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5. <일인 분의 안락함>

D-29
이러한 이유로, 광범위한 집단적 사회 변화와 연방법이 없으면 대부분 상황에서 에어컨을 켜지 않기로 한 나의 개인적 선택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그 광범위한 집단적 사회 변화와 연방법이 개인적 욕구의 변화 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574쪽) 나는 지금 개인 소비자에게 행동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거의 효과가 없다. 또한 흔히 나처럼 취약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에게 맡겨지는 선택들, 가령 에어컨을 거부하거나 생태학적으로 책임 있는 제품을 사거나 채식주의자가 됨으로써 우리 자신을 용서하자고 호소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주장하는 바는 우리의 편협하고 개인화된, 개인적 편안함에 대한 욕망을 만들어내는 정치·경제·문화적 구조를 바꿈으로써 그 책임을 공동체가 아닌 개인의 의지에 맡기는 서사를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욕망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 그것들을 포기하는 것은 큰 칭찬을 이끌어낼 수 없다. 욕망은 오래전에 죽은 자들에 의해 우리에게 전달되었으며, 현재 그들의 대리인인 우리 또한 끊임없이 욕망을 재생산해 전달하고 있다. 욕망을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죽은 자들로부터 그러한 욕망과 그들의 모든 폭력적인 가정들을 계속해서 부활시킨다. (576쪽) 주류 환경 운동은 지금처럼 기후 행동을 계속 희생으로 몰아갈 순 없다. 수치심, 설교, 배제, 우리가 가장 좋아한다고 느끼는 물질적 편안함을 포기하라는 요구, 그러한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평소처럼 지낼 수도 없고 개인에게 계속 똑같은 것을 바랄 수도 없다. 우리의 계좌는 잔액 부족 상태다. 곧 수금인이 올 것이다. 우리는 개인적 편안함의 추구가 결국 우리를 왜 좀 더 편하게 만들지 못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578쪽)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우리가 냉방에 관해 선택할 수 있다면, 우리는 우리 삶의 다른 모든 것에 대해서도 그러한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개별 소비자의 선택이 집단적 조직과 입법의 힘이 없이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점을 인지할 수 있을까? 우리는 개인과 집단으로서 동시에 기능하는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우리의 개별적 행동이 우리를 곤란하게 할 뿐이라는 것 또한 인지할 수 있을까? 만약 선택해야 할 것이 많아져 거기에 압도당한다고 느낀다 해도, 미국인들은 은행 계좌 외에는 거의 책임을 지지 않아 왔으므로 그러한 감정은 당연하다고 용인되지 않을까?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579-580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이 결함이 있는 시스템 안에서 샘은 자신이 업계에 환경을 오염시킬 권리를 팔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그 문제를 안고 사업을 한다. 성공적인 해결책을 위해 꼭 청렴결백할 필요는 없지만, 이는 청렴함의 문제가 아니다. 배출권 거래제는 혼돈을 초래하는 바로 그 구조적 가치를 강화한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에피소드 3,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저는 이와 같은 시각은 배출권 거래제와 더불어 샘이 하고 있는 사업의 가치에 대한 부당한 폄훼라고 봐요.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반영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저자가 비판하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서 평가가 어렵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혼돈을 초래하는 바로 그 구조적 가치'라는 것이 시장과 자본주의 논리라면, 그것은 배척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활용해야 할 대상입니다. 저자의 해법은 지나치게 막연하고 도덕주의적라는 것이 제 결론입니다. 저자는 도덕주의적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서 여러 이야기들을 덧붙이고 있지만 저한테는 도덕주의적 접근으로 보여요.
저자의 시각에 대해 동의하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독서모임을 통해 읽기 좋았던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냉매와 에어컨의 역사라던가 동의하진 않더라도 저자의 여러 관점들을 접할 수 있었고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가 기후위기 문제에 심각성을 느끼는 동시에 얼마나 친자본주의화, 보수화가 되었는지 저 자신에 대해서도 재발견을 할 수 있었어요.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시민단체 활동에도 관심을 가져봐야겠습니다. 좋은 책 추천해주시고 가이드해 주신 @YG 님과 함께 읽고 대화해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지난달 책 <소련 붕괴의 순간>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한 권의 책을 두고 서로 다른 의견과 생각들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그 자체로 재미있고 소중하다 여겨집니다. 생각이 서로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서로의 의견에 귀기울이며 대화할 수 있다는 게 그믐 벽돌 책 읽기 모임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면(언제나 그래왔겠지만) 단지 생각이 쪼금? 많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얼마나 잡아먹으려 드는지 모르겠어요. 어차피 인간이란 게 다 거기서 거기인 것도 같은데 말이죠… 그러니까 결론은 음.. 벽돌 책 모임은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모임에서도 또 만나요!! 내 머리만으론 미처 생각치 못한 이야기, 함께 나눠요.
책을 다 읽었습니다. 진도를 제때 맞춰 마감친 게 저는 아마 <세계를 향한 의지> 이후로 처음인 것 같아요! 에어컨과 냉각의 역사를 통해 과학과 사회의 관계, 그리고 현재 눈앞에 닥친 기후 위기까지 연결해서 생각하게 해준 책이라 좋았습니다. 저는 오존층의 ‘구멍’은 프레온 금지 조치로 인해 전부 원상복구되었다고 알고 있었고, 현재의 냉매가 강력한 온실가스라는 사실도, 오존층 파괴와 지구 가열화 사이의 관계도 몰랐었네요. 인공 냉방을 통한 밀폐된 공간의 독립적이고 ‘이상적인’ 온도 조절이 ‘폐쇄계’에 관한 담론으로 이어지는 대목, 그리고 우리 모두가 서로 엮여들어갈 수밖에 없는 열린 세계와 ‘상호 의존성’을 짚어주는 대목이 특히 좋았습니다. 경제 성장이라는 것이 (당연히) 언제까지나 무한할 수 없고, 그러므로 우리가 언제까지나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살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꼬꼬마 때 읽었던, 오래된 책이 또 한 권 생각나네요.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비교적 가벼운 분량이지만, 민주주의.국가와 폭력.평화.지속 가능한 문명.미국의 패권주의 등 비중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지금껏 당연하게 여겨왔던 경제 발전 이데올로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책이다.
와, 이 책 저도 꼬꼬마 시절 읽었고 인상 깊은 나머지 인생책이라 꼽는데… 9월 벽돌책 모임 신청하러 왔다가 너무 반가워서 댓글 답니다. 😊
저도 반갑습니다! 책동지를 만났네요 하하. 이 책은 제게도 참 인상적이었답니다.(일단 제목부터 놀라웠던…) 그때까지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마치 신앙과도 같은) 지배적 통념들이 실은 당연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깨우쳐준 책이었지요. 근데 너무 오래 전에 접했던 터라, 지금 다시 읽는다면 어떨지 모르겠어요. 알마님과 9월 독서를 함께하게 되어 씐나네요!
저도 어젯밤에 완독했습니다. 무언가를 크게 바꾸자는 게 아닌 조금씩 노력을 하자는 작가님의 말씀이 새겨진 책이었습니다. @YG 님 항상 감사합니다. ^^
오랫만에 들렸습니다. 책은 재미있어 진작에 완독했는데(무려 15일 전에 ㅋ), 미국에서 손님들이 오셔서 그 분들 케어하느라 정작 저의 독서 라이프는 케어를 하지 못했네요. 역시나 이번에도 @YG 님 덕분에 혼자라면 읽지 못할 귀한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같은 현상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는 여러 사람들의 관점과 논리 그리고 주장들을 쉽게 접할 수 없는 지금의 환경에서 이 벽돌 모임은 정말 소중한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점점 자신의 주장에 완고함이 붙고 타인의 주장은 익숙치 않음과 게으름으로 멀리하게 되는데, 그것이 결국 스스로 성을 쌓고 그 안에 고립되는 위험한 것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겠더군요. 알고리즘의 편리함 불안한 내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자위를 얻으려는 저만의 안일함과 나약함은 아닌지 다시한번 생각해 봅니다. 9월에도 좋은 책으로 리딩해주시는 것 같아 도전하려합니다. 제가 제일좋아하는 작가 중 한명인 조지오웰과 관련된 책이라 더욱 관심이 많이 가네요. 어느덧 8월의 마무리 잘 하시고, 9월에도 반갑게 만나길 희망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일인 분의 안락함』 함께 읽기 모임은 오늘 8월 31일로 닫습니다. 1월부터 7월까지 분량이든 내용이든 부담스러운 책이 계속 이어졌던 듯해서, 8월에는 (물리적으로) 수월하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평소 접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던 주제를 선정해 봤어요. 개인적으로 1년에 한 권 정도는 기후 위기 이슈와 맞닿아 있는 책을 읽어보자 생각했는데 그것도 맞춤했고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작년(2024년) 6월에는 (장맥주 작가님께서 지금도 가끔 농담처럼 이 갈면서 말씀하시는) 『화석 자본』을 읽었지요.) 여러분과 함께 다시 읽으면서 저도 새삼 내용도 정리해 보고 저자가 독자와 나누고 싶은 메시지도 곱씹어볼 수 있는 기회였답니다. 우리가 고민 없이 ‘쾌적하다’ ‘안락하다’ ‘편안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어떤 상태가 (어찌 보면 당연하게도) 역사적,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라는 것. 에어컨의 냉방이 우리에게 주는 쾌적함, 안락함, 편안함도 그런 것일 수도 있다는 통념 깨기. 나아가 CFCs 규제 이후에도 지구 가열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주는 원인인 냉매를 둘러싼 문제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뜻밖의 사실. 그리고 과연 우리가, 특히 제1세계에 살아가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쾌적함, 안락함, 편안함을 포기하지 않고서 우리가 지구 가열과 그것이 초래하는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저자의 절박한 질문. 당연히 기후 위기 문제에 관심 있는 한 명의 작가일 뿐인 저자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저자가 ‘냉매’를 키워드로 이런 책을 쓰는 것 역시 해답 없는 어려운 질문을 환기하고 여럿이 함께 그 답을 찾아보자는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마지막에 저자가 인용한 ‘노력하는 희망’ 혹은 ‘부지런한 희망’에 그런 마음이 들어 있다고 생각해요. 더운 2025년 8월 여러분과 함께 냉매의 이모저모를 따져보는 독서도 그런 ‘부지런한 희망’의 길을 만드는 실천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이 모임을 닫습니다. 다들 고생하셨어요. 우리 9월에는 『조지 오웰 뒤에서』 함께 읽으면서 또 즐거운 시간 가지면 좋겠습니다. 다들 9월에도 함께 벽돌 책 읽어요!
밀린 부분이 많아서 오늘 내내 읽었습니다. 간신히 다 읽었고요. 샘과 아이스맨의 이야기에서 눈시울이 붉어지고(갱년기로 눈물이 많아졌나?) 소고기를 가급적이면 안 먹고 웬만한 곳은 걸어다니는 등 천천히 사는 삶을 지향하면서도 세상에 폐 끼칠 일은 많이 저지르는 게 저라는 사람인데, 이 책 읽고 더 잘 생각하고 알아야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YG 님 덕분에 두껍고 귀중한 책으로 간접경험 했네요. 그리고 의미 있는 의견 나눠주신 회원님들께도 무한히 감사해요!
프레온의 시대를 관통하는 동안 시도된 것은 세상의 집단적인 안락함과 안전보다는 일부 사람들의 개인적인 안락함과 안전을 위한 것이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354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오늘날 우리는 기술적인 것만큼이나 개념적인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지구에 가해지는 위협이 우리 각자에게 같은 강도로 도달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대신, 어떻게든 지구를 지구 공동체로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통합된 '우리'를 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어떻게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모두 우리가 창조하지 않은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 재난의 주범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리는 이 세상을 아직 완전히 구상되지 않은 세상으로 바꾸기 위해 빠르게 노력해야 한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380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샘은 불현듯 깨달았다. 샘은 자기 삶의 끝을 볼 수 있는 한 남자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558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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