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증에 대한 부각은 불가피하게 문제의 원인을 개인에게로 몰아가고 문제를 처리하는 장소 역시 개인에게 국한시킨다. (중략) 어떤 문제가 질병의 범주에 포함되면 '질병'의 정의상 그 문제는 비사회적인 것으로 치부된다. 따라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개입 수준 역시 사회적 차원으로 올라가지 못한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이 문제를 다뤄야 하고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것은 개인들 -주로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들-의 몫이지 나머지 사람들의 문제는 결코 아니며 사회 일반이 맡을 문제도 아니다. 다시 말해서, 히틀러와 나치스를 병든 정신병자 무리로 몰아서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인종학살의 개념을 현대적으로 구현한 책임을 묻는 것이, 4천만 독일인과 이것을 수수방관한 세계가 공모한 일로 의심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는 얘기다. ”
『전문가들의 사회』 p.85, 이반 일리치 외 지음, 신수열 옮김

전문가들의 사회이반 일리치 전집 시리즈. 일리치와 공저자들은 현대의 전문가 신화를 남김없이 벗겨낸다. 전문가는 우리의 타고난 능력을 무능력으로 만듦으로써 삶을 지배한다. 전문가 사회의 허구를 꿰뚫어 봄으로써 가능성의 존재인 인간을 회복하기 위한 지침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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