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증정] 안톤 허 첫 소설 《영원을 향하여》 함께 읽어요.

D-29
나는 해변에 혼자가 아니었다. 해변에는 나와 함께 여자들이 있었다. 너무 멀어서 얼굴은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윤곽은 충분히 선명했다. 모두 해변 여기저기 흩어져 차분히 서서 바다를 내다보고 있었다. 모두 금발이었다. 그들은 모두 나였다. 그들 모두 나였다.
영원을 향하여 p96,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나는 파닛이다. 신체를 가지게 된 프로그램, 인간이 된 컴퓨터. 나의 인간으로의 전환은 너무나 완벽해서 그것을 완성하기 위해 나에게는 진정한 죽음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나는 지상을 헤매었다•••.
영원을 향하여 p135,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삶은 독이다. 모든 독이 그러하듯 적은 용량은 치료제이지만 많은 분량은 치명적이다. 그리고 나는 삶을 너무 많이 맛보았다.
영원을 향하여 p152,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이 공책은 딸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리고 어쩌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조금 알려줄 것이다. 아직도 빈 페이지가 많이 있다. 그 페이지들은 새하얗고 희망차게 놓여 있다 - 아직 쓰이지 않은 미래이다.
영원을 향하여 p162,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어느덧 마지막 주에 접어들었네요. 이 소설은 여러분에게 어떤 질문을 남겼나요? 특히 4부와 5부는 앞선 장들과는 또 다른 구조와 분위기로, 오랜 시간의 끝에서 묵직한 여운을 남깁니다. 여러분은 이 결말을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해요. 마지막이니만큼 자유롭게 감상이나 남은 생각, 또는 인상 깊었던 문장이나 장면 등을 함께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래 문장을 인상 깊은 문장으로 남겨주신 독자분이 있었죠. "시를 감상할 줄 아는 것이 지적 능력이겠죠, 분명히. 시를 생성할 줄 아는 것보다 더요." 그래서 오늘은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시'를 한편 나누어보려 해요 :) 작품에 인용된 여러 시 중에서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겨울: 나의 비밀〉이라는 시입니다. 이 시에서 화자는 사람들의 물음에 이렇게 말해요. “내 비밀은 내 것이고 난 말하지 않을 거야.” 겨울의 추위도 핑계가 되고, 기분에 따라 말할 수도 있다고 흘리지만 진짜 비밀은 끝까지 말하지 않아요. 내가 하는 이야기가 '나'라는 사람을 이룬다면 나를 어떻게 정의할지는 결국 나에게 달려 있는 거겠죠. 이야기하는 내용은 물론이고, 이야기를 할지 말지 여부조차 나의 선택이라면요…. 파닛, 용훈, 엘렌, 로아, 델타… 이들이 숨기고 있던 이야기, 용기를 내서 써 내려간 이야기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감상을 나누어주신 것도 감사드려요☺️ 마지막까지 즐거운 이야기 나눔 되시길 바랍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시가 많이 나와서 중간에 약간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시를 읽고 감상하는 능력은 인공지능도 가질 수 있는 능력일까 하는 생각과 함께 남겨 주신 시 다시 한번 음미해 봅니다.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겨울: 나의 비밀〉 “내 비밀은 내 것이고 난 말하지 않을 거야.” 겨울의 추위도 핑계가 되고, 기분에 따라 말할 수도 있다고 흘리지만 진짜 비밀은 끝까지 말하지 않아요. 그리고 여기에 나와 있는 시들을 영어로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물론 제대로 읽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요
오, 저도 원문으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느낌이 많이 달랐을까요? 다른 언어를 이렇게 한국어로 볼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도 원문의 느낌을 바로 느낄 수 없는 건 늘 아쉬운 것 같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어느새 3부 〔먼 미래〕까지 왔네요! 다들 잘 따라오고 계신가요? 3부에 들어서면서, 앞의 1, 2부와는 확연히 분위기가 달라진 걸 느끼셨을 거예요. 시간이 한참 흐른 뒤, 핵전쟁으로 피폐해진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화자 역시 ‘전쟁용으로 만들어진 복제인간’이기 때문이지요. 앞에서는 보다 개인적이고 내밀한 기억과 이야기 중심으로 흘러갔다면, 여기서는 점점 더 거시적이고, 본질적인 질문들로 나아가게 되죠. ‘인간이란 무엇인가’, ‘존재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같은 것들이요🤓 복제인간인 ‘이브’들은 하나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다름’이 허용되지 않는 존재인데요. 하지만 델타가 속한 이브 그룹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고, 요새에 들어서서는 각자 이름도 짓게 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가 우리를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자유롭게 여러분의 생각을 나눠주세요 :)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죽음, 언어, 개성 이라고 생각합니다. 죽음이 없다면 언어, 개성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유전자를 보존해야 할 의무가 없고, 역사를 기록해야 할 이유가 없어질테죠. 나를 나답게 만드는 개성으로 인간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들과 다른 이름, 장단점, 취향들로 내가 형성되고, 이것이 인간의 삶 대부분을 이루기 때문이죠.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은 다른 누구와 약간 다른 그 무엇이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이 하닐까 하는 생각을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는데 그 약간 다른 무엇이 미의 기준이나 아름다움의 기준에 따라 가려고 오히려 다름을 같게 인공적으로 만들것이 아니라는 생각까지 나아가게 되었어요. 이브들이 각자 이름을 가지는 것처럼 그리고 델타가 변화를 의미한다는 말처럼 약간의 변화와 다름이 나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그런 부분들을 보면서 영화 미키17이 생각났어요. 그 둘을 구분하는 것도 약간(이라기엔 영화에선 꽤 두드려졌지만요)의 성격변화였는데, 여기서도 말씀하신 약간의 변화와 다름이 나와서 이걸 구분하는게 중요한 포인트겠구나 하며 한번더 훑어보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아래에서 얘기했 듯 인간에 관해서도요.
우리는 이들을 영속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이야기를 영속시키기 위해. 우리는 그저 매개체일 뿐이다. 우리는 몸으로, 삶으로 이야기를 하고, 그리고 죽는다.
영원을 향하여 p. 307,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지각쟁이 D-5일 출석했습니다..! 너무 늦게와서 죄송해요 드디어 책을 다 읽었습니다! 지금 부터 호다다닥 글을 달아볼게요! 뒷 북이 좀 있더라도 너그러이 봐주세요ㅎㅎ
이 책의 8할은 송도와 서울 구로구를 오가는 인천 지하철 1호선과 서울 메트로 7호선 전동차 안에서 자필로 쓰였습니다. 한국에서 한국 사람이 쓴 한국 소설인 셈이죠. 단, 이 장편 소설은 영어로 썼습니다. 그래서 섣불리 "한국 소설"이라고 부르기에 망설여집니다.
영원을 향하여 09,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무슨 일인가 일어났는데 너무나 특이한 일이라 '환자1'의 공식 의료기록에 넣을 수 없을 정도라서 지금 여기 종이 공책에 따로 쓰고 있다.
영원을 향하여 15,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언어가 정말로 담는 것은 통제하려는 우리의 시도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언어에 매달린다. 실험 보고서를 작성하고, 숫자를 매기고 중요도를 합의하고, 무언가에 이름을 붙임으로써 그것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묘사한다. 경외, 역겨움, 공포, 모든 것이 거기에 있다. 우리가 붙인 이름에 그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영원을 향하여 33,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내가 한용훈의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 어쨌든 그 기억이 나를 한용훈으로 만들어주는 게 아닌가?
영원을 향하여 41,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그들은 질문을 받고 대답하기를 계속, 계속 되풀이 하면서 인문학을 배웠고, 혹은 인간성을 얻어냈다.
영원을 향하여 53,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나는 그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고 싶은 충동을 누른다. 그는 잠을 자야 하고, 쉬어야 한다. 대신 차가 우려지고 있는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나는 차를 찻잔에 따라 쟁반 위에 놓고 쟁반을 들고 계단을 올라 옥상 테라스로 간다. 그제야 나는 너무 늦었음을 깨닫는다. 그를 깨웠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그의 얼굴을 만졌어야 했다.
영원을 향하여 60,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두려움이 분노로 변했다. 어째서 내가 두려워하면서 살아야 하지? 나는 나 자신의 주인이 아니던가, 나의 외모와 정체성은 나의 것이 아니던가, 내 지인들이 이 끔찍한 존재들에게 건넬 그 인사말, 그것들이 받게 될 인정 또한 내 것이며 그 환영은 나에게 향해야 하지 않는가?
영원을 향하여 102,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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