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님의 대화: @연해 님, 사실 습도가 정말 문제입니다. 제가 최근에 칼럼을 하나 쓴 게 있어서 드립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919624
갑자기 31년 전 날씨 얘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마른장마가 지나가고 나서 한반도를 덮친 올해 7월 초의 더위가 31년 전 7월과 닮았다. 7월 8일 서울 최고기온이 32.2도를 찍은 것을 포함해 기온도 똑같이 높았다. 하지만 31년 시차를 두고 두 7월이 닮은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높은 습도다.
알다시피, 인간은 체온 약 36.5도를 유지해야 살아남는 항온 동물이다. 이 적정 체온을 유지하고자 우리는 끊임없이 땀을 흘린다. 피부의 땀이 증발하면서 몸의 열을 바깥으로 배출한다. 이렇게 땀이 증발하는 일이 어려워지면 어떻게 될까? 맞다. 몸의 열이 계속 쌓여 체온이 올라가고 심하면 생명을 잃는다.
안타깝게도 지난 8일 경북 구미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 20대 베트남 출신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경북의 날씨는 대구 기준 최고기온 36.5도로 더웠다. 기온보다 높은 습도가 문제였다. 습도가 낮았더라면 이 노동자는 목숨은 건졌을 수도 있다. 이날 상대습도는 68.2%.
습도 약 70%의 날씨에서는 땀의 증발이 어렵다. 이 노동자의 사정도 그랬다. 습도가 낮고 그냥 기온만 높았더라면 줄줄 흐르는 땀의 일부가 계속 증발하면서 노동자의 몸에 쌓인 열을 식혔을 테다. 하지만 그날따라 기온에 더해 습도까지 높으면서 땀이 아무리 흘러도 피부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몸에 열은 계속 쌓이고, 땀도 계속 나고, 그러다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두고, 요즘 기후학자가 관심을 가지는 여름철 온도는 ‘습구 온도’다. 습구 온도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기온(건구 온도)에 더해서 습도까지 고려한 온도다. 습도가 100%라면 습구 온도와 건구 온도는 같고, 습도가 낮을수록, 즉 건조할수록 습구 온도는 건구 온도와 비교할 때 낮아진다.
예를 들어, 이달 들어 서울 최고기온은 지난 7일이 33.2도였고, 12일은 36.5도였다. 기온만 보면 7일보다 12일이 더운 날이다. 하지만 습도를 따져보면 다르다. 상대 습도가 7일은 79%로 최악이었지만, 12일은 47.5%로 건조했다. 습구 온도로는 7일이 30도로 12일 27도보다 오히려 높다.
보통 습구 온도가 30도보다 높으면 건강한 성인도 땀으로 몸을 식혀서 적정 체온을 유지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8일 오후 베트남 노동자가 사망할 때 경북의 습구 온도가 약 31도였다. 이제 습구 온도 30도를 넘는 날씨가 얼마나 무서운지 감이 왔을 테다.
습구 온도를 살펴보면, 올해 7월 초순과 1994년 7월 날씨의 유사성도 도드라진다. 기상청 통계를 살펴서 습구 온도를 계산해 보면, 서울 기준 1994년 7월 습구 온도가 30도를 넘은 날은 절반 정도다. 올여름에는 찜통처럼 후덥지근했던 지난 8~9일에 습구 온도도 모두 30도가 넘었다.
습구온도랑 체감온도가 비슷한 개념인가봐요. 저는 체감온도 하면 왠지 주관적 느낌에 관련된 것 같고 온도계에 찍힌 온도는 더 객관적인 기분을 가져왔었는데, 기분 뿐 아니라 건강과 안전 측면에서도 기온과 습도를 합친 지표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큰일이지만 인도나 동남아 같은 곳이 기후재해를 대규모로 겪으면 세계가 난리날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때가 오래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