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클래식 2025] 8월, 순수의 시대

D-29
다음날부터 두 사람은 여기저기 다니며 약혼 인사를 시작했다. 뉴욕 사교계에는 그런 문제와 관련해 명확한 규칙이 존재했고, 뉴런드 아처는 그 규칙에 따라 먼저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웰런드 부인 집을 방문했다. 그다음에는 웰런드 부인, 메이와 함께 덕망 높은 맨슨 밍곳 노부인의 축복을 받으러 찾아갔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청첩장 전달하는 21세기 한국 문화와 너무 비슷한데요. ^^
다음 날 의례적인 약혼 방문 절차가 시작되었다. 그런 일에 있어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뉴욕식 관례에 따라, 뉴랜드 아처는 먼저 어머니와 누이를 대동하고 웰랜드 가를 방문했다. 그다음에는 덕망 높은 집안 어른의 축복을 받기 위해 웰랜드 부인과 메이와 함께 맨슨 밍고트 노부인 댁으로 향했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책읽는수요일'판 번역과 비교해서 보니 더 재밌네요
“여자들도 우리처럼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어요”라는 자신의 말은 그의 세계에서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의된 문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발언이었다. ‘점잖은’ 여자들은 아무리 부당한 일을 당해도 아처가 말한 그런 자유를 요구하지 않을 터였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그렇기에 자기처럼 너그러운 남자들은—격렬한 논쟁에 휘말리면—기사도 정신을 발휘해 더 기꺼이 그런 자유를 허락할 터였다. 그런 관대한 발언은 실은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사람들을 해묵은 관습에 옭아매는 불변의 규범을 가리는 위장에 지나지 않았다.
"여자들도 우리 남자들만큼 자유를 누려야 합니다."라는 자신의 외침은 그가 속한 세계에서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양 묵인되어왔던 문제의 근원을 건드리는 말이었다. 하지만 '교양 있는' 여성이라면 아무리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그가 말한 자유를 결코 주장하지 않을 것이므로, 아처같이 아량 있는 남자들이 (열띤 논쟁이 벌어지는 자리에서) 의협심을 발휘해가며 그런 자유를 용인할 수 있다고 떠들어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사실 말뿐인 이런 관대함은, 체제를 결속시키고 사람들을 낡은 생활 방식에 옭아매는 냉혹한 관습을 그럴싸하게 위장한 것에 불과했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오페라에 갈색 쿠페를 타고 오는 건 개인 마차로 오는 것에 비해 결코 격이 떨어지는 일이 아니었으며, 공연이 끝난 뒤 음악 아카데미 현관에 서서 추위와 취기로 코가 빨개진 자신의 마부를 기다리는 대신 공연장에서 나오자마자 순서대로 (우수갯소리로 민주주의 원칙까지 들먹어가며) 늘어선 갈색 쿠페를 차례차례 잡아탈 수 있다는 엄청난 이점까지 있었다. 수완 좋은 쿠페 대여업자는 미국인들이 공연을 보러 갈 때보다 떠날 때 더 조바심을 낸다는 사실을 탁월한 직관력으로 깨달았던 것이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지금으로 치면 뉴욕 택시의 원조 아닐까요?
그렇네요! ㅎㅎㅎ
오늘날 상류층 모임에 갈때 왠지 발렛파킹하는 느낌이 드네요~~느낌이 비슷하네요~~^^;;
오, 그런 느낌도 나네요 :)
스웨덴 성악가가 독일러로 된 프랑스 오페라를 영어권에서 공연할 경우, 관객들이 이해를 돕기 위해 이탈리아어로 노래하는 것이 음악계의 불문율이었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중역에 중역이로군요 :)
이탈리아 피자가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 피자가 된 뒤 한국에 와서 불닭 토핑과 결합한...
음식으로 예시를 드니 이해가 팍팍 됩니다 :)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영어가 아닌 이탈리어로 노래를!! 진정 글로벌했군요.
저도 읽기 시작했습니다. 올려주신 인용문들을 보면 '김영옥' 번역이 많군요. 교보 SAM 무제한 구독으로 가능한 이북 버전 중에는 제게는 문예출판사 버전 '이미선' 번역이 각주도 많이 있고, 번역도 편해서 이걸로 읽으려고요. 문예출판사 버전은 각주가 충실해서 참 마음에 드네요. 이디스 워튼의 글의 묘미는 디테일의 묘사에 있는데, 그 당시 뉴욕 상류사회의 생활상을 잘 알기 어려운 저로써는 지나치기 쉬운 세세한 디테일에 달려있는 각주를 읽으면서 숨겨진 의미를 알게 되거든요. 특히, 시작하는 오페라 장면에 담겨있는 무수히 세세한 디테일들을 마주하며 저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인 이디스 워튼의 시선에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요.
순수의 시대미국의 대표 여성작가 이디스 워튼에게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작품. 번번이 사랑을 놓치는 아처의 우유부단함과 그에 대비되는 아내 메이의 결단력과 과감함, 시대의 제약에 굴복하려 하지 않으면서도 아처와의 사랑은 가슴속에 묻는 엘런의 수용과 포기 등 엇갈린 세 남녀의 사랑과 애증 관계를 세심하게 그려 보인다.
저는 문학동네 손영미님 번역으로 읽고 있었는데 문장 수집으로 글을 올릴 때 김영옥님 책으로 올렸네요. 이렇게 번역본이 많은 줄 몰랐습니다. 여러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에 다 포함되었나 봐요.
그믐클래식의 ebook은 교보 sam 에 있는 책읽는수요일 출판사 버전으로 골랐습니다만 이외에 다른 출판사의 어떤 버전을 읽으셔도 상관 없습니다. 종이책의 경우는 더더욱 출판사 상관없이 각자의 취향에 맞는 버전으로 고르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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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모든 장편소설 『애주가의 결심』(은행나무)최현숙 『할매의 탄생』(글항아리)조영주 소설·윤남윤 그림 『조선 궁궐 일본 요괴』(공출판사)서동원 장편소설 『눈물토끼가 떨어진 날』(한끼)
이디스 워튼의 책들, 지금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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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증정] 응원이 필요한 분들 모이세요. <어떤, 응원> 함께 읽어요.[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차무진 작가와 <어떤, 클래식>을 읽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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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일(목) 오후 7시 30분 / 저자 배예람X클레이븐 동시 참여 라이브 채팅⭐
[텍스티] 텍스티의 히든카드🔥 『당신의 잘린, 손』같이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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