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의 인생책> 소유정 평론가와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함께 읽기

D-29
나와 아내 캐런의 관계는 일견 평등한 듯 보이지만 캐런쪽으로 어느 중도 기울어져 있다. 어려움에 처해서 픽업을 부탁할 때도 일방적이고 이전에도 이런저런 학회파티에도 끌려다녔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전 남편과의 관계도 그녀의 진술은 경쟁이라고 했으나 그녀가 주도권을 잡으려는 성향이 강했을 수도 있고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나가 불임이라는 사실이 결정적으로 캐런이 우위에 서게 되는 계기가 된다. 아술이 이들의 관계에 등장하면서부터 일종의 삼각관계가 형성되고 금이 가기 시작한 부분은 점점 확장된다. 나가 라몬을 고의로 불러서 아술과 캐런의 사이에 놓으려는 시도를 하기까지 그들은 자신들이 하는 행동의 의미조차 알지 못하다 파국이 일어나서야 모든 상황을 직시한다. 모든 상황의 전개를 진술서를 작성하는 방식을 차용, 이는 보다 그들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장치로 작용한다.(아술스타일로 적어봤습니다.)
덧, 이야기가 진술서 같다는 말씀을 보고 다시 보니, 현재형으로 쓰인 문체 덕분에 소설이 마치 폴이 미지의 존재를 관찰하는 일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술>을 보는 새로운 각도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Azul>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운 점이 뭐였을까요? 사실 저는 이 책의 단편들중 가장 흥미롭지 않았던 단편이 바로 이거였어요. 그래서, 유정님이 올려주신 이 문제에 대해서 내내 생각해봤습니다. 세상 어디에도 평등한 부부/연인관계는 없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는데,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더 했던것 같아요. 불임이기 때문에 약자가 되어버린 남편과 유명대학(라이스는 남부에서 꽤나 알아주는 대학이랍니다)의 영문학과 교수지만, 나이는 들고 논문은 많이 내지 못해 젊은 석학인 동료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나오게 생긴 아내. 그들의 관계는 글 처음부터 끝까지 일방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각자가 서로에게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이 교환학생인 Azul 이 그들과 동거를 하게 되면서 더더욱 표면적으로 떠올랐구요.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에서 기억나는 문장들입니다. As soon as you think you understand something, you eliminate any opportunity for discovery. (57) As you get older, he explained, it's easy to become disillusioned by the paradoxes. When you're young, they're challenge. But when you're old, they simply become frustrating. (58)
말씀하신 것처럼 차근차근 쌓아가서 마지막이 더 인상 깊었던 단편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불어 영화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계속 머릿속으로 장면을 상상하며 따라가게 되네요. 인상 깊었던 부분은 캐런과 폴, 캐런과 아술, 폴과 아술, 아술과 라몬, 아술과 학교 친구들, 아술과 그의 부모님 등 이렇게 다양한 관계와 그 속에서 각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살펴보며 인물별 관점과 입장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게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선택, 의지에 따라 내뱉은 말과 행동과 그 영향을 돌이켜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아술>의 화자인 폴이 가장 흥미로웠어요. “자연스”럽고 “진짜”이지만 어딘가 “비현실적”(53쪽)인 사람. “행복한” 곳이 “죄악이 아니”(57쪽)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 그런 그에게 세상이 요구하는 것은: “긴장을 풀”(57쪽)어, “애쓸 필요 없”(59쪽)어. 그럼에도 “누군가의 기분을 맞춰주고 싶은”(61쪽) 사람. 그렇게 “중력 없이, 짝도 없이, 길을 잃“(66쪽)은 채로 사는 사람… 그는 어떤 사건이 발생함을 아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 사이의 큰 시차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너무 앞서가고 있다”(75쪽)거나 “뭔가가 잘못되었어!”(76쪽)라고 말하면서도 딱히 변화하지 않는 사람. “갑자기 멍청이가 된”(75쪽) 것 같고 “갑자기 울고 싶어”(85쪽)진다고 말하는데, ’갑자기‘라는 부사가 과연 적확할까요. 이미 멍청이가 되었고 울고 싶다는 걸 알았음에도, 그것들이 내가 감내해야 할 사실과 감정임을 애써 쳐다보지 않으려는 사람이 폴 같아요. 그래서 흥미로웠습니다. 그가 감내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로부터 찬찬히 피어오르는 비극이 있기에. 아술과 폴의 음성은 딱 한 번 겹치는데요. ”내 실수였어.“ (85쪽) 아술이 말하는 ‘실수’와 폴이 말하는 ‘실수’의 무게가 너무나도 달라서 아찔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클라이맥스라고 생각해요. 호의에서 비롯된 행동 중 무엇이 더 나쁘게 될까요. 굳이 해버린 행동과 굳이 안 해버린 행동 중에. 폴은 남과 관계 맺는 게 왜 이리 서툴까요. 저는 폴과 캐런이 ‘부모-되기’에 실패한 부부, 혹은 ‘부부-되기’에 실패한 사람들이라고 보았습니다. 지나간 행동을 회상이 아니라 ‘직면’해야만 하는 그들. 아술에 관한, 아니, 그들의 시작부터서 지금까지의 모든 일들에 관하여.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샤대프린스님, 안녕하세요! 길게 남겨주신 감상들이 참 재미있네요. 아술과 폴의 음성이 겹치는 부분에 대한 지적도 흥미롭고요. 폴과 캐런이 어떤 '-되기'에 실패한 인물들이라는 지적도요. 부모, 부부 둘 다 한 개인이 아닌 '우리'여야지만 가능한 공동체라는 점도 생각해보게 되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표제작이기도 하지만, 많은 분들이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해 주시는 작품이기도 한데요. 아무래도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일까요? '나'는 물리학 교수인 로버트, 그리고 연인인 콜린을 두고 갈등합니다. 두 사람을 사랑하는 한 사람에 대해서는 항상 따라붙는 질문들이 있는 것 같아요. 가령 인기 방송 프로그램이었던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도 극 중 이민용이 전 와이프인 신지를 더 사랑했는지, 아니면 서민정을 더 사랑했는지에 대한 의견이 아직도 분분하잖아요. 이 소설을 읽으며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궁금해요. 헤더가 더 사랑한 건 로버트일까요, 콜린일까요? 아니면 정말 똑같이 사랑했던 걸까요?
한번에 한 사람만 사랑하는 것만이 정답이고 절대적인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은 환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헤더의 마음이 이해가 갔습니다. 하이킥의 경우처럼 발리에서 생긴일이 저는 떠올랐는데요 하지원이 소지섭과 조인성을 둘다 나름의 방식으로 사랑했고 그것의 무게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헤더 역시 로버트 콜린을 빛과 물질처럼 전혀 다른 존재로 받아들이며 사랑했다고 생각합니다. 물질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듯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엄연한 일상과 통념들 손에 잡히는 무엇들이 콜린이라면 로버트는 어느새 스며들어 나를 채우고 그녀의 존재를 감싼다고 여겨집니다.
헤더의 사랑을 보면서 로버트에게로 향했던 사랑은 ‘이상’, 콜린에게로 향했던 사랑은 ‘현실’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헤더가 둘 중 누군가를 더 사랑하고 덜 사랑하기보다는 각각 다른 형태의 사랑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런 이상과 현실에 대해 떠올리다 보니 양귀자 작가의 소설 『모순』의 내용도 생각이 났습니다.
이상과 현실, 각각 다른 형태의 사랑이라는 말씀에 적극 공감해요! *_*
헤더는 말합니다. 로버트는 콜린이 아닌 모든 것이었고, 콜린은 로버트가 아닌 모든 것이었다고.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헤더는 로버트에게 “나는 내가 당신을 미워하지 않게 될까봐 두려워요”(108쪽)라고 말하면서 그와의 사랑도 시작합니다. 두 트랙의 사랑을 지속하다가, 먼저의 사랑에게 나중의 사랑을 들켰을 때 그는 죄책감을 느낍니다. “나의 행동이 배신임을 아는 것은 나 자신의 마음. 어쩌면 나 자신의 가슴뿐이었다.” (100쪽) 우정에 죄책감을 가질 수 있나요? 나중의 사랑을 정리한 후에 헤더는 우울증과 체념(117쪽)에 빠집니다. 거리감을 감각하며 통곡(124쪽)하고요. ‘부부의 세계’(2020) 속 이태오가 떠올랐어요. “내가 미치겠는 건,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한다는 거야.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해본 적 없어 잘 모르겠지만, 동시에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한쪽으로 기울게 되는 게 사랑인 것 같아요. 헤더도 “나는, 내가 콜린에게 충실하지 못한 마음이 되어가고 있었다 해도, 그것을 믿으려 들지 않았다”(105쪽)고 말하고요. 저는 헤더가 로버트에게 느낀 감정들의 일부—콜린이 절대로 채워줄 수 없는—가 로버트가 절대로 채워줄 수 없는 콜린으로부터의 감정보다 헤더라는 사람의 삶에 더 본질적이었다고 생각해요. “그가 그 순간 내가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보다 나를 더 잘 이해하는 것 같았”(120쪽)다고 말하는 걸 보면요. 흥미로웠던 문장은 이것이었는데요. “다른 사람이 당신을 채워줄 수 있다거나 당신을 구원해줄 수 있다고—이 두 가지가 사실상 다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추정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125쪽) 요즘 ‘나의 해방일지’(2022)를 대본집과 함께 다시 보고 있는데요. 2화의 엔딩에서 미정은 구씨에게 “날 추앙해요. 가득 채워지게”라고 말합니다. 그 유명한 ‘추앙씬’인데요. 이 드라마는 남은 회차 동안 타인을 통해 채워지는 나, 타인을 채워주는 나, 서로를 구원하는 서로의 모습을 그려내요. 불가능하다시피 보이는 그 “순진한 생각”을 아주 잘 설득했기에 많은 사람이 저처럼 ‘나의 해방일지’에서 헤어나지 못했나 싶기도 해요.
동시에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한쪽으로 기울게 되는 게 사랑이라는 말씀이 재미있네요.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인식을 했다는 것은 내 앞에 두 갈래 길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뜻과 같으니까요. 뒤로 돌아가든, 두 갈래 길 중 하나를 고르든, '선택'이라는 걸 해야 하기에 (어느 쪽으로든) 사랑이 기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ㅋㅋ <부부의 세계>와 <나의 해방일지>의 대사를 경유해 들려주신 이야기도 재미있어요.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지오디의 2♡ 노래가 떠올랐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다른 수록작도 그렇지만,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에는 아름다운 문장들이 참 많지요. 읽으면서 밑줄 그은 부분도 많으셨을 듯한데요, 자신의 밑줄을 공유해 주세요!
"개판이었어요." 그는 미소를 지었다. "헤더, 교수들과 있을 때 늘 그런 언어를 사용하나요?" "아뇨. 강의 끝나고 아파트로 초대하는 교수님하고 있을 때만 그렇죠." "제가 잘못 풀었으면, 그러니까, 제가 맞지 않았으면 말이에요, 저를 왜 이곳에 초대하셨어요?" 그는 거실로 걸어와 내게 찻잔을 내밀었다. "시험을 끝낸 유일한 학생이었으니까." 나는 그를 쳐다봤다. "헤더는 풀이를 제출한 유일한 학생이었어요." 그가 말했다. "그것이 시험이었어요. 헤더는 통과했고." "그럼 이제 저는 A를 받게 되나요?" "아뇨. 차를 좀 얻어 마시게 되지요." 헤더와 로버트의 위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전반적으로 계속 곱씹어 보게 되는 장면들이나 문장들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챕터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만심은 물리학자에게 있어 가장 큰 방해 요인이지요.” 그는 스토브에서 주전자를 들어 도자기 포트에 뜨거운 물을 옮겨 부으며 말했다. “뭔가를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발견의 기회를 없애버리게 되니까요.” 무언가를 피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일 때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편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강해져서 그것에 대항하려 애쓴다. 그런데 나의 마음은 강해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나는, 그때에도, 콜린이 내게 거의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그러다 보니, 나도 나 자신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에서야 나는 내가 로버트로부터, 그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지고 싶어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다른 사람이 당신을 채워줄 수 있다거나 당신을 구원해 줄 수 있다고-이 두 가지가 사실상 다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추정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다른 사람이 당신을 채워줄 수 있다거나 당신을 구원해줄 수 있다고--이 두 가지가 사실상 다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추정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공감 백배인 문장입니다~
"나는 그것을 안다. 죄의식은 우리의 연인들에게 이런 비밀들을, 이런 진실들을 말하는 이유다. 이것은 결국 이기적인 행동이며, 그 이면에는 우리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진실을 밝히는 것이 어떻게든 일말의 죄의식을 덜어줄 수 있으리라는 추정이 숨어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지 않다. 죄의식은 자초하여 입는 모든 상처들이 그러하듯 언제까지나 영원하며, 행동 그 자체만큼 생생해진다" 주인공만큼은 아니라도, 우리는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에서 죄의식을 가지고 있고는 하지요. 비밀이라면 끝까지 안고 가는 것이 상대방에게 기본 예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도 밑줄 그었던 문장들이에요. :)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인증글입니다. ✍️인상적 구절 절대 풀 수 없는 방정식. 십 년이 지난 지금도...설명하기 힘들다. 자만심은 물리학자에게 있어 가장 큰 방해 요인이지요...뭔가를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순간,모든 발견의 기회를 없애버리게 되니까요.(92) 나이가 들면 역설에 환멸을 느끼기가 쉬워지지요. 모든 물리학자들에게,자기를 넘어서는 수준의 사고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때가 와요,자기가 절대 이해하지 못할 수준,하고 그는 말했다.(95) 그는 젊고 잘생기고 뻔뻔스러울 만큼 고집이 셌고,세 계에 대한 건강한 낙관이 가득했다.(96) 내가 그 영화가 별로였다고 하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그것은 내가 영화를 볼 때 노력을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술을 이해하려면 노력을 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101) 우리가 나누는 이런 대화에는 자유가 있었다. 우리가 그곳에서 하는 얘기는 절대 그 밖으로 나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106) 무언가를 피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일 때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편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강해져서 그것에 대항하려 애쓴다. 그런데 나의 마음은 강해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117) 다른 사람이 당신을 채워줄 수 있다거나 당신을 구원해줄 수 있다고- 이 두 가지가 사실상 다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추정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나는 콜린과의 관계에서 그런 식의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다. 나는 다만 그가 나의 일부 나의 중요한 일부를 채워주고 있고 로보트 역시 똑같이 나의 중요한 또 다른 일부를 채워주었다고 믿을 뿐이다. 로보트가 채워준 나의 일부는, 내 생각에, 지금도 콜린은 그 존재를 모르는 부분이다. 그것은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만큼 쉽게 파괴도 시킬 수 있는 나의 일부이다.그것은 닫힌 문 뒤에 있을 때,어두운 침실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고 제일 편안하다고 느끼는 유일한 진실은 우리가 서로 숨기는 비밀에 있다고 믿는 나의 일부이다. 로보트는 내가 거의 10년 동안 콜린에게 숨긴 비밀이다.가끔은 그에게 말을 할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러기를 십년이 되었고 그 동안 우리는 유산, 파산에 가까운 재정 상태 그리고 시부모님의 죽음을 지나왔다. 이제 나는 우리가 함께 헤쳐 나갈 수 없는 일은 거의 아무것도 없다고 느끼고 있다. 그러나 내가 두려운 것은 그의 반응이 아니다. 나는 그를 잘 알고 있다. 내가 아는 그는, 그 사실을 내면화하여 속으로만 삭일 것이다. 죄의식은 우리가 우리의 연인들에게 이런 비밀들을 이런 진실들을 말하는 이유다. 이것은 결국 이기적 행동이며 그 이면에는 우리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진실을 밝히는 것이 어떻게든 일말의 죄의식을 덜어줄 수 있다는 추정이 숨어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죄의식은 자초하여 입는 모든 상처들이 그러하듯 언제까지나 영원하며 행동 그 자체만큼 생생해진다. 그것을 밝히는 행위로 인해 그것은 다만 모든 일들의 상처가 될 뿐이다. 하여 나는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그 역시 내게 그러했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126) ✍️단상 고대 그리스인들이 물질의 근원으로 꼽은 네 가지 원소 불, 흙, 공기, 물 중엔 빛이 없다. 빛은 물질인가?”물질을 알갱이, 즉 입자들의 집합체라고 한다면,“빛도 물질인가?”란 질문은 “빛도 입자인가?”란 질문과 똑같다. 그러나 빛은 파동이다.따라서 빛 자체는 물질이 아니다.하지만 햇빛이 비치면 공기가 데워지고 데워진 공기로 우리 몸이 따뜻해지니,우리 몸을 데우는 빛은 곧 입자일수도 있지않은가?빛도 물질일 수 있지않은가? 소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제목이 다,했다. 책을 덮고나면 언제나 드는 생각.그래서 빛은 뭐고 물질은 무엇이며 둘에 관한 이 이론은 무엇인가? 적어도 이 소설에서 빛은 파동이 아니라 입자다.채워지지는 않지만 점멸하며 맴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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