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3.니그로, W. E. B. 듀보이스

D-29
셰르브로(현 시에라리온의 섬 중 하나라고 하네요.)의 석상들을 찾아봤습니다. 둥글둥글하면서도 오밀조밀한 모습이 생동감이 있네요.
감비아의 거석들이라고 하네요. 스톤헨지가 떠오르네요. 저런 원형 형태의 거석들이 약 1,000여개가 존재하며 세계적으로 이 정도 규모의 거석이 모인 장소는 감비아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2006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네요.
실제로 수단과 그 사막에는 니그로가 지배하는 도시가 많았고, 이에 대해 누구도 부당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그들은 오다고스트가 가나의 흑인 도시에 조공을 바치고 있었기 때문에 무어인이 이를 파괴했다고 말할 게 뻔하다. 그러나 그들이 오다고스트를 파괴한 것은 이교도의 도시이기 때문이지 흑인의 도시였기 때문은 아니다.
니그로 - 아프리카와 흑인에 관한 짧은 이야기 p.50~51, W. E. B. 듀보이스 지음, 황혜성 옮김
3세기 초에 만딩고 왕국이 서쪽에서 흥기하자 가나의 위세는 기울기 시작했다. 멜레(Melle)라고 불리던 이 왕국은 1235년에 건설되었고 이슬람교와 무어인 상인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이 새 왕국은 상업을 확장하면서 성장하기 시작했고, 이슬람교는 점차 서쪽, 북쪽, 동쪽의 오래된 니그로 문화를 포위하기에 이르렀다.
니그로 - 아프리카와 흑인에 관한 짧은 이야기 p.52, W. E. B. 듀보이스 지음, 황혜성 옮김
멜레(Melle)가 어떤 곳인지 검색해도 안 나왔는데 말리 제국(Mali Empire)의 다른 표기법이었군요. 말리 제국의 영토가 오늘날의 아프리카 말리와 어느 정도 겹치는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황금왕 만사 무사는 가끔씩 이름만 들어봤는데 그가 말리 제국의 왕이었다는 걸 제대로 알게 되었어요. 그 정도로 강력한 왕과 왕국이 있었음에도 이전에 학생 때는 들어보지 못했던 걸 보며 세계사 수업에서 제3세계가 거의 소외되어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전해 내려오는 송가이의 역사에 따르면, 이 왕국은 천 년이나 이어지며 세 왕조가 교체되었고, 나이저 강 만곡부에 거대한 중심지들이 건설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니그로 - 아프리카와 흑인에 관한 짧은 이야기 p.53, W. E. B. 듀보이스 지음, 황혜성 옮김
책에선 천 년의 역사나 세 왕조에 대해 한 문장으로만 써 있어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약 7세기에서 14세기까지 '가오 제국'이 말리 제국의 지배 하에 있다가 책에도 나오는 손니 알리가 크게 부흥시키며 '송가이 제국'으로 확장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강탈자 무함마드 아스키아'가 왕권을 찬탈하며 '아스키아 왕조'가 시작되어 모로코인들이 쳐들오는 1591년까지 지속되었다고 하네요. * 지도에서 옅은 초록선이 가오 제국, 보라색 선이 송가이 제국, 붉은색 선이 말리 제국의 최대 강역입니다.
마호메트교가 셀주크투르크족의 광신적인 언동에 굴복했다. 이 새로운 정복자들은 빈의 어귀 해협에 확고하게 뿌리내리고 있었을 뿐 아니라 지중해 연안을 휩쓸며 바다를 소탕했다. 이제 유럽은 잃어버린 채 지내 온 부유한 인도와 교역을 다시 찾아나서야만 했다. 유럽은 종교적 열정과 정복에 대한 우려, 상업에 대한 탐욕에 자극받아 마호메트교에 저항했고, 결국 신세계를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신세계의 부가 처음에는 에스파냐로 쏟아져 들어갔다. 무어인의 압력이 뒤따랐고, 1502년 그들은 약탈당하고 초라해진 모습으로 다시 아프리카로 쫓겨 갔다. 여기에 에스파냐인이 뒤쫓아 가서 공격했고, 투르크족이 기독교와 싸우며 지중해 연안 항구들을 함락시켰다. 이로써 무어인은 영원히 유럽으로부터 봉쇄되었다.
니그로 - 아프리카와 흑인에 관한 짧은 이야기 p.57, W. E. B. 듀보이스 지음, 황혜성 옮김
오늘날 이 찬란한 문명의 역사와 융성함 대부분을 잘 모르고 니그로는 역사가 없다고 확신에 차서 주장하는 것은 현대인의 편견에서 비롯된 기이한 상황이다.
니그로 - 아프리카와 흑인에 관한 짧은 이야기 p.60, W. E. B. 듀보이스 지음, 황혜성 옮김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의 핵심 같네요. 존재했음에도 아무도 기억하려 하지 않아 존재가 부정당한 역사..
맞습니다. 7장까지 읽었는데 이것만 봐도 벌써 아프리카의 문명과 역사가 유구했다는 사실을 대강 알 수 있었어요. 이집트는 말할 것도 없고 나파타, 메로에, 누비아, 악숨, 가나, 멜레, 송가이, 하우사, 보르누, 젠네, 베냉, 요루바, 다호메이, 아샨티, 그레이트짐바브웨, 스와힐리… 헥헥 많기도 하네요. 유럽 애들은 아프리카를 미개하다며 업신여겼지만 오히려 아프리카인들이 훨씬 더 화려한 문명을 건설하고 살았던 것 같은데요.
자칫 "흑인들은 왜 알려진 역사가 없지?"라는 생각은 흑인에게 문화와 문명이 없었다는 전혀 다른 방향의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런 작은 생각들이 모여 흑인과 아프리카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확대시킬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앞단에서 자세하고 총체적으로 역사 파트를 배정한 것 같아요. 왜 아프리카의 역사가 우리에게 덜 알려졌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고요. 사막과 산맥,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 제약을 넘어 기독교와 이슬람 문명의 끝없는 팽창과 침입이 아프리카의 자연스런 발전 과정마다 개입했다는 점도요.
저자가 머리말에서 말했듯 ‘소론’같은 ‘짧은 이야기’지만 구성이 아주 잘 짜여진 책이군요.
3장도 그렇고 4장에서도 계속 수단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현재의 아프리카 국가 수단을 의미하는 건가 헷갈렸습니다. 3장 초반에 언급한 '흑인의 땅'(Bilad es sudan)이 역사적으로는 사하라 사막 이남의 인구가 있던 지역을 말하던 보다 폭넓은 개념이라는데 그 의미에서 수단을 말하는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는 책 번역을 할 때 용어의 사용이나 구분을 좀 더 세부적으로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네, 저도 헷갈렸는데 그렇게 이해하면 되겠네요. (‘멜레’가 ‘말리’라는 사실도 체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을 저 혼자 읽었다면 헤맸을 것 같아요.)
도시 민주정 체제와 숭고한 종교적 이념을 갖추고 있었으며 산업이 정교하게 조직되었고, 수준 높은 예술을 발전시킨 요루바 문화 자리에 아샨티와 다호메이가 들어섰다. 이런 서해안 지역의 성격을 훗날 우리가 읽은 전쟁의 만행과 피의 희생으로 바꾼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 질문에는 단 하나의 답밖에 없다. 바로 노예무역이다. 노예무역은 인간을 사고팔 뿐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조직화된 부정 거래를 부추기고, 이와 더불어 거의 모든 다른 상업 활동에 대한 관심과 에너지를 모두 바꾸어 버린다. 이렇게 해서 파생되는 부산물들은 전쟁에 대한 가장 잔혹한 열정을 부추긴다.
니그로 - 아프리카와 흑인에 관한 짧은 이야기 p.66, W. E. B. 듀보이스 지음, 황혜성 옮김
노예무역의 본질이 민주사회와 양립할 수 없음을 이미 아프리카에서 먼저 역사가 증명했군요. 인간이 인간을 매매하고 억압할 수 있는 제도에서는 사람이 소중하게 여겨질 수 없다는 핵심을 여기서도 보네요.
15세기 중반부터 19세기 후반까지 아메리카의 노예무역은 기니에 집중되었고 서해안 일대를 도덕적,사회적으로뿐 아니라 물질적으로도 황폐화시켰다. 유럽의 럼주나 총포가 인간과 거래되다가 1787년에 이르러서야 이 끔찍한 사회적 악행을 막으려는 방책이 나왔다. 바로 그해에 서해안을 통해 훔쳐 간 니그로를 송환하고 노예무역을 대체하여 개화된 중심지를 세워야 한다는 발상이 등장했다.
니그로 - 아프리카와 흑인에 관한 짧은 이야기 p.67, W. E. B. 듀보이스 지음, 황혜성 옮김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여 찾아봤습니다. 과거 영국과 미국에서 흑인 이민자/노예 후손들을 아프리카 본토로 돌려 보내는 '백 투 아프리카 운동'이 있었다고 하네요. 영국은 책에서처럼 1787년 300여명의 영국 내 흑인 빈민들을 모아 시에라리온으로 보내 거기서 정착하고 살도록 지원한 것이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미국은 1800년대부터 흑인 자유민, 흑인 노예를 둘러싼 사회 갈등이 커지고 있었고 1820년대에 원하는 흑인들을 모아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대륙으로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이 운동에 대해서는 백인과 흑인 모두 양쪽의 이해관계가 섞여 있었는데 노예제의 신분에서 자유로워진 흑인 자유민의 등장에 백인 농장주들은 불만과 불안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자신들의 재산인 다른 노예들에게도 영향이 갈까 걱정한 거죠. 흑인들은 흑인들대로 남부에서의 노골적인 차별, 북부에서의 경제적/사회적 불평등과 여전한 인식상의 차별의 벽을 체감하여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사람들이 자원했다고 합니다. 다만, 흑인들 내에서도 중산층들은 이미 선조들로부터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자신들의 고향이나 혈통을 기억하지도 못하며 새로운 지역에서의 적응에 대해 걱정도 있어 주로 하층민들이 많이 지원했다네요. 또한 노예제 폐지론자들에게 아프리카로의 송환이 오히려 미국 내에서의 불평등 개선과 노예제 폐지에 집중하지 않고 분리정책을 펼친다는 비판을 받았답니다. 아프리카의 국가 라이베리아는 '미국 식민 협회'가 1820년부터 흑인들을 배에 태워 보내면서 아프리카 서부 해안에 처음 정착하면서 건국되었다는데 전혀 몰랐던 역사적 사실이네요. 이후 1840년대까지 20여년에 걸쳐서 여러 차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라이베리아로 이주했는데 이중 50% 가까이가 기후나 질병 문제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전혀 알지 못했을 역사 속의 사건을 알게 되네요. 라이베리아의 시작이 원래부터 있던 과거의 국가나 왕조의 연장이 아니라 주인 없는 땅에 인위적으로 외부 국가에 의해 만들어진 나라라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흑인과 백인들 각자의 이해관계가 겹쳐서 일어난 운동이라는 점도 흥미롭고요. https://en.wikipedia.org/wiki/Back-to-Africa_movement#
그래서 라이베리아라는 국명도 라틴어 ‘자유(리베르)’에서 따온 것이고, 수도인 몬로비아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먼로의 이름를 따서 지었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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