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팔님의 대화: 예전에 읽은 책에서 제게 깊이 각인된 대목이 있었어요.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양돈업체가 폴란드에 공장을 지으려고 하니까 해당 지역 농민들이 반대시위를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답니다.
“이건 돼지 수용소나 다름없습니다. 폴란드에도 한때 수용소가 있었죠. 다시는 그런 걸 들이지 않을 겁니다.”
이 말을 읽고 뭔가 머리속에서 띵 하더라고요. 그 전까지 공장식 축산에 대해 문제의식은 쪼금 가지고 있었지만, 그걸 인간이 인간에게 행했던 잔혹행위에 빗대어 생각해본 적은 없었거든요. 만약 외계인이나 먼 미래의 인간들이 현재 지구에서 벌어지는 공장식 축산업의 실태를 본다면, 아유슈비츠 수용소나 이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남의 살’의 맛에 홀려 있어서 그걸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지만요..
윤리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고기를 덜 먹긴 해야 할 것 같아요. 축산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지구 가열화에 큰 몫을 차지한다고 하니까요. 남의 살의 맛이 너무 유혹적이라 채식은 못하고 살더라도, 이정모 관장님 말씀대로 소고기랑 양고기만이라도 끊으려고 합니다. 생물 다양성이 끝장난 얘기를 들으니 그것도 참 무섭더군요. 지구상의 전체 포유류 생물량에서 인간과 인간이 기르는 가축이 95%를 넘는다면서요? 다른 야생동물은 인간이 다 죽였고…
<인류의 미래사> 3장에서는 고깃값이 금값이 되는 바람에 사람들이 고기를 안 먹게 되었다고 나오는데, 정말 이런 이유 정도는 되어야 인간이 고기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경제적인 이유가 아닌, 기후위기나 윤리 정도의 명분을 가지곤 인간은 남의 살을 절대 못 끊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