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고독한 상황 속에서 올랜도의 병세는 급격히 악화되었다. (...) 그들은 저토록 훌륭한 신사에게는 책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며, 중풍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이나 죽어가는 사람에게 책을 줘버려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더 안 좋은 상황이 기다리고 있었다. (...) 이 가엾은 인간이 이젠 글까지 쓰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는 가진 것이라곤 빗물 새는 지붕 아래 의자 하나와 책상 하나가 전부인, (따라서 결국 별로 잃을 것이 없는) 가난한 이에게도 충분히 불행한 일이지만, 저택과 소와 하녀, 당나귀와 린넨을 소유한 부유한 이가 책까지 쓴다면 그 처지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한심해진다. 무엇으로부터도 흥취를 느끼지 못하게 되고, 뜨거운 쇠꼬챙이에 찔린 벌집 신세, 못된 해충에게 물어뜯긴 것과 마찬가지인 신세가 된다. 작은 책이라도 한 권 써서 유명해질 수 있다면 가진 재산을 탈탈 털기까지 한다(이것이 바로 그 균의 사악한 면이었다). 하지만 페루의 금을 다 갖다 바친들 보석과도 같은 우아한 문장 하나 살 수 없는 것이 현실. 결국 기력이 소진한 그 사람은 병에 걸리거나, 머리가 터져버릴 지경이 되거나, 벽만 바라보고 있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그 사람이 어떤 모습으로 발견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죽음의 문턱을 넘어 지옥의 불길을 맛본 상태이므로. ”
『[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 [페이퍼백 에디션] p8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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