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시대를 앞선 발명을 해서 힘든 삶을 산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바로 이어서 최초의 발명을 개선한 사람들이 크게 성공할 때가 많은 듯 해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5. <일인 분의 안락함>
D-29

오도니안

오도니안
“ 우리가 분명히 명심해야 할 생각, 즉 인공 냉방에 대한 열망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확립된 것임을 보여준다. 냉방이 되는 실내 공간에 대한 열망의 강렬함과 일관성은 우리가 이제 알게 된 것처럼 우리 시대의 고유한 것이며, 빠르게 퍼지고 있으나 여전히 주로 미국에 한정되어 있다. ”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3장,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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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니안
저자가 의미심장하게 여기는 내용 같은데, 저로선 에어컨 뿐 아니라 현대문물 대부분이 마찬가지 아닌가 싶어요. 현대의 우리가 갖고 있는 물질적 욕구 대부분이 역사적으로 확립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노트북, 게임기, 휴대폰, 식기세척기, 세탁기, 인터넷, 넷플릭스, 유튜브, 스타일러, ... 예전에는 이런 물건들이 없었으니 그에 대한 욕구도 없었겠죠.

향팔
‘냉방이 되는 실내 공간에 대한 열망’이 주로 미국에 한정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건 유럽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의미이겠죠?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더운 국가에 사는 사람들에겐 냉방이 생명줄이나 기본권 같은 게 아닐까도 싶은데요. 아는 사람이 동티모르에 있는데 동네 분들이 모두 365일 24시간 에어컨을 가동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야 살 수 있다고..)

오도니안
2050년 즈음엔 인도가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될 거라는 예측을 본 적이 있는데, 열대지방 국가들일수록 우선적인 타격을 입을 것 같아요. 미국이 열대지방에 위치해 있다면 기후위기 해결 전망이 더 밝을 텐데요. 인디아 펀드에 장기투해서 수익률이 꽤 되는데 팔까 고민 중이에요. 자본주의적 사고에 젖어 있어서..
aida
음.. 저도 이부분 잘 이해가 안갔습니다. 더운 지역은 모두가 열망하는 일이 아니었을까 싶기는 한데..
"오랫동안 유럽의 비평가들은 에어컨에 대한 열정이 미국을 정의하는 특징이라고 주장해왔다"

오도니안
옛날 얘기인지 몰라도 에어컨은 부잣집에서만 쓰는 물건으로 알던 때가 있었어요. 선풍기는 다 있어도 에어컨 있는 집은 얼마 없었던 때가 있었는데 많은 나라들은 지금도 그럴 것 같고.. 미국은 에어컨 보급율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일찍부터 높아졌던 게 아닐까요? 그래도 에어컨을 설치할 형편이 안되었던 거지 냉방에 대한 열망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YG
@오도니안 사실, 저도 집에 에어컨이 언제 있었지 생각해보면 21세기 이후였던 듯해요.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제 방(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책방)에는 에어컨이 없습니다. 우선순위에서 밀렸어요. 하하하!)

오도니안
저희 집엔 아직도 에어컨이 없는데 해마다 더워져서 내년에는 꼭 놓기로 했습니다. 어머니 고집이 있으셨고 저도 좀 둔감한 편이라서 ^^

YG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 댁도 오랫동안 에어컨이 없으셨어요. 결국, 10년쯤 전 한참 더울 때 자식들이 권하셔서 들여놓긴 하셨는데 사용은 거의 안 하시더라고요; 에어컨 찬바람이 싫으시다고;

연해
아,저희 부모님도요. 제가 초등학생 때부터 집에 에어컨이 있었는데 도통 틀지를 않으셨어요(이럴 거면 왜 사신 건지). 겨울 난방도 마찬가지고요. 지인들에게 집 평수와 난방비를 말하면 되게 놀라더군요. 오빠랑 자주 하던 농담이, 엄마랑 아빠는 밖이랑 집 온도를 맞추려는 거라고... 한겨울에 집에서 패딩 입고 다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가정 경제와 무관하게(아빠가 대기업을 다니고 정년 퇴직 하셨는데) 그냥 부모님 삶의 가치관(검소한 생활습관) 같아 보였습니다. 덕분에 저도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고요.

챠우챠우
저도 생각해보니 저희 집도 세기말에 벽걸이 에어컨 하나를 안방에 들였던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밤 늦게까지 안방에서 땀을 식히고 제 방으로 가서 잤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 아파트 단지에서만 자란 아이들은 에어컨이 벽에 붙어 있는지 천장에 붙어있는지 물어본다고 하네요(시스템 에어컨이 있는지).

향팔
아하, 그렇게 생각하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꽃의요정
최근 여름만 되면 드는 생각이
십수년 전만 해도 여름만 되면 에어컨 적정온도 유지하라며 뉴스에서도 끊임없이 난리치던 "냉방병"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지금은 더 더워서 실내외 온도차가 더 클텐데
그 어느 곳에서도 냉방병 얘기가 없어서요.
역시 전력수급이 문제였던 걸까요?
아님 냉방병 따위 적응하는데 10년도 안 걸린 인간의 진화?

향팔
맞아요, 저도 이런 생각 했어요. 예전에는 회사에서 에어컨 바람 잔뜩 맞으면 냉방병 비슷한 증상으로 머리도 막 아프고 한여름에 감기 비슷한 것도 걸리고 그랬었거든요. 근데 언제부턴가 그런 게 사라졌어요! 제 몸뚱아리가 고새 에어컨에 적응해서 진화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연해
저는 오히려 반대예요(흑흑). 해가 갈수록 제 몸이 추위를 더 많이 타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더위 때문이 아니라 에어컨 추위 때문에) 여름이 오는 게 두려울 정도예요. 어릴 때는 찬바람 맞고도 방방방 잘 뛰어다녔는데...

연해
저도 @꽃의요정 님 글 읽다가 문득 떠올랐어요. 공공기관에서 적정 온도를 강하게 규제하던 시기가 있었는데(그때 저희 회사도 일정 온도 유지하라고 계속 공지했거든요), 그게 코로나 이후로 어느 순간 사라진 것 같은? (있기는 한데, 권장 사항 정도) 그때부터 인식이 조금씩 달라진 것 같아요. 그때는 '아 너무 세게 틀지는 말아야 하는데...'라는 생각이라도 했다면 이제는 그 생각조차 사라진 느낌?
aida
지난세기는 에어컨을 들여놓아도 장식품 같았는데, 세기초부터 점점 회사 은행 쇼핑몰 가면 넘 추웠고, 극장에서도 긴팔 필수일 정도로 마구 틀어댔는데 그나마 여름철 적정온도 규제를 하고 나서 좋아졌다고는 생각합니다. (극장 많이 안춥더라구요ㅎㅎ)
추위를 더 타면 연해님 너무 괴롭겠네요..ㅜㅜ저도 집에서 남편과 아들은 틀고 저는 끄고... 아파트들이 천정에 시스템 에어콘 달고 나오면서 부터 각기 틀어대니 전기세가 후덜덜입니다.. 천정에 달린 에어컨은 사람 불러야 하고.. 비싸고 유지관리방 식 여영~ 별루에요.

연해
겨울에는 해가 갈수록 날씨 자체가 점점 더 추워지니 괴롭고, 여름에는 어딜가나 에어컨을 빵빵 틀어두니 괴롭고. 제가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요(어질). 지금 제 방은 창문만 열어둬도 너무 시원한데... 여담이지만 오늘 날씨 너무 선선하지 않았나요? 가을이 온 줄 알았어요.
저도 가족들이랑 같이 살 때, 체온이 안 맞아서 되게 힘들더라고요. 지금은 저희 팀원들이랑 체온이 안 맞는 것 같고(하하하). 이쯤 되면 제가 그냥 문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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