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가 듬뿍 들어간 곰탕이 뜨거운 김을 내뿜으며 규진 앞에 놓였다. 곰탕에 밥을 말은 채로 나오는 장국밥이다. '후우!'하고 피어오르는 김을 불어내면서 숟가락으로 밥과 고기, 파, 국물을 뒤섞는다. 숟가락으로 국물만 떠서 한 입 먹어본다. 기름지면서도 구수한 고깃국물이 진하다. 옆에 있는 후추통을 들어 적당히 후추를 뿌려 넣는다. 그러고는 다기 한 번 밥, 탕, 고기를 뒤섞는다. 이윽고 한 숟갈 크게 떠올렸더니 밥과 고기 한 덩어리가 담겨 올라왔다. 이윽고 한 숟갈 크게 떠올렸다니 밥과 고기 한 덩어리가 담겨 올라왔다. '후우!' 몇 번 숟가락을 향해 바람을 불어낸 후 입으로 가져간다. 적당히 국물에 불은 밥알이 입안에 들어와 흐물대며 씹혔다. 입안 가득히 고기의 향을 머금는다. 뒤이어 후추 향이 입에서 비강으러 타고 올라와 자극한다. 양짓살은 바스러지듯 씹혔다. '아사삭'하며 씹힐 때마다 파의 향이 입안에 퍼졌다. 바쁘게 입이 움직이는 사이 깍뚜기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은은한 고깃국물의 맛을 자극적인 깍두기가 제압해 버릴 때쯤 두 번째 숟가락의 밥과 탕이 입으러 들어와 깍두기 맛을 다시 밀어낸다. ”
『퇴근의 맛』 p91~93, 그림형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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