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클래식 2025] 8월, 순수의 시대

D-29
책을 다 읽고 내친 김에 영화도 다시 보고 싶어서 찾아봤는데 쿠팡플레이에 유료로 있더라고요. 1,320원 (1,200 + 부가세)으로 결재를 하고 영화를 틀었습니다. 예전에 책을 읽기 전에 영화를 먼저 봤을 때는 몰랐는데 영화가 정말 책을 그대로 옮겨 놓았더군요. 거의 삭제된 씬이 없을 정도로요. 그래도 상상만 했던 뉴욕의 집안 인테리어와 하인들, 길 거리 등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특히 바닷가에서 파도가 반짝이는 모습과 올렌스카 백작 부인이 뒤돌아 웃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더군요. 영화 마지막엔 다시 눈물도 흘렸어요. 이 작품의 주인공은 정말 올렌스카 백작부인과 메이인 것 같아요. 하지만 뉴랜드도 불쌍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저도 책 다 읽으면 영화 한번 더 봐야겠어요. 이번에는 사람보다 인테리어, 복장 중심으로... 책 보다 영화는 늘 불만족스럽지만 처음 영화 봤을때는 갓 30살 정도의 엘렌을 연기하기에는 미쉘 파이퍼가 너무 원숙한 느낌인 걸 극복하기가 힘들었어요. 반면에 위노나 라이더는 정말 메이 그 자체....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우유부단한 연할을 하기에는 너무 멋졌던 거 같아요. 이번에 다시 보게되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네요.
재밌는 뉴스가 있네요~ 넷플릭스가 순수의 시대를 8부작 드라마로 만든답니다. 가을에 촬영을 시작한다는데 1870년대 뉴욕시를 재현할 장소가 어디일까요? 체코 프라하 랍니다~ 주인공 캐스팅이 어떨지 기대되네요. 40여년만에 새로운 영상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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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녀가 각각의 경험이 닥칠 때마다 최선을 다해 그 일을 해결해 나갈 테지만, 앞을 힐끔이라도 내다보는 일은 없을 거라는 걸 알았다. 순수의 시대 | 이디스 워튼 (지은이),고정아 (옮긴이) | 부커스 |
순수의 시대 19장,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 그녀의 얼굴은 개인이라기보다는 어떤 유형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지 모른다. 그녀는 마치 시민 도덕이나 그리스 여신의 모델로 선택된 사람 같았다. 그녀의 깨끗한 피부 밑을 흐르는 피는 파괴의 요소가 아니라 보존액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누구도 파괴할 수 없을 만큼 강고해 보이는 그녀의 젊은 모습은 냉혹하거나 둔해 보이지 않고 원시적이고 순수해 보일 뿐이었다. 아처는 이런 생각에 빠져 있다가 불현듯 자신이 그녀를 낯선 사람의 놀란 눈으로 보고 있다는 걸 깨닫고, 피로연의 일들과 그곳에서 발휘된 캐서린 노부인의 엄청난 존재감으로 생각을 옮겼다. 순수의 시대 | 이디스 워튼 (지은이),고정아 (옮긴이) | 부커스 |
순수의 시대 19장,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순수의 시대 뜻이 극명하게 드러나서 발췌했습니다. 19장.
그가 결혼한 것은 (대부분의 청년이 그렇듯이) 의미 없는 감정의 모험이 때 이른 염증 속에 끝났을 때 더없이 사랑스러운 처녀를 만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가 평화와 정착과 동료애, 그리고 불가피한 의무라는 안정감을 상징했기 때문이다. 순수의 시대 | 이디스 워튼 (지은이),고정아 (옮긴이) | 부커스 |
순수의 시대 21장,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이때도 결혼은 타이밍이었다
그 소망은 밤낮없이 그를 사로잡았다. 병든 사람이 오래전에 한번 맛보고 잊은 음식이나 술을 느닷없이 탐하는 것처럼 끈질기고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갈망이었다. 그 갈망 너머는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어디로 이어질지도 생각하지 못했다. 마담 올렌스카에게 말을 한다든지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다든지 하는 어떤 소망도 의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그저 그녀가 걸어간 땅과 그걸 감싼 하늘과 바다의 모습을 담아 갈 수 있다면, 세상이 지금보다는 덜 공허해질 것 같다고 느꼈을 뿐이다. 순수의 시대 | 이디스 워튼 (지은이),고정아 (옮긴이) | 부커스 |
순수의 시대 22장,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그 소망은 밤낮없이 그를 사로잡았다. 병든 사람이 오래전에 한번 맛보고 잊은 음식이나 술을 느닷없이 탐하는 것처럼 끈질기고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갈망이었다. 그 갈망 너머는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어디로 이어질지도 생각하지 못했다. 마담 올렌스카에게 말을 한다든지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다든지 하는 어떤 소망도 의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그저 그녀가 걸어간 땅과 그걸 감싼 하늘과 바다의 모습을 담아 갈 수 있다면, 세상이 지금보다는 덜 공허해질 것 같다고 느꼈을 뿐이다. 순수의 시대 | 이디스 워튼 (지은이),고정아 (옮긴이) | 부커스 | 이때도 이런 표현을 썼구나 놀랐슴다
두 사람은 밀려드는 대화 사이에 이따금 침묵의 간격을 두고 천천히, 명상하듯 점심을 먹었다. 마법이 풀리면서 두 사람 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말이라는 것이 긴 무언의 대화의 부속물에 지나지 않는 순간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처는 자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그런 게 아니라 그녀의 이야기를 한마디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탁자에 몸을 기대고 깍지 낀 손에 턱을 얹은 채, 그들이 만나지 않은 1년 반 동안의 일들을 이야기했다. 순수의 시대 | 이디스 워튼 (지은이),고정아 (옮긴이) | 부커스 |
순수의 시대 24장,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그들은 그렇게 오래도록 서 있었는지 모른다. 어쩌면 그 시간은 아주 짧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간은 그녀의 침묵이 그에게 해야 할 모든 말을 전하고, 중요한 건 하나뿐이라는 걸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는 이 만남을 마지막 만남으로 만들어 버릴 일을 하지 말아야 했다. 자신들의 미래를 그녀의 손에 맡겨 두고, 그녀에게 그것을 꼭 붙들어 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순수의 시대 | 이디스 워튼 (지은이),고정아 (옮긴이) | 부커스 |
순수의 시대 24장,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그녀는 불안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며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다. “내가 할머니 별장에 간 날, 왜 해변으로 날 데리러 오지 않았어요?” 그녀가 물었다. “당신이 돌아보지 않아서요. 내가 온 걸 모르는 것 같아서 그랬어요. 당신이 안 돌아보면 절대 데리러 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거든요.” 그런데 말해놓고 보니 너무 어린애 같아서 아처는 웃음을 터뜨렸다. “일부러 안 돌아본 건데.”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일부러?” “당신이 온 거 알고 있었어요. 마당으로 들어올 때 말들을 알아봤거든요. 그래서 해변으로 내려간 거예요.” “나한테서 가능한 한 멀리 가고 싶어서요?” 그녀는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 “당신한테서 가능한 한 멀리 가고 싶어서요.”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뉴랜드 아처 부부는 메이가 친구들에게 쓴 편지에서 ‘더없이 행복하다’라는 한마디로 모호하게 요약한 3개월의 신혼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참이었다.
순수의 시대 2부 20장 중에서,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무려 3개월 동안 신혼여행을 다녀오다니 엄청 나네요.
그녀가 놀라서 벌떡 일어나더니 그에게서 떨어져 벽난로 저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 나한테 육체적인 관계를 바라지 말아요!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녀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낯빛이 변하면서 아처도 일어났다. 그녀가 그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혹독한 질책이었다. “당신에게 육체적인 관계를 바란 적 없습니다.” 그가 말했다.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하지만 우리 둘에게 가능한 일이었다면 내가 결혼했을 여자는 당신입니다.” - <순수의 시대-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4>, 이디스 워튼 - 밀리의서재 https://millie.page.link/gwTHJAAKRE7qtU938 내가 불가능하게 했다고요?” “당신이요, 당신, 당신이라고요!” 그녀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아이처럼 입술을 떨면서 소리쳤다. “이혼을 포기하게 한 건 당신 아닌가요? 이혼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나쁜 짓인지, 결혼의 고결성을 지키려고… 그리고 가족이 험담과 추문에 시달리지 않게 하려고 어떻게 희생해야 하는지 알려줘서 이혼을 포기하게 만든 게 당신 아닌가요? 게다가 우리 가족이 당신과 친척이 될 거라서, 메이를 위해서 그리고 당신을 위해서 당신이 시킨 대로, 마땅한 행동이라고 일러준 대로 했어요. 아.” 그녀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난 당신 때문에 그렇게 한 걸 숨기지도 않았다고요!”
그는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두 손에서 얼굴을 들지도 않았다. 두 손에 가려진 눈알이 칠흑 같은 어둠을 계속 응시했다. “적어도 난 당신을 사랑했어요….” 그가 불쑥 말했다. 벽난로 저편 그녀가 아직 움츠리고 앉아 있을 소파 구석에서 아이의 숨죽인 울음소리 같은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그가 놀라서 벌떡 일어나 그녀 쪽으로 갔다. “엘런! 무슨 일이에요! 왜 우는 거예요? 돌이킬 수 없는 일은 하나도 벌어지지 않았어요. 난 여전히 자유로운 몸이고 당신도 그렇게 될 거예요.” 그는 그녀를 품에 안고 젖은 꽃송이 같은 그녀의 얼굴에 입술을 댔다. 그러자 그들의 헛된 두려움이 동틀 녘 귀신처럼 모두 쪼그라들었다. 그녀와 닿기만 해도 만사가 쉬워지는데 5분 동안이나 응접실 저쪽 끝과 이쪽 끝에 서로 떨어진 채 말다툼을 하고 서 있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었다. 그녀는 그에게 입맞춤을 되돌려 주었지만 잠시 후 그는 품 안의 그녀가 뻣뻣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그를 옆으로 밀고 일어섰다.
아처는 대대로 물려받은 결혼에 대한 케케묵은 생각으로 돌아갔다. 전통을 따르고 그의 모든 친구들이 아내를 대하듯이 메이를 대하는 것이 족쇄를 차지 않은 총각 시절에 막연히 그리던 이론을 실천하는 것보다 덜 골치 아팠다. 본인이 자유롭지 않다는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는 아내를 해방시키려고 애쓰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리고 그는 메이 자신이 가졌다고 여기는 자유의 유일한 쓰임은 아내로서의 경배의 제단에 바치는 것뿐임을 오래전에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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