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는 기쁨으로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그는 그 얼굴을 향해 몸을 굽히다가 그녀의 눈에 행복의 눈물이 가득한 걸 보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녀는 여성다운 당당함을 잃고 다시 연약하고 소심한 소녀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는 그녀의 용기와 주체성은 모두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고,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았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훈련받은 차분한 태도에서 드러나는 것 이상으로 힘겨운 일이었고, 그녀는 안전을 확인해 주는 첫마디에 지나치게 모험심이 강한 아이가 어머니의 품속으로 대피하듯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아처는 그녀에게 계속 간청할 기운이 없었다. 투명한 눈으로 그를 향해 그토록 깊은 시선을 던지던 새로운 존재가 사라진 것이 너무도 실망스러웠다. 메이도 그의 실망을 눈치챈 것 같았지만, 그것을 누그러뜨릴 방법을 몰랐다. 두 사람은 일어서서 말없이 집으로 걸어갔다.
순수의 시대 | 이디스 워튼 (지은이),고정아 (옮긴이)
| 부커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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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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