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피를 뿌리지 않고’ 목숨을 빼앗는 옛 뉴욕의 방식이었다. 추문을 병보다도 두려 워하는 사람들, 용기보다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들, 남부끄러운 ‘소동’보다 무례한 것은 그 소동을 일으킨 행동을 제외하고는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방식이었다.
[그믐클래식 2025] 8월, 순수의 시대
D-29

거북별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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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 속도로 흘러간다면….” 레퍼츠는 풀 정장을 차려입고 아직 돌팔매질을 당하지 않은 젊은 선지자처럼 격렬하게 소리쳤다. “우린 자식들이 사기꾼들의 집에 초대받으려고 실랑이를 벌이고 보퍼트의 사생아들과 결혼하는 꼴을 보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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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놓쳤다는 것은 알았다. 삶의 꽃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너무나 달성하기 힘들고 일어날 성싶지 않은 일로 여겨져 그 일로 푸념하는 것은 복권에 일등으로 당첨되지 않았다고 절망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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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소위 충실한 남편이었다. 그리고 메이가 막내를 간호하다가 폐렴이 옮아 갑자기 죽었을 때 그는 진정으로 애통해했다. 두 사람이 함께한 긴 세월은 결혼이 지루한 의무라고 해도 의무의 위엄을 지키기만 하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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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사람들은 너무 바빠서, 유행과 숭배 대상과 경거망동과 더불어 개혁과 ‘운동’으로 바빠서, 이웃에 신경 쓸 겨를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사회의 원자가 모두 같은 평면에서 돌아가는 거대한 만화경 속에서 누군가의 과거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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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젊은이들은 원하는 건 무엇이든 얻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우린 대개 원하는 게 있어도 갖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는 게 차이점이지. 다만 궁금하군…. 뭐든 얻을 수 있다고 미리부터 그토록 확신한다면 심장이 그렇게 격렬하게 뛸 수 있을까? ”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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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별85
아들의 자유로움과 자신감을 부러운듯 바라보는 아처!! 그의 아들은 정말 새로운 자유로운 세대같네요!!
그런데 이분도 대한제국때 사람 아닌가요??
신기하네요^^

거북별85
가족들이 모두 잠자리에 든 밤에 서재에 홀로 앉아서 마로니에가 늘어선 거리에 눈부시게 찾아온 봄, 공공 정원의 꽃과 조각상, 꽃 노점에서 훅 풍기는 라일락 향기, 거대한 다리 아래로 장엄하게 굽이치는 강, 각각 터질 정도로 동맥을 가득 채우는 예술과 학문과 쾌락의 삶을 떠올렸다. 이제 그 장관이 그의 앞에 찬란하게 펼쳐져 있었고 그는 그 모습을 내다보면서 자신이 수줍고 구식이고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가 되고 싶다고 꿈꾸던 멋지고 당당한 사람에 비하면 잿빛 반점에 불과한 사람이었다…

거북별85
'잿빛반점'이라니!! 너무 슬픈 표현입니다
노년에 이런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습니다!!^^;;

거북별85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날에요. 저를 따로 부르셨는데, 기억하시죠? 어머니는 아버지가 계시니 우리를 두고 가도 안심이라고, 늘 그럴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언젠가 어머니가 부탁하니까 아버지가 세상에서 제일 원하던 걸 포기하셨다고요.”

거북별85
아! 어떻게 메이는 엘렌과 아처의 일을 평생 가슴 속에만 묻을 수가 있을까요??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쩌다 <이혼숙려캠프>같은 프로에 나오는 부부들을 보면 메이는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해지네요!!^^

거북별85
그는 티치아노의 눈부신 작품 앞에서 자기도 모르게 불쑥 말했다. “하지만 난 고작 쉰일곱 살이야.” 그러고 나서 돌아섰다. 그런 여름날의 꿈을 꾸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래도 그녀의 곁 고요 속에서 우정을, 동료애를 조용히 나누기에는 분명히 늦지 않았다.

거북별85
엘렌을 만나기 직전 "하지만 난 고작 쉰일곱이야"라고 생각하는 아저~ 여름날을 꿈꾸기에 너무 늦다고 생각한것이 얼마전까지는 일상적이었는데...
요즘은 뉴스에서 흔하게 나오는 60대 70대의 치정 사건들을 보면 음~신기합니다^^
요즘 시대같아서는 뭐~아처 나이도 다시 뜨거운 여름을 시작하기에 젊은 느낌이네요!!😉

거북별85
그의 아들은 둔감하지 않았다. 아들에게는 운명을 주인이 아니라 동등한 존재로 보는 데서 오는 재능과 자신감이 있었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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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마미
완독했습니다. 익숙함, 낯설음 사이의 갈등은 언제나 있으며 어디를 선택할지는 고민이죠. 관행이라는 격식이라는 틀에 묶여 생활 하는 이들의 숨겨진 마음, 뒤의 반전이 매력이였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믐클럽지기
@모임 9월 책 <제2의 성> 모임도 슬슬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준비 중이니 참여 신청 해주세요. (비밀번호는 1월, 2월 모임과 마찬가지 규칙입니다. "9"월 모임임을 기억해 주세요. )
https://www.gmeum.com/gather/detail/2899
감사합니다!

조영주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미국의 많은 젊은 작가가 세계에 대한 환멸 속에 쾌락을 추구하는 이른바 〈재즈 시대〉에 빠져 들었지만, 50대 중반에 이른 워튼은 차분하게 공동체의 가치와 그 안에 속한 개인의 성장을 성찰하는 『순수의 시대The Age of Innocence』(1920)를 썼고, 이 작품으로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순수의 시대 | 이디스 워튼 (지은이),고정아 (옮긴이)
퓰리처상을 받은지는 몰랐네요 ^^;;;;

장맥주
“ “나를 무서워하지 말아요. 구석으로 그렇게 물러나서 움츠리고 있을 필요 없어요. 몰래 키스 한 번 하는 걸 바라는 게 아니에요. 봐요, 나는 당신의 옷소매도 건드리지 않잖아요. 우리 둘 사이의 감정이 흔해빠진 불륜으로 전락하는 걸 바라지 않는 당신의 마음은 나도 이해해요. 어제는 이런 말 못 했을 거예요. 당신과 떨어져 있으면 너무 보고 싶어서 어떤 생각도 다 커다란 불꽃이 되어 타올라요. 그런데 이렇게 실제로 만나면 당신은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존재예요. 나는 어쩌다 한 번 한두 시간 만나고, 그다음 만남까지 고통스러운 갈망에 시달리는 관계 말고 그 이상을 원해요. 지금도 그 꿈이 실현되리라고 굳게 믿기 때문에 당신이 옆에 있어도 이렇게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는 거예요.” ”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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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부인은 한동안 묵묵히 있더니 아주 작은 소리로 물었다. “그 꿈이 실현되리라고 믿는다니, 그게 무슨 말이죠?”
“당신도 그렇게 될 거라고 믿고 있잖아요, 맞죠?”
“우리가 같이하게 될 거라는 당신의 꿈 말이에요?” 부인이 갑자기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여기서 할말은 아닌 것 같은데!”
“우리가 지금 내 아내의 마차에 타고 있기 때문에? 그럼 내려서 걸을까요? 눈 좀 맞아도 괜찮죠?” ”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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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아뇨, 내려서 걸을 수는 없어요. 가능한 한 빨리 할머니 댁에 가야 하니까. 그리고 당신은 내 옆에 앉아서 꿈이 아니라 현실을 같이 봐야 해요.”
“당신이 말하는 현실이라는 게 뭔지 모르겠어요. 나한테는 이것만이 진짜 현실인데.”
마차가 어두운 골목을 지나 5번 애비뉴의 강렬한 불빛 속으로 들어가는 동안 부인은 내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당신은 내가 당신의 부인이 될 수 없으니 정부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녀가 물었다. ”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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