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완독했습니다. 마지막에 피바람(?)의 징조가 보이네요
[그믐클래식 2025] 8월, 순수의 시대
D-29

조영주

장맥주
“ “알아요. 하지만 저는 아쉬운 사람이니까 잠시라도 행복하면 돼요.”
그 말은 유혹처럼 그의 전신을 휩쓸었다. 아처는 그런 느낌에서 벗어나기 위해 난로 앞을 떠나 창가로 걸어간 다음, 눈밭에 선 까만 나무둥치들을 내다보았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자리에서 일어나 힘없이 미소를 지으며 난롯불을 들여다보는 부인의 모습이 자신과 나무들 사이로 보였다. 아처의 가슴이 두방망이질했다. 부인이 자기 때문에 달아난 것이고, 그 말을 하려고 이 비밀스러운 방에서 단둘이 얘기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 거라면? ”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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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마음속으로 생각한 말을 실제로 입 밖에 낸다면 부인이 뭐라고 할지 궁금했다. 평생 사소한 것들을 완벽하게 관리해오면서 얻게 된 헛된 권위가 깃든, 팽팽하고 평온해 보이는 그 얼굴이 충격으로 일그러지는 모습이 그려졌다. 부인의 얼굴에는 메이가 지닌 싱그러운 미모의 자취가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아처는 메이의 얼굴 역시 무엇으로도 무너뜨릴 수 없는 순수함을 간직한 이 통통한 중년 부인의 얼굴로 변해갈 운명인지 궁금했다. ”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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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아, 안 돼, 아처는 메이만은 그런 순수함을 갖지 않기를 바랐다! 상상력을 거부하는 정신과 경험을 배척하는 마음이 만드는 그런 순수함 말이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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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순수의 시대"라는 제목이 여기서 나온 거군요. 좋은 의미가 아니었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믐클럽지기
■■■■ <순수의 시대> 2부 27장까지 ■■■■
● 함께 읽기 기간: 8월 15일(금) ~ 8월 21일(목)
무더운 8월, 독서에 집중하기 쉽지 않으실 텐데 꾸준히 함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 주에는 드디어 2부로 들어갑니다. 뉴랜드와 메이의 결혼 생활, 그리고 그가 올렌스카 백작부인과의 관계를 포기하지 못하고 이어가려는 노력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특히, 결혼 후에도 변하지 않는 뉴랜드의 내면과 '순수'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메이의 숨겨진 모습이 드러나는 대목들에 주목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광복절인데요, 이를 포함하면 제법 긴 주말의 시작입니다. 모쪼록 이 기간 동안 슬기로운 독서 시간 보내시기를 바라며 저 클럽지기는 다음 주 금요일에 찾아올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믐클럽지기
C-1. 어떤 점이 인상 깊으셨나요? 여러분의 생각을 자유롭게 들려 주세요. 책 내용과 상관은 없지만 연관되어 떠오른 다른 생각들도 좋습니다.

김새섬
병렬 독서하고 있는 책 3권 중 제일 재미있어서 거의 다 읽어갑니다.
이따 저녁에는 영화를 다시 한 번 봐볼까 싶어요.

CTL
두 번째 읽어서 그런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처음에 안 보이던게 많이 보여서 좀 씁쓸합니다.
원래도 주인공은 엘렌이라고 생각하고 읽긴해서 뉴랜드가 참 찌질해보였는데 두번째 보니 찌질한 점이 더 많이 보여서 읽는 재미가 좀 떨어지네요.
뉴랜드에게는 엘렌이 더할나위없이 사랑에 빠질만한 존재였던 것 같아요. 엘렌은 애초부터 자기가 돌아올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뉴욕의 모든 인간관계를 포기하면서까지 뉴랜드를 선택한다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에 엘렌과 뉴랜드의 끝은 정해져있다고 봤던 것 같아요. 결혼을 한번 하고 유럽에서 산전수전 다 겪어본 엘렌 눈에는 뉴욕에서 더 큰 세계와 자유로운 삶을 동경만하는 뉴랜드는 도와주고 아껴주는 건 고맙지만, 엘렌의 속마음을 다 이해하기에는 좀 그릇이 작은 애송이로 보일 수 밖에 없고요.
이 와중에 뉴랜드가 줄곧 무시하고 인형같은 존재로 치부하는 메이의 대응이 더 흥미로와집니다. 뉴랜드는 메이의 순수함을 답답하고 우둔한 인형같은 마음으로 자꾸 그리는데, 2부에 접어들어서는 마음으로는 사랑을 쫓으면서도 실제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뉴랜드가 오히려 메이보다 더 철없는 순진무구한 애같이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이디스 와튼이 실제로 인테리어 책도 쓸만큼 전문가였다고 해서 책에 묘사되는 디테일의 묘미가 쏠쏠해요. 1870년대 복장, 실내장식, 식기 등등 사진이 같이 실린 버전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며 부족한 상상력을 펼쳐봅니다. 세계대전을 겪기 전, 낭만주의가 휩쓸고 문화가 한창 꽃필때의 유럽같고 싶지만 유럽같을 수 없었던 미국 상류층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재미는 처음 읽을때나 지금이나 여전하고요.

김새섬
책을 다 읽고 내친 김에 영화도 다시 보고 싶어서 찾아봤는데 쿠팡플레이에 유료로 있더라고요. 1,320원 (1,200 + 부가세)으로 결재를 하고 영화를 틀었습니다.
예전에 책을 읽기 전에 영화를 먼저 봤을 때는 몰랐는데 영화가 정말 책을 그대로 옮겨 놓았더군요. 거의 삭제된 씬이 없을 정도로요. 그래도 상상만 했던 뉴욕의 집안 인테리어와 하인들, 길 거리 등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특히 바닷가에서 파도가 반짝이는 모습과 올렌스카 백작 부인이 뒤돌아 웃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더군요. 영화 마지막엔 다시 눈물도 흘렸어요. 이 작품의 주인공은 정말 올렌스카 백작부인과 메이인 것 같아요. 하지만 뉴랜드도 불쌍하고 안타까웠습니다.

CTL
저도 책 다 읽으면 영화 한번 더 봐야겠어요. 이번에는 사람보다 인테리어, 복장 중심으로...
책 보다 영화는 늘 불만족스럽지만
처음 영화 봤을때는 갓 30살 정도의 엘렌을 연기하기에는 미쉘 파이퍼가 너무 원숙한 느낌인 걸 극복하기가 힘들었어요. 반면에 위노나 라이더는 정말 메이 그 자체....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우유부단한 연할을 하기에는 너무 멋졌던 거 같아요.
이번에 다시 보게되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네요.

CTL
재밌는 뉴스가 있네요~
넷플릭스가 순수의 시대를 8부작 드라마로 만든답니다. 가을에 촬영을 시작한다는데 1870년대 뉴욕시를 재현할 장소가 어디일까요?
체코 프라하 랍니다~
주인공 캐스팅이 어떨지 기대되네요.
40여년만에 새로운 영상화라니~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믐클럽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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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 그는 그녀가 각각의 경험이 닥칠 때마다 최선을 다해 그 일을 해결해 나갈 테지만, 앞을 힐끔이라도 내다보는 일은 없을 거라는 걸 알았다.
순수의 시대 | 이디스 워튼 (지은이),고정아 (옮긴이)
| 부커스 |
”
『순수의 시대』 19장,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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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 , 그녀의 얼굴은 개인이라기보다는 어떤 유형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지 모른다. 그녀는 마치 시민 도덕이나 그리스 여신의 모델로 선택된 사람 같았다. 그녀의 깨끗한 피부 밑을 흐르는 피는 파괴의 요소가 아니라 보존액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누구도 파괴할 수 없을 만큼 강고해 보이는 그 녀의 젊은 모습은 냉혹하거나 둔해 보이지 않고 원시적이고 순수해 보일 뿐이었다. 아처는 이런 생각에 빠져 있다가 불현듯 자신이 그녀를 낯선 사람의 놀란 눈으로 보고 있다는 걸 깨닫고, 피로연의 일들과 그곳에서 발휘된 캐서린 노부인의 엄청난 존재감으로 생각을 옮겼다.
순수의 시대 | 이디스 워튼 (지은이),고정아 (옮긴이)
| 부커스 |
”
『순수의 시대』 19장,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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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순수의 시대 뜻이 극명하게 드러나서 발췌했습니다. 19장.

조영주
“ 그가 결혼한 것은 (대부분의 청년이 그렇듯이) 의미 없는 감정의 모험이 때 이른 염증 속에 끝났을 때 더없이 사랑스러운 처녀를 만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가 평화와 정착과 동료애, 그리고 불가피한 의무라는 안정감을 상징했기 때문이다.
순수의 시대 | 이디스 워튼 (지은이),고정아 (옮긴이)
| 부커스 |
”
『순수의 시대』 21장,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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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이때도 결혼은 타이밍이었다

조영주
“ 그 소망은 밤낮없이 그를 사로잡았다. 병든 사람이 오래전에 한번 맛보고 잊은 음식이나 술을 느닷없이 탐하는 것처럼 끈질기고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갈망이었다. 그 갈망 너머는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어디로 이어질지도 생각하지 못했다. 마담 올렌스카에게 말을 한다든지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다든지 하는 어떤 소망도 의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그저 그녀가 걸어간 땅과 그걸 감싼 하늘과 바다의 모습을 담아 갈 수 있다면, 세상이 지금보다는 덜 공허해질 것 같다고 느꼈을 뿐이다.
순수의 시대 | 이디스 워튼 (지은이),고정아 (옮긴이)
| 부커스 |
”
『순수의 시대』 22장,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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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그 소망은 밤낮없이 그를 사로잡았다. 병든 사람이 오래전에 한번 맛보고 잊은 음식이나 술을 느닷없이 탐하는 것처럼 끈질기고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갈망이었다. 그 갈망 너머는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어디로 이어질지도 생각하지 못했다. 마담 올렌스카에게 말을 한다든지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다든지 하는 어떤 소망도 의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그저 그녀가 걸어간 땅과 그걸 감싼 하늘과 바다의 모습을 담아 갈 수 있다면, 세상이 지금보다는 덜 공허해질 것 같다고 느꼈을 뿐이다.
순수의 시대 | 이디스 워튼 (지은이),고정아 (옮긴이)
| 부커스 |
이때도 이런 표현을 썼구나 놀랐슴다
참여 제한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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