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클래식 2025] 8월, 순수의 시대

D-29
다만 궁금한 건…… 원하는 걸 가질 수 있으리라고 이미 확신하고 있을 때도 심장이 그렇게 걷잡을 수 없이 뛸 수 있을까?
순수의 시대 2부 34장 중에서,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그것은 ‘피를 뿌리지 않고’ 목숨을 빼앗는 옛 뉴욕의 방식이었다. 추문을 병보다도 두려워하는 사람들, 용기보다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들, 남부끄러운 ‘소동’보다 무례한 것은 그 소동을 일으킨 행동을 제외하고는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방식이었다.
상황이 이 속도로 흘러간다면….” 레퍼츠는 풀 정장을 차려입고 아직 돌팔매질을 당하지 않은 젊은 선지자처럼 격렬하게 소리쳤다. “우린 자식들이 사기꾼들의 집에 초대받으려고 실랑이를 벌이고 보퍼트의 사생아들과 결혼하는 꼴을 보게 될 겁니다.”
뭔가 놓쳤다는 것은 알았다. 삶의 꽃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너무나 달성하기 힘들고 일어날 성싶지 않은 일로 여겨져 그 일로 푸념하는 것은 복권에 일등으로 당첨되지 않았다고 절망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그는 소위 충실한 남편이었다. 그리고 메이가 막내를 간호하다가 폐렴이 옮아 갑자기 죽었을 때 그는 진정으로 애통해했다. 두 사람이 함께한 긴 세월은 결혼이 지루한 의무라고 해도 의무의 위엄을 지키기만 하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오늘날 사람들은 너무 바빠서, 유행과 숭배 대상과 경거망동과 더불어 개혁과 ‘운동’으로 바빠서, 이웃에 신경 쓸 겨를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사회의 원자가 모두 같은 평면에서 돌아가는 거대한 만화경 속에서 누군가의 과거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요즘 젊은이들은 원하는 건 무엇이든 얻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우린 대개 원하는 게 있어도 갖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는 게 차이점이지. 다만 궁금하군…. 뭐든 얻을 수 있다고 미리부터 그토록 확신한다면 심장이 그렇게 격렬하게 뛸 수 있을까?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아들의 자유로움과 자신감을 부러운듯 바라보는 아처!! 그의 아들은 정말 새로운 자유로운 세대같네요!! 그런데 이분도 대한제국때 사람 아닌가요?? 신기하네요^^
가족들이 모두 잠자리에 든 밤에 서재에 홀로 앉아서 마로니에가 늘어선 거리에 눈부시게 찾아온 봄, 공공 정원의 꽃과 조각상, 꽃 노점에서 훅 풍기는 라일락 향기, 거대한 다리 아래로 장엄하게 굽이치는 강, 각각 터질 정도로 동맥을 가득 채우는 예술과 학문과 쾌락의 삶을 떠올렸다. 이제 그 장관이 그의 앞에 찬란하게 펼쳐져 있었고 그는 그 모습을 내다보면서 자신이 수줍고 구식이고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가 되고 싶다고 꿈꾸던 멋지고 당당한 사람에 비하면 잿빛 반점에 불과한 사람이었다…
'잿빛반점'이라니!! 너무 슬픈 표현입니다 노년에 이런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날에요. 저를 따로 부르셨는데, 기억하시죠? 어머니는 아버지가 계시니 우리를 두고 가도 안심이라고, 늘 그럴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언젠가 어머니가 부탁하니까 아버지가 세상에서 제일 원하던 걸 포기하셨다고요.”
아! 어떻게 메이는 엘렌과 아처의 일을 평생 가슴 속에만 묻을 수가 있을까요??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쩌다 <이혼숙려캠프>같은 프로에 나오는 부부들을 보면 메이는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해지네요!!^^
그는 티치아노의 눈부신 작품 앞에서 자기도 모르게 불쑥 말했다. “하지만 난 고작 쉰일곱 살이야.” 그러고 나서 돌아섰다. 그런 여름날의 꿈을 꾸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래도 그녀의 곁 고요 속에서 우정을, 동료애를 조용히 나누기에는 분명히 늦지 않았다.
엘렌을 만나기 직전 "하지만 난 고작 쉰일곱이야"라고 생각하는 아저~ 여름날을 꿈꾸기에 너무 늦다고 생각한것이 얼마전까지는 일상적이었는데... 요즘은 뉴스에서 흔하게 나오는 60대 70대의 치정 사건들을 보면 음~신기합니다^^ 요즘 시대같아서는 뭐~아처 나이도 다시 뜨거운 여름을 시작하기에 젊은 느낌이네요!!😉
그의 아들은 둔감하지 않았다. 아들에게는 운명을 주인이 아니라 동등한 존재로 보는 데서 오는 재능과 자신감이 있었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완독했습니다. 익숙함, 낯설음 사이의 갈등은 언제나 있으며 어디를 선택할지는 고민이죠. 관행이라는 격식이라는 틀에 묶여 생활하는 이들의 숨겨진 마음, 뒤의 반전이 매력이였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9월 책 <제2의 성> 모임도 슬슬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준비 중이니 참여 신청 해주세요. (비밀번호는 1월, 2월 모임과 마찬가지 규칙입니다. "9"월 모임임을 기억해 주세요. ) https://www.gmeum.com/gather/detail/2899 감사합니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미국의 많은 젊은 작가가 세계에 대한 환멸 속에 쾌락을 추구하는 이른바 〈재즈 시대〉에 빠져 들었지만, 50대 중반에 이른 워튼은 차분하게 공동체의 가치와 그 안에 속한 개인의 성장을 성찰하는 『순수의 시대The Age of Innocence』(1920)를 썼고, 이 작품으로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순수의 시대 | 이디스 워튼 (지은이),고정아 (옮긴이) 퓰리처상을 받은지는 몰랐네요 ^^;;;;
“나를 무서워하지 말아요. 구석으로 그렇게 물러나서 움츠리고 있을 필요 없어요. 몰래 키스 한 번 하는 걸 바라는 게 아니에요. 봐요, 나는 당신의 옷소매도 건드리지 않잖아요. 우리 둘 사이의 감정이 흔해빠진 불륜으로 전락하는 걸 바라지 않는 당신의 마음은 나도 이해해요. 어제는 이런 말 못 했을 거예요. 당신과 떨어져 있으면 너무 보고 싶어서 어떤 생각도 다 커다란 불꽃이 되어 타올라요. 그런데 이렇게 실제로 만나면 당신은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존재예요. 나는 어쩌다 한 번 한두 시간 만나고, 그다음 만남까지 고통스러운 갈망에 시달리는 관계 말고 그 이상을 원해요. 지금도 그 꿈이 실현되리라고 굳게 믿기 때문에 당신이 옆에 있어도 이렇게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는 거예요.”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부인은 한동안 묵묵히 있더니 아주 작은 소리로 물었다. “그 꿈이 실현되리라고 믿는다니, 그게 무슨 말이죠?” “당신도 그렇게 될 거라고 믿고 있잖아요, 맞죠?” “우리가 같이하게 될 거라는 당신의 꿈 말이에요?” 부인이 갑자기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여기서 할말은 아닌 것 같은데!” “우리가 지금 내 아내의 마차에 타고 있기 때문에? 그럼 내려서 걸을까요? 눈 좀 맞아도 괜찮죠?”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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