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스트 세계문학전집 읽기] 3. 석류의 씨

D-29
이거 보면서 백온유 작가님의 반의반의 반이 생각나더라고요. 인간의 욕심과 욕망은 어쩜 이리도 변하지 않았을까요?
왜 스스로 매듭을 잘라버리지 않았을까? 모든 것에 질릴 만큼 질려버렸는데, 왜 이 삶의 악몽을 제거하기 위해 외부인을 불러들여야만 하는가?
석류의 씨 빗장 지른 문,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85쪽 이 방을 보는게 얼마나 신물 나는지! 싫증 나버린 아내의 얼굴만큼이나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86쪽 생기없는 일상을 반복해야 한다는 (기계적인 몸짓을 또 하루 수행해야 한다는) 공포가 다시 그를 사로잡았다. 89쪽 그녀는 계속 처녀 신세로 남아있으면서 점점 더 통통해지고, 우중충해지고, 오지랖이 넓어졌다. 그러나 그가 첫 키스를 했을 때는 얼마나 사랑스러웠던가! 허비해버린 삶을 한 번만 더 살아볼 수 있다면… 90쪽 열여덟 살의 동생은 예뻤고, 그 못지않게 열정으로 가득했다. 이제는 부루퉁하고, 초라하고, 평범했다. 그녀는 삶에서 기회를 다 잃었다. 불쌍하게도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여자로서 구실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90쪽 그는 경험을 통해 늙음과 젊음처럼 바꾸지 못할 것은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제비뽑기의 결과로 병 아니면 건강, 가난 아니면 부유함, 늙음 아니면 젊음이 있을 뿐이다. 127쪽 활기찬 동물 같은 생명력으로 가득 찬 사람이 죽음에 대한 열망을 충분한 동기로 믿어줄 리 없을 것이다.
석류의 씨 빗장 지른 문,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처음에 착각한 것이 저자의 작품을 페미니즘 측에서 연구를 많이 했다고 해서 당연히 저자의 작품이 페미니즘 주장을 많이 펼쳤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위 수집한 문장의 85, 89, 90쪽을 보면 여성에 대한 표현이 페미니즘 시각으로 보이지는 않더라구요. <편지>에서도 중의적인 결말이나 여러 표현들이 마찬가지로 그랬습니다. 그래서 찾아보니 저자의 소설에서 당시 여성들이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것이 페미니즘 측의 주목을 받았다는 분석을 보았습니다. 그러고나니 이해가 좀 되었습니다. 그리고 <편지>나 <빗장 지른 문>에서 주인공들이 자신의 정당한 노력보다는 유산 상속으로 삶이 바뀌었다는 공통점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삶에 사슬로 매여 있었다. “의식의 죄수.”
석류의 씨 빗장 지른 문,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모두가 자신의 끔찍한 자아에 수갑으로 채워져 있었다. 어째서 다른 누군가가 되기를 바라겠는가? 유일한 절대 선은 존재하지 않는 것뿐이다.
석류의 씨 빗장 지른 문,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그는 삶에 사슬로 매여 있었다. “의식의 죄수.” 그 문구를 어디에서 읽었던가? 그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게 되었다. 한밤중에 뇌가 불타는 듯한 기분일 때면 그의 고정된 정체성, 축소할 수도 정복할 수도 없는 자아의 감각이 여태껏 경험한 그 어떤 느낌보다도 더 날카롭게, 더 은밀하게, 더 피할 수 없게 찾아왔다.
석류의 씨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그는 토막 잠이 들었다가 무언가가 그에게 달라붙은 느낌, 그의 손과 얼굴, 목구멍 속에 붙은 느낌에 깨어나곤 했다. 그러다 머릿속이 맑아지면 뭔가 진하고 끈적이는 물질처럼 그에게 달라붙은 것이 바로 자신의 혐오스러운 인격임을 깨달았다.
석류의 씨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그에게 자기 파괴의 욕망이 되살아났다. 그러나 다시 그의 육신은 반사적으로 움츠러들었다. 그는 간절히 남의 손에 죽고 싶었다. 도저히 자기 손으로는 할 수 없었다. 어찌할 수 없이 육체적으로 움츠러드는 반응 말고도 그를 억누르는 동기가 또 하나 있었다. 자기 이야기를 진실로 확실히 입증하고 싶다는 끈질긴 욕망이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무책임한 몽상가로 치부되기는 싫었다. 결국은 자살할 수밖에 없다 해도 그 전에 자신이 죽어 마땅하다는 것을 사회에 입증해야만 했다.
석류의 씨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그가 억누른 말은 머릿속에서 잇달아 다른 말을 낳았다. 그의 내적 자아는 논쟁들로 소란스러운 공장이 되었고, 그는 자신의 범죄에 대한 진술을 공들여서 읊고 쓰는 데 긴 시간을 보냈다. 그는 그 진술을 끊임없이 수정하고 발전시켰다. 들어주는 이 하나 없는 가운데 그의 활동은 점차 위축되었고, 깊어지는 무관심의 해류 아래 매장되어가는 기분이었다. 분개한 그는 범죄를 한 번 더 저질러서라도 반드시 자신이 살인자임을 입증하고 말겠다고 맹세했다.
석류의 씨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자기 자신을 죽이는 것은 두려나, 남을 죽여서까지 살인을 입증하고 싶은 마음. 정신병원에 갇히는 건 두려우나 살인을 입증해서 사형에 처하고 싶어하는 마음. 자기도 할 수 없는 것을 남이 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 그것도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는 일을 말이죠... 도무지 제정신이 아닌 이 남자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애초에 죽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기에? 자기 도피 같긴 하지만요...
회피형에 겁쟁이 같아요. 죽고싶은데 혼자 죽을 용기도 없는 주인공. 끝에 해설을 읽어보면 더 명확해지겠죠?
근데 또 이런 겁쟁이가 주인공이 되는 일도 있는거죠 뭐. 무제 서국도 영상에서, 불량학생이 아니라 모범적인 반장이 주인공이라는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소개말이 생각났어요. 저는 안 읽어봤습니다^^;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1 - 자존심은 질투를 허락하지 않는다우등생이자 모범생인 반장 이아랑, 모범생으로 보이고 싶지 않은 우등생 곽연두, 우등생이 되고 싶은 모범생 하은이 만드는 에피소드를 통해 주인공들과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청소년뿐 아니라 이미 청소년 시기를 지나온 성인에게도 학창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저도 5권까지 집에 있는데도 아직 제대로 읽어본적이 없어요ㅎ 저희집 첫째는 이 책을 참 좋아해서 한꺼번에 꺼내서 자주 읽기는 합니당
자기 안의 심연을 다른 인간의 눈에 드러내기보다는 기계적이라도 사회적인 제스처를 계속하는 편이 더 쉬웠다.
석류의 씨 빗장 지른 문,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빗장 지른 문-3. 그래니스의 구금, 빗장 지른 문은 결국 보호였을까요, 고립이었을까요? 나는 삶에서 문을 걸어 잠그는 순간이 있었나요?
다른 인물들은 겉으로는 그래니스를 어떻게든 보호하려는 것처럼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래니스가 정신적으로 몰리고 고립되는 상황을 알면서도 방치하는 것 같아 오히려 무섭게 느껴지죠. 그래니스 입장에서는 세상과 단절되고 족쇄에 묶인 채, 주변 사람들에게 정신이상자로 취급받으면서 사건에 집착하게 되는 현실이 안타깝고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래니스의 범행이 입증될 경우 그들 자신이나 그 시대적인 상황에서 기득권층들에게도 불이익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막는 것처럼 보여서 그들의 행동이 진심 어린 걱정에서 비롯된 보호로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마음을 숨기거나 닫았던 경우는 많지만, 남을 이렇게 보호라는 이름으로 문을 걸어 잠근 건 없었던 것 같아요. 무언가의 계기가 생긴다면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만요. 아직까진 없어서 다행이라고 할까요?
'그는 여행을 다니며 글을 쓰고 싶었다. 그것이 가슴 깊이 품은 소망이었다.' '그는 삶에 사슬로 매여 있었다. “의식의 죄수.” ' 현실과 괴리된 이상과 꿈은 오히려 '빗장 지른 문' 안에 갇힌 삶을 살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는 몸을 돌려 서둘러 자기 방으로 돌아와 다시 희망을 품고 새 진술서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정신차려이각박한세상속에서..! 라고 해주고 싶은데 그래니스의 세상은 너무나 따스하네요..^^
생기 없는 일상을 반복해야 한다는(기계적인 몸짓을 또 하루 수행해야 한다는) 공포가 다시 그를 사로잡았다.
석류의 씨 빗장 지른 문,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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