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증정] 안톤 허 첫 소설 《영원을 향하여》 함께 읽어요.

D-29
나는 내 안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 우리 모두의 내면에서 사는 백색소음 속에 잠겨든다. 나는 그 잡음 아래의 들릴 듯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소음 속에서 그것이 말하는 단어를, 그 신호를 들으려 애쓴다.
영원을 향하여 p38,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그런 뒤에 창문이 무너졌네-그런 뒤에 나는 보기 위해서 볼 수 없었네- 시는 어딘가에서 나에게 "돌아왔다." 마치 스위치를 켠 것처럼 단어들이 내 기억 속에서 불을 밝혔다.
영원을 향하여 p45,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언어는 사용되고 싶어 한다. 언어는 뭔가를 찾고 있다. 언어는 단어라는 매개체를 통해 내 기억을 더듬으며 나의 전체를 읽으려 한다.
영원을 향하여 p58,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진실을 보았으니까. 아무리 짧은 순간이라도 네가 상상했던 모든 것보다 더 멀리 왔고 그게 가치 있는 삶을 살았는지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니까.
영원을 향하여 p.238,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번 주는 2부 〔미래〕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눠보려 해요. 개인적으로 이 책의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가 가장 잘 드러났던 부분이 '로아'의 일기였는데요. 그 '디스토피아'라는 맥락에서 희망과 냉소가 교차하는 흥미로운 지점이 있습니다. 희망적이라 가장 좋아하는 구절과, 냉소적이라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이 둘 다 2부에 있거든요. 첫 문장은 파닛이, 두 번째는 로아가 말한 문장이에요. 페이지로는 고작 세 쪽 차이인데도 전혀 다른 분위기지요. 여러분은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어떻게 읽으셨나요? 독자분들의 마음은 어디에 더 가까웠는지, 다양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
저도 파닛과 함께 속았기 때문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정말 절망적이었어요.. 그리고 파닛의 희생에 의해 살아난 로아의 삶도 너무 절망적이었습니다. 인공지능이 통제하고, 인공지능이 군인이 됐지만 ‘너무 논리적인’ 판단만을 하죠. 논리적인 것이 가장 옳은 방법인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또, 같은 나노봇인 엘렌들이 모두 다 다른 것도 신기했습니다. 현재의 GPT가 대화 상대에 따라 다른 인격으로 보이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GPT는 인격이 다 달라보이지만 결국은 하나의 인공지능입니다. 엘렌도 그렇기에 마주치면 죽는거겠지요? ㅠㅠ 안타까웠습니다
어쨌든 찾아올 피할 수 없이 달콤한 결말을 그저 지연시키고 있을 뿐이다. 내 죽음. 왜냐하면 가끔 파괴는 창조의 과정에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토록 오랫동안 열망했던 차례가 드디어 왔다. "내가 당신의 모래성이군요." 내가 속삭였다.
영원을 향하여 p.161 <파닛>,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파닛'이 아이를 갖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된 것은, 자신들이 만든 모래성을 부숴줄 '로아'와 함께 달려가는 두 남자아이들을 보았을 때였죠. 2부 <파닛>의 일기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파괴' 역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원천, 즉 생명의 원천으로 그려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파닛이 자식을 원하고, 가족을 원했던 것은 어쩌면 새로운 것을 창조함과 동시에 자신의 끝을 맞이하고 싶다는 열망도 맞닿아 있었던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인공지능이었던 파닛이 한용훈 박사의 불멸의 신체에 들어감으로 인해 인간의 감각과 경험을 얻었지만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시간의 유한성, 즉 죽음은 가질 수 없었어요. '가족'에 대한 갈망 역시 시간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가족은 세대를 이어가면서, 죽음은 그 흐름의 끝에서 의미를 갖는 거죠. 태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딸이 사실은 존재하며, 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 전부'의 나노봇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파닛은 이미 그 선택이 의미하는 바를 알고 있지 않았을까요. 그 선택은 자신의 파괴, 동시에 가질 수 없었던 죽음을 가진다는 것을요. 그래서 파닛이 자신의 딸에게 일기장을 넘겨주면서 딸의 이름을 '이브'로 지은 것 또한 상징성이 크다고 생각했어요. 성경 속의 이브가 '모든 인류의 출발점'이 되듯이 파닛에게 이브는 '자신의 종말과 맞바꾼 새로운 시작'이 되는 거죠. 결국 파닛이 딸을 살리기 위해 떠난 길은 자신이 평생 갖지 못했던 가족과 죽음을 동시에 얻는 길, 죽음을 통해 인간의 유한성을 스스로 획득하는 과정이라 생각했어요. 이후에 이어지는 <로아>의 일기장에서는 나노봇 안드로이드의 신체로부터 대를 이어 수많은 클론들이 만들어지고, 세대를 거치면서 최초의 나노봇 안드로이드가 지녔던 기억이 점차 희미해지는 시대가 펼쳐집니다. 그 모습이 꼭 ‘이브’라는 한 존재로부터 출발해 수많은 나노봇 클론들이 퍼져 나가며 번성하는 장면처럼 읽혔어요. 인간의 입장에서, 인간의 외형을 한 '나노봇 안드로이드'가 세대를 거듭해서 번성하는 과정을 글로 읽으니 낯설고 묘하기도 했어요. 클론이지만 묘하게 모든 기억까지는 완벽하게 복제가 되지 않으니 일종의 계승처럼 읽히기도 했고, 인류와 근본적으로 또 다른 '종'이 생긴 기분이었달까요. 맞춰서 읽으려고 2부까지만 읽었는데, 너무 궁금해서 못 참을 것 같아요..!!
정성껏 써주신 리뷰 감사드려요 🥹이브라는 이름에 담긴 상징을 이렇게까지 풀어내 주시다니 정말 감탄하며 보았습니다. 말씀처럼 파닛은 죽음을 통해 가족과 유한성을 ‘선택’함으로써, 인간이라는 존재에 가장 가까워진 것 같아요. 파닛이 바라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남겨주신 감상을 읽고 나니 저도 다시 2부를 들춰보고 싶어지네요.
삶은 독이다. 모든 독이 그러하듯 적은 용량은 치료제이지만 많은 분량은 치명적이다. 그리고 나는 삶을 너무 많이 맛보았다.
영원을 향하여 p. 152,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3부를 가장 재밌게 읽었습니다. 정말 우리의 미래를 엿본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나노봇을 인간이 개발했지만 나노봇이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나노봇을 위해 존재한다는 관점이 인상깊었습니다. 여러 방주가 존재할 것이고, 그 방주 중에는 인간이 기생(숙주에게 해을 끼침)하는 방주는 나노봇은 인간을 죽이려고 할 것입니다. 주인공들이 있는 방주는 공생 중인 것으로 보여 평화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우리도 자연을 이해할 때 우리가 자연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1부, 2부를 지나 3부까지 제 짐작과 상상을 뛰어 넘는 전개에 마치 시즌 1,2,3를 읽는 것 처럼 놀라며 보고 있습니다. 앨런은 "신뢰, 타인에 대한 신념, 호의"를 인간으로 만들어 주는 요소들이라고 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진짜 인간이 아닌 델타와 그 친구 이브들이야 말로 신뢰, 신념, 호의를 가지고 있네요. 이브는 살아 있는 동안 가졌던 선명하게 의미있는 순간들이 가지는 무게감, 그 무게가 인간으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하죠. 저는 그 감각, 그 감정을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인간으로 존재하는 의미인 것 같아요.
맞습니다. 복제인간인 델타와 이브가 더 ‘인간적인’ 신뢰와 호의를 보여주지요. 그들이 지켜낸 감정의 무게가 진짜 인간성을 증명해 주는 것 같았고..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인간성이 어떤 건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어요.
과거를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미래를 바꾸는 것이라고. 미래야말로 중요해.
영원을 향하여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먼미래까지 15일부터 시작되는 연휴동안 열심히 따라 읽었습니다. 파닛의 이야기를 지나 델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뭔가 혼돈 스럽기도 하고 생각할 거리가 너무 많아져서 책을 덮고 산책을 두시간 정도 하기도 했어요. 나무를 보면서 걷다가 이 숲에서 나도 나를 닮은 나노봇을 만나지는 않을까 하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나노봇을 만나면 나는 휴거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미쳤습니다.
굉장히 몰입해서 읽어주셨군요ㅎ 맞아요, 정말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지요. 그래도 다 읽고 나면 여운이 깊이 남으니, 힘내서 완독까지 함께 해주세요 ☺️💪
ㅋㅋ저는 산책 대신 노트를 꺼냈어요. 혼란스러울땐 열심히 적으면서 따라 읽었습니다.
진실은 퍼닛이 본 게 앞으로 다가올 전쟁을 위해 생산되는 수천 명의 '딸들' 중에서 그저 하나일 뿐이었다는 거지.
영원을 향하여 p. 178,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우리들도 시로 만들어져 있다고 할 수 있지. 너와 나와 이 행성에 있는 모든 살인 병기 이브들 다.
영원을 향하여 p. 232,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용훈은 자기 와인잔을 바라보았다. 마치 깊은 바닷솟에서 수많은 투명한 물의 주름이 겹쳐져 불투명한 안개처럼 변하는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영원을 향하여 p82,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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