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 서재로 📙 읽기] 24.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D-29
병원을 나서서 건물 뒤편의 작은 부지, 사실상 흡연 공간이나 다름없는 조촐한 공원에 이르렀을 때 나는 그 쇼가 과거의 우리가 얘기했던 것처럼 정말 혁신적이고 대안적이었는지 생각에 빠졌다. 기꺼이 옷을 벗는 사람들과 그들을 향해 따뜻한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을 떠올리자 걷잡을 수 없이 기분이 나빠졌다. 혜령이 말하곤 했던, ‘너무나 집요한 생각’을 다시 시작한 것 같았다. 그러다 문워크 춤을 췄다는 트랜스맨을 두고 혜령이 한 말을 되새기는 데 이르렀다. 혜령은 그가 아주 멋졌다고 말했지만, 그렇지만, 그에게 매혹되었던 건 아니었다. 그리고 아마 내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그 사실을 아주 천천히 받아들였다. 환자복을 입고 담배를 피우고 거리낌없이 침과 가래를 뱉는 남자들 사이에서,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리틀 프라이드, 백온유 외 지음
와. 이 문단 반전이... 저는 끝에 성정체성이나 신체적 특징과 상관없이 누구나 참가하는 스트립쇼가 대안으로 제시되는구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따뜻한 박수'가 매혹의 반대어로 배치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이 험난한 시대를 살아가는 일이란 생의 난관들로부터 생존하는 것이기도 하므로, 우리는 제 손으로 삽을 드는 것 외에 다른 도리가 없다.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원경 l 해설, 백온유 외 지음
대개의 사랑은 습자지 같아서 단 한 방울의 반감과 의심으로도 쉽게 찢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어떤 사랑은 푹 젖어도 찢어지지 않고 도리어 곤죽처럼 질퍽해진다. 사랑이고 죄의식이고 찬미고 경멸이고 죄다 흡수해 종내 원형을 알 수 없는 상태로. 길티 클럽 / 성해나 작가노트
최애의 아이 작가노트 뭐에요 진짜웃김
그 사람과 헤어지고 돌아가던 길에 모럴의 뜻을 검색해보았다. ‘인생이나 사회에 대한 정신적 태도. 어떤 행위의 옳고 그름의 구분에 관한 태도.’ 뜻도 모르고 지껄인 게 분명했지만, 내게 적용해보면 완전히 잘못 쓴 것도 아니었다. 그때까지 나는 무엇이 좋고 싫은지, 옳고 그른지 깊게 따지고 들지 못했으니까.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길티클럽 : 호랑이 만지기, 백온유 외 지음
ㅋㅋ 저는 클래식 앞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어느 날 예술의전당 피아노독주회에 초대받았는 데... 지루해서 힘들었어요. 이 때도 모럴이 없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ㅎㅎ 사실 여전히 모럴이 무슨 의미인 줄 모르겠어요
세상은 끝장날 힘마저 잃었음을 부정했어요. 기이한 생존을 계속하면서 다가올 멸망 쭉 두려워했죠.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물결치는~몸~떠다니는~혼~~, 백온유 외 지음
무엇보다도 여기까지 이어진 질긴 목숨이 영 낯설어서. 이상해서. 징그러워서. 이게 내 것 같지 않아서. 그걸 가졌단 수치심도 내 것 같지 않아서.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물결치는~몸~떠다니는~혼~~, 백온유 외 지음
그 모든 일을 겪은 뒤 여전히 여기 있다는 게 내가 여전히 여기 있다는 게 내가 이렇게 외롭게 이렇게 아프게 슬프게 배고프게 내가 계속 여기 있다는 게 그러니까 여기 이렇게 있는 게 다름 아닌 나라는 게...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물결치는~몸~떠다니는~혼~~, 백온유 외 지음
무병장수는 못해도 유병장수는 할 수 있는 시대, 지구는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요? 잘 죽을 수 있다는 것도 참 행운 같습니다.
서로 다른 소수자성은 교환되는 것이 아니라 마찰되는 것에 가깝다. 키 작은 남자 오스틴과 FTM 트랜스젠더 토미의 관계처럼.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심사평, 백온유 외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B-5. 나만의 대상작을 뽑는다면 어느 작품을 뽑을건가요?
백온유 / 반의반의 반 관계의 연결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작품이었어요.. 보기 보다 부패한 정치술로 유지되는 관계들이 많더라고요.. 오류로 점철되어 있는데 그 오류를 서로 하나씩 덮어줌으로써 관계의 사슬을 연결해 나가는.. 그러면서 영실처럼 진실을 찾기 보다 그 얄팍하고 기만적인 관계의 연결에 대한 자기 믿음에 속박되는..
늘 깊은 통찰을 하시는 것 같아요! 대상작을 뽑으신 것도요.
고민고민 했는데 역시 '최애의 아이'인 것 같아요. 다른 작품들도 좋았지만 저한텐 특히나 이 작품이 강렬했던지 계속 생각이 나더라고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품고 있던 감정들 말로 꺼내면 어쩐지 이상해질 것 같아 눌러두었던 욕망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떠올랐어요. 망설임 없이 직진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 솔직한 우미라는 인물은 숨겨둔 감정을 직면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던 것 같아요. 물론 우미의 선택은 분명 끔찍합니다. 윤리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요. 하지만 저 역시 상상을 해봤습니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최애의 아이를 직접 가질 기회가 온다면? 잠깐 망설이다가 결국 남몰래 그 아이를 가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상상. 그 무서운 상상을 하고 나서야, 이 소설이 가진 진짜 무게가 밀려오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남에겐 말하지 못할 상상을 한 스스로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묘한 길티 플레저를 느꼈고요. (길티 클럽이랑 길티 플레져 이야기에 딱 맞는 것 같아서 인용해봤어요!) 최애의 아이는 단순한 덕질 이야기나, 최애에 대한 소유욕, 소비성을 그린 우화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작품은 도덕이라는 이름 아래 억눌린 감정의 실체, 그리고 사회가 애써 감추려는 욕망의 그림자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끔찍하지만 아름답고, 끔찍해서 더 정직한 이야기. 이 사회의 도덕적 윤리성까지 조용히, 그러나 날카롭게 비틀어버린 무서운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이 해석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요 :>
맞아요 충격적인 결말 외에도 많은 걸 담고 있는 이야기더라구요. 물론 해설을 보고서야 자세히 알게 됐지만요. 충격적이지만, 또 매일 충격적인 뉴스들이 들려오는 세상에 살다보니 충격적인 게 이상한 건 아니더라구요.
'낳는 게 헐값인 덴 이유가 있죠. 정치인이야말로 인구가 늘어나길 원하는 사람들이거든요. 누군가는 그 사람들이 먹던 접시를 치우고 마당의 잔디를 깎아줘야 할 거 아니겠어요?' 그러자 순식간에 불쾌한 감정이 밀려왔다. 우미는 개천에서 난 용 특유의 끓는 분노를 담아 마음속으로 침을 뱉었다. 이 아이는 다를 것이다. 너희들 밑에서 빼앗기기만 하지 않을 것이다. 너희 아들들을 기죽게 만들고 딸들의 마음을 뺏을 것이다.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최애의 아이 - 이희주, 백온유 외 지음
이 문장이 진짜 많은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그냥 지나갔는데 끝에 가서야 이해가 되더라고요. 왜 이런 말이 나왔는지, 이 댓글에 대한 우미의 행동과 감정을 굳이 왜 보여주었는지도요...
정말 여러모로 생각하게 해주는 '문제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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