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06.앨저넌에게 꽃을 - 대니얼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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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나우시카 님! 책을 읽으면서 인상깊은 문장을 수집해서 올려주시거나, 읽는 중에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을 적어두셔도 되고 자유롭게 참여하시면 되세요. 일정을 구분해놓았고 중간중간 제가 화제거리로 생각해볼 내용을 올리기도 하는데 꼭 답변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마지막 주에 책에 대한 감상과 결말 이야기를 할 예정이고 각자 읽는 속도가 다를 수 있기에, 결말 부분만 일정에 맞춰 얘기해주시면 됩니다~
이례적이라는 말은 타고났다느니(똑똑하다는 뜻) 아니면 머리가 없다느니(발달이 늦다는 뜻)와 같은 빌어먹을 꼬리표를 피하기 위한 대중적인 표현으로 이례적이라는 말은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로 쓰이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그 뜻을 바꿔버리고 말 것이다. 이런 생각은 마치 아무런 의미가 없을 때에만 그 표현을 사용하란 말 같다. 이례적이라는 것은 어떤 범위의 양쪽 끝을 뜻하며, 그러니까 지금까지 살면서 나는 항상 이례적이었던 것이다.
앨저넌에게 꽃을 226쪽,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배울수록 이상한 점은 더 멀리 갈수록 미처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것을 더 많이 알게 된다는 거다. 좀 전에 나는 어리석게도 모든 것을 —세상의 모든 지식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런 지식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아직은 일부분만이라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시간이 있을까?
앨저넌에게 꽃을 226쪽,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그들은 내가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고, 내 원래 자리에 붙잡아 두려고 애쓴다. 그런데 내 자리는 과연 어디인가? 지금 나는 과연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가? 나는 내 인생을 모두 모아 만든 결과물인가, 아니면 지난 몇 달간의 삶만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인가?
앨저넌에게 꽃을 226-227쪽,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하지만 내 운명이 예전에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거인들이 아니라, 아는 것에 한계가 있어서 모든 것에 대답할 수 없는 사람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무섭다.
앨저넌에게 꽃을 228쪽,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굳이 머리와 물로 앨저넌에게 동기부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앨저넌은 오로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습하는 것처럼 보이며, 성공은 그 자체가 보상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앨저넌에게 꽃을 (아트 리커버 에디션) - 운명을 같이 했던 너 p.274,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거짓 없는 감정과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나 눈이 없는 사람을 이용해먹으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태어날 때부터 지능이 낮은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학대하다니 정말 이상하다. (중략) 사람들이 나를 비웃고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런데도 나도 모르게 그들 틈에 끼어서 나 자신을 비웃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 수 있다. 그게 무엇보다도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앨저넌에게 꽃을 (아트 리커버 에디션) - 운명을 같이 했던 너 p.289~290,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앨저넌의 행동이 다시 돌발적으로 바뀌고 있다. 미니가 무서워하는 것 같다. 오늘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앨저넌이 페이를 물어버린 것이다.
앨저넌에게 꽃을 (아트 리커버 에디션) - 운명을 같이 했던 너 p.310,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앨저넌은 찰리에게 있어 마음을 줄 수 있는 애완동물 그 이상의 존재로 보입니다. 찰리가 지능이 낮았을 때는 따라가고 싶었던 위치였다면, 수술을 받은 이후로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동반자의 감정을 느끼고 있겠죠. 그리고 후반으로 갈수록, 어쩌면 찰리가 겪게 될지 모를 불안한 미래를 먼저 보여주는 이정표 역할 같기도 합니다. 한 가지 신경쓰이는 건 앨저넌에게 다가온 암컷 생쥐 미니입니다. 찰리에게 편견없이 다가온 페이를 생각한다면 앨저넌과 미니는 찰리와 페이의 관계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으로 보여요. 하지만 찰리에게 이성으로서의 상대는 페이 이전에 키니언 선생님도 분명 존재합니다. 앨저넌과 미니, 페이를 보며 찰리는 키니언 선생님을 한 명의 여성으로 바라볼 수 없다는 의미일까 생각이 듭니다. 자신을 아이와 같던 정신상태의 시절부터 가르쳐온(옆에서 계속 지켜봐온) 그녀에게 찰리는 사랑을 넘어서는 감정을 품고 있어 차마 연인으로서 접근하지 못하는걸까요. 문득 키니언 선생님이 어쩌면 찰리에게는 어머니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생각도 드네요. 찰리가 키니언에게 사적으로 접근할 때마다 두통에 시달리는 모습은, 어릴 적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혹한 대우를 한 어머니에 대한 두려움이 무의식적으로 되살아나기에 나타나는 현상 아닐까 싶고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키니언 선생은 정말로 찰리에게는 선생님이나 여성 이상의 존재로 찰리의 삶에 자리잡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성에 대한 욕망을 죄악으로 찰리의 머리에 심어놓은 어머니의 영향으로 지능이 낮을 때부터 마치 어머니처럼 대해주던 키니언 선생님에게 지능이 높아졌지만 여성으로 대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어려운 것은 개연성있게 다가오는데 키니언 선생이 제자였던 찰리를 남성으로 대하게되는 변화는 개인적으로 자연스럽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오늘 돌아오는 길에 4장까지 다 읽었고 5장을 읽는 중인데, 키니언 선생님과의 이야기가 더 나올지 궁금하네요. 키니언 선생님 본인의 심리나 입장에 대한 서술이 많지 않아 저도 앨리스가 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네요. 키니언 선생은 분명 찰리에게 중요하고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인물이라 찰리가 그녀에 대한 일기를 쓸 때건 아닐 때건 곁에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치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를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계속 보는 엄마의 느낌으로요. 그러다가 이 책이 정신과 심리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오며, 꿈과 그림 그리고 로르샤흐 테스트나 앨저넌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상징과 상황을 통한 '해석'이 되풀이 되는 게 떠올랐습니다. 앨리스 키니언의 집에 걸린 칼을 든 기사와 하녀의 그림에 대한 언급이 책 초반에 나오죠. 그녀의 벽에는 피카소의 모자상 모작이 걸려있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찰리가 삶에서 겪어온 여성들이 다양한 형태로 각자의 결함이나 부족함이 있는 묘사들이 자주 나오죠. (남자 인물들도 마찬가지고요.) 찰리의 어머니는 한동안은 자녀에 대한 과보호와 사랑을 구분하지 못하여 학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정상 가족'의 개념에 집착하다 둘째를 낳자마자 완전히 돌변하는 성격이었습니다. 찰리가 중간에 도시를 방황하다가 만난 벤치의 여성은 아이를 임신한 채로 집에서 나와 다른 가족 또는 배우자를 찾아 떠도는 모습이었고요. 페이는 쾌활하고 솔직한 성격이라고 하지만 왠지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표류하며 오늘만 살아가는 사람으로 느껴졌습니다. 찰리의 인생에 있어 이것들이 그저 우연의 일치라고 봐야 할지, 아니면 찰리의 삶을 정의하는 운명으로 해석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앞의 여성 등장인물들과 찰리의 삶이 얽히고 설킨 만남의 연장으로 보면 왠지 키니언 선생님도 평범한 인생을 살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키니언 선생의 벽에 걸린 그림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그 부분을 읽을 때 계속 궁금했습니다. 저는 키니언이 벽걸이 그림을 통해 자신이 돌볼 수 있는(보호할 수 있는) 존재(아이)를 원하면서도 동시에 본인도 누군가에게 보호받기를 원하는 심리를 담은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랬기에 아이같이 순수했던 과거를 가졌으면서도 동시에 남성으로서 변해가는 찰리에게 마음이 동하지 않았을까 싶고요. 다만 그 이상으로 관계가 발전하기에는 찰리에게 키니언은 너무 높이 저 멀리 자리 잡고 있고, 키니언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본인도 알지 못한 것 같습니다. 작가가 해석의 여지를 위한 상징들을 많이 남겨 놨다는 생각이 드네요.
"보통 아이들은 무척 빨리 자라서, 더 이상 우리가 필요하지 않아요... 자기 갈 길을 가죠... 자신을 사랑하고 돌본 사람을 잊어버리죠. 하지만 이 아이들은 우리가 줄 수 있는 건 뭐든지 필요로 해요. 평생 말이죠."
앨저넌에게 꽃을 (아트 리커버 에디션) - 운명을 같이 했던 너 p.326,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그리고 그녀는 당신을 사랑해요." 앨리스가 말했다. "아니, 그녀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죠." 나는 잘라 말했다. "나는 그저 복도 건너편에 사는 이웃사람일 뿐이에요."
앨저넌에게 꽃을 (아트 리커버 에디션) - 운명을 같이 했던 너 p.338,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앨저넌이 퇴행하는 원인이다. 이것은 특별한 경우일까? 아니면 독립적인 반응일까? 아니면 전체 과정의 기초가 되는 일반 원리에 어떤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그 법칙을 알아내야만 한다. 그 법칙을 알아낼 수 있다면, 그래서 지적장애에 관해 밝혀진 것에 아주 작은 정보라도 주어서 보탬이 될 수 있다면, 그렇게 나와 같은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면 나는 만족할 것이다. 그러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아직 태어나지 않은 다른 이들에게 보탬이 되어 천명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걸로 충분하다.
앨저넌에게 꽃을 (아트 리커버 에디션) - 운명을 같이 했던 너 p.346~347,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인간을 대하는 인간의 자세에는 항상 이중적인 면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자신보다 열등한 존재를 경멸하면서 동정하기도 하고, 우등한 존재를 부러워하면서도 두려운 마음에 깎아내리려하는 사람들의 심리를요.
"제가 분명히 하고 싶은 점은 이 자금이 연구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프로젝트가 유용한 결과를 가져다줄지 말지는 누구도 미리 알 수 없습니다. 결과는 주로 부정적인 편입니다. 우리는 무엇이 아닌지를 알게 되지요. 그런 실패에서 배우려는 사람에게는 부정적인 결과도 긍정적인 발견만큼 중요합니다. 적어도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를 아니까요."
앨저넌에게 꽃을 (아트 리커버 에디션) - 운명을 같이 했던 너 p.352,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니머 부인, 완전히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모두가 다른 사람들의 실패 위에 쌓아 올리죠. 과학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이란 없죠. 각자 지식의 총합에 기여한다는 사실이 중요하죠."
앨저넌에게 꽃을 (아트 리커버 에디션) - 운명을 같이 했던 너 p.351,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4부까지 읽으면서 생각해 볼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1) 3,4부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을 말씀해주세요. 2) 수술을 받고 지능이 높아진 찰리는 중간에 아버지를 찾으러 갑니다. 찰리는 아버지에게 자신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보여주고, 그런 자신을 보고 아버지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 합니다. 하지만 막상 아버지에게 갔을 때 찰리는 제대로 말 하지 못하고 서둘러 빠져나오죠. 찰리는 왜 변한 뒤에도 아버지에게 다가가지 못했을까요? 그가 말하는 이유(지능이 높아지고 달라진 자신을 아버지가 거부할까봐 걱정하는)가 맞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찰리 본인이 지어내는 합리화나 변명이라고 보시나요? 3) 찰리는 페이와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여자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려고 노력합니다. 페이는 자신의 삶도, 연인에 대해서도, 직업에 대해서도 어느 것 하나 고정되거나 얽매임 없이 물 흐르듯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그런 페이를 통해 찰리가 트라우마를 이겨냈다고 생각하나요? 페이는 찰리의 삶에 있어 어떤 존재인 걸까요? 4) 4부의 거의 끝에서 찰리는 파티에서 흥분하고 술에 취한 채 사람들과 언쟁을 벌이게 되고, 이후 화장실에서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며 '오만하고 이기적인 개자식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한편으로 찰리는 지성이 절정에 달했을 때 자신의 지식과 능력으로 앨저넌이 퇴행하는 원인을 밝혀내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일기에 적었습니다. 여러분은 지성이 높아질수록 찰리가 이기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봤나요? 아니면 이타적으로 바뀌었다고 보시나요?
2) 그나마 아버지에게는 버림 받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만.. 찰리는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찰리는 지금 지능은 높아졌지만, 여전히 감정적으로는 상처 입은 아이의 정신연령 같아 자신을 완전히 드러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또 아버지에게 버림 받지 않을까 하는 내면의 두려움이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1) 저는 찰리가 앨저넌이 퇴행하는 원인을 밝히기로 다짐하며 다른 사람들, 그리고 태어날 앞으로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지식을 바치기로 하는 다짐이 기억에 남았어요. 그건 마치 찰리가 계속해서 고민해왔던 자신의 존재의 이유, 그리고 자신의 역할에 대한 물음에 마침내 답변을 받은 모습이랄까요. 높아진 지능과 되살아난 기억들이 찰리의 내면을 계속 흔들고 괴롭혔고, 그로 인해 사람들에 대한 불신과 의심에 휩싸이기도 했죠. 과연 그가 얻은 지식과 경험들이 의미있고 가치있는 것인가 독자도 같이 고민하게 되고요. 하지만 자신의 인생이 남들과는 다르기에 오히려 남들이 할 수 없고 자신만 할 수 있는 일임을 깨닫는 느낌이었습니다. 지적장애의 장막에 가려진 채 살다가, 정상인을 넘어 천재가 되어보고 그러다 다시 퇴행하고.. 두 영역의 삶의 경험자로서 실험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지적장애인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이 무엇인지 일반인의 목소리와 글로 들려주는 증인이 되었으니까요. 인간에게 실험하기 위해 많은 동물들이 희생되어야 했고, 앨저넌과 찰리도 그 궤적을 벗어나지는 못했죠. 찰리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끊거나, 실험에 비협조적으로 굴거나 허무하거나 비관적인 세상에 좌절하고 분노하며 살아갈 수도 있었지만 결국 감정들을 이겨내죠. 자신이 앨저넌처럼 결국은 끝에 가서 실패할 운명이더라도 모든 실패작은 성공하고 싶고, 성공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의 과정임을 기록으로 남겨 다음 사람들이 기여할 여지를 남기고 갔고요. 스트라우스 박사가 연구의 대부분은 성공을 장담할 수 없지만, 성공하는 과정과 조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실패를 알아야 한다고 말하죠. 찰리도 그걸 몸과 마음으로 깨달은 것 같습니다. 완성된 결과물의 수혜를 누리는 시대를 살 수는 없지만, 자신의 가치 있는 실패를 통해 미래의 찰리들을 구해내는 것이 자신의 사명임을요. 자신도 앨저넌도, 앨저넌 앞에 화장되어 사라져간 동물들도 모두 각자가 하나의 발판이 되어 계단을 이루는 것. 실험체로서 보여주고 살아갈 수 있는 가장 값진 삶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받아들이는 모습이 잊혀지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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