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5. <일인 분의 안락함>

D-29
저도 사실 이 책 하고 싶었는데(소근소근) 먼저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읽다가 웃음이 터졌네요. 아무 말 대잔치, 공감합니다. 멀쩡하던 사람이 정치만 하면 왜 저렇게... (아니면 멀쩡하지 않았는데, 정치를 하면서 탄로 난 걸지도) 아무튼 그 세계가 참 무섭습니다. 얼굴 생김새가 달라지는 걸 보고 충격을 받으셨다는 대목에 저도 공감했어요. 제가 알던 그 사람이 맞나 싶더라고요.
너는 개인적으로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가 끌립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을 보면서, 그렇게 배울만큼 배웠고, 판사, 검사, 의사 출신의 국회의원들이 왜 이런 말도 안되는 멍청한 말과 행동을 할까? 말하는 자기도 이게 얼마나 쪽팔리고 멍청한지 충분히 알고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아. 적고 보니 책은 멍청한 정치가 아니라 나쁜 정치를 언급하고 있기는 하네요. 하기는 멍청한 정치가 나쁜 정치인가 싶기도 합니다. ㅎㅎ 그런데, 눈을 들어 첫번째 책의 내용을 보니 이게 더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제목도 멋있네요 '모든 것의 새벽'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들이 꼭 그렇지 않다는 것. 실제 역사와 부합하지 않는 우리의 상식을 부수는 어떤 내용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선한 지식인 이거 빼고 다 관심있는 영역이라서 읽고 싶어요. 그런데 읽기 싫을 수록 더 읽어보야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왜 선한 지식인이~~~ 에 한표를 주고, 한 권만 더 뽑으라면 모든 것의 새벽에 한표를 주겠습니다 .
네, 주말에 살펴본 책 가운데 후보로 한 권 더 투척합니다. 이 책도 꼭 함께 읽어보면 좋겠어요.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조지 오웰의 《1984》보다 먼저, 〈1984〉라는 디스토피아 시를 쓴 여자가 있었다. 시에는 ‘텔레파시’로 ‘세뇌’되는 미래가 언급된다. 《동물농장》을 우화로 기획하고 함께 편집한 사람도 그녀였다. 여자는 옥스퍼드에서 장학금을 받고 영문학을 공부한 심리학자였으며, 스페인 내전에 참여해 오웰의 목숨을 구했다. 정보부 검열과에 근무하며 뉴스를 검열하고 삭제하는 일을 하기도 했던 여자의 별명은, “돼지”였다.
어?! 이 책도.....역시 조지 오웰 씨는 아내분마저!
아.. 이건 지금껏 전혀 알지 못했던 이야기네요. 까미유 끌로델과 로댕이 살짝 떠오르기도 하고요.
초기의 에어컨 산업은 불편함은 구식이고, 어쩌다 겪는 불편함이라는 낡은 생각은 진보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며, 예전의 ‘나쁜 공기’나 ‘집단 독’처럼 불편함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근절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밀어붙였다. 그렇게 업계는 대단히 심각하고 유독한 생활수준을 안전한 것으로 인식되도록 세상을 세뇌시켰다. 편안함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를 위해 갈망하고 획득해야 하는 상품이 되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지지난주엔 처가 에어컨에 냉매 부족이라는 에러 메시지가 떠서 as를 불러 수리했고 연이어 지난주엔 연식이 20년이 넘어 초보 운전자인 아들에게 넘긴 자동차의 에어컨에서 뜨거운 바람이 나와 냉매를 채워넣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알게된 강력한 온실가스라는 냉매를 최근에 두 번이나 공기중으로 배출해버린 셈이라 기분이 좀 그렇습니다. ㅋ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8월 11일 월요일에는 1부의 나머지 1부 8장 '개인적 편안함에 대한 정의'와 1부 9장 '냉방 자본주의'를 읽습니다. 8장에서는 '편안함'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고, 9장에서는 냉방이 공장에서 시작해서 그 세를 넓히는 과정을 자본주의가 고도화하는 과정과 연결하고 있습니다. 8장, 9장은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 저자가 독자를 설득해보려는 장이라서 독자에 따라서 여러 생각이 들 듯해요. 저자와 대화하듯이 읽기를 권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리고, 9장 '냉방 자본주의' 159쪽에는 심각한 오역과 역자 각주가 있더라고요.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의 '생명정치(biopolitics)' 개념을 '생물 정치학'으로 옮기시고 나서 각주 설명도 전혀 엉뚱하게 붙여 놓으셨어요; 역자 선생님께는 죄송하지만, 그 부분은 그냥 잊어주시고요. 다음과 같이 바꾸시면 됩니다.
기계식 냉방이 바로 그 장소들(공장, 학교 등)에서 초기에 발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에어컨도 푸코의 생명정치(biopolitics)를 위한 추가적인 도구로 볼 수 있다. 생명정치란 인간의 신체가 "유용할수록 더 순종적으로, 또 그 반대를" 위해 그 움직임을 은밀하게 조종하고자 하는 권력이다.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 결과는 기후에 대한 태만 속에서 신체를 훈육하는 것이었다. 현대인들은 더 이상 건축 환경 외부의 환경 조건에 대한 인식이 필요 없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실내 환경을 바꾸기만 하면 되었다. 푸코는 이러한 훈육이 점차 자리를 잡게 된 몇 가지 방식을 정의했다. 가장 명백한 것은 '폐쇄(enclosure)'로, 이는 건축과 설계를 통해 공간을 물리적으로 밀봉하는 것, 혹은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다른 모든 장소와는 이질적이며 그 자체로 닫힌 공간을 특정하는 것"이다. 특히 공장은 폐쇄의 대표적인 장소로 지목된다. 폐쇄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개별 건물을 밀봉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서로에게서 '분할(partitioning)'하여 공동체 의식을 서서히 그리고 꾸준히 침식시키는 것을 포함했다. Given the early development of mechanical cooling in those same sites, it’s difficult not to see air-conditioning as an additional tool for Foucault’s biopolitics, a power that seeks to choreograph without detection the movements of the human body in order to “[make] it more obedient as it becomes more useful, and conversely.” Regardless of intent, the effect was the disciplining of the body in climatic negligence. No longer did the moderns need awareness of environmental conditions outside the built environment. They needed only to change the indoor environment to meet their needs. Foucault defined several ways this discipline has gradually gained footing. The most obvious is “enclosure,” the physical sealing of a space through architecture and design, or, as he put it, “the specification of a place heterogeneous to all others and closed in upon itself.” The factory in particular is named as an exemplary site of enclosure. Enclosure involved not only the sealing of individual buildings from the outdoor environment but also the “partitioning” of individual people from one another, the slow and steady erosion of a sense of collectivity.
생물정치? 이러고 있었는데.. 이제 이해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자는 주로 『감시와 처벌』(1975)에서 푸코가 제시한 생명정치의 초기 아이디어에 의존해서 이 단락을 서술하고 있어요. 이 책에서 푸코는 생명정치라는 용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그것의 구성 요소 가운데 하나인 규율 권력(disciplinary power)을 설명하는 데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학교, 군대, 공장, 감옥과 같은 '폐쇄된 공간'에서 시간표, 훈련, 시험 등을 통해 개인의 신체를 세밀하게 통제하고 길들이는 일을 푸코는 규율 권력이라고 말하고 있죠. 판옵티콘(Panopticon)으로 상징되는 '상시 감시'의 시선을 통해 개인은 스스로를 검열하고 규율을 내면화하게 되고요. 그러니 해당 단락의 생명정치는 '규율 권력'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해요. 푸코의 생명정치 개념은 그 이후로 확장되어 나중에는 국가 혹은 권력이 인구(population) 전체의 생명 현상을 직접 관리하고 통제하는 통치 방식을 지칭하게 됩니다. (요즘 생명정치 개념은 주로 이 대목에 초점을 맞춥니다.) 과거 군주의 권력이 특정 개인의 죽음을 결정하는 것(죽이거나 살게 내버려두는 것)에 집중했다면, 18세기 이후 근대 국가는 인구 전체를 관리의 대상으로 삼아 '살게 만들고 죽게 내버려 두는'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고 것이죠. 이때 권력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이들을 '최적화'해서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이는 자본주의의 근면한 노동 대중 재생산과 일맥상통합니다. 국가의 인구 통계 작성, 공중 보건에 대한 강조, 의료 및 보험 제도, 도시 계획 등이 모두 푸코의 생명정치의 예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YG님 글을 보니 푸코의 사상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지네요. 지난번에 말씀해주신 디디에 에리봉의 푸코 평전도 조만간 같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두요. 철학은 저와 가장 먼거리에 있어서 지난번에 후딱 읽을수 있다는 <천사들의 엄격함>을 빌려왔으나 ㅎㅎ 쉽지 않아요.. 아직 읽는중.. 이번 책에 미셸 푸코가 나오는 걸 보고 또 지난번에 언급하신 푸코 평전도 여기서 도전하면 완독이 가능하려나.. 싶기도 합니다. 규율의 내면화가 심하고 스스로의 규율도 많은 제게 도움이 될까 싶어요.. <모든 것의 새벽>은 여기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들어와 역시 반정도 보다가 반납했어요. 벽돌책은 역시 같이 읽어야...
<천사들의 엄격함> 어떤 책인지 잠깐 찾아봤는데 우와 재밌어 보이지만 절대로 후딱 읽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저는 도서관책 빌려서 내내 산책과 임보만 시키다가 그냥 돌려보내 준 적이 많답니다 하하 하지만 모든 것의 새벽도 푸코 평전도 여기서 같이 읽으면 다 읽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우리는 거의 모든 것에 익숙해질 수 있다. 관행적 편안함은 일종의 문화적 습관이므로, 편안함을 위한 특정 습관을 고치는 유일한 도구가 또 다른 습관을 형성하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합리적이다. (...) 점점 더 통제할 수 없는 것이 많다고 느껴지는 세상에서, 우리는 편안함의 습관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어느 정도는 갖고 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초기 근대유럽과 계몽주의 시대의 점진적 세속화와 과학화와 함께 ‘이상적인 몸’은 수백년에 걸쳐 통계와 평균에 근거해 만들어진 ‘정상적인 몸’이 되었다. 통계와 평균은 19세기 중반 다윈의 진화론 출현으로 백인 중산층 우생학자들에게 중요해진 개념이었다. 레나드 데이비스는 <정상상태의 강요: 장애, 청각장애, 그림고 몸>에서 “부르주아의 패권과 함께 적당함과 중간 계급의 이념에 대한 과학적 정당화가 시작된다. 평균적인 남자, 중간 수준에 있는 남자의 몸이 그 본본기가 된다”라고 썼다. 암암리에 그 평균적인 남자는 늘 백인, 유럽인, 중산층, 남성, 몸이 건강한 살마, 이성애자였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신체에 대한 표준화는 에어컨 뿐 아니라 대량 생산하는 근대산업의 공통적인 문제이고.. 에어컨의 대중화 또는 이를 따랐다 그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성인이 된 후 기성복과 신발의 표준 사이즈가 이토록 내게 맞춘 것이 없다는 것을 점점 알게 되면서 사람들은 표준에 맞추면서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는데.. (저희 때는 교복 수선도 많이 했지만, 요즘은 아예 3단계 정도는 조절하게 나오드라고요) 많은 돈을 줘야 하는 자동차 정도 되어 줘야 운전자 몸에 맞게 의자를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것처럼 자본주의 산업사회는 효율집약적일 수 밖에 없는가 싶습니다. 그런 2000원짜리 고무장갑 하나도 내손에 맞는걸 낄수가 없는데.. 하물며 편안함의 표준화는 가능한 정의일까 싶네요. "6~30도씨.....한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대체로 훨씬 더 높다.."
열적 단조로움은 어쩐지 의심스럽게도 열적 쾌적성을 이끌어내는 데 빈번히 실패했고, 지속적 쾌적함(불가능한 것)이 아닌 이에 대한 기대만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8장,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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