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클래식 2025] 8월, 순수의 시대

D-29
13장
그 비밀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느니 차라리 자신이 직접 부인을 만나는 편이 나았다.
순수의 시대 1부 11장 중에서,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감기가 완전히 떨어질 때까지 뉴랜드는 여기 있어야 해.” 웰랜드 부인이 너그럽게 권하자 아처는 세상에는 직업이라는 것도 존재한다고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
순수의 시대 1부 16장 중에서,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비슷한 상황에서 써먹고 싶을 정도로 좋은 너스레네요.
사실 뉴랜드 아처에게 밴 더 루이든 부인은 수년 동안 빙하 속에 갇힌 채 죽어서도 살아 있는 혈색 좋은 시체처럼 진공 상태에서 소름 끼치게 보존된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존재 같았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그럼 나랑 좀 더 있어요.” 마담 올렌스카가 나지막한 어조로 말하며 깃털 부채로 그의 무릎을 슬쩍 건드렸다. 아주 가볍게 닿았을 뿐이지만 애무처럼 그를 황홀하게 했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그러니까 네 말은 이곳 사교계가 그런 곳만큼 훌륭하지 않다는 게냐?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우린 이곳에 속해 있고, 우리와 어울려서 살려는 사람이라면 우리 방식을 존중해야 해. 특히 엘런 올렌스카는 더욱 그래야지. 훌륭한 사교계 생활에서 도망쳐서 돌아왔으니
하지만 인간의 기억이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한, 뉴욕은 커다란 두 개의 기본 집단으로 나뉘었다. 하나는 식사와 옷과 돈에 신경을 쓰는 밍고트가와 맨슨가와 그들의 모든 일족이었고, 다른 하나는 여행과 원예와 최고의 소설에 몰두하고 천박한 형태의 쾌락을 업신여기는 아처-뉴랜드-밴 더 루이든 일족이었다.
그는 천진스레 응시하는 그녀의 영혼 깊은 곳에 자신이 기쁘게 일깨워 줄 열렬한 감정이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녀를 잠시만 살펴봐도 그런 모든 솔직함과 순수함이 그저 인위적인 산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낙심했다. 훈련받지 않은 인간의 본성은 솔직하지도 순수하지도 않았다. 교활한 본능의 왜곡과 변명으로 가득했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이 부유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토대 위 단단하게 좁아지는 곳에는 밍고트가, 뉴랜드가, 치버스가, 맨슨가로 대표되는 소수의 명문가 집단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들이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다고 상상했다. 하지만 그들 자신은 (적어도 아처 부인 세대의 사람들은) 전문 족보학자의 눈으로 볼 때 훨씬 더 소수의 집안만이 그 꼭대기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게다가 보퍼트는 밍고트 노부인과 마찬가지로 예술에 문외한이었고, ‘글을 쓰는 친구들’을 돈을 받고 부유한 사람들에게 유흥을 제공하는 사람으로 여겼다. 그리고 그의 의견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부유한 사람은 누구도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뉴욕 사회는 당신이 살던 곳에 비해서 아주 작습니다. 그리고 겉보기와 달리, 음, 다소 구식 사고방식을 지닌 소수의 사람들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드러내는 위험을 무릅쓰는 것보다, 뉴욕의 신중하고 오래된 방식대로, 표면적인 문제만 고려하는 것이 나았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아처의 웃음이 약간 거들먹거리는 미소로 바뀌어 입가에 머물렀다. 그 토론을 지속해 보았자 소용없었다. 오명을 입을 위험을 무릅쓰고 뉴욕에서 시나 주의 정치에 입문한 몇몇 신사들이 맞이한 우울한 운명을 모두가 알았다. 그런 일이 가능하던 시절은 지나갔다. 이 나라는 정계 거물과 이주자의 손아귀 안에 들어갔고, 점잖은 사람들은 운동이나 문화에 의지해야 했다.
이민이라니! 신사가 조국을 버릴 수 있다는 말인가! 신사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오물 속으로 곧장 들어가지 못하듯이 이민도 갈 수 없었다. 신사는 그저 고국에 머무르고 절제했다.
직업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게 여겨지기는 했지만, 돈벌이가 고상하지 않다고 경멸받았으며, 직업으로서 법률은 사업보다 신사다운 소일거리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이런 젊은이들 중 누구도 직업으로 제대로 출세할 희망도, 또 그러고 싶어 하는 절실한 바람도 없었다. 그리고 개중에 많은 젊은이들에게 이미 겉치레의 녹색 곰팡이가 눈에 띄게 피었다.
아처는 벽난로 불을 내려다보았다. “그렇다면 솔직히 그렇게 심한 추문에 휩싸일 수 있는데, 아니 휩싸일 게 뻔한데, 그 대가로 부인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하지만 제 자유…… 제 자유는 아무것도 아닌가요?”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책읽는수요일 e북 버전에서요. 10장 후반부쯤에서 아래 두 문장 사이에 내용이 짤린 것 같지 않으세요?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그들의 이런 유별난 행동을 이해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림만 있는 두 개 페이지 이후에.. “그냥 ‘다르게’ 하자는 것뿐이잖아요!” 아처가 뜻을 꺾지 않았다.
썩 자연스럽게 연결은 안 되어서 저도 읽으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원문이 그런가 봐요. 문학동네 번역판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문학동네 책으로 읽고 있어요. --- “지금보다 훨씬 좋을 수도 있잖아. 둘이 더 가까워질 수 있고, 같이 여행도 다니고.” 메이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러면 참 좋겠네요.” 그녀는 여행을 좋아했다. 하지만 웰런드 부인은 두 사람이 왜 그렇게 별나게 구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건데!” 아처가 고집을 부렸다. “뉴런드! 당신은 어쩜 그렇게 특이하죠?” 메이가 탄복했다.
문학동네 버전이 올려주신 거 중에 제일 매끄러운 거 같은데요? 이 부분 보다 이 부분 앞 뒤로 뉴랜드가 메이와 자신에 대해 하는 말들이 기가 막히죠. 잘 자란 여자를 장님 물고기에 비유하질 않나, 다른 척 하지만 하나도 독창적일 게 없는 자신이 한심스러운 건 알지만 막상 다르게 살 용기는 없고... 속물적인 뉴랜드에 대한 비판적인 묘사가 참 신랄해서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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