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5. <일인 분의 안락함>

D-29
예전에 일하던 사무실에서 한여름에 외투입고 일한 적 있었어요. 천장에 송풍구가 달렸는데 몇 사람이 찬바람이 싫다고 막아놓으니까 남은 구멍으로 더 센 바람이 나오고, 그러니까 대부분의 구멍이 막혀 나중에는 폭포수를 맞으며 일하는 처지가 됐죠. 저는 귀찮기도 하고 외부효과를 생각해서 제 머리 위에 구멍을 그냥 놔뒀어요. 프로젝트 하던 공간이라서 좀 열악했죠. 지하철 타다 보면 가끔 지금 덥다는 민원이 많지만 춥다는 분도 있어서 어쩔 수 없다는 안내방송이 나오더라구요. 약냉방차를 따로 두기도 하고 지하철공사도 고민하는 것 같아요. 저도 항상 돌돌 말 수 있는 바람막이점퍼를 가방 안에 갖고 다닙니다.
@연해 님의 의견에 공감했습니다. 무엇이든 익숙해지면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되듯, 편안함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앉고 싶으면 눕고 싶고, 말 사면 종 부리고 싶듯이 자꾸 더더더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럴 때마다 이렇게 스스로 위로합니다. '내가 문제가 아니라 도파민이 문제야' ㅋㅋ 에어컨 틀고 가디건 입고 일하시는 분들... 제가 다니던 예전 직장에서 부장님께서 그러셨거든요. 한 여름에 결제 받으러 가면 그 방만 정말 추울정도로 에어컨을 켜시고 일을 하셨어요. 그때마다 저도 연해님과 같은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회식자리에서 용감한 친구가 부장님께 그걸 물어보더라구요. 에어컨 온도를 높이고 가디건을 벗으시는 것은 어떠시냐? 부장님 왈. 그건 온도 문제라기 보다는 습도 문제다. 조금이라도 눅눅하면 일의 능률이 떨어지는데 쨍할 정도의 이런 온도가 일하는데는 더 좋다. 듣는 그 당시에도 무슨 멍멍이 소리인가 싶었습니다. 개취의 변명이다. 로 무시했죠. ㅋㅋ 정말 사람들이 느끼는 쾌적함의 정도는 그 스팩트럼의 정도가 생각보다 넓은 것 같습니다.
@연해 이건 좀 딴 얘긴데, 오래 전에 세제 거품이 도마에 오른 적이 있었죠. 그래서 가급적 세제 쓰지 말거나 거품 덜 나는 걸 써야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아무도 더 이상 이 얘기 안하고 있어요. 그럼 그 문제가 해결이 된걸까? 의문이어요.
거품 많이 나는 합성 계면활성제가 자극적이고 환경에 안좋다 대충 알고 있는데.. 요즘 것들은 천연을 강조하드라구요.. 대신 거품이 잘 안나는 것이 많아서 저는 이것이 닦인 건지 개운함이 떨어져.. 여러개를 사보았는데.. 역시 거품은 좀 나는게 좋더라구요.. 성분 설명보면 친환경이다 뭐 뭐 무첨가 써있긴 하던데요. 덕분에 지금 쓰는거 chatGPT한테 물어보니 괜찮다고 하네요.. 흠...chatGPT가 알아서 친환경 브랜드 제품도 알려구고, 딴 얘기지만.. chatGPT도 광고 붙어서 특정 제품이 좋다 밀어붙일까 걱정되기는 하네요.)
아, 맞아요. 저도 친환경 제품 특히 착한 기업에서 만들었다는 거 써 봤는데 거품도 안나고 닦이지도 않아서 마트에서 거품 잘 나는 걸로 사서 섞어 쓰고 있어요. 그랬더니 잘 닦이긴 하는데 그 거품 보니까 옛 이슈가 생각이 나서요. 정말 요즘엔 chatGPT가 신이군요! ㅋㅋ
그러니까요. 당시에는 꽤나 화두가 됐던 몇몇 일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걸 보면 가끔 의아합니다. 무섭기도 하고요.
안정된 온도가 자본의 안정된 흐름을 가능하게 했다는 의미다 . (..) 이처럼 인간의 쾌적함을 목적으로 한 최초의 완전한 냉방 시스템은 쾌적함 그 자체가 아닌 자본주의의 지속을 위해 설계되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크래머와 같은 엔지니어들은 노동자들의 감정에 주의를 기울였는데, 이는 순전히 그들이 수익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 노동자들의 쾌적함은 노동으로부터 이익을 얻어낼 수 있는 수단을 보장했다. 하지만 공장의 입장에서, 모든 공조는 결국 공업을 위한 공조였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책의 첫부분에서는 냉각과 기계 냉장 기술에 대해 언급되다가 바로 이어져서 습도와 공기에 대한 내용으로 이어집니다. 냉매라는 측면에서 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고 생각했는데 검색을 해보니 우리가 말하는 에어컨과 제습기가 동일한 냉매를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습도 조절이나 공기를 정화시키는 기술에 냉매가 사용되기 때문에 전반적인 흐름은 동일한 것 같습니다. 중간 중간 흑인에 대한 언급이 되고 있는데 백인들을 시원하게 하기 위해 흑인들은 땀흘려 기계를 돌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설명합니다. 물론 그 당시에는 많은 백인들이 흑인을 본인들과 다른 존재라고 생각했고, 특히 흑인들은 체질적으로 더위에 강하기 때문에 시원하게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에 얼마나 인종 차별이 심했는지 알게 됩니다.
그의 냉각 장치는 전국으로 날고기를 실어 나르는 냉장차들처럼 오로지 사체의 부패를 막기 위한 것이었지만, 시체실이 도시의 열기를 피할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학교 측은 여름 졸업식을 그곳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 방의 시체들이 모두 치워졌길 바란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4장,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일화는 재미있지만 작가의 유머감각은 아직까지는 높게 평가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긴한데 미쿡 사람 같은 경우엔 조금만 웃겨도 박장대소 하잖아요. 충분히 웃었을 것 같아요. 우린 웃음도 풍년이다 이러고 말죠. 근데 요즘 외쿡 사람들은 어떻게 웃기는지 모르겠어요. 미스터 빈 이후로 외국 사람 웃기는 걸 본 적이 없어서. 하하.
전 섀폴스키가 많이 웃겼어요 ^^
아, 정말요? 근데 전 이 사람이 얼마나 웃긴지 영원히 모르겠군요. ㅠ
건축위원회는 거래원들에게 미칠 더위와 습도의 영향을 걱정했다. 다시 말해, 건축위원회는 더위와 습도가 거래에 미칠 영향을 걱정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81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저는 이런 문장이 재밌더라고요.
그래도 프롤로그를 냉매거래 장면으로 시작한 건 좋은 거 같아요. 냉매의 역사보다 이런 스토리로 책의 시작해야 한다는 건 넌픽션 책쓰기 가이드에 나올 듯 합니다.
@향팔 @aida @오도니안 2부에 보면, 미국에서도 에어컨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특히 덥고 습한 남부에서는 필수 가전으로 정착하는 과정이 나오는데. 그런 대목에서 다시 토론해볼 수 있을 듯해요. :)
이처럼 인간의 쾌적함을 목적으로 한 최초의 완전한 냉방 시스템(10여 년간 최적의 사례 중 하나)은 쾌적함 그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닌 자본주의의 지속을 위해 설계되었다. 고전 자유주의 경제학의 정신에 따라 뉴욕증권거래소는 자본의 흐름에 방해가 되는 모든 장벽과 한계를 없애고자 했다(이 경우에는 열과 기후). 이것이 미국의 우선 순위를 말하는 게 아니라면, 무엇이 그러할지 잘 모르겠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82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예전엔 30도가 넘으면 더웠던 것 같은데, 37도 38도를 겪다 보니 32도 정도는 선선하네요. 적응하는 것 같긴 하지만, 40도 넘어가면 힘들 거 같은데 어디까지 올라가는 모습을 보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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