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띄어쓰기까지!! 미처 알아채지 못했어요. 심오한 의미가 정말 궁금합니다. @조반니
[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
D-29

김새섬

읽는사람
Q5. 기발하진 않지만 ㅎㅎ 저는 '신앙'이라는 제목을 붙여보겠습니다. 신앙의 대상은 올랜도, 자신인 것 같고요.

꽃의요정
“ 그러나 만약에 그것이 잠이라면 어떤 성격의 잠인가, 라고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잠은 치료를 위한 하나의 방편일까 – 더없이 화가 나게 하는 기억들, 인생을 망쳐버릴 것 같은 일들을 검은 날개로 문지르고, 가장 추하고 천한 것들마저 까칠한 부분을 문지르고 금박을 입혀, 광택과 광채가 나게 하는 최면상태인가? 인생이 산산조각이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때때로 죽음의 손가락이 삶의 소용돌이 위에 놓여야 하는 것인가? 우리는 매일 소량씩 죽음을 복용하지 않으면 삶을 이어나갈 수 없게 만들어진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의 가장 비밀스러운 통로로 뚫고 들어와,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우리의 뜻과는 상관없이 바꿔버리는 이 이상한 힘의 정체는 무엇인가? 올랜도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지칠대로 지쳐, 일주일 동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죽음의 본 질은 무엇이며, 삶의 본질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들 질문에 대한 해답을 반시간도 훨씬 넘게 기다렸는데도 아무 해답이 나오지 않으니, 그냥 이야기를 계속하도록 하자. ”
『[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 62p
문장모음 보기

은홍시
“ "여자들은(여자라는 성을 잠깐 경험해보니) 본래부터 순종적이고, 순결하며, 향기롭고, 아름답게 차려 입는 사람들이 아니었어. 그러지 않으면 인생의 즐거움을 전혀 못 누릴 수 있으니 끈질긴 훈련과 노력으로 그런 우아함을 갖추는 것뿐. 머리 손질만도 아침에 한 시간은 걸리잖아. 거울 보는 데에 또 한 시간, 그러고 있다가 코르셋을 입고 끈을 당겨 매고, 씻고, 분 바르고, 비단옷에서 레이스 옷으로 갈아입었다가 다시 레이스 옷에서 다른 비단옷으로 갈아입고, 그러면서 몇 년이고 순결을 유지해야 하고......." 그러면서 올랜도는 짜증스럽다는 듯 발을 홱 쳐들었다. 그 바람에 정강이가 살짝 드러났다. 그 순간, 돛대에 올라가 있던 선원 하나가 우연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가 너무 놀라 발을 헛디뎌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
『[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 [페이퍼백] p177
문장모음 보기

수북강녕
책의 초반부부터 내내 남성과 여성의 '의상'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하죠
(사실 정말, 헤메코가 성별을 가르는 요소지, 헤메코 외에 과연 무엇이 있는가?! 싶은 생각이 많이 들어요 발제 첫 질문과도 유관합니다만 ^^)
여성의 탈 코르셋이 가져온 변화에 대해 늘 생각해 보는데요,
남성도 치마를 입었던 것, 여성이 바지도 입게 된 것, 힐을 신지 않고 운동화를 신게 된 여성이 많아진 것, 키높이 구두를 신는 남성이 생긴 것, 남성들이 메이크업을 많이 하게 된 것을 생각하다 그냥,,,
이슬아 작가님이 <가녀장의 시대>에서 TV 생방송 프로그램에서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버티다 PD와 갈등을 빚고 출연을 하지 않게 된 에피소드를 읽습니다 비타와 버지니아가 이 책을 참 좋아했을 것 같다고생각하면서요!

가녀장의 시대매일 한 편씩 이메일로 독자들에게 글을 보내는 <일간 이슬아>로 그 어떤 등단 절차나 시스템의 승인 없이도 독자와 직거래를 트며 우리 시대의 대표 에세이스트로 자리잡은 작가 이슬아의 첫 장편소설. 가부장도 가모장도 아닌 가녀장이 주인공인 이야기이다.
책장 바로가기

김새섬
저도 '탈 코르셋'이라는 부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요. 그런데 아직까지도 치마는 남성 복장의 주요 옵션이 되지 못하는 것 같고 키높이 구두 역시 그렇게 좋은 것 같지는 않고요... 여성이 코르셋을 입으니 남성도 입는 것이 공평하다는 생각은 안 들고 양쪽 다 그저 편안하면 되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렇다면 중산복이 답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편으로 속옷의 경우에도 왜 여자 속옷에만 레이스나 작은 리본이 달려있고 크기가 이렇게 작은 건지 모르겠어요. 남편이 왜 여자 팬티와 남자 팬티 모양이 달라야 되냐고 물어봤는데 제대로 답변을 못 하겠더라고요. 그냥 둘 다 트렁크 팬티 입으면 될 것 같은데...
또 한편으로는 저의 여자 조카가 4,5살 때부터 저희 집에 와서 제 화장대를 다 뒤져서 화장하는 흉내를 내던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뭔가가 다르긴 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제 동생도 여성, 남성 분리해서 키우는 스타일이 아니었고 심지어 저의 제부는 톰보이 스타일을 좋아하는 편이었거든요. 딸이 샬랄라 공주풍을 좋아하기 시작하자 매우 괴로워했어요.

김새섬
“ “거부하고 받아주는 일은 얼마나 기분이 좋은가. 쫓고 정복하는 일은 얼마나 존경할 만한가. 이해하고 추론하는 일은 얼마나 고귀한가.” 짝을 이룬 이 단어들 가운데 무엇도 올랜도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
『[그믐연뮤클 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
문장모음 보기

김새섬
책에서도 여성/남성/인간의 특징이 위처럼 명시되어 있는 것 같고 버지니아 울프 역시 이 중에 무엇도 잘못은 아니라는 입장이 아닌가...아직 책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짐작해 봅니다.

은홍시
저도요. 딸, 아들을 키우는데 딸에게 의도적으로 중성적인 색을 입히고
아이가 <신데렐라>를 읽어 달라고 하면 '아빠는 어디갔니. 여기서 제일 나쁜 건 아빠야."라고 말해주며 키웠습니다. <종이 봉지 공주> 류의 책도 꼭 같이 읽어주고.
그래도 아이는 찐분홍(시장에서 파는 반들반들한 것)공주 드레스를 찾아 입더라고요. 허허허. 저는 게다가 공동육아를 해서 원래는 캐릭터 옷이나 공주 드레스를 지양했거든요(다른 아이들에게 안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공동육아 양육자들의 우려로 '등원할 때는 입지말자' 이런 걸 회의로 결정하는 집단입니다...ㅎㅎ).
근데 그것 역시 자기 취향을 찾아가는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아들 역시 '연분홍'기를 지났습니다. 아들도 누나 드레스도 입고 등원하고, 분홍 구두도 신고 하더니 불편한지 안 하더라고요.
지금 딸은 고등학생인데 숏커트를 치고, 회색 검은 옷만 입는 톰보이가 되어 있어요. 지금 그 아이에게는 또 이것이 제일 편하니...! 나중에는 또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보는 걸로!!

은홍시
가녀장의 시대를 안 읽어봤는데, 읽어봐야겠네요. 오...
저도 브래지어를 안하는 날이 더 많은데, 꾸밈노동 뭐 이런거 아니고 정말 몸의 편안함이 달라서요(대신 실리콘 밴드를 붙여요). 그렇게 쭉 안하다가 한 번씩 일이 있어서 브래지어를 하면, 속이 안 좋고 답답해서 스스로 놀라게 되더라고요. 생리컵도 쓰는데, 내 몸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요. 스스로에 대한 편안함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포인트겠죠.
딸 아이에게도 그렇게 권하는데, 아이가 다른 애들은 이 실리콘 밴드의 존재를 모른다고 놀라더라고요. 사실 노브래지어에 대한 논란도 조금만 떨어져 생각해보면 웃기죠. 크게 다르지 않은 인간의 몸인데, 특정 성별의 특정 부위를 성애화하는 것이니....

김새섬
저도 가슴이 작은 편이고 평상시 재택 근무를 하고 있어 브래지어를 잘 하지 않아요. 그런데 가슴이 큰 사람들에게는 실용적인 이유로 꼭 필요한 것 같긴 하더군요. 꼭 해야 한다, 절대 해선 안 된다 라는 양 극단적 입장보다는 말씀하신 것처럼 "스스로에 대한 편안함을 찾아가는 것" 그것 참 좋네요.

은홍시
“ "여자 발목 좀 봤다고 돛대에서 떨어지고, 여자들한테 찬사 좀 받아보겠다고 가이 포크스처럼 차려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비웃음을 살까 봐 여자가 가르치는 걸 용인하지 않고, 패티코트를 입은 연악하디 연악한 여자의 노예이면서도 만물의 영장이랍시고 나돌아다니다니 맙소사!" 그녀는 생각했다. "대체 저들은 우릴 얼마나 우습게 만드는가! 대체 우린 왜 이렇게 어리석은가!" ”
『[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 [페이퍼 백] p179
문장모음 보기

은홍시
<올랜도>를 읽다가 궁금해 <나의 비타, 나의 버지니아>를 빌려 읽었어요. 썸을 타다, 연애를 하다, 다시 우정을 이어가는 두 여성의 편지... 쫀쫀 말랑하네요.
수북강녕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과 연결되니, 올랜도가 더 생생하게 읽혀요. 입체의 맛!
근데 버지니아도 버지니아지만, '비타'가 진짜 난 여성!! 이네요. 그의 남편도 그렇고. 150년 뒤에 사는 제가 더 고지식한듯. ^^;; 여러가지면에서 지금보다 훨씬 더 자유롭네요.
진짜 비타가 올랜도!.
둘의 편지 행간과 소설을 이어가며 읽으니 더 술술 잘 읽힙니다!


수북강녕
“ 비타의 아버지 라이어널은 연인 레이디 콘스탄스 해치에게로 돌아섰다. 어머니 빅토리아의 고집으로 그녀와 라이어널은 남편과 아내라는 외양만 유지하며 계속해서 함께 행사들에 얼굴을 내밀었다. 한편 빅토리아는 엄청난 부자에 몸무게가 150킬로그램이고 그녀보다 열다섯 살이나 많은 미혼남 존 머레이 스콧 경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빅토리아에게 메이페어 하우스를 사줬고, 라이어널은 그가 주는 지속적인 보조금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비타를 딸처럼 대했다. (중략) 열세 살이 된 비타는 런던 파크레인의 작은 학교로 통학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열정을 품은 두 어린 숙녀와 친밀감을 키웠던 것이 이 시기의 몇 년이었고, 비타의 미래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그들의 열정에 비타도 화답했다. 그 두 소녀는 로저먼드 그로스브너와 바이올렛 케팰(훗날의 트레퓨시스)이었다. 사랑스럽지만 소극적이었던 로저먼드는 더 역동적인 비타의 마성에 빠져버렸는데, 그녀가 비타에게 끌린 건 전적으로 육체적인 면에서였다. 바이올렛의 경우는 좀더 복잡하고 난처한 경우에 속했다. 비타보다 두 살이 어렸지만 아이답지 않게 매우 조숙하고 열정적인 바이올렛은 각기 다른 두 사람이 그들 사이에 하나의 위대한 사랑을 이룩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비타는 그녀의 것이어야 했다. 열여섯 살 때 비타의 키는 거의 180센티미터에 이르렀다. (중략) 열여덟 살의 비타는 이제 더이상 건방지고 '다루기 힘들고 삐쩍 키만 큰' 건방진 십 대가 아니었다. 그녀는 한창 피어 있었다. (중략) 비타는 자동차를 소유했고, 당시에는 파격적으로 운전도 직접 했다. 그녀는 놀이공원에서 새끼 곰에 목줄을 채워 산책에 데리고 다니기도 했다. 그녀는 로저먼드에게 육체적으로 강하게 끌림과 동시에, 마드리드의 영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다 향수병에 걸려 돌아온 해럴드 니컬슨에게도 애정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비타의 부모님에게 당당한 사윗감일 정도의 재산가는 아니었다. 젊은 청년과 연애 중이던 해럴드도 비타보다 더 열정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비타가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털어놓는 대상은 자신의 일기뿐이었고,해럴드를 사랑하지 않는 것도 확실했다. 비타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나는 남자들에게 끌리지 않았다. 소위 말하는 '그런 쪽'으로는 남자들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여자들에게 끌렸다."고 말했다. ”
『비타와 버지니아 - 버지니아 울프와 비타 색빌-웨스트의 삶과 사랑』 p.31-42, 세라 그리스트우드 지음, 심혜경 옮김
문장모음 보기

수북강녕
★ 비타의 아버지 : 아내가 있었으나 자연스럽게 다른 여성과 사귐
★ 비타의 어머니 : 쇼윈도 부부를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부유한 미혼남과 사귐
★ 그 미혼남 : 내연녀인 비타의 어머니에게 보조금도 주고 비타를 딸처럼 대함
★ (다시) 비타의 아버지 : 아내 내연남의 보조금을 감사히 받음
★ 비타 : 13세에 두 동성과 썸을 탐, 18세에 키 180이 됨, 당시 드문 오너 드라이버 여성이었음, 남성에게도 '애정을 둠'
★ 그 남성 : 또 다른 남성과도 연애 중이었음
이 정도는 되어야죠! 암요! ㅋㅋㅋ

은홍시
와~!!! 진짜 대단하다는 말로 표현이 안되는 가족이군요!
멋있어요.

꽃의요정
100년 후를 사는 저보다 더 신식으로 사셨네요들! (부러워하면 지는 거다....ㅜ.ㅜ)

꽃의요정
300년은 남녀로 산 사람이라는 설정 뿐만 아니라 '올랜도'를 읽고 있으면 버지니아가 비타를 얼마나 사랑? 존경하는지 보이더라고요.
만렙토끼
엇, 연뮤클럽이 또 열린 걸 이제야 봤네요 늦게나마 합류합니다!

수북강녕
어서 오세요! 다음에는 아예 따로 개별 연락을 드릴까요? ㅎㅎ (집착으로 가는 길~)
작성
게시판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