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5. <일인 분의 안락함>

D-29
내가 신경 쓰이는 것은 에어컨의 사용 증가가 아닌, 모두가 그것을 늘 원해왔다는 가정, 즉 나머지 나라들이 기계 냉각의 즐거움을 이해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가정이다. 심지어 국제에너지기구의 보고서도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수입과 생활수준이 나아지면, 더운 지역의 에어컨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에어컨의 확산은 그것이 불가피해서가 아니라, 점점 더 서구 중산층의 생활로 균질화되려는 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인들은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열에 대한 같은 해결책을 원한다고, 모든 나라의 국민이 그들과 똑같이 좋은 삶을 상상한다고 가정한다. 이러한 생각이 망상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문화적 기계와 세계적 자본주의의 메커니즘은 실제로 세상의 많은 사람에게 이러한 욕망을 확신시켰다. 가장 위협적인 문제는 에어컨의 확산이 아니라, 야만에서 문명에 이르는 일종의 세계적 입문 의식처럼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힘겨움에서 편안함으로, 위험에서 안전으로, 의존에서 독립으로, 최소한의 생활에서 에너지 집약적인 채굴주의로의 필연적이고 동일한 궤도를 가정하는 것이다. 에어컨의 확산은 우리가 현재 직면한 많은 생태학적 문제를 뒷받침하는 이러한 가정의 결과일 뿐이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3부 9장. 열적 쾌적성이라는 열망의 번짐,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우리 중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위한 평등과 정의는 그들이 더 많은 권한과 특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라고, 세상을 사는 방식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바로 그 순간 모든 사람의 회복력을 강화한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381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역사적 위기를 감성적 이야기로 단순화하면 편안함이라는 환상이 드리워진다. 하지만 그 결과 현재의 위기는 점점 더 크게 다가온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412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법적 구속력을 지닌 배출 목표 덕분에 미래의 환경 파괴를 막는 세계 유일의 국제협약으로 여전히 칭송받고 있는 몬트리올 의정서가 다른 무엇보다 흰 피부를 겨냥하지 않았다면 그 위기를 인식시키는 데 성공할 수 있었을까? 좀 더 명확히 하기 위해 질문을 뒤집어보자. 만약 프레온이 주로 흑인과 갈색인을 위협하는 방사능을 불러왔다면, 우리는 합의를 이룰 수 있었을까? (416쪽) 우리 세계가 유일하게 목격한 성공적인 국제환경협약은 백인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을 막는 협약이었다. (417쪽)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우리 중 다수가 에너지를 공짜로 주어지는 것으로 믿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행동하는 문화 속에서 산다. 석탄과 석유, 채굴된 가스부터 DDT, CFC, 테트라에틸납, 라듐, 핵에너지에 이르기까지, 어떤 것도 공짜가 아니고, 어떤 것도 완전히 안전하지 않다. 이들은 모두 사람들의 건강에 심각한 결과와 문제를 초래한다. 세상 너머에서 온 선물은 없다. 이 모든 것은 세상을 결정적으로 바꾼다. 그렇다고 모든 형태의 에너지와 제조된 모든 화학물질이 똑같이 또는 완전히 파괴적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구의 물리적 특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전 지구적 규모로 자원을 소비하고 물질을 생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제국주의적이고, 자본주의적인 만취에서 비롯된 터무니없는 착각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학적 사고가 아니라.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424-425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여기에서 분명한 사실은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평균적인’ 미국인만큼 에너지를 소비한다면 세계는 급격하게 불타오르게 될 거라는 것이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9 열적 쾌적성이라는 열망의 번짐, 그 책임에 관한 정치적 질,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우리는 이 세상의 생태학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적 규제 대신, 공동체 대신, 우리 자신의 지혜 대신 기술에 의존한다. […] 우리는 불편함을 겪지 않으려고 애쓰는 우리의 일상적인 습관들을 세심히 살피고 바꾸려 드는 대신, 우리가 초래한 피해를 말끔히 정리해줄 공정이나 제품에 투자한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439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우리는 우리의 습관을 고치기보다는 더 새롭고, 크고, 파괴적인 기술로 눈을 돌린다. 기술보다, ‘고치는 것’이 옳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442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익숙한 습관에 대한 의존과 어디를 가도 가동되는 냉방은 소비자 개인의 습관을 멈추기 어렵거나 때로 불가능하게 만든다. 에어컨 사용을 소비자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다수의 소비자 선택에 의해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사회정치적, 역사적 선택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내가 여전히 걱정하는 것은, 이러한 인프라를 우리가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바꾸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442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우리가 만든 위기로 우리를 더 몰아붙이는 비합리적인 해결책들은 중독자들의 필사적인 조치처럼 보인다. 우리는 각자의 파괴적인 소비자 습관과 마주하지 않기 위해 새롭고 홍미로운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다. 우리는 피해를 예방하기보다 배상하기를 선호한다. 우리는 불현듯 나타나 해결책을 제시해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사고 습관은 우리에게 팔리는 열적 쾌적성만큼이나 유독하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443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많은 사람이 급격한 구조적 변화, 행동의 변화를 실현 불가능하거나 불가능한 것으로 매도하지만, 이제는 우리의 현재 상황이 진정으로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점점 더 커가는 것 같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453-454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대체 냉매는 환경 파괴를 줄이기보다 오히려 악화시켰을지 모른다. 단기적으로만 보면 HFC는 오존 위기를 진정시켰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세상을 바꾸는 화학물질을 필요로 하는 습관, 끊임없는 노동, 지속적인 편안함,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의 개인적 안전을 추구하는 습관을 조장했다. 사람들은 그들의 장기적 안위와 안전을 희생해가며 개인의 선택을 흔들림 없이 고수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딱 제모습이네요. 나는 바꿀 생각이 없으면서 남만 바꿔주길 바라는....
(어린이 취약, 취약공동체, 미래 위협 의 가능성이 제시되었을 때 ) '보호'의 책임이 있는 정부는 논란을 일으키는 정보를 없애고 최선의 결과를 바라는 쪽을 택했다. 소수의 행동이 한경오염 문제에 가장 책임이 없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제시되었을 때, 정부는 우리의 상호 연결성을 암시하는 모든것을 없애 버렸다. 우리가 개방형 시스템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제시되었을 때, 정부는 폐쇄계시스템에 대한 이해 없는 믿음을 가지고 계속 살아가는 쪽을 택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폭염으로 인한 사망률의 지형도는 도시의 분리 및 불평등의 지형도와 일치했다" / 1995년 7월 시카고 폭염분석 / 에릭 클라이넨버그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네, 바로 이 책입니다.
폭염 사회 - 폭염은 사회를 어떻게 바꿨나뉴욕대 사회학과 교수이자 같은 대학교 공공지식연구소 소장 에릭 클라이넨버그의 <폭염 사회>. 전미출판협회 사회학.인류학 분야 최고의 책, 영국사회학회 건강.질병 분야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극작품으로 각색돼 연극 무대에 올려지기도 했다.
오우. ‘책‘ 봇 인줄 알았습니다. 감사해요~ ㅋㅋ
하하하! 원래 이 대목에서 소개해드리려고 준비해 놓았던 참이었어요.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8월 27일 수요일에는 3부 10장 '상호 의존성'과 3부 11장 '공공성의 회복'을 읽습니다. 10장에서는 새로운 냉매(HFOs)의 등장과 또 냉매 규제의 최근 현황을 살피고 있고, 11장에서는 에어컨의 유무가 계급, 계층, 인종 별로 갈리면서 피해가 약자에게 쏠리는 현상을 서술하면서 공공성과 공동체의 회복이야말로 기후 위기에 적응하는 진짜 해법이라는 주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근거가 되는 사례 연구가 에릭 클라이넨버그의 시카고 폭염에 대한 연구랍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계속 느끼는 거지만요.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계급, 계층, 인종 등 다양한 관점으로 풀어내고 있는 저자의 시각이 신선하고, 충격적이기도 해요. 누군가에게는 선택의 문제가 누군가에게는 생계와 직결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취향을 다듬을 때, 다른 누군가는 생존 자체만으로 벅차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YG님 실물이 사진보다 훨씬! 매우! 아주! 좋으십니다(멋지다고 하려다가 외모 칭찬 조심스러워서요, 헷). 어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에 폭 빠져들었네요. 그믐에서 활자로 대화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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