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클래식 2025] 8월, 순수의 시대

D-29
뉴욕은 왠지 처음부터 번화가였을 것 같은데 아스팔트도 깔리지 않은 외딴 저택에 대한 묘사를 보니 파리보다 뒤처진 뉴욕의 모습이 낯서네요
하지만 우선 뉴욕은 대도시였고 대도시에서는 오페라에 일찍 도착하는 것이 ‘점잖지 못한 일’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관례였다. 무엇이 점잖고 무엇이 점잖지 않은 일인지는 뉴랜드 아처가 사는 뉴욕에서 수천 년 전 선조들의 운명을 지배한 불가사의한 토템들이 주는 공포만큼이나 중대한 역할을 했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지금은 너무나 화려하고 콧대 높은 뉴욕이 유럽에 비해 열등감을 가진 19세기 뉴욕 사교계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당시 뉴욕 사교계의 관례들이 유럽보다 더 복잡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원래 정통성 있는 곳보다 후발주자들의 격식이 더 까다롭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돈을 아끼지 않고 꾸민 무대는 뉴랜드 아처처럼 파리와 빈의 오페라 극장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도 아주 아름답다고 인정받았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그는 장래 뉴랜드 아처 부인이 어리석기를 손톱만큼도 바라지 않았다. 아내가 (깨달음을 주는 그와 교류한 덕분에) 사교 요령과 임기응변을 키워서, ‘젊은층’ 중에서 제일 인기 많은 유부녀들과 어울리며 자기 자리를 꿋꿋이 다지기를 바랐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뉴랜드 아처는 지성과 예술 감각 면에서 옛 뉴욕 상류층의 이런 선택받은 신사들보다 자신이 확연히 우월하다고 여겼다. 이 무리의 다른 어떤 남성보다 책을 많이 읽었고 생각을 많이 했고 세상도 훨씬 많이 봤을 터였다. 그들은 개별적으로는 열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뭉쳐 있으면 ‘뉴욕’을 대표했고, 남성의 연대라는 관습에 따라 아처 역시 도덕이라 불리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그들의 원칙을 인정했다. 이런 면에서 독자적으로 행동하면 골칫거리가 될 것이고, 예법에도 다소 어긋나리라는 점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사람들의 표정은 상냥했지만 그들이 몹시 부적절하게도 바로 그 순간 그녀의 사건을 재판하는 위엄 있는 재판소 모습을 곰곰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에 아처는 사뭇 충격을 받았다. 상황에 걸맞지 않은 경박함만큼 천박한 취향은 없었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자신의 사교 철학을 격언으로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처 부인은 “저마다 총애하는 평민이 있는 법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대담한 언사였지만 많은 사교계 사람들이 속으로는 맞는 말이라고 은밀히 인정했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아, 그렇군요….” 아처가 만족하며 건성으로 말했다. 약혼녀에게서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점은 두 사람 다 자라면서 배운 대로 ‘불쾌한’ 것을 무시하는 관례를 최대한 따르려는 단호한 의지였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품위 있는’ 남자로서 자기 과거를 숨기는 것이 그의 의무이고 혼기가 찬 아가씨로서 숨길 과거가 없는 것이 그녀의 의무인 마당에, 그와 그녀가 서로에 대해 무엇을 제대로 알 수 있을까? 두 사람이 털어놓은 사소한 이유 중 하나 때문에 서로 싫증 나거나 오해하거나 언짢아지면 어떻게 될까?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자신의 결혼이 다른 대부분의 결혼처럼 한쪽의 무지와 다른 한쪽의 위선으로 지탱되는 물질적, 사회적 이해관계의 무미건조한 결합이 되리라는 불길한 예감에 몸을 떨었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뉴욕은 언제나 상업 공동체였고 진정한 의미의 귀족 혈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곳은 세 가문에 불과하단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사실 뉴랜드 아처에게 밴 더 루이든 부인은 수년 동안 빙하 속에 갇힌 채 죽어서도 살아 있는 혈색 좋은 시체처럼 진공 상태에서 소름 끼치게 보존된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존재 같았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우아하게 배치해 놓으셨더군요.” 맥 빠지는 말이라는 것을 알지만 간결하면서도 두드러지고 싶은 강렬한 욕구 때문에 관습에 얽매인 대답을 했다. “아, 보잘것없고 작은 곳이에요. 우리 친척들은 질색해요. 그래도 어쨌든 밴 더 루이든가보다야 덜 음침하죠.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진짜 외로운 건 가식적으로 행동하라고만 요구하는 이런 사람들 사이에서 사는 거예요!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독창적인 사람이라니! 우린 접은 종이 하나로 오려 낸 인형처럼 모두 똑같아요. 벽에 스텐실로 찍은 무늬나 마찬가지라고요. 당신과 내가 우리를 위해 나아가면 안 될까요, 메이?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이는 뉴욕의 전통적인 태도였다. 그가 아내에게 항상 기대하는 종류의 대답이었다. 만날 뉴욕 공기만 들이마시던 사람은 전혀 다른 공기 속에서는 가슴이 답답하고 앞이 캄캄할 때가 있었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뉴욕 사람들이 보기에 미모는 모든 성공의 원인이 되었고 어느 정도의 결점은 덮어주는 재능이었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이미선 옮김
순수의 시대미국의 대표 여성작가 이디스 워튼에게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작품. 번번이 사랑을 놓치는 아처의 우유부단함과 그에 대비되는 아내 메이의 결단력과 과감함, 시대의 제약에 굴복하려 하지 않으면서도 아처와의 사랑은 가슴속에 묻는 엘런의 수용과 포기 등 엇갈린 세 남녀의 사랑과 애증 관계를 세심하게 그려 보인다.
역시 미모는 전 세계에서 통하네요. (씁쓸)
'내 사랑!' 뉴랜드 아처는 은방울꽃을 들고 있는 처녀에게 다시 한 번 시선을 던지며 생각한다.
순수의 시대 1부 1장 中에서,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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