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5. <일인 분의 안락함>

D-29
샘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처럼, 프레온은 예전보다는 훨씬 작은 양이긴 해도 우리의 작업실과 뒷마당, 지하실에 여전히 남아 있다. 정확히 얼마나 많은 양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같지만, 그중 상당량이 밀폐된 탱크 안에 존재한다. 이 탱크 안의 프레온은 배출될 경우 계속해서 오존을 파괴하고 지구 온도를 높일 것이다. CFC가 미치는 악영향은 화석 연료에 비하면 적은 수준일지 몰라도, 탄소 예산이 재앙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하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3부 11장. 공공성의 회복, 모두를 위한 냉방,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우리가 증가하는 세계의 환경 위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안하는 기술적 해결책은 일부만을 위한 해결책이다. 에어컨은 폭염이 닥쳤을 때 일부 생명을 구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지만, 무분별한 냉방의 가동은 폭염으로 인한 대규모 사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문제는 사회적 체제에 있다. 에어컨 같은 기기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에어컨은 냉방 장치를 살 수 있는 사람들이나 인프라가 잘 유지되는 도시 구역에 살 만큼 운이 좋거나 전략적이거나 부유한 사람들만을 위한 해결책이다. 대부분의 도시는 난방처럼 인공 냉방을 권리로 보지 않는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3부 11장. 공공성의 회복, 모두를 위한 냉방,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2025년 9월에는 『조지 오웰 뒤에서: 지워진 아내 아일린』(생각의힘)을 읽습니다. https://www.gmeum.com/gather/detail/2915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조지 오웰의 《1984》보다 먼저, 〈1984〉라는 디스토피아 시를 쓴 여자가 있었다. 시에는 ‘텔레파시’로 ‘세뇌’되는 미래가 언급된다. 《동물농장》을 우화로 기획하고 함께 편집한 사람도 그녀였다. 여자는 옥스퍼드에서 장학금을 받고 영문학을 공부한 심리학자였으며, 스페인 내전에 참여해 오웰의 목숨을 구했다. 정보부 검열과에 근무하며 뉴스를 검열하고 삭제하는 일을 하기도 했던 여자의 별명은, “돼지”였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매월 벽돌 책을 한 권을 읽는 모임. 2025년 9월에 함께 읽을 스물여섯 번째 벽돌 책은 애나 펀더(Anna Funder)의 『조지 오웰 뒤에서: 지워진 아내 아일린(Wifedom: Mrs. Orwell’s Invisible Life)』(생각의힘). 전체 632쪽 본문 572쪽으로 조금 얇은 벽돌 책이지만 함께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딱 1년 전 2024년 9월, 이 모임에서는 『프랑켄슈타인』의 저자 메리 셸리와 그의 어머니이자 『여성의 권리 옹호』(1792)를 쓴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두 사람의 삶을 조명한 『메리와 메리』(교양인)를 함께 읽었습니다. 두 여성 모두, 특히 어머니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오랫동안 그 진짜 모습이 남성 서사에 가려져 있었죠. 『조지 오웰 뒤에서』를 읽으면서도 곧바로 1년 전의 『메리와 메리』가 떠올랐습니다. 20세기 초반에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밟았던 아일린(1905~1945)은 1935년 조지 오웰을 만나서 첫눈에 반해서 결혼합니다. 아일린은 결혼하고 나서 조지 오웰의 위대한 작품과 그것의 토대가 되는 격정적인 삶을 뒷받침하는, 사실은 ‘만들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중요한 역할을 했음에도 철저하게 지워진 상태로 100년 가까이 방치되었습니다. 애나 펀더는 아일린의 새로 발굴된 사료를 바탕으로 그녀와 조지 오웰의 관계를 재구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남성 저자가 쓴 좋은 평가를 받은 조지 오웰의 평전 여섯 권과 최초의 아일린 평전 『아일린: 조지 오웰을 만든 여성』 등을 자기 시각으로 비판적으로 독해하고, 빈구석은 상상력으로 채워 넣으면서 조지 오웰의 작품과 삶에 아일린이 남긴 굵직한 흔적을 독자와 함께 추적합니다. 이 과정에서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가 가능하도록 후방에서 지원하고, 목숨을 잃을 뻔한 그가 탈출할 수 있도록 바르셀로나 현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 누군지, 『동물 농장』이 우화 형식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결정적 조언자가 누군지, 심지어 『1984』의 제목은 누가 쓴 시로부터 영감을 받았는지 등이 드러납니다. 네, 모두 아일린이었습니다. 아일린이 구체적으로 모습을 나타낼수록 그 실체가 드러나는 조지 오웰의 숨겨진 모습에 놀랄 독자도 있겠습니다. 여성학자 정희진이 이 책의 추천사에 묘사한 대목을 그대로 옮기자면 “난봉꾼, 강간범, 교활한 겁쟁이, 착취자”의 모습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하지만 애나 펀더는 자기가 쓴 이 책이 조지 오웰을 취소(cancle)하자고 쓴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합니다. 맞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조지 오웰의 작품 속에 녹아 있는 아일린의 흔적을 확인하면서, 또 조지 오웰이라는 위대한 작가의 인간적, 시대적 한계를 확인하면서 그의 작품을 훨씬 더 풍성하게 독해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립니다. 나아가, 조지 오웰 못지않게 훌륭한, 하지만 지금까지 역사에서 지워져 있었던 위대한 영혼을 복원할 수 있는 기회도 얻습니다. 저자가 ‘한국 독자들을 위한 짧은 해설’에서 당부한 바대로 “문학은 공감과 통찰, 그리고 진실을 드러내는 행위로 이루어진 작업”입니다. 『조지 오웰 뒤에서』는 또 다른 진실의 장으로 우리를 조심스럽게 안내합니다. 9월에는 이 벽돌 책을 함께 읽으면서 그 진실을 통해서 특별한 공감과 통찰의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 『조지 오웰 뒤에서』 함께 읽기 모임은 9월 5일부터 29일까지 온라인 독서 플랫폼 ‘그믐’의 게시판에서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합니다. 저는 함께 읽는 독서 일정을 짜고, 최소한의 가이드 역할만 합니다. 우리 2025년 9월에도 벽돌 책 함께 읽어요! “충격과 분노” “말문이 막히고 눈물까지 흘리게 만드는” 특별한 독서 경험은 필수입니다. * 지금까지 읽은 벽돌 책 (총24권) 2023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2023년 8월) 『권력과 진보』 (2023년 9월) 『위어드』 (2023년 10월) 『변화의 세기』 (2023년 11월)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2023년 12월) 2024년 『사람을 위한 경제학』 (2024년 1월) 『경제학자의 시대』 (2024년 2월) 『앨버트 허시먼』 (2024년 3월)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024년 4월) 『나쁜 교육』 (2024년 5월) 『화석 자본』 (2024년 6월)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2024년 7월)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2024년 8월) 『메리와 메리』 (2024년 9월) 『중국필패』 (2024년 10월) 『마오주의』 (2024년 11월) 『노이즈』 (2024년 12월) 2025년 『행동』 (2025년 1월) 『호라이즌』 (2025년 2월) 『3월 1일의 밤』 (2025년 3월) 『세계를 향한 의지』 (2025년 4월) 『어머니의 탄생』 (2025년 5월) 『냉전』 (2025년 6월) 『소련 붕괴의 순간』 (2025년 7월) 『일인 분의 안락함』 (2025년 8월)
저에게 벽돌책이나 고전이라고 불리는 책은 ‘반만 읽은 책’입니다. 반정도 읽다가 중간에 여러 이유로 포기하게 되는데, 이러면 나중에 다시 읽으려고 할 때 처음부터 읽기는 억울하고 이어서 읽기엔 기억이 안나고 그렇습니다. 5일밖에 안 남았지만 이번엔 징크스를 깨보고 싶습니다. ㅠㅠ
@챠우챠우 님의 벽돌 책, 고전 책 정의가 흥미로워 웃음이 났습니다(물론 좋은 의미로요). 저는 두꺼운 책일수록 읽은 게 아까워서라도(표현이 좀...) 놓지 않게 되는 고집스러움이 있는데 말이죠. 이제 하루가 지나 4일이 남았지만 이번에는 그 징크스를 이겨내실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넘 재밌게 술술 완독했어요. 다음 책도 좋네요
@그러믄요 님, 이번 달에도 완독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다음 달 책도 마음에 드실 거예요.
“HFC와 다른 온실가스를 금지하기 위해 다른 나라 및 국제기구와 협력하는 것은 우리의 에너지 선택권을 다른 나라의 통치권자들에게 넘기는 행위가 될 것이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3부10장,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이런 주장을 보면, 경전의 문구를 문자 그대로 해석해 이단을 배척하는 교조주의자들처럼, 자유와 독립, 개인의 권리와 같은 미국의 건국이념이 극단적 보수주의자들의 무기로 악용되어 진보적 변화를 가로막는 거대한 장애물이 되는 것 같아요.
HFOs 인화성의 드문 가능성은 지금도 우리 세계를 수백만 명의 삶에 해로운 곳으로 만들고 있는 HFC의 엄연한 확실성과 비교되어야 한다. HFOs는 위험의 소지가 낮지만, 일단 일이 벌어지면 눈으로 바로 확인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더 많은 두려움을 심어줄 수 있다. 그와 비교해 HFC는 확실히 위험하지만, 그 위험은 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에 간과되기 더 쉽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3부 10장,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전기차 배터리의 화재 뉴스들이 생각났어요.
나는 케무어스와 허니웰 연구 개발 부서에서 이 새로운 화학물질을 만들기 위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어느 정도 편안함을 누리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리고 기술적 해결책의 유혹과 기술 기업들이 주는 안락함에 굴복하기가 얼마나 쉬운지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어쩐지 우리가 전에 이러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는 묘한 기분이 든다. 나는 줄곧 이 느낌을 떨쳐낼 수가 없는데, 꼭 불길한 패턴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CFC로 하늘을 가득 채웠을 때, 우리는 그것이 세계적인 파괴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금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3부10장,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저자의 걱정이 이해되는 면은 있지만, 냉매 문제를 이제까지 해결해 온 힘, 그밖에 인류가 당면했던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해 온 힘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에 과학기술이 있지 않았을까요?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고, 정치와 정책의 역할에서도 그러한 기술들의 개발을 촉진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일 것 같습니다.
지구온난화는 복잡성, ‘예상 밖의’ 영향을 미치는 해결책, 눈덩이 효과, ‘과학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흐려지는 정의 등 사악한 문제의 열 가지 특성을 모두 갖고 있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아, 저는 방금 성북 도서관에서 @향팔 님께서 반갑게 인사해 주셔서 고마웠어요. 다들 이렇게 오프라인에서 뵈니 뭔가 번개라도 해서 호프 타임이라도 가져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 어제 @연해 님도 그랬지만 오늘 향팔 님도 게시판에서 글 남기시는 것과 묘하게 이미지가 겹쳐서 신기했어요. (향팔 님 열심히 들으셨잖아요? 저는 속으로 혹시 저분이 향팔 님이신가, 했었답니다!)
@향팔 님, 참 마지막에 기억을 못한 과학자는 스티븐 제이 굴드였어요. 갑자기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아.. 원래 나이가 들수록 고유명사나 단어가 생각이 잘 안 난다는..(농담농담) 아니믄 3일 연속으로 저녁 강의를 뛰시고 과로하신 영향으로다가…흑흑 이렇게 빨리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와, 벽돌 책 모임의 번개(이 단어 오랜만에 듣습니다 하하하) 호프타임!? 생각만 해도 신나네요. 진짜로 번개 치시면 꼭 가겠습니다.
한 분 한 분 이렇게 오프라인으로 YG님을 알아가고 계시네요. 그만큼 벽돌 책 모임이, 모임 이름처럼 단단해지고 있는 것 같아 기쁩니다. 저도 글과 제가 닮아있을까 종종 생각해보는데(닮았으면 좋겠는데), 만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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