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미래학을 흥미로운 소설로 읽기

D-29
책에 씌어진 과거, 심지어 이 할아버지가 쓴 역사책의 과거조차 실제로 일어난 바로 그것은 아니란다. 우리 역사가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선원들이 망망대해에서 파도를 경험하듯 과거의 일부를 추출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들 각자는 일부만 보고 일부만 듣고 일부만 알 수 있을 뿐, 그밖의 나머지 것들은 보지도 듣지도 알지도 못하는 존재란다. 그렇지만 그런 우리들 각자는 모두 스스로 유일무이한 존재란다.
인류의 미래사 - 21세기 파국과 인간의 전진 31쪽, W. 워런 와거 지음, 이순호 옮김
신념의 소멸과 함께 인류 최대의 문제가 떠올랐다. “우리는 과연 공통의 신념, 아니 신념의 힘 없이도 생산적이고 조화로운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것이 바로 근대인들의 문제였단다. 물론 지금 우리는 과거를 되돌아볼 수 있으니까 그 해답을 잘 알고 있지. 하지만 설사 지금 우리가 아는 것을 당시 사람들이 알았다 해도 결국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을 게다. 2000년, 2025년, 아니 2044년 7월까지도 사람들은 마치 ‘근대성의 모험’이 수천 년 뒤의 필연적 귀결이라도 될 것처럼 그것을 맹렬히 밀고 나갔거든. 당대인들은 그들 회사의 로고, 민족의 깃발, 형형색색의 상품들이 아무런 저항이나 제지도 받지 않고 미래를 향해 순항해 갈 것으로 예상했지.
인류의 미래사 - 21세기 파국과 인간의 전진 39쪽, W. 워런 와거 지음, 이순호 옮김
하지만 좀 더 넓은 의미로 보면 1990년대 이전 세계가 ‘자본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으로 나뉘어 있었다는 생각은 망상이란다. 그래, 소련, 중국, 폴란드 같은 공산국가들의 당 지도부가 사회주의 건설을 자랑스러워했던 건 사실이야. 하지만 경제만은 자본주의 세계 질서에 완전히 통합돼 있었단다. 자본을 소유한 것이 개인이든 국가든, 중요한 것은 자본이 쓰인 방식과 목적에 있거든.
인류의 미래사 - 21세기 파국과 인간의 전진 42쪽, W. 워런 와거 지음, 이순호 옮김
그런 기준으로 보면 소련이나 미국이나 자본이 기능한 방식은 동일했단다. 두 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자본은 사용이 아니라 이윤을 얻기 위한 생산 활동에 쓰였고,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은 불평등한 결과를 낳을 게 뻔한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세계 시장에서 교환되었다. 정신 노동자든 육체 노동자든 노동자 계급이 경제 문제의 상층부에서 조직적으로 배제된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본다면 사회주의 국가들을 지배한 것은 결국 사회주의가 아니라 국가자본주의였던 거야. 국가자본주의라는 말이 마음에 들든 안 들든, 좋든 싫든, 국가자본주의도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인 거지.
인류의 미래사 - 21세기 파국과 인간의 전진 43쪽, W. 워런 와거 지음, 이순호 옮김
저도 이 문장들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국가자본주의로 얘기할수도 있고, 기후위기를 야기한 무분별한 성장주의 관점에서 보면, 자본주의나 사회주의나 '생산주의'를 추구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고 할 수도 있을거 같아요~
책이 재미있어서 2장까지 후루룩 읽었습니다. ‘세계무역컨소시엄’의 ‘더티 더즌’, 민주주의의 죽음, 테크노크라시의 지배, 빈 회의와 ‘지구국가연합’의 전 세계 신탁통치, 저항자들의 등장까지 내용이 무척이나 흥미롭네요. 2장 마지막에 나오는 세계당의 창시자 미첼 그린월드가 뉴욕 주립대 빙엄턴 캠퍼스의 학생이었다는 설정도 재밌습니다.(저자인 워런 와거 선생님이 이곳의 교수였고, 이 책도 여기서 한 강의를 토대로 쓴 것이니ㅎㅎ) 앞으로의 내용도 기대됩니다.
오! 그렇게 연결되네요~~ ㅎ
제가 어릴 때 좋아했던 김규항 선생님이 이 책의 평을 쓰신 적이 있네요. http://gyuhang.net/888 인류의 미래사
오, 미국의 이어령이란 말 마음에 드는데요? ㅎㅎ 이 책 재밌죠? 저도 2장까지 마쳤는데 앞으로의 내용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책 있는지도 몰랐는데 많이 안 알려진 것 같아 아쉬워요!
내용이 너무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을까 염려했었는데 웬걸 너무 재밌습니다!
넘 다행이네요~~ 저도 다 읽지 않은 책을 정해놓고, 이거 너무 딱딱하고 재미없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었는데.. ㅎ 3장도 기대되네요!
오 그랬었군요! 뒤늦게나마 이 책에 대한 신뢰가 한층 높아졌습니다! ㅎ
만일 경제적 관점에서 자본주의가 도달하는 최고의 단계가 독점(마르크스의 말대로라면), 정치적 관점에서 제국주의(레닌의 말을 빌리면), 사회적 관점에서 자본주의가 도달하는 최고의 단꼐는, 관리자, 전문가, 행정가들의 새로운 지구 관료 체제에 의해 기업가와 정치인들로부터 나오는 최고의 힘, 즉 테크노크라시이다.
인류의 미래사 - 21세기 파국과 인간의 전진 93, W. 워런 와거 지음, 이순호 옮김
2장 부록 같은 부분의 형식이 서평에 대한 논쟁 공방전이라니, 내용도 그렇지만 이런 설정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싶고, 앞서 편지 형식에 이어 이런 다양한 설정이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을 상당부분 완화해 주는 것 같아요~
맞아요, 서로 페이지 수 따져가며 싸우는 대목 읽으면서 웃음도 나오고 디테일이 쩐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간주곡을 통해 거시적 역사 조망이 생략할 수밖에 없는 개인의 미시적 삶을 포착하여 클로즈업함으로써 당대를 살아가는 개인들의 가쁜 숨결을 코앞에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책날개의 문구를 보니 앞으로 나올 ‘간주곡’들이 더욱 궁금해집니다.
이와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인간에게 도움을 준 식품도 있었다. 다름 아닌 동물성 식품인데, 때로 우리는 ‘사람이 어떻게 살코기를 먹어?’ 하고 의아해하기도 하지만 살코기는 치솟는 가격과 의료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20세기 내내 부유한 나라 주민들의 주된 영양 공급원이었단다.
인류의 미래사 - 21세기 파국과 인간의 전진 119쪽, W. 워런 와거 지음, 이순호 옮김
‘사람이 어떻게 살코기를 먹어?’ 하하 이 문장 재밌네요. 가끔 이상한 상상을 했었답니다. 미래의 사람들이 역사를 배울 때, 지금 우리가 자행하는 ‘공장식 축산’이나 육류 과다 소비를 두고 진짜 미개하다고 평가할 것 같다고요.
근데 또 읽어보면 2005~2025년 선진국에서는 동물성 식품 소비가 50%로 대폭 줄어 들었다고도 그러면서 패스트푸드 매장에선 어스버거가 유행할 거라고 나오잖아요. 그런 걸 보면 앞으로 고기를 안 먹는게 트랜드가 될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향팔님의 생각은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 읽은 책에서 제게 깊이 각인된 대목이 있었어요.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양돈업체가 폴란드에 공장을 지으려고 하니까 해당 지역 농민들이 반대시위를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답니다. “이건 돼지 수용소나 다름없습니다. 폴란드에도 한때 수용소가 있었죠. 다시는 그런 걸 들이지 않을 겁니다.” 이 말을 읽고 뭔가 머리속에서 띵 하더라고요. 그 전까지 공장식 축산에 대해 문제의식은 쪼금 가지고 있었지만, 그걸 인간이 인간에게 행했던 잔혹행위에 빗대어 생각해본 적은 없었거든요. 만약 외계인이나 먼 미래의 인간들이 현재 지구에서 벌어지는 공장식 축산업의 실태를 본다면, 아유슈비츠 수용소나 이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남의 살’의 맛에 홀려 있어서 그걸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지만요..
동물 홀로코스트 - 동물과 약자를 다루는 '나치' 식 방식에 대하여전 세계 15개국에 출간된 동물 권리 운동의 혁명적인 책. 동물 도살의 역사와 현실을 이해하고 돌아보고자 한다. 저자는 동물에 대한 인간의 무자비한 학살과 착취는 히틀러가 유대인에게 자행한 홀로코스트와 다를 바가 없다고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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