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3.니그로, W. E. B. 듀보이스

D-29
그렇다면 노예무역이 니그로 아프리카에서 1억 명의 영혼을 희생시켰다고 말하는 것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사람들은 1600년 이후 이 아프리카 땅에 문화가 정체된 원인을 여전히 묻고 있다!
니그로 - 아프리카와 흑인에 관한 짧은 이야기 156쪽, W. E. B. 듀보이스 지음, 황혜성 옮김
그렇다고 니그로 노예제도와 노예무역을 금지하는 과정에서 박애주의만 작용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영국에서 나중에는 다른 나라에서, 노예제도가 현대 산업 시스템에서는 만족스럽게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예제도의 대가와 비용이 너무 컸던 것이다. 비용이 높은 요인 가운데 초기 디에고 콜럼버스 대농장의 노예 반란에서 미국 남북전쟁 시기까지 일어난 노예 반란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니그로 - 아프리카와 흑인에 관한 짧은 이야기 158쪽, W. E. B. 듀보이스 지음, 황혜성 옮김
개인적으로 흑인역사 관련 강의를 듣는 게 있는데 남북전쟁 이전 남부에서는 노예가 도망치는 현상이 심화되자 이런 현상을 흑인들의 '정신적 문제'로 보고 질병으로 진단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Drapetomania, 우리나라에는 해당하는 단어가 없지만 위키피디아 중문에서는 漂泊症 (표박증)이라고 번역하고요. 표박이란 말이 생소해 찾아보니 일정한 주거/생계가 없는 채로 정처 없이 떠돌아다닌다는 의미로 실제 있는 단어더라고요. 말이 안되는 얘기지만 노예제도가 흑인 노예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이런 노예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정신적 문제가 있는 흑인들만이 도망가는 것이라는 분석이었다고 합니다. 당시에도 이런 주장은 북부 자유주들에게는 황당무계한 근거 없는 소리로 비웃음을 사게 되죠. 당연히 시대가 지나서는 유사과학이자 과학처럼 보이는 무언가로 둔갑해 인종차별을 합리화하는 인종주의로 분류되어 역사에서 사라졌고요. 표박증 이론을 제시한 미국 의사 사무엘 A. 카트라이트는 오히려 노예주가 노예에게 지나치게 친절하거나 동등하게 대하면 이런 증상이 일어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유 없이 불만이 가득하거나, 짜증이 나 있는 노예는 도망치려는 전조 증상이니 예방하기 위해서는 내면의 악마를 몰아낼 수 있게 '채찍질' 하는 것만이 답이라고 했답니다. 어떤 사회문제의 근원을 정신적 문제로 돌리는 이유는 체제에 대한 비난을 하지 못하게끔 유도하기 위함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개개인이 타고났거나 또는 후천적으로 얻게 된 정신심리적 문제, 즉 개인이 '치료 받아야 할 대상'으로 문제를 국한시켜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 한다는 것이죠. https://en.wikipedia.org/wiki/Drapetomania
병증에 대한 부각은 불가피하게 문제의 원인을 개인에게로 몰아가고 문제를 처리하는 장소 역시 개인에게 국한시킨다. (중략) 어떤 문제가 질병의 범주에 포함되면 '질병'의 정의상 그 문제는 비사회적인 것으로 치부된다. 따라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개입 수준 역시 사회적 차원으로 올라가지 못한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이 문제를 다뤄야 하고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것은 개인들 -주로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들-의 몫이지 나머지 사람들의 문제는 결코 아니며 사회 일반이 맡을 문제도 아니다. 다시 말해서, 히틀러와 나치스를 병든 정신병자 무리로 몰아서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인종학살의 개념을 현대적으로 구현한 책임을 묻는 것이, 4천만 독일인과 이것을 수수방관한 세계가 공모한 일로 의심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의 사회 p.85, 이반 일리치 외 지음, 신수열 옮김
전문가들의 사회이반 일리치 전집 시리즈. 일리치와 공저자들은 현대의 전문가 신화를 남김없이 벗겨낸다. 전문가는 우리의 타고난 능력을 무능력으로 만듦으로써 삶을 지배한다. 전문가 사회의 허구를 꿰뚫어 봄으로써 가능성의 존재인 인간을 회복하기 위한 지침서이다.
카트라이트는 흑인들의 문제이자 정신병으로 치부하여 체제를 가리고 싶어했지만, 마찬가지로 그런 사이비 이론을 당당하게 주장한 카트라이트 같은 백인 우월주의자들만의 문제로 몰아간다면 또 다른 함정에 빠지는 것일 겁니다. 문제는 카트라이트 그리고 그와 같은 백인들이 활약할 수 있던 아프리카 착취의 무대를 만든 서구세계와 체제 그리고 그걸 용인한 지배계층 모두에게도 책임이 있겠죠.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번 책은 흑인역사와 문화에 대한 개괄적 이해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네요. 각주나 역주가 많지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책의 정보들을 찾아보면서 공부하게 되는 유익한 독서였습니다. 다음 책은 <아이티 혁명사>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듀보이스의 책에서도 아이티 혁명이 언급되고, 미국 역사와 노예사에도 중요한 사건이기에 흐름을 이어 한 번 읽어보려고요. 한달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C. L. R 제임스의 <블랙 자코뱅>이 나온 뒤 오랜만에 나온 아이티혁명사 개설서이다. 큰 틀에서 제임스의 견해를 따르고 있지만, 혁명가 투생 루베르튀르의 전기 형식으로 서술된 <블랙 자코뱅>의 한계를 넘어 아이티 사회와 카리브 해 노예들의 삶을 복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이름만 들어봤던 듀보이스의 저작을 직접 읽을 수 있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작은 책인데도 내용이 참 알차게 채워져 있네요. 많은 자료를 올려주시고 의견을 나눠주신 @은화 님 감사드립니다. <아이티 혁명사>는 지난 모임에서도 언급해 주셨던 책이지요. 기대가 됩니당. 다음에 또 만나요!!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 신으로부터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았다. 그 권리 가운데 생명권, 자유권, 행복을 추구할 권한이 있다.” 미국이 독립선언서를 당당하게 선포할 때 미국 영토 안에는 무려 50만 명의 노예가 있었다. 한 국가로서 호언장담하며 등장한 이 나라는 157년 동안 인간 노예제도를 유지해 왔고, 이후로도 87년 동안이나 이 제도에 집착했다.
니그로 - 아프리카와 흑인에 관한 짧은 이야기 183쪽, W. E. B. 듀보이스 지음, 황혜성 옮김
새로운 식민 이론은 상업적 특권과 엄청난 이윤의 세력 범위를 유럽 노동자계급 착취에서 유럽의 정치적 지배 아래 있는 후진적인 인종 착취로 옮겨 갔다. 이 아이디어를 수행하기 위해서 유럽과 백인 미국 노동자계급이 실질적으로 이 새로운 착취를 나누어 갖기 위해 초대되었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남유럽인’(Dagoes), ‘중국인’(Chinks), ‘일본인’(Japs), ‘깜둥이’(Nigger)보다 태생적으로 자신들이 우월하다는 만연된 생각에 의기양양했다.
니그로 - 아프리카와 흑인에 관한 짧은 이야기 234쪽, W. E. B. 듀보이스 지음, 황혜성 옮김
지구상에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피부가 하얗지 않다. 인류애에 대한 믿음은 유색인에 대한 믿음이다. 미래의 세상은 유색인이 만드는 세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유색인 세계가 전승되려면, 이 지구가 다시 한 번 전쟁터에서 피를 흘리고 인간을 짐승처럼 올가미를 씌워 잡아야 하는가, 아니면 이성과 선의가 승리해야 하는가?
니그로 - 아프리카와 흑인에 관한 짧은 이야기 241쪽, W. E. B. 듀보이스 지음, 황혜성 옮김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도서 증정] 정재승, 김경일 추천 도서『집단 망상』 편집자,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비공개 PDF 제공] 미출간 신간 <슈퍼 아웃풋 공부법> 먼저 읽고 이야기 나눠요! [도서증정][번역가와 함께 읽기] <전차 B의 혼잡>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코스모스> 꼭 읽게 해 드리겠습니다!
2026년 새해 첫 책은 코스모스!
내 맘대로 골라보는《최고의 책》
[그믐밤] 42. 당신이 고른 21세기 최고의 책은 무엇인가요? [그믐밤] 17. 내 맘대로 올해의 책 @북티크
🎨책과 함께 떠나는 미술관 여행
[느낌 좋은 소설 읽기] 1. 모나의 눈[웅진지식북클럽] 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어요[책증정] 미술을 보는 다양한 방법, <그림을 삼킨 개>를 작가와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 저자이자 도슨트인 유승연과 함께 읽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
그믐 앤솔러지 클럽에서 읽고 있습니다
[그믐앤솔러지클럽] 3. [책증정] 일곱 빛깔로 길어올린 일곱 가지 이야기, 『한강』[그믐앤솔러지클럽] 2. [책증정] 6인 6색 신개념 고전 호러 『귀신새 우는 소리』[그믐앤솔러지클럽] 1. [책증정] 무모하고 맹렬한 처음 이야기, 『처음이라는 도파민』[그믐미술클럽 혹은 앤솔러지클럽_베타 버전] [책증정] 마티스와 스릴러의 결합이라니?!
듣고 이야기했어요
[밀리의서재로 듣기]오디오북 수요일엔 기타학원[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팟캐스트/유튜브] 《AI시대의 다가올 15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같이 듣기
⏰ 그믐 라이브 채팅 : 최구실 작가와 함께한 시간 ~
103살 차이를 극복하는 연상연하 로맨스🫧 『남의 타임슬립』같이 읽어요💓
매달 다른 시인의 릴레이가 어느덧 12달을 채웠어요.
[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 12월] '오늘부터 일일'[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11월] '물끄러미' 〔날 수를 세는 책 읽기- 10월 ‘핸드백에 술을 숨긴 적이 있다’〕
어두운 달빛 아래, 셰익스피어를 읽었어요
[그믐밤] 35.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1탄 <햄릿> [그믐밤] 36.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2탄 <맥베스> [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그믐밤] 38.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4탄 <오셀로>
독서모임에 이어 북토크까지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1일 오프라인 북토크 예정!스토리 수련회 : 첫번째 수련회 <호러의 모든 것> (with 김봉석)[책증정] 저자와 함께 읽기 <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 +오프라인북토크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AI 에 관한 다양한 시선들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결과물과 가치중립성의 이면[도서 증정]《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AI 메이커스> 편집자와 함께 읽기 /제프리 힌턴 '노벨상' 수상 기념[도서 증정] <먼저 온 미래>(장강명)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AI 이후의 세계 함께 읽기 모임
독자에게 “위로와 질문”을 동시에 던지는 이희영
[도서 증정] 『안의 크기』의 저자 이희영 작가님,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이희영 장편소설 『BU 케어 보험』 함께 읽어요![선착순 마감 완료] 이희영 작가와 함께 신간 장편소설 《테스터》 읽기
한 해의 마지막 달에 만나는 철학자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책걸상 함께 읽기] #52.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도서 증정] 순수이성비판 길잡이 <괘씸한 철학 번역> 함께 읽어요![다산북스/책증정]《너를 위해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니체가 말했다》 저자&편집자와 읽어요!
<피프티 피플> 인물 탐구
피프티피플-이기윤피프티피플-권혜정피프티피플-송수정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