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미래학을 흥미로운 소설로 읽기

D-29
16세기만 해도 성직사, 군주, 상인 같은 소수 집단만 누렸던 정치 권력은 이후 500여 년에 걸쳐 더디지만 분명하게 사회 각계 각층으로 광범위하게 퍼져나갔단다. 때에 따라 지역적으로 예외가 있었을뿐 군주들은 점차 입법, 사법, 행정, 언론과 유권자들의 제약을 받게 되었어. 하층부에서 지배 계층으로 진출할 기회도 당연히 들어났지.
인류의 미래사 - 21세기 파국과 인간의 전진 69, W. 워런 와거 지음, 이순호 옮김
1989년 기점으로 공산주의가 무너지자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노골적으로 침략전쟁을 치뤘고, 유엔을 앞세운 군사개입까지 하는 모습이 씁쓸하네요. 그러다 기업총수들(자본가들)의 주도하에 세계를 몇 개의 관할권으로 나누어 지배하자는 제안이 철저한 보안속에 치뤄진 빈 회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포괄적 무기제한의정서'를 채택하고, 지구를 몇 개의 '특별관할권'으로 나누기로 결정한 것은 정말 충격적이면서도 흥미롭네요. 실제 역사와는 다르지만요. 이걸 보면서 맥락은 좀 다르지만 개인적으로 비슷한 구상을 해오긴 했습니다. 기후위기 해결이 일종의 공유지의 비극 처럼 각 국가들이 동시에 온실가스 줄이기에 나서야하는데, 어느 한 국가가 하지 않는다고 또는 한다고 해결할수 없으니... 그래서 유럽연합처럼 몇 개의 큰 덩어리로 비슷한 세력을 이루고 그들 세력가운데 합의를 이룰수만 있다면 지금처럼 200개 넘는 국가들의 약속을 이루는것보다는 더 낫겠다는 생각말이죠. 특히 아시아에서는 침략경험이 없는 한국이 남아시아들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중국 일본과 함께 주도권을 행사하는 아시아그룹을 만들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세계공화국'처럼 현실과 멀어보이긴 하지만... ㅎ
잡다청년님은 국가 공조에 대한 계획이 다 있으셨군요! ㅋㅋ 이책 읽으면서 잊고 있었던 90년대와 2천년대 초가 생각나긴 하더군요. 저는 이때만에도 미국이 국제 관계에서 꽤 좋은 역할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군요. 특히 부시가 그렇게 못된 일을 자행하고 있는 줄 몰랐습니다. 그건 아무래도 오랫동안 미국은 우리나라 우방이란 인식 때문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1장은 좀 어려운 것 같아 잘 읽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2장은 참 흥미롭게 읽히더군요. 아마 앞으로도 재밌게 잘 읽힐 것 같습니다. 근데 궁금했습니다. 왜 이 책을 같이 읽자고 하셨는지. 이 책이 잡다청년님에 어떤 의민지. 책이 좀 오래돼서 절판이 되었더군요. 그런 걸로 봐서 잡다청년님은 좀 오래 전에 읽으셨던 것 같기도하고. 이 책에서 무슨 영감을 얻기도 하셨나 봐요. ㅎ
아 저도 이 책 처음입니다. 저는 다수의 사람들이 믿고있는 거대서사, 소위 메타 네러티브가 바뀌어야 이런 문제들이 근본적으로 해결될거란 생각을 하는데요,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이 어느정도 그런 역할을 할수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참에 미래학자가 그리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 형식의 이 책이 흥미롭더라고요~ 단지 통상적으로 미래를 상상해보는 과학소설이 아닌 구체적인 데이터나 허황되지 않은 방식으로 그려가는.. 뭐 그런 이유로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ㅎ
"이 모든 일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세계를 특별관할권으로 분할한다는 것은 곧 여러 산업 강국들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가난한 나라들을 자기들 마음대로 착취하고 지배할 수 있다는 의미였단다."(p.86) "그들은 유엔을 지구국가연합으로 재편하고 특별관할권 내에 있는 나라들을 지구국가연합의 신탁통치령으로 지정하여 진정한 세계 정부로 나아가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지."(p.87) "알고 보면 지구국가연합의 신탁통치 제도는 '서구화라는 세계 혁명'의 완결판이었단다. ~ 간단히 말해 근대 서구 문명은 동아시아의 서구화된 동맹국들과 함께 전 세계를 집어삼켰던 거란다."(p.88)
그나저나 2044년에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궁금하네요~ 뭔가 세계가 크게 망한거 같은데, 복선만 던져주고 아직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니.. ㅎ 다들 연휴와 주말 잘 보내세요~~
2044년에 무슨 일이 터지는지는 책 맨 첫장의 ‘일러두기’에서 미리 스포(?)를 해놓고 시작하던데요 :)
엇, 진짜 있네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났을 때 3차 대전의 조짐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는데 뭔가 기류가 안 좋긴하죠? 2044년 전 그때되면 완전 꼬부랑 할머니가 되있을텐데. 으~
네, 그런 말들이 있었죠. 앞으로 어찌될진 알 수 없지만 세상엔 여러모로 어두운 조짐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꼭 전쟁이 아니더라도.. 인류가 언제까지 지금처럼 지구의 지배자로 행세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어요, 자기 무덤을 열심히들 파고 있으니..
아 제가 주의깊게 읽지를 않았나봐요. ^^; 책 빨리 도착해 다행입니다! 즐거운 주말 독서 되시길요~~
우리의 모든 역사 서술은 인간 정신의 범위를 넘어서는 무한하게 복잡한 실재의 모형들이다. 역사 서술은 과거 그 자체가 아니라 선택된 장면들을 짜 맞춘 그림에 불과한 것이다.
인류의 미래사 - 21세기 파국과 인간의 전진 16쪽, W. 워런 와거 지음, 이순호 옮김
책에 씌어진 과거, 심지어 이 할아버지가 쓴 역사책의 과거조차 실제로 일어난 바로 그것은 아니란다. 우리 역사가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선원들이 망망대해에서 파도를 경험하듯 과거의 일부를 추출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들 각자는 일부만 보고 일부만 듣고 일부만 알 수 있을 뿐, 그밖의 나머지 것들은 보지도 듣지도 알지도 못하는 존재란다. 그렇지만 그런 우리들 각자는 모두 스스로 유일무이한 존재란다.
인류의 미래사 - 21세기 파국과 인간의 전진 31쪽, W. 워런 와거 지음, 이순호 옮김
신념의 소멸과 함께 인류 최대의 문제가 떠올랐다. “우리는 과연 공통의 신념, 아니 신념의 힘 없이도 생산적이고 조화로운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것이 바로 근대인들의 문제였단다. 물론 지금 우리는 과거를 되돌아볼 수 있으니까 그 해답을 잘 알고 있지. 하지만 설사 지금 우리가 아는 것을 당시 사람들이 알았다 해도 결국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을 게다. 2000년, 2025년, 아니 2044년 7월까지도 사람들은 마치 ‘근대성의 모험’이 수천 년 뒤의 필연적 귀결이라도 될 것처럼 그것을 맹렬히 밀고 나갔거든. 당대인들은 그들 회사의 로고, 민족의 깃발, 형형색색의 상품들이 아무런 저항이나 제지도 받지 않고 미래를 향해 순항해 갈 것으로 예상했지.
인류의 미래사 - 21세기 파국과 인간의 전진 39쪽, W. 워런 와거 지음, 이순호 옮김
하지만 좀 더 넓은 의미로 보면 1990년대 이전 세계가 ‘자본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으로 나뉘어 있었다는 생각은 망상이란다. 그래, 소련, 중국, 폴란드 같은 공산국가들의 당 지도부가 사회주의 건설을 자랑스러워했던 건 사실이야. 하지만 경제만은 자본주의 세계 질서에 완전히 통합돼 있었단다. 자본을 소유한 것이 개인이든 국가든, 중요한 것은 자본이 쓰인 방식과 목적에 있거든.
인류의 미래사 - 21세기 파국과 인간의 전진 42쪽, W. 워런 와거 지음, 이순호 옮김
그런 기준으로 보면 소련이나 미국이나 자본이 기능한 방식은 동일했단다. 두 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자본은 사용이 아니라 이윤을 얻기 위한 생산 활동에 쓰였고,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은 불평등한 결과를 낳을 게 뻔한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세계 시장에서 교환되었다. 정신 노동자든 육체 노동자든 노동자 계급이 경제 문제의 상층부에서 조직적으로 배제된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본다면 사회주의 국가들을 지배한 것은 결국 사회주의가 아니라 국가자본주의였던 거야. 국가자본주의라는 말이 마음에 들든 안 들든, 좋든 싫든, 국가자본주의도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인 거지.
인류의 미래사 - 21세기 파국과 인간의 전진 43쪽, W. 워런 와거 지음, 이순호 옮김
저도 이 문장들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국가자본주의로 얘기할수도 있고, 기후위기를 야기한 무분별한 성장주의 관점에서 보면, 자본주의나 사회주의나 '생산주의'를 추구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고 할 수도 있을거 같아요~
책이 재미있어서 2장까지 후루룩 읽었습니다. ‘세계무역컨소시엄’의 ‘더티 더즌’, 민주주의의 죽음, 테크노크라시의 지배, 빈 회의와 ‘지구국가연합’의 전 세계 신탁통치, 저항자들의 등장까지 내용이 무척이나 흥미롭네요. 2장 마지막에 나오는 세계당의 창시자 미첼 그린월드가 뉴욕 주립대 빙엄턴 캠퍼스의 학생이었다는 설정도 재밌습니다.(저자인 워런 와거 선생님이 이곳의 교수였고, 이 책도 여기서 한 강의를 토대로 쓴 것이니ㅎㅎ) 앞으로의 내용도 기대됩니다.
오! 그렇게 연결되네요~~ ㅎ
제가 어릴 때 좋아했던 김규항 선생님이 이 책의 평을 쓰신 적이 있네요. http://gyuhang.net/888 인류의 미래사
오, 미국의 이어령이란 말 마음에 드는데요? ㅎㅎ 이 책 재밌죠? 저도 2장까지 마쳤는데 앞으로의 내용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책 있는지도 몰랐는데 많이 안 알려진 것 같아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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