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의 인생책> 소유정 평론가와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함께 읽기

D-29
앤드루 포터의 단편들을 읽다보면 공간을 드리우는 나무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어요. 구멍 속 <비술나무> 코요테 속<반얀나무> 그중 반얀나무에 얽힌 안도현님의 글이 있어 첨부해봅니다 ~ <안도현 아포리즘 中​ '반얀나무의 슬픈 이야기'> 뿌리가 약한 반얀나무는 쓰러지지 않기 위해 제 팔뚝에서 다시 땅으로 뿌리를 내리는 특이한 습성이 있다. 수백, 수천 갈래의 뿌리들이 가지에서 땅으로 내려와 흙을 움켜쥐어야만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되는 것이다. <중략> 지금도 반얀나무를 생각하면 허공에 늘어져 있는 그 쓸쓸하고 슬픈 뿌리가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나의 뿌리를 어디에 내리고 있는가, 내가 나에게 슬쩍 물어보고 싶어진다.
반얀나무 이야기..너무 슬퍼요ㅜㅜ.. 튼튼한 뿌리를 구성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나무 이야기 정말 재밌네요! 외국소설이라 그런지 한국소설을 읽을 때와는 다른 환경을 상상하는 재미가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거북바위님 덕분에 저도 남은 소설 속에서 나무에 좀 더 집중해 볼 것 같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선생님들, 안녕하세요! 원래 일정대로라면 오늘 <아술>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할 텐데요, 내일 모레(1/29) 표제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과 함께 두 편을 한 번에 다루는 게 어떨까 싶어요. 앞으로의 읽기 일정도 두 편을 한 번에 이야기하는 게 모두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것 같아서요! 따라서 변경된 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 1/29(일): <아술>,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 2/2(목): <강가의 개>, <외출> - 2/6(월): <머킨>, <폭풍> - 2/10(금): <피부>, <코네티컷> - ~2/17(금): 남아 있는 물음들 * 지난 읽기에 대한 답글은 제가 바로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달아두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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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알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
어제 책이 도착해서 구멍을 읽었습니다. 영화 '그것'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하수구 구멍 속으로 날아간 풍선을 잡으려다 결국 잡아주지 못한 동생의 죽음이 실수가 아닌 🤡 삐에로란 악의 존재로 인한 사건임을 알게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해서 시간이 순삭했었는데요. 구멍도 비슷하게 훅~몰입하는 사이 끝났네요^^; 외상후유증처럼 오히려 탈의 형과 나에게 큰 트라우마가된 사건의 진실여부. 이태원 참사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처럼 안타깝고 속상함 이면에 내가 아니라는 안도감이 공존하는 모순적 진실을 담고있는 것 같았습니다. 짧은호흡의 단편소설 매력이 듬뿍 느껴지네요~♡♡
<코요테>에서 아버지가 무너지고 망가지는 건 영화에 대한 사랑, 더 근본적으로는 ’당신이 결혼한 열아홉 살의 아가씨, 버클리대 미대 학생, 학생 시절 찍은 자신의 모든 영화에 등장했던 주인공, 몇 년에 걸친 그의 유일무이한 팀원‘이었던 어머니에 대한 사랑 때문인 것 같아요. 아버지는 영화를 사랑했지만 딱 한 편의 영화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조금의 재능은 단지 좌절의 원천으로만 작용‘했고, 아버지 인생의 화양연화였던 영화 프리미어 시사회 날 밤의 기억을 평생 잊지 못하고 그때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거의 희망이 없어 보이는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과 실패를 거듭합니다. 어느 정도 해 보고 안 될 것 같으면 인생의 다른 방향을 찾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버지는 어머니의 자신에 대한 사랑이 ’영화 감독, 예술가로서의 자신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어머니는 어쩌면 아버지 자신보다도 훨씬 더 아버지의 성공을 바랐는데, 지금까지도 나는 이것이 어머니의 최대 결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17쪽)’는 구절을 보면 실제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구요. 그래서 잘 안 되는 영화(movie가 아닌 film으로서의 영화)에 집착하고, 계속 실패하면서 인생을 허송세월하게 되었죠. 어머니는 아버지를 사랑했지만 이런 아버지를 언제까지고 계속 기다리며 참아줄 순 없었고, 아버지는 어머니의 외도(정신적, 육체적 측면에서 모두)를 직접적으로 목격하는 순간 무너지고 맙니다. 다른 분들이 이미 <코요테>에서의 지하실, 지붕의 공간적 의미나 아버지의 상징으로서의 ’코요테’의 의미에 대해 많이 말씀해 주셔서 저는 한때 ‘젊은 천재’라 불렸던 한 예술가의 애매한 재능과 예술에 대한 집착이 어떻게 삶을 망가뜨리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술' 인증글입니다. 📚아술 앤드루 포터의 소설 속에서는 점과 선과 면을 볼 수 있다.점,선,면.<점>은 홀로 선 나이며<선>은 홀로 선 둘이 연결된 것이고<면>은 홀로 선 둘 이상이 어울어져 입체감을 만드는 것. '아술 '역시 서술자인 나와 아내,교환학생이자 동거인 '아술'로 이어진 면이자 세 개의 선이고 점이다. 오늘밤 나는 우리집에 묵고 있는 교환학생인 아술을 건너편 동네에 있는 그 아이 연인의 집으로 태워다주고 있다(46) 다그치지 않는다.궁금해진다.그것 때문에라도. 그때의 낙관과 희망이 그립다.얼굴을 찌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좋다고 했다. 살아오면서 그때만큼 누군가의 기분을 맞춰주고 싶었던 때가 없었다. 그녀의 마음이 그런 형편이 되어버리는 것이 슬퍼지기 시작했다.이럴 바에야 일찌감치 면직되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닐까. 불행 같지만 결국 다행한 일 아닐까 싶다. 그 일이 그녀를 이렇게까지 불행하게 만든다면 그만 두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노력 중이야. 대체적으로 우리 둘 다 나쁜 사람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자신의 삶에 너무나 낙담하고, 지치고,모든 환상이 깨진 나머지,다른 누구에게 무엇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마흔여섯의 나이에 대마초를 피우는 습관이 들어버릴 가능성에 대해 생각한다.이것은 희극적이며 굉장히 정말 굉장히 슬프게 느껴지는 일이다. 나는 거울에 비친 나를 본다.뭔가 잘못되었어! 나는 대마초에 취한 거지 술에 취한 것이 아니라고. 내 아내를 되찾아야겠다는 욕구가 생긴다./서술자 '나'의 점. 행복한 거.그건 죄악이 아니야.당신은 참 자상해. 물러진 기분이 들어. 날카로움을 잃어버린 것 같아./'아내'의 점. 너무 애쓰실 필요 없어요.나는 폴 아저씨 좋아해요. /'아술'의 점. 우리는 마침내 뒤로 돌아 우리의 지나간 행동을 직면한다.(87p) 소설 말미 마침내 직면하는 '우리'의 지나간 행동을 읽으며 에드워드 호퍼를 이야기하는 '알랭드 보통'을 소환해본다. '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들은 황량함을 묘사하고 있지만 그 자체가 황량해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보는 사람이 자신의 슬픔의 메아리를 목격하게 함으로써 그 슬픔으로 인한 괴로움과 중압감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나게 해준다.'
거북바위님! 저보다 빠르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XD 문장 말미에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에드워드 호퍼에 대해 언급해 주셨네요! 저도 기억이 났어요. 이 소설의 끝에서 '나'와 캐런도 슬픔의 메아리를 직면하기 시작했는데요, 그것이 알랭 드 보통의 감상처럼 괴로움과 중압감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는 행위가 될까요? 부부의 반추가 그런 해소감을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오히려 더 짓눌리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소유정님 답변 감사합니다😊 오히려 더 짓눌리게 될 것 같다는 말씀에 공감이지만,감정의 유예로부터는 벗어날 수 있지않을까?생각해봅니다. 나와 캐럿이 아니라 나 그리고 캐럿으로 삶의 방향을 바꿀 힘이 아직도 둘에게 있다면 말이죠~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선생님들!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도 푹 쉬었답니다. 오늘은 <아술>,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했어요. 앤드루 포터의 소설은 모두 읽는 사람의 감정을 콕콕 건드리는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기에 참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오늘 이야기할 두 편의 소설 모두 감정의 결을 섬세히 어루만지는 작품인 것 같아요. 우선 <아술>부터 볼까요? 아술의 '나'와 아내 캐런은 불임으로 10년 동안 아이 없이 결혼 생활을 유지했는데요, 교환학생 아술을 하숙생으로 받고난 이후부터 '나'와 아내의 평화롭던 날들에 무언가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낍니다. 소설이 그걸 한번에 보여준다기 보다 차근차근 쌓아가는 느낌이에요. 실금이 점차 선명한 균열로 나타나듯이 말이에요. 이 균열은 결국 마지막 장면에 너무나도 분명히 나타나는데요. "우리는 마침내 뒤로 돌아 우리의 지나간 행동을 직면한다."(87쪽) 라는 마지막 문장은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린 것들을 비로소 깨닫게 되는 듯합니다. 아술과 캐런의 관계에 질투를 느끼는 '나', 아술을 아이/남자의 경계에 두고 묘한 집착을 보이는 캐런, 이 두 사람의 감정과 파국의 결말이 흥미로웠던 소설이었어요. 여러분들은 <아술>의 어떤 부분이 가장 흥미롭게 읽히셨나요?
나와 아내 캐런의 관계는 일견 평등한 듯 보이지만 캐런쪽으로 어느 중도 기울어져 있다. 어려움에 처해서 픽업을 부탁할 때도 일방적이고 이전에도 이런저런 학회파티에도 끌려다녔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전 남편과의 관계도 그녀의 진술은 경쟁이라고 했으나 그녀가 주도권을 잡으려는 성향이 강했을 수도 있고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나가 불임이라는 사실이 결정적으로 캐런이 우위에 서게 되는 계기가 된다. 아술이 이들의 관계에 등장하면서부터 일종의 삼각관계가 형성되고 금이 가기 시작한 부분은 점점 확장된다. 나가 라몬을 고의로 불러서 아술과 캐런의 사이에 놓으려는 시도를 하기까지 그들은 자신들이 하는 행동의 의미조차 알지 못하다 파국이 일어나서야 모든 상황을 직시한다. 모든 상황의 전개를 진술서를 작성하는 방식을 차용, 이는 보다 그들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장치로 작용한다.(아술스타일로 적어봤습니다.)
덧, 이야기가 진술서 같다는 말씀을 보고 다시 보니, 현재형으로 쓰인 문체 덕분에 소설이 마치 폴이 미지의 존재를 관찰하는 일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술>을 보는 새로운 각도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Azul>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운 점이 뭐였을까요? 사실 저는 이 책의 단편들중 가장 흥미롭지 않았던 단편이 바로 이거였어요. 그래서, 유정님이 올려주신 이 문제에 대해서 내내 생각해봤습니다. 세상 어디에도 평등한 부부/연인관계는 없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는데,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더 했던것 같아요. 불임이기 때문에 약자가 되어버린 남편과 유명대학(라이스는 남부에서 꽤나 알아주는 대학이랍니다)의 영문학과 교수지만, 나이는 들고 논문은 많이 내지 못해 젊은 석학인 동료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나오게 생긴 아내. 그들의 관계는 글 처음부터 끝까지 일방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각자가 서로에게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이 교환학생인 Azul 이 그들과 동거를 하게 되면서 더더욱 표면적으로 떠올랐구요.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에서 기억나는 문장들입니다. As soon as you think you understand something, you eliminate any opportunity for discovery. (57) As you get older, he explained, it's easy to become disillusioned by the paradoxes. When you're young, they're challenge. But when you're old, they simply become frustrating. (58)
말씀하신 것처럼 차근차근 쌓아가서 마지막이 더 인상 깊었던 단편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불어 영화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계속 머릿속으로 장면을 상상하며 따라가게 되네요. 인상 깊었던 부분은 캐런과 폴, 캐런과 아술, 폴과 아술, 아술과 라몬, 아술과 학교 친구들, 아술과 그의 부모님 등 이렇게 다양한 관계와 그 속에서 각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살펴보며 인물별 관점과 입장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게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선택, 의지에 따라 내뱉은 말과 행동과 그 영향을 돌이켜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아술>의 화자인 폴이 가장 흥미로웠어요. “자연스”럽고 “진짜”이지만 어딘가 “비현실적”(53쪽)인 사람. “행복한” 곳이 “죄악이 아니”(57쪽)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 그런 그에게 세상이 요구하는 것은: “긴장을 풀”(57쪽)어, “애쓸 필요 없”(59쪽)어. 그럼에도 “누군가의 기분을 맞춰주고 싶은”(61쪽) 사람. 그렇게 “중력 없이, 짝도 없이, 길을 잃“(66쪽)은 채로 사는 사람… 그는 어떤 사건이 발생함을 아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 사이의 큰 시차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너무 앞서가고 있다”(75쪽)거나 “뭔가가 잘못되었어!”(76쪽)라고 말하면서도 딱히 변화하지 않는 사람. “갑자기 멍청이가 된”(75쪽) 것 같고 “갑자기 울고 싶어”(85쪽)진다고 말하는데, ’갑자기‘라는 부사가 과연 적확할까요. 이미 멍청이가 되었고 울고 싶다는 걸 알았음에도, 그것들이 내가 감내해야 할 사실과 감정임을 애써 쳐다보지 않으려는 사람이 폴 같아요. 그래서 흥미로웠습니다. 그가 감내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로부터 찬찬히 피어오르는 비극이 있기에. 아술과 폴의 음성은 딱 한 번 겹치는데요. ”내 실수였어.“ (85쪽) 아술이 말하는 ‘실수’와 폴이 말하는 ‘실수’의 무게가 너무나도 달라서 아찔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클라이맥스라고 생각해요. 호의에서 비롯된 행동 중 무엇이 더 나쁘게 될까요. 굳이 해버린 행동과 굳이 안 해버린 행동 중에. 폴은 남과 관계 맺는 게 왜 이리 서툴까요. 저는 폴과 캐런이 ‘부모-되기’에 실패한 부부, 혹은 ‘부부-되기’에 실패한 사람들이라고 보았습니다. 지나간 행동을 회상이 아니라 ‘직면’해야만 하는 그들. 아술에 관한, 아니, 그들의 시작부터서 지금까지의 모든 일들에 관하여.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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