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5. <일인 분의 안락함>

D-29
YG님의 대화: @향팔 님! 현장에 계셨으면 아는 척 하셨어야죠!!! 인사 못 해서 아쉽습니다. 제가 혼자 강연하는 자리에서는 완전 까부는데, 어제도 생각해 보니 민망하군요. 어느 정도는 퍼포먼스라고 너그럽게 이해해 주세요. 하하하! @stella15 대세라니요! 진짜 대세는 이정모 선생님 같은 분이시죠. :) 저는 정치적으로 마이너라서 뭘 해도 욕먹는 캐릭터예요. 하하하!
ㅎㅎㅎ 까부는 거 봤어야 하는데. 아까비! 50을 눈 앞에 두신 분이 퍼포먼스를 부리셨다면 것도 나름 귀여웠을 텐데. ㅠㅠㅠㅠ 에이, 이정모 선생은 이제 TV에도 잘 안 나오시는 것 같던데요 뭐. YG님 조만간 TV에서 뵙는 날을 고대하겠습니다. 전 아날로그 세대라 그런지 TV파네요. ㅎㅎ 혹시 강남 교보에 일정 있으시면 버선발로 나가겠습니다. ㅋㅋ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8월 21일 목요일에는 3부를 시작합니다. :) 벌써 완독하신 분도 계시는데 우리도 열심히 따라가봐요. 오늘은 3부 1장 '또 다른 위기' 2장 '듀폰사의 민낯' 3장 'CFC 규제를 둘러싼 정치적 풍경들'을 읽습니다. 몬트리올 협약 이후 빠른 속도로 CFC 규제가 이루어진 배경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 읽을 부분에서는 '폐쇄계'가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네요.
우리는 모두 이 지구의 활동적인 기상 막을 공유하지만, 그 영향은 고르지 않게 짊어지고 있다. 이것은 절제된 표현이다. 우리는 그 영향을 너무 고르지 않게 짊어지고 있어서 어떤 사람들은 사소한 불편함만 느끼고 살아가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거나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날로 더해가는 기후의 혹독함은 덜 지배적인 집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3부 1장. 또 다른 위기,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이 글에 달린 댓글 1개 보기
한낱 우화에 자신의 권위를 거는 것이 좀 이상해 보이지만, 이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쉽고 때로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은 산불, 허리케인 또는 오존층 파괴와 같은 생태학적 혼란에 대비해 비상 대책을 준비하는 과학자와 도시 계획가, 정치가들에 대한 신뢰를 빠르게 무너뜨리며, 이들의 부단한 노력을 간단히 무시해버린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들을 대상으로 한 비유는 계속된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3부 2장. '오존 위기의 영웅' 듀폰사의 민낯,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오늘 읽을 부분의 3부 1장에 등장하는 페터 슬로터다이크는 한국에서는 대중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은 독일의 문제적 철학자입니다. 저는 호감보다는 반감을 가진 철학자인데, 또 묘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이 있어서 정말 문제적 철학자 같아요. 어쭙잖게, 슬로터다이크의 개념 두 가지만 얘기해 볼게요. 인간 기술(Anthropotechnik) 슬로터다이크 철학의 핵심에는 ‘인간은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존재’라는 통찰이 있습니다. ‘인간 기술’은 이런 통찰 속에서 그가 고안한 개념인데요. 인간이 육체적, 정신적 훈련, 교육, 생활 방식의 선택 등을 통해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기술과 실천을 의미합니다. 그는 고대 그리스의 영성 훈련부터 현대의 유전공학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항상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스스로 ‘개선’하려는 존재였다고 봅니다. 그는 이러한 ‘자기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를 통해 인간은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수직적 긴장(Vertikale Spannung) 앞의 연장 선상에 놓인 역시 슬로터다이크가 고안한 개념입니다. 그는 인간을 항상 ‘더 높은 곳’을 지향하며 스스로 끌어올리려는 존재였다고 봅니다. 그는 이것을 ‘수직적 긴장’이라고 부르면서, 이것이 종교, 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고 주장해요. 인간이 현재의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넘어서려는 동력이 바로 수직적 긴장이라는 거죠. 그가 현대 사회를 비판적으로 보는 이유도, 이러한 수직적 긴장을 상실하고 안락함과 평범함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죠. * ‘인간 기술’과 ‘수직적 긴장’ 개념에서 혹시 떠오르는 철학자가 있지 않으세요? 네, 그는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사상적 후계자이자 현대적 재해석을 하고 있다고 자임합니다. 그의 이런 철학적 사유에서 뭔가 불편한 대목이 있죠? 네, 우생학이나 생명공학을 통한 인간 종의 개선을 주장하는 트랜스 휴머니즘과 맞닿아 있어서 위험해 보이는 대목이 있죠. (실제로 독일 철학계의 거장 위르겐 하버마스가 슬로터다이크 철학의 위험성을 강력하게 비판한 적도 있습니다.) * 3부 1장에서 언급된 슬로터다이크의 저서 ‘구’ 3부작은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세 권으로 나온 그의 저서입니다. 21세기 들어서 ‘인간 기술’이나 ‘수직적 긴장’ 개념을 내세우기 전에 나온 책인데요. (국내에서는 이 ‘구’ 3부작은 번역이 되지 않았고, 저도 리뷰 논문이나 기사를 통해서만 확인했습니다. 사실, 이 ‘구’ 3부작이 저로서는 호감인데요.) 이 3부작에서 슬로터다이크는 인간을 특정한 공간을 만들어내고, 특정한 타자와 관계를 형성하는 존재로 재정의한답니다.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가 ‘공간’과 ‘관계’입니다. 첫 번째 저서 『버블』에서는 자궁 속 태아와 어머니의 관계처럼 두 존재가 하나로 연결된 친밀한 공간과 관계를 ‘거품’에 비유해서 서술하고 있고요. 두 번째 저서 『지구』에서는 공간과 관계가 ‘국가’ ‘제국’ ‘종교’ 그리고 ‘지구화’ 같은 개념을 통해서 점점 커가는 과정을 서술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기가 상상한 ‘구’의 범위 안에서는 친밀성(민족주의 같은)을 그 바깥에서는 배타성을 발휘했다고 주장하죠. 하지만, 궁극적으로 ‘지구화’를 통해서 모든 것이 균질화(평면화)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고 비판도 하고요. 세 번째 저서 『거품들』에서는 공동체가 사라지고 파편화된 작은 공간들(거품들)이 공존하는 현대 사회를 살펴보면서, 거기서 새로운 형태의 연대나 공존이 가능할지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공동체의 해체나 개인화가 가속화하는 21세기를 바라보는 사유의 틀을 제시했다는 호평도, 빤한 얘기를 현학적이고 도발적으로 쓴 것뿐이라는 혹평도 있다고 합니다. * 국내에서는 주로 ‘인간 기술’과 ‘수직적 긴장’ 같은 개념을 설명하는 책이 소개가 되어 있어요. 『인간 농장을 위한 규칙』(‘인간 기술’, 1999)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수직적 긴장’, 2009) 같은 그의 후기 철학을 대표하는 책들만 번역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 생명공학이나 트랜스 휴머니즘 같은 흐름에 궤를 같이하는 철학이라서 그런가 봐요.
인간농장을 위한 규칙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 - 인간공학에 대하여슬로터다이크는 이 책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를 통해 당시의 논의를 ‘자기 자신에 대한 작업’을 위한 정신적, 육체적 수행 절차를 가리키는 ‘인간공학’의 차원으로 더 확장시킨다.
인간 복제에 관한 철학적 성찰 - 독일 슬로터다이크 논쟁을 중심으로책은 슬로터다이크 논쟁이 부각시킨 윤리적 근본 문제들을 짚었다. 우선 생명 공학과 인간 복제가 어느 정도 발전했으며, 찬반 논쟁이 일어난 이유를 살폈다. 또한 인간 복제 기술이 일으킬 수 있는 철학적 문제들을 다루고, 니체의 과학 비판을 토대로 유전 공학 기술이 과연 니체의 초인을 산출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이 글에 달린 댓글 2개 보기
연해님의 문장 수집: "우리는 모두 이 지구의 활동적인 기상 막을 공유하지만, 그 영향은 고르지 않게 짊어지고 있다. 이것은 절제된 표현이다. 우리는 그 영향을 너무 고르지 않게 짊어지고 있어서 어떤 사람들은 사소한 불편함만 느끼고 살아가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거나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날로 더해가는 기후의 혹독함은 덜 지배적인 집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참 불공평하죠.. 씁쓸합니다. "활동적인 기상 막" 이 말이 영어로 Active wether shell 로 같이 표기 되어 있지 않았다면 무슨뜻이지?.. 그랬을 것 같아요. 적절한 더 나은 표현이 있으면 좋겠더라구요.
YG님의 대화: 오늘 읽을 부분의 3부 1장에 등장하는 페터 슬로터다이크는 한국에서는 대중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은 독일의 문제적 철학자입니다. 저는 호감보다는 반감을 가진 철학자인데, 또 묘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이 있어서 정말 문제적 철학자 같아요. 어쭙잖게, 슬로터다이크의 개념 두 가지만 얘기해 볼게요. 인간 기술(Anthropotechnik) 슬로터다이크 철학의 핵심에는 ‘인간은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존재’라는 통찰이 있습니다. ‘인간 기술’은 이런 통찰 속에서 그가 고안한 개념인데요. 인간이 육체적, 정신적 훈련, 교육, 생활 방식의 선택 등을 통해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기술과 실천을 의미합니다. 그는 고대 그리스의 영성 훈련부터 현대의 유전공학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항상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스스로 ‘개선’하려는 존재였다고 봅니다. 그는 이러한 ‘자기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를 통해 인간은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수직적 긴장(Vertikale Spannung) 앞의 연장 선상에 놓인 역시 슬로터다이크가 고안한 개념입니다. 그는 인간을 항상 ‘더 높은 곳’을 지향하며 스스로 끌어올리려는 존재였다고 봅니다. 그는 이것을 ‘수직적 긴장’이라고 부르면서, 이것이 종교, 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고 주장해요. 인간이 현재의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넘어서려는 동력이 바로 수직적 긴장이라는 거죠. 그가 현대 사회를 비판적으로 보는 이유도, 이러한 수직적 긴장을 상실하고 안락함과 평범함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죠. * ‘인간 기술’과 ‘수직적 긴장’ 개념에서 혹시 떠오르는 철학자가 있지 않으세요? 네, 그는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사상적 후계자이자 현대적 재해석을 하고 있다고 자임합니다. 그의 이런 철학적 사유에서 뭔가 불편한 대목이 있죠? 네, 우생학이나 생명공학을 통한 인간 종의 개선을 주장하는 트랜스 휴머니즘과 맞닿아 있어서 위험해 보이는 대목이 있죠. (실제로 독일 철학계의 거장 위르겐 하버마스가 슬로터다이크 철학의 위험성을 강력하게 비판한 적도 있습니다.) * 3부 1장에서 언급된 슬로터다이크의 저서 ‘구’ 3부작은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세 권으로 나온 그의 저서입니다. 21세기 들어서 ‘인간 기술’이나 ‘수직적 긴장’ 개념을 내세우기 전에 나온 책인데요. (국내에서는 이 ‘구’ 3부작은 번역이 되지 않았고, 저도 리뷰 논문이나 기사를 통해서만 확인했습니다. 사실, 이 ‘구’ 3부작이 저로서는 호감인데요.) 이 3부작에서 슬로터다이크는 인간을 특정한 공간을 만들어내고, 특정한 타자와 관계를 형성하는 존재로 재정의한답니다.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가 ‘공간’과 ‘관계’입니다. 첫 번째 저서 『버블』에서는 자궁 속 태아와 어머니의 관계처럼 두 존재가 하나로 연결된 친밀한 공간과 관계를 ‘거품’에 비유해서 서술하고 있고요. 두 번째 저서 『지구』에서는 공간과 관계가 ‘국가’ ‘제국’ ‘종교’ 그리고 ‘지구화’ 같은 개념을 통해서 점점 커가는 과정을 서술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기가 상상한 ‘구’의 범위 안에서는 친밀성(민족주의 같은)을 그 바깥에서는 배타성을 발휘했다고 주장하죠. 하지만, 궁극적으로 ‘지구화’를 통해서 모든 것이 균질화(평면화)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고 비판도 하고요. 세 번째 저서 『거품들』에서는 공동체가 사라지고 파편화된 작은 공간들(거품들)이 공존하는 현대 사회를 살펴보면서, 거기서 새로운 형태의 연대나 공존이 가능할지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공동체의 해체나 개인화가 가속화하는 21세기를 바라보는 사유의 틀을 제시했다는 호평도, 빤한 얘기를 현학적이고 도발적으로 쓴 것뿐이라는 혹평도 있다고 합니다. * 국내에서는 주로 ‘인간 기술’과 ‘수직적 긴장’ 같은 개념을 설명하는 책이 소개가 되어 있어요. 『인간 농장을 위한 규칙』(‘인간 기술’, 1999)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수직적 긴장’, 2009) 같은 그의 후기 철학을 대표하는 책들만 번역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 생명공학이나 트랜스 휴머니즘 같은 흐름에 궤를 같이하는 철학이라서 그런가 봐요.
쓱 넘어갔는데 논쟁적 철학자군요.. 덕분에 슬로터다이크. 하나 배워갑니다. 제 과는 아닌 분인 것으로 접수. 3부작 흐름만 봤을 때는 현대사회를 이해하려는 틀이라는 의견에 동의되네요. 그러나 유전공학을 통한 우생적 사고는 매우 위험하신 분이네요.. 따르는 사람들 입맛에 맞는 철학 제공하는 느낌이라..
개인, 가족, 도시, 국가, 대륙 등 크고 작은 규모로 우리는 우리의 행동들이 폐쇄된 시스템, 즉 자급자족과 피해통제 가 모두 가능한 자립적 구조 안에 국한되어 있다고 우리 자신을 속여왔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aida님의 대화: 쓱 넘어갔는데 논쟁적 철학자군요.. 덕분에 슬로터다이크. 하나 배워갑니다. 제 과는 아닌 분인 것으로 접수. 3부작 흐름만 봤을 때는 현대사회를 이해하려는 틀이라는 의견에 동의되네요. 그러나 유전공학을 통한 우생적 사고는 매우 위험하신 분이네요.. 따르는 사람들 입맛에 맞는 철학 제공하는 느낌이라..
@aida 네, 저도 호감은 아닌 걸로 정리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꾸준히 (주로 논쟁적인 방향의) 책들만 소개가 되더라고요.ㅠ.
YG님의 대화: 오늘 읽을 부분의 3부 1장에 등장하는 페터 슬로터다이크는 한국에서는 대중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은 독일의 문제적 철학자입니다. 저는 호감보다는 반감을 가진 철학자인데, 또 묘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이 있어서 정말 문제적 철학자 같아요. 어쭙잖게, 슬로터다이크의 개념 두 가지만 얘기해 볼게요. 인간 기술(Anthropotechnik) 슬로터다이크 철학의 핵심에는 ‘인간은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존재’라는 통찰이 있습니다. ‘인간 기술’은 이런 통찰 속에서 그가 고안한 개념인데요. 인간이 육체적, 정신적 훈련, 교육, 생활 방식의 선택 등을 통해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기술과 실천을 의미합니다. 그는 고대 그리스의 영성 훈련부터 현대의 유전공학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항상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스스로 ‘개선’하려는 존재였다고 봅니다. 그는 이러한 ‘자기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를 통해 인간은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수직적 긴장(Vertikale Spannung) 앞의 연장 선상에 놓인 역시 슬로터다이크가 고안한 개념입니다. 그는 인간을 항상 ‘더 높은 곳’을 지향하며 스스로 끌어올리려는 존재였다고 봅니다. 그는 이것을 ‘수직적 긴장’이라고 부르면서, 이것이 종교, 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고 주장해요. 인간이 현재의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넘어서려는 동력이 바로 수직적 긴장이라는 거죠. 그가 현대 사회를 비판적으로 보는 이유도, 이러한 수직적 긴장을 상실하고 안락함과 평범함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죠. * ‘인간 기술’과 ‘수직적 긴장’ 개념에서 혹시 떠오르는 철학자가 있지 않으세요? 네, 그는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사상적 후계자이자 현대적 재해석을 하고 있다고 자임합니다. 그의 이런 철학적 사유에서 뭔가 불편한 대목이 있죠? 네, 우생학이나 생명공학을 통한 인간 종의 개선을 주장하는 트랜스 휴머니즘과 맞닿아 있어서 위험해 보이는 대목이 있죠. (실제로 독일 철학계의 거장 위르겐 하버마스가 슬로터다이크 철학의 위험성을 강력하게 비판한 적도 있습니다.) * 3부 1장에서 언급된 슬로터다이크의 저서 ‘구’ 3부작은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세 권으로 나온 그의 저서입니다. 21세기 들어서 ‘인간 기술’이나 ‘수직적 긴장’ 개념을 내세우기 전에 나온 책인데요. (국내에서는 이 ‘구’ 3부작은 번역이 되지 않았고, 저도 리뷰 논문이나 기사를 통해서만 확인했습니다. 사실, 이 ‘구’ 3부작이 저로서는 호감인데요.) 이 3부작에서 슬로터다이크는 인간을 특정한 공간을 만들어내고, 특정한 타자와 관계를 형성하는 존재로 재정의한답니다.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가 ‘공간’과 ‘관계’입니다. 첫 번째 저서 『버블』에서는 자궁 속 태아와 어머니의 관계처럼 두 존재가 하나로 연결된 친밀한 공간과 관계를 ‘거품’에 비유해서 서술하고 있고요. 두 번째 저서 『지구』에서는 공간과 관계가 ‘국가’ ‘제국’ ‘종교’ 그리고 ‘지구화’ 같은 개념을 통해서 점점 커가는 과정을 서술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기가 상상한 ‘구’의 범위 안에서는 친밀성(민족주의 같은)을 그 바깥에서는 배타성을 발휘했다고 주장하죠. 하지만, 궁극적으로 ‘지구화’를 통해서 모든 것이 균질화(평면화)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고 비판도 하고요. 세 번째 저서 『거품들』에서는 공동체가 사라지고 파편화된 작은 공간들(거품들)이 공존하는 현대 사회를 살펴보면서, 거기서 새로운 형태의 연대나 공존이 가능할지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공동체의 해체나 개인화가 가속화하는 21세기를 바라보는 사유의 틀을 제시했다는 호평도, 빤한 얘기를 현학적이고 도발적으로 쓴 것뿐이라는 혹평도 있다고 합니다. * 국내에서는 주로 ‘인간 기술’과 ‘수직적 긴장’ 같은 개념을 설명하는 책이 소개가 되어 있어요. 『인간 농장을 위한 규칙』(‘인간 기술’, 1999)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수직적 긴장’, 2009) 같은 그의 후기 철학을 대표하는 책들만 번역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 생명공학이나 트랜스 휴머니즘 같은 흐름에 궤를 같이하는 철학이라서 그런가 봐요.
트랜스 휴머니즘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 보자면, 시대가 좀 지났지만 모라벡 같은 사람들이 이야기한 미래상이 흥미로왔습니다. 인류의 후손은 인류가 아니라 디지털 정신이 될 것이고, 그 정신은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 무한히 진화하고 발전할 거라는 비전이죠. 어쩌면 미래의 갈림길은 가상 세계에 업로드된 디지털 정신이냐, 생물학 기술들로 증강된 초인간이냐 문제일 수도 있겠죠. 제가 적어둔 내용을 보니까, 마셜 브레인이라는 철학자가 이런 주장과 예측을 했다고 합니다. " 더 아름다운 몸을 가질 수 있다면, 당신은 기꺼이 당신의 몸을 버릴 것이다…. 몸의 노화는 또 어떤가. 몸을 버림으로써 노화를 면활 수 있다면, 대다수 사람들은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가상 세계로 들어간 당신의 여자친구나 남자친구는 완벽한 몸을 지녔을 테고, 그들은 당신도 그 세계로 들어오라고 권할 것이다. 당신은 통증 없는 수술을 통해 당신의 뇌를 가상현실 속의 새로운 몸과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지금의 10대나 20대한테는 의미가 있는 전망일 수 있는데, 저한테는 공상과학소설 같은 이야기고, 저는 이런 세상이 빠르게 도래한들 크게 염두에 두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3부까지 왔으니 개념 하나를 언급하자면, 지구를 데울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표를 흔히 GWP(Global Warming Potential, 지구 온난화 지수)로 나타냅니다.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다른 온실 기체가 지구 온난화에 기여하는 정도를 나타낸 것인데요. 이 책에서 "지구 온난화 지수가 이산화탄소의 몇 배에 달한다" 같은 서술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이죠. 그런데, GWP는 타임 스케일이 아주 중요합니다. GWP-20, GWP-100, GWP-500 이렇게 구분하는 이유가 그 때문인데요. 여기서 숫자는 20년, 100년, 500년 등입니다. 왜냐하면, 메탄의 20년 이상 GWP(GWP-20)는 84톤입니다. 이는 메탄 1톤의 누출이 20년 동안 측정된 84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수명이 훨씬 짧기 때문에 GWP-100은 28, GWP-500은 7.95로 시간이 지날수록 적어집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대체로 GWP-100, 즉 100년 단위로 미치는 효과를 따지는 것으로 보여요. 저도 놀랐는데 CFCs든 대체재인 HFC든 100년 단위로 봐도 엄~청 GWP가 높네요;
YG님의 대화: @aida 네, 저도 호감은 아닌 걸로 정리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꾸준히 (주로 논쟁적인 방향의) 책들만 소개가 되더라고요.ㅠ.
진짜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철학자였습니다.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책증정]《내 삶에 찾아온 역사 속 한 문장 필사노트 독립운동가편》저자, 편집자와 合讀하기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같이 연극 보고 원작 읽고
[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그믐연뮤클럽] 6. 우리 소중한 기억 속에 간직할 아름다운 청년, "태일"[그믐연뮤클럽] 5. 의심, 균열, 파국 x 추리소설과 연극무대가 함께 하는 "붉은 낙엽"[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
같이 그믐달 찾아요 🌜
자 다시 그믐달 사냥을 시작해 볼까? <오징어 게임> x <그믐달 사냥 게임> o <전생에 그믐달>
8월 22일은 그믐밤입니다~ 함께 읽어요!
[그믐밤] 38.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4탄 <오셀로>[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그믐밤] 36.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2탄 <맥베스> [그믐밤] 35.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1탄 <햄릿>
이디스 워튼의 책들, 지금 읽고 있습니다.
[그믐클래식 2025] 8월, 순수의 시대[휴머니스트 세계문학전집 읽기] 3. 석류의 씨
문화 좀 아는 건달의 단상들
설마 신이 이렇게 살라고 한거라고?그믐달자연의 일부일 뿐이라는 생각
퇴근의 맛은 두리안 ?!
[도서 증정] 소설집『퇴근의 맛』작가와 함께 읽기[📚수북플러스] 1. 두리안의 맛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여기가 아닌 저 너머를 향해...
[함께 읽는 SF소설] 07.화성 연대기 - 레이 브래드버리[함께 읽는 SF소설] 06.앨저넌에게 꽃을 - 대니얼 키스[함께 읽는 SF소설] 05.생명창조자의 율법 - 제임스 P. 호건[함께 읽는 SF소설] 04.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 케이트 윌헬름
이렇게 더워도 되는 건가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5. <일인 분의 안락함>기후위기 얘기 좀 해요![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1. <화석 자본>무룡,한여름의 책읽기ㅡ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독서 모임에서 유튜브 이야기도 할 수 있어요
[팟캐스트/유튜브] 《AI시대의 다가올 15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같이 듣기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