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클래식 2025] 8월, 순수의 시대

D-29
세상 만사 다 비슷하구나. 사람 사는 것, 뉴욕이나 서울이나 똑같다고 생각하다가 극중 등장인물인 보퍼트의 비리(?)로 사업이 망하고 나서 주위 인물들이 그를 지켜주지 않는 것을 보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뉴욕은 그 시절부터 저런 윤리 감각이 있었군요. 확실히 앞서나간 측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것은 〈피를 뿌리지 않고〉 목숨을 빼앗는 옛 뉴욕의 방식이었다. 또한 추문을 질병보다 두려워하고, 용기보다 예의를 중시하며, 〈소동〉보다 더 천박한 일은 소동을 일으킨 당사자들의 행동을 빼고는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방식이었다. 순수의 시대 | 이디스 워튼 (지은이),고정아 (옮긴이)
순수의 시대 33장,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무언가 놓친 게 있다는 건 알았다. 인생의 꽃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너무도 아득하고 불가능한 일로 여겨져서, 그걸 불평한다는 건 복권에 일등 당첨되지 않았다고 낙심하는 것과 같았다. 그 복권은 수천만 장이 팔렸고 일등은 오직 하나였다. 그가 일등에 당첨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순수의 시대 | 이디스 워튼 (지은이),고정아 (옮긴이)
순수의 시대 34장,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이제 과거를 돌이켜 보니, 그는 자신이 지독한 쳇바퀴 속에 틀어박혀 살았다는 걸 알았다. 의무를 다한 일의 최악의 결과는 그 어떤 다른 일도 하기에 부적합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아처와 같은 세대의 남자들은 그렇게 보았다. 옳은 것과 그른 것, 정직과 부정직, 점잖은 것과 그 반대를 가르는 선이 너무도 명확해서 예측하지 못한 것이 들어설 여지가 없었다. 환경에 굴복해서 지내던 상상력이 어느 순간 일상적 수준 위로 솟아올라서 인생의 긴 굽잇길을 바라보는 순간들이 있다. 아처는 그곳에 높이 머물면서 생각했다. 그가 자라난 작은 세계, 그를 굴복시키고 구속한 그 세계의 기준들 가운데서 지금 무엇이 남았는가? 그는 가엾은 로렌스 레퍼츠가 오래전 바로 그 방에서 조롱 섞어 가며 한 예언을 떠올렸다. 〈지금 같은 속도로 흘러간다면, 우리 아이들은 보퍼트의 사생아와 결혼하게 될 겁니다.〉 순수의 시대 | 이디스 워튼 (지은이),고정아 (옮긴이)
순수의 시대 34장 ,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그거 알아요? 당신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고요?” “그러니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난… 그게 언제나 그래요. ‘나에게 당신은 매번 새로워요’.” “아, 그래요. 나도 알아요! 안다고요.” “그럼… 당신한테도 내가 그런가요?” 그가 기어이 물었다.
맞아요. 당신은 오늘 오지 말았어야 해요.” 그녀가 달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두 팔로 그를 끌어안고 그의 입술 위에 자기 입술을 포갰다. 동시에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루 끝 가스등의 불빛이 창문에 번쩍 비쳤다. 그녀가 몸을 뺐고, 사륜마차가 선착장 주변 혼잡한 마차들 사이를 겨우 지나가는 동안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거리로 들어서자 아처가 서둘러 말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죽는다면, 그러니까 곧 죽는다면, 그래서 자신이 자유로워진다면! 따뜻하고 익숙한 방에 서서 그녀를 보며 그녀가 죽기를 바라는 기분이 너무 이상하고 매혹적이고 압도적이어서 그 심각함을 당장 절감하지는 못했다. 그저 그 기회가 자신의 병든 영혼이 매달릴 새로운 가능성을 준다고 느꼈다.
“잔인한 것 같아요.” 그녀가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이 작은 물건들처럼… 중요하지 않아진다는 게요. 잊힌 사람들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물건이었는데 이제는 돋보기로 보며 짐작해야 하고 ‘용도 미상’이라는 꼬리표를 붙이잖아요.”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옆에 서 있는 레퍼츠의 거만하고 반반한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은 충동이 불끈 솟구쳤다.
순수의 시대 2부 28장 중에서,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다만 궁금한 건…… 원하는 걸 가질 수 있으리라고 이미 확신하고 있을 때도 심장이 그렇게 걷잡을 수 없이 뛸 수 있을까?
순수의 시대 2부 34장 중에서,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그것은 ‘피를 뿌리지 않고’ 목숨을 빼앗는 옛 뉴욕의 방식이었다. 추문을 병보다도 두려워하는 사람들, 용기보다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들, 남부끄러운 ‘소동’보다 무례한 것은 그 소동을 일으킨 행동을 제외하고는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방식이었다.
상황이 이 속도로 흘러간다면….” 레퍼츠는 풀 정장을 차려입고 아직 돌팔매질을 당하지 않은 젊은 선지자처럼 격렬하게 소리쳤다. “우린 자식들이 사기꾼들의 집에 초대받으려고 실랑이를 벌이고 보퍼트의 사생아들과 결혼하는 꼴을 보게 될 겁니다.”
뭔가 놓쳤다는 것은 알았다. 삶의 꽃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너무나 달성하기 힘들고 일어날 성싶지 않은 일로 여겨져 그 일로 푸념하는 것은 복권에 일등으로 당첨되지 않았다고 절망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그는 소위 충실한 남편이었다. 그리고 메이가 막내를 간호하다가 폐렴이 옮아 갑자기 죽었을 때 그는 진정으로 애통해했다. 두 사람이 함께한 긴 세월은 결혼이 지루한 의무라고 해도 의무의 위엄을 지키기만 하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오늘날 사람들은 너무 바빠서, 유행과 숭배 대상과 경거망동과 더불어 개혁과 ‘운동’으로 바빠서, 이웃에 신경 쓸 겨를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사회의 원자가 모두 같은 평면에서 돌아가는 거대한 만화경 속에서 누군가의 과거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요즘 젊은이들은 원하는 건 무엇이든 얻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우린 대개 원하는 게 있어도 갖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는 게 차이점이지. 다만 궁금하군…. 뭐든 얻을 수 있다고 미리부터 그토록 확신한다면 심장이 그렇게 격렬하게 뛸 수 있을까?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지음, 김영옥 옮김
아들의 자유로움과 자신감을 부러운듯 바라보는 아처!! 그의 아들은 정말 새로운 자유로운 세대같네요!! 그런데 이분도 대한제국때 사람 아닌가요?? 신기하네요^^
가족들이 모두 잠자리에 든 밤에 서재에 홀로 앉아서 마로니에가 늘어선 거리에 눈부시게 찾아온 봄, 공공 정원의 꽃과 조각상, 꽃 노점에서 훅 풍기는 라일락 향기, 거대한 다리 아래로 장엄하게 굽이치는 강, 각각 터질 정도로 동맥을 가득 채우는 예술과 학문과 쾌락의 삶을 떠올렸다. 이제 그 장관이 그의 앞에 찬란하게 펼쳐져 있었고 그는 그 모습을 내다보면서 자신이 수줍고 구식이고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가 되고 싶다고 꿈꾸던 멋지고 당당한 사람에 비하면 잿빛 반점에 불과한 사람이었다…
'잿빛반점'이라니!! 너무 슬픈 표현입니다 노년에 이런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날에요. 저를 따로 부르셨는데, 기억하시죠? 어머니는 아버지가 계시니 우리를 두고 가도 안심이라고, 늘 그럴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언젠가 어머니가 부탁하니까 아버지가 세상에서 제일 원하던 걸 포기하셨다고요.”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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