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 그믐달로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일본 작가 히구치 이치요의 '섣달 그믐'이라는 작품을 보게 되었어요. 일본도 그렇고 한국 번역서도 그렇고 섣달 그믐을 실은 책에 그믐달은 없더군요. 훌쩍.
히구치 이치요가 일본에서는 화폐에 들어간 두 번째 여성이라고 하네요. (5천엔 지폐)...
24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폐결핵으로 사망했다고 해요.
아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믐 사냥하는 게시판에 간략하게 올려볼까 합니당. 그믐달 사진이 없는 대신 소설 내용으로. ㅎㅎ
<섣달 그믐>은 부잣집에서 일하는 미네라는 하녀의 이야기입니다.
미네가 가난하고 아픈 외삼촌을 위해 돈 2엔을 안주인에게 부탁하자 안주인은 긍정인 듯 한 대답을 해놓고 막상 줄 때가 되자 그런 적 없다고 시치미 뗍니다. 미네는 2엔을 안주인 서랍에서 훔친 후 들킬까 봐 전전 긍긍하는데요, 마지막 부분을 한 번 옮겨볼게요.
''이제 난 죽은 목숨이구나. 주인 어르신 앞에서 모든 걸 털어놓고, 사모님의 무정함을 그대로 말해버리자. 이제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정직만이 살 길이야. 도망가지도 숨지도 말고, 잘못된 욕심인 줄 알면서도 훔쳤습니다, 하고 자백하자.'
...(중략) 미네가 빼간 것은 딱 두장이니, 남은 것은 열여덟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돈다발이 통째로 보이지 않았다. 서랍을 뒤집어 흔들어도 소용없었다. 이상한 종이쪽지 하나만 떨어졌는데, 언제 쓴 것인지 영수증이 한 통 있었다.
'서랍 속에 든 것도 잘 받겠습니다. 이시노스케.'
"그럼 돈은 방탕한 아들녀석이 가져갔네."하며 서로가 표정을 살폈고, 미네가 의심받을 일은 없었다. 갸륵한 효심의 은덕으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시노스케의 죄가 된 것일까. 아니면 미네의 죄를 알고서 덮어준 것일까. 그렇다면 이시노스케는 미네의 수호신일 텐데, 훗날의 일이 궁금하구나.'
소설에서 미네가 아픈 외삼촌 집을 들여다보고서 쌀 넣을 뒤주도 없는 모습에
'섣달 같은 하늘 아래 연극을 보러 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라고 미네가 생각하는 부분이 마음에 남네요.
밥심
5천엔 지폐, 히구치 이치요..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생각하다가 몇 개월 전에 읽은 <꿈꾸는 도서관>에 등장한 인물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시간 되시면 한 번 읽어보세요. 재밌습니다.
꿈꾸는 도서관일본 최초의 근대 도서관 설립 배경을 둘러싼 서사와 기와코라는 한 여성의 인생사가 교차하다가 마침내 한 곳에서 만난다. 미술관, 동물원, 박물관, 도서관이 있는 우에노공원은 전후 혼돈의 시기 고아, 노숙자, 남창 등 가난한 사람들을 품었다. 우리가 몰랐던 우에노공원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전쟁을 겪은 한 사람 한 사람의 고유한 삶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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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유
추천 감사합니다. 읽어보겠습니다.^^
김새섬
이런 대화의 이어짐이 정말 멋 집니다. 진정 독서모임스럽네요.
조영주
미드 루시퍼 시즌 2 7화에어 발견한 그믐달 목걸이입니다!
이지유
목걸이 이뿌네용!
GoHo
그믐달 보다 저 짱구는 뭐지?? 했어요~ㅎ
이지유
아 그러고 보니 짱구가 ㅎㅎㅎㅎ
김새섬
앗! 다시 크레용 신짱이닷! 주인공 여성이랑 짱구가 정말 안 어울리네요. ㅋㅋㅋ
화제로 지정된 대화
조영주
@모임 다음 그믐달 사냥 모임은 없습니당 ~_~ 제가 공사가 다망하여 쉬어갑니다!
Kiara
많이 바쁘시죠 작가님..! 건강조심하세요♡
GoHo
2연속 사냥을 했으니 이제는 눈으로 지켜주는 것도 좋지요~^^
물고기먹이
고생하셨습니다!!!ㅎㅎㅎㅎ 작가님 덕분에 이제 제눈엔 그믐달만 보입니다 ㅎㅎㅎ
김새섬
그 동안 모임 이끌어 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느덧 내일이면 이 모임도 종료되네요.
앞으로 나올 신간들과 그 밖의 다른 활동들도 많으시지요? 그믐 모임 이끄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