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클래식 2025] 8월, 순수의 시대

D-29
요즘도 온라인에서 쉽게 화제가 되는 이야깃거리들을 보면 똑같지 않나요? 깻잎논쟁, 에스컬레이터에서 오른쪽, 왼쪽 서기 논쟁, 남녀가 사귈때 성평등을 따지는 데이트 규율 등등...온라인이 활성화되면서 사소한 것에도 의미를 두고 문제삼곤하는 경향이 심해지면서 어쩌면 예전에는 입밖에 내뱉아지지 않으면 신경쓰지 않을 것들을 미리 마음속으로 검열하는 자기검열이 심해진 것 같아요. 그래서 갈수록 더 사람들이 예민해지고, 소극적이 되고, 오지랍이 되지 않으려고 남 시선 더 의식하는 것 같고요.
그러게요.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죽자고 달려드는 사람들... 저는 온라인을 통해 초대 받은 결혼식에 밝은 색 의상을 입고 가는 여성은 중범죄자가 된다는 것을 알았네요.
4장 처음에 약혼방문 이야기가 나오는데 흥미롭네요. ^^
Edith Wharton 집을 방문할 수 있는 거 아시나요? 이것 저것 찾다가 저 웹사이트를 가게 되었는데, 순수의 시대에 대한 정보가 좀 올라와있습니다. 거기 가면 진짜 집 구경 할 수 있는 투어 안내도 있어요. 아무튼..... 순수의 시대의 첫장면이 이토록 인상적인 이유가 있었어요. 작가가 그만큼 공을 들여서 쓴 첫 장면이었다고 합니다. 구도의 파우스트를 부른 가수가 '닐슨'이라는 이름의 스웨덴 여가수 인 것도 실제 공연날짜와 일치하도록 하려고 애썼을 정도로요. 그러면 하필 공연되는 오페라가 '파우스트'였던 것도 우연은 아니겠지요. 파우스트의 여주인공이 마가리트고 그가 바로 파우스트의 유혹에 빠져서 죄를 짓게 되고 마는 순수했던 아가씨지요. 처음에 순수의 시대를 읽고 괴테의 '파우스트'를 꼭 완독해야지 했는데, 아직도 1부 3분의 2정도 밖에 못읽고 내버려뒀네요. 순수의 시대 외에도 파우스트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책이 더 있었는데, 참 어렵습니다... 아무튼, 벌써 책 시작에, 헨리 제임스의 '여인의 초상'의 주인공 이름을 오마쥬한 남자 주인공 이름에, 괴테의 파우스트에다가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여러가지 인용 등 알면알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도록 촘촘하게 짜놓은 책 즐기는 재미가 쏠쏠 합니다.
첫주라 가벼운 감상으로 시작해봅니다. 기분 탓인지 지난 달에 비해 게시판이 활기가 넘쳐 보이네요^^ 프로테스탄트 머시기도 참 좋은 책이었지만 몽글몽글한 분위기의 소설을 읽으니 마음이 참 편안하네요. 수월하게 완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로테스탄트 머시기 ㅋㅋㅋ 논픽션과 픽션의 차이가 참 크네요. 게다가 삼각관계라니!!
단어를 좀 편하게 썼는데 다시 보니 막스 베버한테 좀 미안하네요 ㅎㅎ 지금 올렌스카 부인과 아처가 (아마도 처음으로) 대화하는 장면이 나오는 8장을 읽고 있는데, 아휴 아찔하네요. 순수의시대도 제목만 알았지, 사전 정보 없이 읽으니 더 재밌는 것 같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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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고트 노부인은 마치 사람들과 유행이 북쪽으로 흘러와 자신의 외딴집 문간에 이르는 장면을 느긋하게 지켭듯 언제나 1층 거실 창가에 앉아 있었다. 부인은 자신감만큼이나 인내심도 강해서 굳이 그런 흐름을 붙잡으려 안달하지 않았다. 어차피 어지않아 울타리며 채석장, 단층 술집, 손본 지 오래된 정원의 목조 온실, 염소들이 올라서서 물끄러미 주변을 둘러보던 바위들도 자신의 집만큼 웅장한 저택들이 들어서면서 자리를 내주게 될 터였다. (부인의 냉철한 판단으로 미루어 보건대) 어쩌면 자신의 집보다 더 웅장한 저택들이 들어설지도 모를 일이었다. 구식 마차가 덜컹거리면서 지나가는 울퉁불퉁한 자갈길도 파리에 가면 있다는 매끈한 아스팔트로 바뀌게 될 거라고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뉴욕은 왠지 처음부터 번화가였을 것 같은데 아스팔트도 깔리지 않은 외딴 저택에 대한 묘사를 보니 파리보다 뒤처진 뉴욕의 모습이 낯서네요
하지만 우선 뉴욕은 대도시였고 대도시에서는 오페라에 일찍 도착하는 것이 ‘점잖지 못한 일’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관례였다. 무엇이 점잖고 무엇이 점잖지 않은 일인지는 뉴랜드 아처가 사는 뉴욕에서 수천 년 전 선조들의 운명을 지배한 불가사의한 토템들이 주는 공포만큼이나 중대한 역할을 했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지금은 너무나 화려하고 콧대 높은 뉴욕이 유럽에 비해 열등감을 가진 19세기 뉴욕 사교계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당시 뉴욕 사교계의 관례들이 유럽보다 더 복잡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원래 정통성 있는 곳보다 후발주자들의 격식이 더 까다롭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돈을 아끼지 않고 꾸민 무대는 뉴랜드 아처처럼 파리와 빈의 오페라 극장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도 아주 아름답다고 인정받았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그는 장래 뉴랜드 아처 부인이 어리석기를 손톱만큼도 바라지 않았다. 아내가 (깨달음을 주는 그와 교류한 덕분에) 사교 요령과 임기응변을 키워서, ‘젊은층’ 중에서 제일 인기 많은 유부녀들과 어울리며 자기 자리를 꿋꿋이 다지기를 바랐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뉴랜드 아처는 지성과 예술 감각 면에서 옛 뉴욕 상류층의 이런 선택받은 신사들보다 자신이 확연히 우월하다고 여겼다. 이 무리의 다른 어떤 남성보다 책을 많이 읽었고 생각을 많이 했고 세상도 훨씬 많이 봤을 터였다. 그들은 개별적으로는 열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뭉쳐 있으면 ‘뉴욕’을 대표했고, 남성의 연대라는 관습에 따라 아처 역시 도덕이라 불리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그들의 원칙을 인정했다. 이런 면에서 독자적으로 행동하면 골칫거리가 될 것이고, 예법에도 다소 어긋나리라는 점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사람들의 표정은 상냥했지만 그들이 몹시 부적절하게도 바로 그 순간 그녀의 사건을 재판하는 위엄 있는 재판소 모습을 곰곰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에 아처는 사뭇 충격을 받았다. 상황에 걸맞지 않은 경박함만큼 천박한 취향은 없었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자신의 사교 철학을 격언으로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처 부인은 “저마다 총애하는 평민이 있는 법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대담한 언사였지만 많은 사교계 사람들이 속으로는 맞는 말이라고 은밀히 인정했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아, 그렇군요….” 아처가 만족하며 건성으로 말했다. 약혼녀에게서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점은 두 사람 다 자라면서 배운 대로 ‘불쾌한’ 것을 무시하는 관례를 최대한 따르려는 단호한 의지였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품위 있는’ 남자로서 자기 과거를 숨기는 것이 그의 의무이고 혼기가 찬 아가씨로서 숨길 과거가 없는 것이 그녀의 의무인 마당에, 그와 그녀가 서로에 대해 무엇을 제대로 알 수 있을까? 두 사람이 털어놓은 사소한 이유 중 하나 때문에 서로 싫증 나거나 오해하거나 언짢아지면 어떻게 될까?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자신의 결혼이 다른 대부분의 결혼처럼 한쪽의 무지와 다른 한쪽의 위선으로 지탱되는 물질적, 사회적 이해관계의 무미건조한 결합이 되리라는 불길한 예감에 몸을 떨었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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