게 자신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보여주고, 그런 자신을 보고 아버지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 합니다. 하지만 막상 아버지에게 갔을 때 찰리는 제대로 말 하지 못하고 서둘러 빠져나오죠. 찰리는 왜 변한 뒤에도 아버지에게 다가가지 못했을까요? 그가 말하는 이유(지능이 높아지고 달라진 자신을 아버지가 거부할까봐 걱정하는)가 맞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찰리 본인이 지어내는 합리화나 변명이라고 보시나요? 3) 찰리는 페이와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여자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려고 노력합니다. 페이는 자신의 삶도, 연인에 대해서도, 직업에 대해서도 어느 것 하나 고정되거나 얽매임 없이 물 흐르듯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그런 페이를 통해 찰리가 트라우마를 이겨냈다고 생각하나요? 페이는 찰리의 삶에 있어 어떤 존재인 걸까요? 4) 4부의 거의 끝에서 찰리는 파티에서 흥분하고 술에 취한 채 사람들과 언쟁을 벌이게 되고, 이후 화장실에서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며 '오만하고 이기적인 개자식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한편으로 찰리는 지성이 절정에 달했을 때 자신의 지식과 능력으로 앨저넌이 퇴행하는 원인을 밝혀내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일기에 적었습니다. 여러분은 지성이 높아질수록 찰리가 이기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봤나요? 아니면 이타적으로 바뀌었다고 보시나요?
2) 그나마 아버지에게는 버림 받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만.. 찰리는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찰리는 지금 지능은 높아졌지만, 여전히 감정적으로는 상처 입은 아이의 정신연령 같아 자신을 완전히 드러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또 아버지에게 버림 받지 않을까 하는 내면의 두려움이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1) 저는 찰리가 앨저넌이 퇴행하는 원인을 밝히기로 다짐하며 다른 사람들, 그리고 태어날 앞으로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지식을 바치기로 하는 다짐이 기억에 남았어요. 그건 마치 찰리가 계속해서 고민해왔던 자신의 존재의 이유, 그리고 자신의 역할에 대한 물음에 마침내 답변을 받은 모습이랄까요. 높아진 지능과 되살아난 기억들이 찰리의 내면을 계속 흔들고 괴롭혔고, 그로 인해 사람들에 대한 불신과 의심에 휩싸이기도 했죠. 과연 그가 얻은 지식과 경험들이 의미있고 가치있는 것인가 독자도 같이 고민하게 되고요. 하지만 자신의 인생이 남들과는 다르기에 오히려 남들이 할 수 없고 자신만 할 수 있는 일임을 깨닫는 느낌이었습니다. 지적장애의 장막에 가려진 채 살다가, 정상인을 넘어 천재가 되어보고 그러다 다시 퇴행하고.. 두 영역의 삶의 경험자로서 실험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지적장애인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이 무엇인지 일반인의 목소리와 글로 들려주는 증인이 되었으니까요. 인간에게 실험하기 위해 많은 동물들이 희생되어야 했고, 앨저넌과 찰리도 그 궤적을 벗어나지는 못했죠. 찰리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끊거나, 실험에 비협조적으로 굴거나 허무하거나 비관적인 세상에 좌절하고 분노하며 살아갈 수도 있었지만 결국 감정들을 이겨내죠. 자신이 앨저넌처럼 결국은 끝에 가서 실패할 운명이더라도 모든 실패작은 성공하고 싶고, 성공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의 과정임을 기록으로 남겨 다음 사람들이 기여할 여지를 남기고 갔고요. 스트라우스 박사가 연구의 대부분은 성공을 장담할 수 없지만, 성공하는 과정과 조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실패를 알아야 한다고 말하죠. 찰리도 그걸 몸과 마음으로 깨달은 것 같습니다. 완성된 결과물의 수혜를 누리는 시대를 살 수는 없지만, 자신의 가치 있는 실패를 통해 미래의 찰리들을 구해내는 것이 자신의 사명임을요. 자신도 앨저넌도, 앨저넌 앞에 화장되어 사라져간 동물들도 모두 각자가 하나의 발판이 되어 계단을 이루는 것. 실험체로서 보여주고 살아갈 수 있는 가장 값진 삶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받아들이는 모습이 잊혀지지 않네요.
2) 저는 찰리의 아버지가 이 책에서 가장 모호한 인물이라고 느꼈어요. 저도 말씀하신 대로 찰리의 아버지가 찰리를 버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찰리는 아마 아버지를 '좋은 사람'으로 생각은 해왔어도, 가족으로서 사랑을 했는지는 의문입니다. 객관적인 기록과 행적을 봤을 때는 찰리의 아버지는 찰리에게 가장 공정하게 대하고, 찰리를 힘들게 한 적이 없는 인물이죠. 그런데 왠지 찰리의 기록이 주는 느낌상 아버지에 대해 그렇게까지 강한 그리움이나 향수를 느끼는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그 지점이 계속 궁금했습니다. 가장 잘 대해준(괴롭히지 않은) 사람임에도 왜 찰리는 그 무서운 엄마를 오히려 더 기억하고 엄마에게 인정받고 싶으며 집착하는 모습을 보일까 말이죠. 그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어쩌면 찰리의 아버지는 찰리에게 관심이나 애정이 혹시 그다지 없었던 게 아닐까 말이죠. 아니면 찰리 본인이 아버지에게 애정을 못느꼈을 수도 있고요. 찰리의 어머니가 점점 집착증과 편집증이 심해져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학대를 하지만 최소한 노마를 낳기 전까지는 찰리에게 여러 형태로 접촉과 애증을 보이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반면, 찰리의 아버지는 상황이 악화될 때 말리는 역할로 주로 나올 뿐 찰리의 삶에 크게 개입하는 일이 없었던 것 같아요. 찰리를 지켜보자, 시간을 더 주자는 관대한 태도일 수도 있겠지만 찰리에 대해 집착하지 않는 것인가 싶기도 했거든요. 지능이 생겨 과거를 돌아볼 수 있게 되면서 아버지가 좋은 사람이었음을 알게 되었지만, 찰리에게 감정적으로 다가오는 '아버지의 역할'이 없었기에 찰리도 막상 이발소에 가서는 이질감이나 어색함을 느낀 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러니 오히려 과거의 찰리의 모습마저 사라진 지금의 찰리로서 다가간 순간부터 자신과 아버지 사이에는 더 이상 어떤 연결고리도 남지 않기에 도망쳐 나온 것 같습니다. 이발소에서의 상황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손님과 가게주인의 관계로만 시작해서 마무리 되고 있고요.
3) 전 찰리가 여성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나 트라우마를 이겨냈다기 보다는 자아의 이중화/분리를 통해 우회하거나 타협한 거라고 봅니다. 수술 이전의 자아와 수술 이후의 자아가 몸의 통제권을 놓고 갈등을 하며, 그 갈등 때문에 찰리가 두통을 겪거나 심리적 안정을 갖지 못하는 것 같고요. 더구나 수술 이전의 찰리의 자아는 또 그 안에서 이성에 대해 호기심과 욕망을 가진 무의식적 본능과, 엄마의 학대에 의해 형성된 통제하는 자아가 공존하고 있고요. 찰리는 욕구를 적절한 방식으로 통제하는 방법, 즉 성장에 따른 자연스런 성숙의 과정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지성과 감정/본성의 괴리를 좁히지 못하는 상황 같습니다. 어린 찰리의 자아가 지켜보고, 죄의식과 의식 속 자기감시의 시선을 떨어뜨려놓지 않는 한 여자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하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더구나 그가 인생에서 유일하게 접한 외부인으로서의 여성인 키니언 선생은 단순한 이성을 넘어서는 존재이기에 그녀가 찰리에게 주는 '의미'의 장벽을 뚫고 들어가기 더 힘든 것 같고요. 그렇기에 찰리는 자신의 자아만이 아니라 여성과 본성에 대한 관념도 둘로 분리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욕망을 원하는 찰리와 사랑을 원하는 찰리를 분리시키고, 또한 페이와 키니언이라는 두 여자를 자신의 인생에 두고 각자에게서 찰리가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거죠. 정신은 분리되어있을지라도 몸과 기억은 공유하기에 두 찰리가 각자 원하는 이성의 가치를 나누어 갖기로 한 상징으로 이해가 됐어요. 공간적으로도 이런 구도가 반복되는데 페이와 찰리는 물리적으로는 분리된 공간이면서도 비상계단이라는 임시통로를 통해 연결되어 있죠. 그리고 찰리는 원할 때마다 자신의 직선이 많고 정돈된 방을 나와 페이의 어지럽히고 정신없으며 곡선이 있는 곳으로 들어갑니다. 자신의 원래의 삶과 공간을 유지하면서도 페이의 삶으로 들어가 원하는 바를 얻고 돌아오는 그의 하루랑 맞닿아있죠. 찰리의 처지로서는 몸을 공유하는 두 자아를 만족시킬 수 있는(또는 기존 찰리로부터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타협안이었다고 봅니다. 다만 그것이 극복 또는 치유였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네요. 이전의 짐피의 부정을 보고 대처한 그의 타협안의 연장선이랄까요. 페이의 삶을 보면 수술 이전의 찰리의 삶이 그 위에 겹쳐 보이며 데칼코마니처럼 느껴졌어요. 페이는 미래나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의 필요와 욕구에 따라 내맡긴채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상대방에 대해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대하고 느끼죠. 마치 지능이 낮을 때의 찰리 같지 않나요? 페이가 모자라는 인간이라는 뜻이 아니라, 찰리가 비록 장애로 인한 것이라지만 과거나 미래를 인지하지 않은채(못한채) 현재에만 존재하고 있는 점. 찰리 또한 비록 지능이 낮다지만 자기 주변의 사람들에게 고정관념이나 잣대없이 대하는 모습. 과거와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현재의 욕구와 필요를 충족하는 삶이 과연 행복인지 또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페이는 과연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었을까요. 분명 서로 정반대의 인생과 성별, 지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 둘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왠지 겹쳐 보였습니다. 마치 서로 반대 방향이지만 결국 같은 목적지로 향하는 갈림길처럼요. 어쩌면 찰리는 그래서 페이를 마음에 들어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데칼코마니로 찍은 듯 반대편에서 자신과 같은 무늬를 갖고 있는...
지능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했지만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인격을 다중인격이라는 아이디어에 접목하여 전개한 서술이 뛰어났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입장의 실험용 쥐, 두 명의 여성, 부모, 동생, 주위 사람들을 지능의 발전과 퇴화 과정에 적절하게 대입시켜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져주었고요. 왜 SF소설계에서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뇌수술을 통해 지능을 끌어올린다는 소재가 핵심이지만 읽다 보면 과학소설이라는 걸 떠올리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가 굉장히 현실과 밀접하다고 해야 할까요, 맞닿아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인간의 내밀한 의식과 자아, 기억과 지능을 다루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앨저넌이 돌아다니던 미로는 복잡해도 결국 출구가 정해져 있지만 인간의 내면이란 언어나 기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겠죠.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있는 내용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속도를 말씀해주시니 인공지능과 자동화의 발전 속도가 생각났거든요. 기술의 속도와 인간의 적응 속도가 점점 벌어지고 있고, 다음 기술의 등장 주기가 가속화 되는 현대는 더 이상 개별 인간이 노력한다고 해서 따라잡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고 느끼거든요. 지능은 선천적인 요소도 중요하지만, 후천적 노력과 학습도 요구되는데 앞으로의 기술소외계층이나 적응이 느릴 수 밖에 없는 사람들도 분리시키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 세상으로 가고 있을까요. 찰리가 지능의 상승과 하락을 엘리베이터를 탄 사람으로 비유하는 내용이 있죠. '나'의 절대적 위치와 별개로 누군가보다 밑에 있다면 찰리 같은 존재로 여겨질지 모른다는 걱정이나 두려움. 우리가 과연 누군가에게는 찰리 같은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지.. 정규분포 그래프는 하나의 곡선으로 이어지지만 상한선과 하한선의 어디까지를 평균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표준에서 제외되는 영역이 생기죠. 누구도 그 기준선이 무엇이고 어디에 있는지를 정의하지 못함에도 여전히 서열화하고 나열하고자 하는 건 현대사회가 어떤 식으로든 개인을 '정량화'할 대상으로 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연봉을 얼마로 받고, 얼마짜리의 집과 차가 있고, 반이나 학급에서 몇 순위이고 등등.. 미래학자나 사회학자들 중 AI를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해방시켜줄 것이라고 하지만, 단지 속도와 범위와 양상의 차이일 뿐 과거의 경쟁구도가 되물림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됩니다. 문제는 그 속도가 더더욱 빨라져서 우리 모두 이제는 멈출 수 없는 기관차가 된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네, @밥심 님 말씀처럼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때로 감정도 울렁울렁 했고요. 어떤 대목에서는 철학소설 같다는 느낌도 들더군요.
4) 전 그래도 찰리가 이타적인 사람이 되어갔다고 봐요. 찰리가 정말 이기적이었다면 그 지능을 이용해서 다른 문제를 일으키거나 시험에 참여하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능이 높아진 덕에 찰리는 선택의 문제를 생각할 수 있게 되었죠. 책에서는 정체성과 선택에 대한 내용도 간간이 나오는데 찰리는 중간에 저항하고 화를 내면서도 끝까지 기록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찰리가 아무리 지능이 높아져도 결국 그 또한 다른 존재, 사회의 주류나 기성집단에게는 실험용 쥐 신세로 감시받고, 목적으로서 다루어지는 수단을 벗어날 수 없음을 뜻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그 안에서 찰리는 계속 선택을 하고 있었죠. 찰리가 주변인들에게 신경질적이고 까칠하게 대하는 건, 자신이 남들과 지능이 같거나 높아지더라도 어울릴 수 없다는 소외감과 과거의 트라우마를 버티기기 위한 과정 같았습니다. 모두가 친구라고 생각했고 내가 남을 좋아하면 남도 나를 좋아할 것이라는 과거의 기대가 사실이 아님을 알게 되죠. 타인이 나에게 순수하게 다가오지 못하고, 호의적이라는 보장이 없다면 왜 내가 그들에게 잘 대해줘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계속 답을 찾아가는 길이었다고 봅니다. 정답은 없고, 어떤 관점이 맞다 틀리다를 단정할 수 없지만 자신이 선택한 삶과 실험에 의의를 부여할 수 있는 건 오직 찰리 자신뿐이고 그렇기에 모든 고통과 고민과 갈등까지도 의미있는 경험으로 받아들인 것 같아요. 항상 남들이 자기를 좋아해주기를 바라던 과거에서 나아가, 자신이 남들에게 선의를 베풀 수 있는 사람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찰리에겐 허먼 삼촌이나 빵가게 주인 도너 씨가 더욱 아버지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실제로 내가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 그제서야 보였던 것이다. 니머 교수가 말했듯이 나는 오만하고, 이기적인 개자식이었다. 찰리와 달리, 나는 친구를 사귀거나 다른 사람들과 그들의 문제에 대해 생각할 줄도 몰랐다. 오로지 나 자신에게만 관심을 기울였다. 거울을 한참 들여다보던 그 순간에 나는 찰리의 눈으로 나를 보았던 것이고 자신을 내려다보자 실제로 내가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부끄러웠다.
앨저넌에게 꽃을 (아트 리커버 에디션) - 운명을 같이 했던 너 p.363~364,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이 분야에 제가 한 기여는 잿더미가 된 이들의 연구와, 저를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은 분들에게서 나온 것이기에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앨저넌에게 꽃을 p.367,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4장의 거의 끝에 오는 내용답게 이 한 문장에 찰리의 높아진 지성과 그를 둘러싼 환경 그리고 그것을 인지하는 찰리의 사고관이 모두 다 담겨 있다고 느꼈어요. 니머 교수와 재단을 조롱하고 비꼬는 듯 하면서도 실제로 자신에게 다른 삶을 살 기회를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는 상반된 감정이 모두 전해진다고 해야 할까요. 높아진 지능 덕에 세상의 겉모습을 더 명확히 인식하고, 표면에 감춰진 이면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면서 찰리는 개인과 세상의 양면성을 모두 알게 되죠. 그 과정에서 지식과 관계를 추구하는 즐거움을 찾기도 하지만, 신랄하고 비관적인 모습이 되기도 합니다. 찰리의 자아가 둘로 나누어지듯 세상이 찰리에게 보여주는 모습과 찰리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도 나뉘어지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흑과 백의 불분명한 회색지대가 훨씬 많은 상태로 양면성이 공존하듯 찰리의 자아와 태도도 모두 '찰리'라는 개인 안에 공존하고 있죠. 자신과 같은 인간에게 실험하기 위해 죽어간 무수한 생명들의 죽음에 책임을 느끼고 감사하는 순수한 찰리와, 자신을 매정하게 내친 세상을 반박하고 싶은 성장한 찰리가 함께 쓴 글 같았습니다.
그에게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이렇게 가게에 앉아서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착한 아이구나”라고 말해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부조리한가. 나는 인정받기를 원했고, 오래전에 내가 신발 끈을 묶고 스웨터의 단추를 채우는 법을 익혔을 때, 만족스러워하던 그의 얼굴에 떠오르던 환한 표정을 보고 싶었다. 그 표정을 보고 싶어서 여기에 왔지만, 끝내 볼 수 없으리라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앨저넌에게 꽃을 272쪽,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나의 빛이 너의 어둠보다 낫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어? 죽음이 너의 어둠보다 낫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냐고? 내가 뭐라고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어?
앨저넌에게 꽃을 362-363쪽,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저 아래에서 올라와 빛 속으로 들어가려는 자를 보고 웃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 웃음은 빛에서 나와 동굴로 되돌아가려는 자를 맞이하는 웃음에 비해 더욱 그럴만한 까닭이 있을 것이다. —플라톤 「국가」
앨저넌에게 꽃을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책을 읽느라 까맣게 잊고 있었던 서문을 적어주셨네요. 내용이 가물가물하거나, 다시 읽으면 다르게 다가오는 부분들이 있어서 두 번 읽을 때가 종종 있는데 이 책도 딱 그런 유형의 작품 같아요. 처음에는 서문의 의미가 크게 다가오지 않았는데 다시 보게 되니 동굴로 돌아간다는 말이 더 무섭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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