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의 비트코인과 지정학』 함께 읽기 (비트코인, 그리고 달러의 지정학의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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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일본, 미국의 고립주의를 깨우다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미국 본토를 침공한 유일한 나라, 일본 : 1853년 미국의 흑선이 도쿄만에 진입한 후 일본은 수십년 만에 열강으로 부상했다. 일본은 유일하게 미국에 정면으로 맞선 나라로 1941년 진주만을 기습했는데, 미국은 일본군과의 전면전을 피하려 핵폭탄을 사용한다. 산업화에 불리했던 제국주의 일본 : 평야와 자원이 부족했던 일본은 제국주의를 통해 식량과 자원을 조달해야 했다. 미국은 일본의 팽창을 견제해야 했으나, 냉전으로 극동아시아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일본이 책임지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미국 시장과 원자재 수송로에 무상으로 접근할 수 있었고, 그 결과 1980년대 평균적인 일본인의 생활 수준이 평균적인 미국인을 능가하게 되었다. 미국과 공동으로 중국에 대응하는 일본 : 일본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의 구상에 적극 협력하기 위해 방위력을 꾸준히 증강함으로써 역내에서 미국의 조력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본 :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은 일본을 비무장 농업국가로 만들려 했으나, 한국전쟁 발발로 미군의 작전을 지원하도록 했다. 일본은 방위력을 최소한으로 한정하려 했으나, 1980년대 미국은 소련 견제와 동북아 수송로 방어를 위해 일본의 방위역량을 키우고자 했다. 1990년대 이후의 일본 : 1990년대 냉전이 끝나면서 일본의 역할은 UN 평화유지활동으로 옮겨갔고, 북한의 핵 위협으로 한반도에서의 역할도 확대되었다. 그러나 일본은 2000년 이후 경제난과 재정적자로 국방비를 계속 축소했는데 중국을 봉쇄하려는 미국은 이를 국방의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으로 인식했다. 미국은 일본을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우방으로 인식하면서도 견제한다. 미국은 러일전쟁 당시 일본을 응원했으나, 일본이 러시아를 압도하고 태평양의 안정을 위협하려 하자 1905년 ‘포츠머스 강화조약’을 중재해 일본을 견제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의미 : 주한미군은 지난 80년 간 일본을 보호하는 힘으로, 일본은 미국의 군사력에 기대 산업발전에 국가역량을 집중할 수 있었다. 앞으로 주한미군은 일본과 중국의 결합을 견제하는 힘으로 미국에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한동안 미국의 현실주의는 일본을 통해 중국을 봉쇄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 위협이 쇠퇴한 후 고립주의가 대두되면, 일본 중심 동아시아 블록이 형성되어 서태평양에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수 있다. 18. 기술의 지정학 미국이 이끄는 국제질서 속에서 일본이 급성장하자 가장 먼저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 도시바가 코콤 규정을 위반하고 소련에 잠수함 기술을 수출하고,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자 미국은 일본을 위협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일본 기술 산업 규제를 강화하고, 일본 반도체의 대항마로 한국과 대만을 키웠다. 2018년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협력해 화웨이 등 중국 기술 기업의 도전을 차단했다. 이처럼 기술은 단순한 경제적 도구가 아니라 지정학적 무기가 될 수 있다. 기술의 미래를 바라보는 데 있어 단순한 산업적 관점을 넘어, 지정학적 시각을 함께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
기술은 단순한 경제적 도구가 아니라 지정학적 무기가 될 수 있다.
트럼프 시대의 지정학과 비트코인 - 미국 세계전략의 대전환과 달러체제의 위기 p.183, 오태민 지음
19. 마침내 고립주의 전성시대가 다가오는가? 미국은 계속 고립주의를 고집할 수 있을까? : 미국은 소련 해체로 동맹의 안보를 책임질 이유가 없어진 데다 셰일가스 혁명으로 식량에 이어 에너지 자급까지 가능해지면서, 석유수송로의 안전을 미국이 책임지는 현재의 구조에 대해 깊은 회의감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해양 세력의 고립주의 방향은 ‘요새화 전략’이다 : 해양 세력은 육지의 세력 다툼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고립주의 전략을 구사하면서도, 거점을 확보해 항행의 자유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러나 남미의 경우 미국의 남동쪽에 치우쳐 있어 유럽을 장악한 대륙 세력이 남미를 세력권에 포함시킬 수 있으므로 유럽전쟁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요새화 전략, 동아시아에서는 가능하다 : 그러나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 북미나 남미에 힘을 투사하기 어려우므로 미국의 고립주의는 태평양에서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팽창은 사실 러시아, 인도, 한국, 대만, 일본의 문제이다. 미국인들은 이들이 할 일을 대신하면서도 그에 걸맞는 존경과 경제적 대가를 얻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현상은 고립주의가 주류로 대두하는 과정에서 나온 현상일 수 있다. 미국이 고립주의 요구에 대응하는 법, 지역문제의 지역화 : 미국은 한미일 협력으로 동북아 안보 체제를 강화하고,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을 연결하는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미국은 직접 글로벌 경찰 역할을 수행했으나, 이제는 지역의 문제를 지역 동맹이 해결하도록 유도하면서 후방에서 지원과 중재 역할을 수행하려 한다. 20. 아브라함 협정, 중동문제의 중동화 미국은 어떻게 중동에 빨려들어갔는가? : 1956년 나세르는 수에즈 운하의 국유화를 선언한다. 이에 영국과 프랑스는 이스라엘과 연합해 개입했는데, 이는 냉전 상황에서 도덕적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었으므로 미국은 즉각 철수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나세르는 아랍 민족주의의 상징적 지도자로 떠올랐고 다른 아랍 국가에서도 반서방 정서와 민족주의 열기가 퍼져나가면서 중동 전역에서 쿠테타와 내전을 촉발시켰다. 미국의 전략이 미국의 족쇄가 되다 : 미국은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 동안 양국의 소모전을 유도했다. 전쟁 부채 해결을 위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쿠웨이트를 침공했다.(1990) 미국은 걸프전쟁(1990-1991)을 통해 이라크군을 쿠웨이트에서 축출했고, 이를 위해 사우디에 군사기지를 구축했다.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는 사우디 미군 주둔을 ‘신성모독’으로 간주하고 2001년 9.11 테러를 일으켰다. 부시 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이라크에 침공해 수니파 정권을 붕괴시켰다(2003). 이로 인해 시아파가 권력을 잡았고, 시아파인 이란의 영향력이 급속히 확장되었다. 권력을 잃은 수니파는 ISIS로 재탄생했고 중동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미국의 중동 전략은 결국 미국 스스로를 족쇄로 묶는 결과를 초래했다. 아브라함 협정, 이스라엘과 아랍은 동맹으로 가는가?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이스라엘을 공식적으로 국가로 승인하는 아브라함 협정이 체결되었다.(2020)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거주지역에 건국되었으므로 많은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이란이 부상하면서 수니파 왕국(사우디, UAE, 바레인)들과 대립각을 세우자 협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팔레스타인 문제가 중동 외교의 핵심이 아니다 : 팔레스타인 문제는 중동의 반이스라엘 정서를 결집시키는 핵심 쟁점이다. 하마스는 아브라함 협정을 무력화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2023) 이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 대응으로 UAE와 바레인에서 반이스라엘 시위가 발생했고 아브라함 협정 파기를 외쳤으나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외교 정상화 ‘연기’로 대응했다. 현실주의자 네타냐후, 그리고 트럼프 : 표면적으로 요르단과 사우디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나, 네타냐후 총리는 아랍 국가들의 팔레스테인 문제에 대한 접근은 명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꿰뚫어 보았고, 이 통찰은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현실화되었다. 이 협정은 아랍 국가들이 이란이라는 공동의 적 앞에서 경제, 안보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탄생했다. 때마침 미국도 친이스라엘 정책을 펼쳤던 트럼프의 시대로 전환되었다. 지역문제의 지역화 : 이란은 중동 질서를 위협하는 ‘수정주의 세력’으로 기존 국가 간 경계를 무시하므로 이스라엘과 걸프 국가들은 안보 협력 수준을 군사적 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부상으로 한일 안보 협력이 촉진되는 것과 유사한 양상이다. 네타냐후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역 문제의 지역화’ 전략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으며, 아브라함 협정은 이러한 현실주의적 외교의 산물이다.
21. 트럼프, 비트코인을 전략무기화하다 미국, 비트코인에 대해 생각을 바꾸다 2024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암호화폐의 수도’로 만들고 비트코인을 전략적으로 비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비트코인이 달러를 보완하는 수단이자 중국 등 현상변경세력에 대한 전략 무기라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10만달러 돌파보다 더 중요한 사건: 비트코인은 1달러를 넘어선 순간 기존 금융 질서를 잠재적으로 전복시킬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 도구가 되었다. 본질은 ‘왜 비트코인이 유의미한 가격을 갖는가’라는 질문에 있다. 비트코인은 전송수단이자 전송물 : 비트코인은 기존 금융 시스템 없이도 안전하고 신속하게 거액을 국경 넘어 보낼 수 있는 최초의 자산이다. 변제의 최종성 : 기존 금융망은 법적 강제를 통해 변제의 최종성을 보장하지만, 비트코인은 법적 강제 조치 없이도 스스로 변제의 최종성을 구현한다. 소비자 보호 기능이 없으므로 비용이 낮고, 금융 제재 우회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비트코인은 개별국가의 통화주권을 훼손한다 : 국가는 국민들이 자국 화폐를 가치 저장 수단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통화 정책을 수행해 경기 부양이나 과열 억제를 통해 경제를 안정화한다. 비트코인 선호는 통화정책의 효력 약화, 자본 유출 가속, 인플레이션 심화, 외환 통제 무력화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지연전략에서 적극적인 포용으로 : 소비자 보호, 범죄 사용, 통화주권 훼손이라는 세 가지 주요 문제의 근원이 바로 변제의 최종성이다. 미국은 변제의 최종성의 부작용 때문에 지연전략을 써왔으나, 트럼프 이후 적극적 수용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비트코인은 위협이지만 차선의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 달러의 위기와 중국의 수정주의 : 2024년 미국이 국채 이자 부담이 국방비를 초과했다. 니얼 퍼거슨은 제국의 부채 이자가 방위비를 넘어서면 제국의 의무를 소홀히 하게 되고 결국 쇠퇴로 이어진다고 한다. 무역 안정성 유지에 미 해군력이 투입되는데 대미 무역 흑자국들은 미국채 매입으로 비용을 분담하고 있었다. 중국은 미 국채 축적 대신 일대일로에 투자하며 미국 안보 시스템에 대항하는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장기 국채 수요 감소로 이자율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트럼피즘과 달러 시스템 : 미국 달러 체제는 경상수지 적자를 통한 달러 공급으로 유지되나, 제조업 유출로 중산층 일자리가 사라졌다. 일자리 수출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 이를 위해 무역적자를 줄이거나 유지하겠다는 것이 트럼피즘의 핵심이다. 향후 비트코인을 무역결제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왜 비트코인이 중국 정부를 외통수로 몰아넣는가 : 중국은 2017년 비트코인 거래소 폐쇄, 2021년 채굴 금지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자본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 비트코인 자유화는 금융·통화 체제를 위협하며 유동성 위기와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트코인은 중국에게 독이다 : 중국은 홍콩을 통해 위안화 국제화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신중하게 금융 개방을 진행하고자 한다. 중국은 정치안정을 우선하며 금융 개방을 제한하지만, 미국이 비트코인을 제도화하면 자본 유출·외환 부족·물가 상승·금융 부실화가 심화되어 정치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22. 달러 CBDC와 보편질서의 갈망 달러 스테이블 코인의 대두 : 폴 라이언 전 하원의장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부채 문제 완화와 달러 패권 유지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 주장했다. GENIUS Act는 100% 담보 의무, 월간 준비금 보고, 100억 달러 초과 발행자의 연준 감독을 규정하며, 미국 디지털 자산 산업과 달러 지배력 강화를 목표로 한다. USDT와 USDC는 각각 68%와 26%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준비금의 절반가량을 미국 국채로 보유한다. 트럼프 정부의 변화 : 트럼프 대통령은 암호화폐에 유연한 태도를 보인 제이 클레이튼 전 SEC 의장과 테더 지분을 가진 하워드 러트닉을 요직에 임명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중국 견제 목적이지만, 유로화 불안정으로 유럽이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MiCA 규제에도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지배력은 유지되었다. 미국은 국채 시장의 핵심 수요처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꼽는데, 경제 안정화와 패권 유지 전략에 유용할 것으로 본다. 미국이 달러 CBDC를 발행한다면 : 트럼프는 중앙은행이 모든 금융 거래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CBDC에 반대하며, 과도한 통제와 개인정보 침해를 우려했다. 달러 CBDC는 국가 통화주권을 무력화시키고 다수 국가의 거시경제 조작 능력을 상실시킬 수 있다. 포스트 1945, 브레턴우즈 체제는 국제무역의 성장과 안정을 위해 달러 가치를 금에 맞춰 태환하고, 다른 통화의 환율은 달러에 고정시킨 제도인데, 미국 스스로 붕괴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유럽통화의 특이성 : 케인즈주의 경제학자들은 유로존은 단일 통화로 인해 개별 국가의 환율 조정이 불가능하고, 노동 이동의 제약과 자본 유출이 경제 불균형을 심화시킨다고 본다. 노동력과 자본 이동의 불균형이 문제를 악화시키는데, 노동은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는 반면 자본은 빠르게 빠져나가면서 경제 불균형이 더욱 심화된다. 그러나 유로화는 정치적으로 유럽 통합에 기여한다. 달러시스템은 지구에서 가장 광범위한 금융규칙이다 : 보통법은 봉건 영주가 아니라 왕이 직접 통치하는 중앙 권력의 재판소에서 적용된, 오랜 전통과 판례를 중심으로 형성된 법체계로, 자유의 기초가 되었다. 개인들은 보편적 질서를 추구한다. 광범위한 지역의 규칙일수록 이해관계자가 많아서 감시자도 많다. 제국은 여러 민족과 지역을 통합, 유지해야 하므로 투명한 규칙을 내세워 지역 갈등을 최소화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제국을 통합하려고 한다. 사람들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대부분 달러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23. 달러와 국민국가의 공존 케인스와 화이트가 설계한 세계통화 금융시스템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시장이 자율적으로 균형을 찾아간다고 믿었다. 그러나 전후 세계통화 금융시스템을 설계한 케인스와 화이트는 각국 정부가 좀 더 활발히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케인즈는 하나의 국민경제가 이자율을 낮추어도 자본이 유출되지 않도록 하려면 자본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지 못하도록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개별 국가의 통화주권과 고정환율 금본위제에서는 무역 수지에 따라 금이 자동적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이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에 약탈적 효과를 낳는다. 1929년 대공황 이후 많은 국가들이 경쟁적 평가절하와 보호무역에 나섰고, 이는 국제무역 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국제무역을 활성화하면서도(고정환율제) 각 나라가 자국 경제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통화 주권)는 케인스와 화이트의 아이디어는 1945년 체제(브레튼우즈)의 핵심 원리가 되었다. 고정환율은 무역 거래비용을 줄이고, 보호무역·환율전쟁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 미국 이외의 국가들은 미국이 기축통화국 지위를 활용해 부를 ‘약탈’한다고 불평하지만, 그 국가들도 미국이 무역적자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해주기를 원한다. 대미 무역흑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곧 자국 일자리 유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거대 권력의 중심에서 멀어 제국의 변덕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중립적이며 한편으로는 적당히 문명화된 곳이 교역과 금융의 중심지가 되는 것은 예상보다 유서 깊은 일이다."
트럼프 시대의 지정학과 비트코인 - 미국 세계전략의 대전환과 달러체제의 위기 p.314, 오태민 지음
북베트남은 구심점이 공고했다. 프랑스에 대항해 오랜 기간 투쟁해 온 공산주의 민족게릴라들이 중심이 되었고, 혁명가인 호찌민이 베트남에서는 누구도 도전할 수 없는 권위를 구축했다. 그러나 남베트남은 혼합된 사회였다. 과거 프랑스 식민정책에 협조한 이들과 프랑스에 대항했던 불교를 비롯한 민족주의자들 그리고 응우엔 왕실 세력도 있었다. 103p 미국은 바오다이 전 황제 대신 프랑스 식민지 고위 관료였다가 민족투사의 길을 걸었던 응오딘지엠을 후원했다. 달리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응오딘지엠은 한때 호찌민이 포섭을 시도한 적도 있을 만큼 반공 독립투사로서의 명성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지원 아래 정권을 잡는 과정에서 그는 요직에 자신의 친인척을 앉히고 반공을 내세우며 독재로 나아갔다.104p 남베트남은 사회통합을 이루기는커녕 질서를 회복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의 대통령은 존 F. 케네디였다. 이상주의자들이 많기로 유명한 미국의 평균적인 대통령들보다 훨씬 이상주의에 가까웠던 그는 베트남에서 미국이 달성하려는 목표는 두 개라고 말했다. 하나는 공산주의 세력의 팽창을 저지하는 것이고 하나는 모범적인 민주국가를 수립하는 것이었다. 이런 목표를 가지고 있는 이상주의 대통령으로서는 베트남 정부를 교체해서라도 민주화해야만 미국의 여론을 움직여 베트남 개입을 정당화하고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도 다영ㄴ했다. 105p 케네디 행정부의 인내는 한계에 달했고, 베트남의 독재정부를 전복시켜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미국은 베트남 군인들의 쿠데타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독려했고 결국 응오딘지엠 총통은 쿠데타가 발생한 날 바로 살해당했다. 이후 베트남 정부는 더욱더 큰 혼란에 휩싸였다. 대안이 부재한 상황에서 그나마 정통성 있던 지도자를 살해하고 정부를 전복시키기로 결정했던 미국 정부 인사들은 두고두고 후회했다.107p 닉슨 대통령은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중국을 끌어들여 소련 봉쇄의 강도를 높였고, 군사지정학 게임의 판도 전체를 바꿔 베트남전쟁으로 실추된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했다. 충격요법을 사용해 금태환을 중단했으나 어쨌든 달러체제의 해체에 따른 글로벌 금융 붕괴를 막았다. 오늘날 '페트로달러'로 널리 알려진 방법, 즉 사우디아라비아와 특수한 관계를 맺는 대가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수출 대금을 모두 달러로 결제하는 식으로 달러의 지위를 유지, 격상한 것도 닉슨 대통령이다. 117p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전후 질서에 충격을 가했다... 고상한 가치를 강조하는 이상주의적 수사를 내세우는 여타의 미국 대통령들과는 달리 트럼트 대통령은 미국우선주의를 본인의 정치 간판으로 내걸었다...노골적인 미국우선주의는 트럼프를 따르는 지지자들에게는 강렬한 인상과 시원한 해갈을 안겨 주었지만 그를 반기지 않는 미국의 유권자들에게는 당혹스러움을 안겼다. 161p 또한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것을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방치했다는 것이 당시 트럼프 후보 연설의 요지였다. 그의 이런 주장들은 주류 언론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SNS를 타고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특히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인 지역들, 그중에서도 러스트 벨트로 불리는 주들에서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표를 빼냈다. 162p 미국은 시장을 개방한 지 얼마 안 되어 일본과 독일, 한국과 대만 그리고 중국에 제조업 우위를 내주었다. 그리고 금융과 IT등의 고도화된 산업으로 이동했으나 거대한 제조업만이 제공해 줄 수 있는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 고급교육을 받지 않은 국민이 정년퇴직을 할 때까지 괜찮은 임금을 받을 수 있었던 좋은 일자리들이 사라졌고, 고급교육을 받거나 창의적이거나 투자에 감각이 있는 이들을 위한 일자리는 새로 생겨났다 163P 내생각) 1장은 마지막 240p까지 미국이 G1 패권국가로 부상하는 일련의 세계사를 기술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과 중국의 긴장고조, 베트남 전쟁, 천안문 사태와 소련의 패망, 아브라함 협정과 중동 헤게모니 전쟁 등등.. 이 장면장면 속에는 한결같이 미국이 관련되어 있다. 아이젠하워,케네디,닉슨,카터,레이건,부시부자,클린턴,오바마,트럼프,바이든, 다시 트럼프까지.. 패권국 미국 대통령이 이 세계사의 장면에 등장하는 과정과 결과들이 적나라하게 기술되어 있다. G1 패권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무역적자를 감래하며 끝없이 달러를 세계 시장에 공급해줘야 하는 기축통화의 역설적 운명과 함께...결국 달러의 이런 눈부신 활약을 위해서 미국정부의 부채규모가 미국 GDP 100%를 초과하는 수준까지 상승해버렸으며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도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여기까지가 1장의 내용이다. 그리고 마침 트럼프 2.0 정부가 시작되었으며 이재에 밝기를 둘째가라하면 서러워할 트럼프가 가상화폐를 본격적으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비트코인에 대한 미국의 행보가 트럼프 선거팀이 어쩌다 일으킨 해프닝으로 남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와 그를 둘러싼 전략가들은 달러가 위기에 빠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비트코인이 달러의 지위를 보조하는 유력한 수단일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고 특히나 중국과 같이 미국 중심 글로벌 시스템의 변경자를 자처하는 국가들에게 비트코인이 전략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까지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44p 비트코인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10만달러 돌파가 아니라, 1달러를 돌파한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비트코인이 1달러를 넘어선 순간은 기술적, 심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이는 단순한 코드 조각으로 여겨졌던 비트코인이 처음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 시점부터 비트코인은 단순히 실험적인 프로젝트에 머물지 않고, 기존 금융 질서를 잠재적으로 전복시킬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 도구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245p 비트코인은 전송수단이자 동시에 전송물이다. 전기의 속도로 지구 반대편까지 보낼 수 있는 전송수단인데, 무엇을 보내느냐 하면 바로 비크코인 그 자체를 보낸다. 246p 비트코인의 1달러 돌파는 단순한 수치적 변화가 아니라 차원적 변화를 의미한다. 아무런 가치도 없던 디지털 코드가 단순히 존재만으로 가치물이 된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1달러의 가치를 가지게 되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비트코인이 가치물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를 통해 100만달러를 지구 반대편으로 손쉽게 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100만달러를 지구 반대편으로 순간이동시키고 싶은 사람은 100만 개의 비크코인을 전송하기만 하면 된다. 247p 이는 기존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해내지 못하던 일이다. 비트코인은 금융 기업이나 국가의 협조는 물론, 그들의 방해를 받더라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달할 수 있는 전자적 가치물이다...이는 선례가 없던 일이다. 굳이 비유적으로 설명하자면 과학자들이 금과 금을 코드화해서 전파에 실어서 멀리 보내고 그 코드를 수신한 쪽에서 그 코드를 가지고 다시 금괴를 조합하는 것과 같은 기술적 도약이다. 사실 이 보다도 한 단계 더 나아간다...248p
규제당국을 난감하게 하는 비트코인의 특성이 바로 '변제의 최종성'이다. 비트코인은 변제의 최종성(결제의 최종성)을 가진 새로운 지불 수단이다. 그러나 이 최종성은 기존 금융망이 제공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여러 가지 위험을 수반한다. 변제의 최종성은 자금 이체가 최정적이라서 되돌릴 수 없다는 의미이다. 249p 법적 강제 조치 없이도 스스로 변제의 최종성을 구현한다. 비트코인의 네트워크에서 한번 거래가 승인되면, 그 거래는 되돌릴 수 없다. 기존 금융망처럼 은행들이 연대 책임을 지게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금융기업을 처벌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특징은 비트코인을 기존 금융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절대성, 최종성을 띠는 지불 수단으로 자리매김시킨다. 250p 비트코인의 변제의 최종성은 각국의 통화관리 능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253p 비트코인이 기존의 화폐 금융시스템에 중대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255p 달러의 위기는 비트코인과 상관없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 2024년은 이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해다. 미국이 국채 이자로 지출하는 돈이 국방 예산을 초과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금융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역사적으로 제국들이 부채 이자 비용이 방위비를 넘어서는 순간부터 제국의 의무를 소홀히 하게 되었고, 결국 쇠퇴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이러한 일이 미국에서도 가속화되고 있다. 256p 미국은 기축통화국으로서 달러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통화를 운용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 257p 국제무역이 확장되면서 달러 수요가 증가했다. 미국은 무역적자를 통해서 외국의 상품이나 자원을 수입하면서도 국가부도를 염려하지 않는다. 이는 국제무역이 교묘한 세금 시스템 위에서 작동했음을 의미한다. 즉, 미국의 해군력에 의지해서 무역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는 비용이 들어가는데 국가들은 이 비용을 분담하고 있었다. 국가들이 무역에서 미국 달러를 사용하는 것과 미국에 무역흑자를 낸 국가들이 미국으로부터 번 달러로 미국의 국채를 매입하는 순환의 형태가 일종의 교묘한 세금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이 이 시스템에 균열을 가져왔다. 중국은 시진핑이 주석직에 오른 2012년 이후 미국 국채를 축적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는 계속 늘고 있지만, 중국이 보유한 미국채 총량은 정체 상태다. 258~ 259p 중국의 반란으로 허약해진 달러 시스템에 트럼피즘은 마지막 일격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피즘은 단순히 트럼프라는 개인을 넘어 미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연결된 현상이다. 259p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통해 다른 나라에 달러를 공급한다...그러나 이 시스템은 미국 내부를 갉아먹었다. 제조업이 외국으로 이전하면서 중산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미국 정부는 국채를 발행해 복지를 늘릴 수는 있었지만, 준수한 일자리 회복에는 실패했다. 결국, 세계화에 불만을 품은 중산층의 목소리가 커졌고, 이를 대변하고 정치세력으로 만든 사람이 바로 트럼프였다. 260p 그러나 제3국 간 결제에서 위안화가 사용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위안화의 확장은 달러 체제의 직접적인 도전으로 여겨질 수 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이 금이나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미국이 용인할 수 있는 선택지다. 위안화 뒤에는 지정학적 라이벌인 중국이 있지만, 비트코인 뒤에는 그런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261p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약 15만 명의 중국 투자자들로부터 50억파운드(약 8조 4,355억)를 편취한 야디 장에 지시에 따라, 각국에서 비트코인을 현금 및 기타 자산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수행한 대리인 중 한 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 사건은 2014년부터 중국 부호들이 비트코인을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자본 유출을 시도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2012년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이후 부정부패 척결 캠페인인 강화되면서 매년 2만 명 이상의 공직자가 숙청당하던 시절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 동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중국 부자들은 다른 나라의 부자들보다 훨씬 일찍 비트코인을 발견하고 이를 자산 보호와 유출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흐름을 막기 위해 비트코인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2023년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에서 월평균 500억달러의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는 중국의 월간 무역흑자에 맞먹는 금액이다.. 비트코인을 억제했음에도 자본 유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비트코인 시장이 다시 상승장을 맞이한다면 중국 정부는 더 큰 압박을 받을 것이다. 2025년 비트코인 상승장이 펼쳐질 경우, 중국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소유 금지라는 극단적 조치밖에 없다. 그러나 실효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262~263p 트럼프와 그의 핵심 참모들은 자본 자유화가 중국 체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263p 내생각) 그래서 비트코인은 중국에게 독이며, 트럼프 2.0 정부는 이런 이유에서라도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정부 주도로 더욱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폴 라이언 전 미국 하원의장은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을 통해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미국의 부채 문제를 완화하고 달러의 글로벌 위상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단순한 금융 혁식을 넘어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경제 안정성과 글로벌 금융 질서를 재편하는 전략적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70p 2025년 1월 트럼프 취임 후, 트럼프 행정부는 곧바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착수했다. 271p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확장은 중국을 겨냥한 전략으로 보이지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곳은 유럽일 가능성이 높다. 유럽연합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으며, 이는 유로화의 구조적 불안정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은 스테이블코인의 수용도가 비트코인을 앞지르고 있다 273p 2차 세계대전 전후의 세계 통화 금융시스템은 영국의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미국의 덱스터 화이트가 기본 골격을 설계했다. 이 둘 모두 전후 세계체제에서는 각국 정부가 좀 더 활발히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한 케인스주의 경제학자들이었다. 283p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시장이 자율적으로 균형을 찾아간다고 믿었다. 하지만 케인스는 이런 주장이 특수한 경우에만 성립한다고 반박했다. 그의 주장은 간단하다. 경기가 침체되면 실업이 늘어나고, 이는 소비와 투자를 더욱 위축시켜 경기 침체를 심화시키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케인스는 나아가 자본 이동의 통제를 영구적인 정책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정부가 일정 부분 자본의 국경간 이동을 통제함으로써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한 국가의 경제가 침체되면 그 국가의 정부는 이자율을 낮추어서 투자와 소비를 진작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자율을 낮추면 이자율이 높은 나라로 자본이 유출되고,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자본이 필요한 나라에 자본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발행한다...따라서 하나의 국민경제가 이자율을 낮추어도 자본이 유출되지 않도록 하려면 자본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지 못하도록 정부가 국경을 통제해야 한다. 이것이 케인스와 화이트의 생각이다.283~284p 미국 달러패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국가들은 세계화폐는 원하지 않지만 무역에 사용할 기축퉁화는 원한다. 다시 말해 달러를 포기하고 19세기식 금본위제로 돌아가기를 진심으로 희망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금본위제 아래에서는 개별 국가의 화폐가 달러체제보다 훨씬 엄격한 금이라는 규칙에 얽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 국가들은 지금의 체제에서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미국과 같은 나라가 무역적자를 통해 유동성을 풍부하게 공급해주기를 원한다..그렇다고 미국이 무역흑자로 돌아서기를 원하지 않는다. 미국을 상대로 더 이상 막대한 무역흑자를 쌓지 못한다는 말은 미국으로부터 가져온 일자리를 도로 토해내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국제통화 시스템이야말로 너무나 복잡한 이해관계의 산물이다...달러 CBDC가 복잡한 매듭을 단번에 잘라버릴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매듭이 풀리면서 어떤 기둥이 무너져 내릴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287~288p 케인스가 포스트 1945체제를 위해 제안한 방코르(Bankor)는 일종의 새로운 국제 통화였다. 방코르는 기존에 없던 개념으로, 국제기구를 통해 국가 간 통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다. 325p 케인스는 은행들이 환어음을 주고받으며 실제 화폐를 쓰지 않고 장부만 수정해 거래를 청산하는 방식을 참고해 방코르를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방코르는 금을 사용하지 않고도 국가 간 무역 수지를 청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방코르는 국제통화로서 기능하며, 회원국은 금을 지급하고 청산은행으로부터 방코르를 구입할 수 있다. 이 방코르를 수입 대금 결제난 적자를 상계한는 데 사용된다..방코르는 오직 국가 간 무역적자를 조정하고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며, 시스템 내부에 머물러 국제금융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이처럼 방코르는 실물 화폐 없이도 신뢰를 기반으로 국제 거래를 지원하고, 무역에서 발생하는 불균형을 관리하기 위한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다.327~ 328p 포스트 1945체제에서는 미국이 규칙의 수호자다. 미국 혼자 전쟁에서 이긴 건 아니었지만 미국의 참전으로 승패가 결정된 데다 기존 강국들이 전쟁으로 소모되었기 때문이다. 334p 미국의 무역흑자는 불과 15년 만에 적자로 뒤집혔다. 337p 1971년 금태환을 정지하기 전부터 달러의 금태환은 문제가 되었다. 1960년에 이미 미국의 해외통화 부채가 처음으로 미국의 금 준비금을 초과했다. 338p 1971년 미국이 기습적으로 달러의 금태환을 정지했을 때 가장 피해를 본 국가는 일본이었다. 일본은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사실상 달러를 금으로 태환하지 않았고 중앙은행이 달러를 들고 있었다. 미국은 자신들이 주도하는 질서에 가장 협조적인 파트너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주는 조치를 취했던 셈이다. 일본은 미리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339p 금에 매이지 않는 달러에 자국의 준비자산을 의탁하는 것을 너무나 불안해하던 각국 정부를 달래기 위해 미국은 자신들이 거절한 바 있었던 케인스의 아이디어를 빌려와야 했다. 당시 국제무역에 쓰일 유동성이 부족했는데 그 이유는 금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달러를 공급하면 미국의 국제수지가 악화되고, 그 결과 국제교역 참가국들은 달러를 믿을 수 없게 된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트리핀의 딜레마다. 트리핀은 금을 보완할 국제통화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달러처럼 어느 나라의 무역적자에 의지하지 않고 국제협약에 따라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이어야 했다. 그래서 나온 게 SDR이다..특별인출권이라고 불리는 SDR은 케인스의 방코르와 닮았다..SDR은 국가 간의 부채 청산에 사용할 수 있는 장부인데 무역흑자와 무역적자를 완충해주는 일종의 완충 역할을 한다. SDR은 장부상 존재하기 때문에 형태도 없고 보관하는 금고도 없다..무역적자와 무역흑자를 SDR로 축적하고 청산하는 시스템이다. SDR을 이용해서 무역적자를 변제하려는 회원국이 있으면 IMF가 무역흑자국을 지정해서 SDR 을 인수하고 흑자국의 준비자산을 희망국가에 인출하도록 한다. SDR은 금이나 달러처럼 누구나 보유하고 싶어 하지는 않기 때문에 IMF는 이를 인수하도록 강제성을 부여한다. 341~342p 내생각) 1945년 브래튼우즈 체제 이후 패권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달러를 국제무역의 기축통화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은 무역수지 적자를 감래해야만 했다. 1945년 이후 15년 만에 무역수지 적자국이 되었단다. 적자가 커질수록 미국 정부 부채는 커질 수 밖에 없으니 달러와 달러표시 자산(미국채등)은 인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진다고 경고한 것이 트리핀 교수가 얘기한 '트리핀의 딜레마'다. IMF 특별인출권(SDR)이 등장한 배경이 이런 달러 인기가 떨어지면서 이를 대체할 수단으로 미국이 주도해서 설립한 IMF를 통해 관리하는 청산 결제시스템이라는 내용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인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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