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모하게 편안함을 수용한 결과 세상은 더욱 불안해졌다. (중략) 냉방은 특권일까 아니면 점점 당연해져 가는 필수불가결한 것일까? 이 나라에서 안락함을 추구하는 것이 어떻게 세계를 변화시켰고, 냉매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기후 위기 대처에 어떤 도움이 될까?" ”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p.27.,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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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기누스
“ 온갖 편안함에 대한 추구 자체만을 가치 있는 목적이라고 정의하느라 분주한 문화를 두고, 미국의 생태학자 알도 레오폴드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편안함을 얻고자 하는... 현대적 신념' 이라고 칭했다. 지금으로서는 우리가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근본적인 첫 단계인 것 같다. ”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p.37.,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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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심
롱기누스님의 대화: 프레온가스의 대표적 세 가지 물질 CFC, HCFC, HFC의 지구온난화지수(global warming potential)가 책에서는 극도로 높다고 해서 IPCC에서 2024년에 발표한 지구온난화지수를 찾아봤습니다. 역시나 높네요..
언제부턴가 책은 누구든 쓸 수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이 얼마나 사실에 입각한 것인지 보장할 수 없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책에 쓰여 있다고 무조건 믿지는 않는데 이런 데이터를 찾아서 보여주시니 안심이 되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책 말미의 주석에 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참고문헌을 찾아볼 엄두를 못내고 있었거든요)
향팔
향팔님의 대화: @롱기누스 @연해 저도 열심히 메모 중이랍니다. 냉매, CFC, HCFC, HFC, 지구온난화지수, cap and trade… (나는 냉매가 뭔지도 정확히 모르고 살았구나, 혼자 창피해하며…)
냉매
-냉장고, 냉동고, 에어컨 및 기계적으로 열을 식히는 모든 냉각기에 사용되는 가스
-냉각시킬 때 열을 전달하는 물질로, 저온의 물체에서 열을 빼앗아 고온의 물체에 운반해주는 매체를 통틀어 이르는 말
-예: CFC, HCFC, HFC 등
1. CFC (=“프레온”가스, 주로 CFC-12)
-오존층의 화학적 붕괴를 일으킴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로 생산 금지
(사용은 가능), (기존 장비 유지보수용에 한해 매매도 가능)
2. HCFC (주로 HCFC-22)
-CFC와 같 이 개발된 대체물질
-CFC에 비해 효율이 떨어져 틈새 수요를 메우는 데 주로 쓰였음
-CFC보다는 덜하긴 하지만 역시 오존층을 파괴함
-생산 금지 단계
3. HFC
-현재 널리 쓰이는 냉매
-오존층을 파괴하지는 않지만, 매우 강력한 온실가스임
*CFC, HCFC, HFC 모두 지구온난화지수가 극도로 높음
YG
향팔님의 대화: 냉매
-냉장고, 냉동고, 에어컨 및 기계적으로 열을 식히는 모든 냉각기에 사용되는 가스
-냉각시킬 때 열을 전달하는 물질로, 저온의 물체에서 열을 빼앗아 고온의 물체에 운반해주는 매체를 통틀어 이르는 말
-예: CFC, HCFC, HFC 등
1. CFC (=“프레온”가스, 주로 CFC-12)
-오존층의 화학적 붕괴를 일으킴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로 생산 금지
(사용은 가능), (기존 장비 유 지보수용에 한해 매매도 가능)
2. HCFC (주로 HCFC-22)
-CFC와 같이 개발된 대체물질
-CFC에 비해 효율이 떨어져 틈새 수요를 메우는 데 주로 쓰였음
-CFC보다는 덜하긴 하지만 역시 오존층을 파괴함
-생산 금지 단계
3. HFC
-현재 널리 쓰이는 냉매
-오존층을 파괴하지는 않지만, 매우 강력한 온실가스임
*CFC, HCFC, HFC 모두 지구온난화지수가 극도로 높음
@향팔@롱기누스 제가 답을 쓰던 참에 향팔 님께서 좋은 자료를 올려주셨네요. 롱기누스 님, 제가 어제(8월 5일) 올려드린 프레온이 성층권에서 오존을 파괴하는 메커니즘을 보면 염소(Cl)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걸 확인하실 수 있으세요.
HFC는 염소가 없이 탄소(C), 불소(F), 수소(H)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오존층은 파괴하지 않아요. 그래서 현재 널리 쓰이는 냉매고요. 다만, 향팔 님께서 올려주신 대로 아주 강력한 온실 기체이다 보니 규제를 받는 것이고요("한국을 포함한 137개국은 2024년부터 HFC 계열 물질 사용을 규제하며, 2045년까지 HFC 배출량을 2024년 대비 80% 감축해야 한다.")
YG
이러다, 다들 냉매 전문가가 되시겠어요? 하하하! 그런데 에어컨, 냉장고 보면 저는 곧바로 냉매가 떠오르거든요. :)
향팔
YG님의 대화: 사진을 올렸습니다.
가스통에 REFRIGERANT 22라고 써있는 걸 보니 저 통에 들어있는 냉매는 HCFC-22인가보군요! (냉매 공부로 불타고 있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오늘 8월 6일 화요일에는 1부 1장 'CFC-12', 2장 '냉각의 시작', 3장 '기계 냉장 기술'이 나옵니다. 세 장이나 되는데 실제 읽을 분량은 30쪽 조금 넘는 정도라서 부담이 없으실 거예요. 아주 간단한 냉각의 원리, 프레온에 대한 설명, 그리고 냉각의 역사가 짧게 서술됩니다.
냉각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아주 기본적인 열역학이 나오는데, 혹시 이해 안 되는 대목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면 제가 한번 설명을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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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YG님의 대화: 오늘 8월 6일 화요일에는 1부 1장 'CFC-12', 2장 '냉각의 시작', 3장 '기계 냉장 기술'이 나옵니다. 세 장이나 되는데 실제 읽을 분량은 30쪽 조금 넘는 정도라서 부담이 없으실 거예요. 아주 간단한 냉각의 원리, 프레온에 대한 설명, 그리고 냉각의 역사가 짧게 서술됩니다.
냉각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아주 기본적인 열역학이 나오는데, 혹시 이해 안 되는 대목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면 제가 한번 설명을 해볼게요!
그리고!!! 열역학에 대해서 나는 좀 더 알고 싶어, 이런 생각이 드신 분이라면 정말 미치도록 재미있는 과학 책이 한 권 있어요. 『아인슈타인의 냉장고』.
아인슈타인의 냉장고 -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의 차이로 우주를 설명하다아인슈타인 하면 우리는 흔히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 물리학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가 물리학의 기초인 열역학의 대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책은 열역학 법칙과 관련된 물리학 법칙과 과학자들에 얽힌 이야기를 재미있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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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YG님의 대화: 그리고!!! 열역학에 대해서 나는 좀 더 알고 싶어, 이런 생각이 드신 분이라면 정말 미치도록 재미있는 과학 책이 한 권 있어요. 『아인슈타인의 냉장고』.
생각해 보니, 제가 재미있게 읽고서 <한국일보>에 소개도 했었네요. 그 내용 살짝 공유할게요.
https://v.daum.net/v/20220127150002294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냉장고 개발로 돈 좀 만졌다는 사실을 아는가? 아인슈타인은 1921년 노벨상을 받고 나서, 40대 초반에 '과학계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그렇게 답답한 생활을 보내던 참에 1926년의 어느 날, 그는 '베를린의 한 가정에서 냉장고 냉매가 유출되어 어린이를 포함한 일가족이 사망했다'는 기사를 읽고서 뜻밖의 자극을 받았다.
당시 냉장고는 이산화황 같은 독성 물질을 냉매로 썼던 터라서, 저런 가스 누출 사고가 잦았다. 아인슈타인은 좀 더 안전하고 값싼 냉장고를 개발하기로 하고 사제 간으로 만나 이미 10년 이상 가깝게 지낸 헝가리 출신의 레오 실라르드와 독일 함부르크에서 회사를 창업한다. 지금으로 따지면 40대 노벨상 과학자가 스타트업 창업에 나선 것이다.
이 회사에서 아인슈타인과 실라르드는 메탄올을 냉매로 한 '국민 냉장고'를 내놓았다. 이 신제품이 세간의 관심을 끈 덕분에 회사의 주가도 50%나 올랐다. 만약, 그때 미국에서 프레온이라는 새로운 냉매(나중에 오존층 파괴의 주범이 된다)가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지금 우리는 '아인슈타인 냉장고'를 사용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비록 사업은 실패했지만, 아인슈타인이 새로운 냉장고 개발에 나선 일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아인슈타인은 열과 일, 또 에너지와 엔트로피 등에 관심을 쏟는 열역학 연구자였기 때문이다. 혹시 열역학이 생소한 독자가 있을 수 있으니 그 효용을 언급하는 게 낫겠다. 산업화의 계기가 되었던 증기기관, 자동차 문명을 이끈 내연기관 모두 그 밑에는 열역학이 있다.
발전소, 난방기, 에어컨, 아인슈타인이 관심을 가졌던 냉장고 등 우리 일상생활과 뗄 수 없는 과학 기술의 핵심 원리도 열역학이다. 지금 전 인류가 걱정하는 문제인 지구 가열(Global Heating)부터 우주 탄생의 비밀도 열역학 없이는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다. 폴 센의 '아인슈타인의 냉장고'(매일경제신문사 발행)는 바로 이 열역학의 핵심 개념을 소개한 책이다.
*
저자는 열역학 과학자 여럿의 삶과 사유를 요령 있게 버무려서 열역학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구성했다. 이 책의 제목으로도 쓰인 '아인슈타인의 냉장고' 일화는 수많은 흥미진진한 이야기 가운데 평범한 쪽에 속한다. 그만큼 재미있다. (이 책을 읽고서 좀 더 딱딱한 과학책을 원한다면, 스티븐 베리의 '열역학'(김영사 발행)을 읽자.)
물론 가슴 아픈 대목도 있다. 이 책에는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수많은 과학자가 등장하지만, 저자가 애정을 감추지 않는 주인공을 딱 한 명만 꼽으라면 오스트리아의 과학자 루트비히 볼츠만이다. 그는 엔트로피, 빅뱅, 원자 등 현대 과학의 핵심 개념 여럿을 고안하고 또 그 안에 온전한 의미를 채워 넣은 현대 과학의 영웅이다.
하지만, 볼츠만은 생전에 수많은 과학 논쟁으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1906년 9월 5일 가족 여행을 떠난 해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때는 이미 막스 플랑크나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가 사실상 '볼츠만이 맞았다!'를 속속 선언하던 때였다. 그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검색 사이트가 있었더라면, 그는 결코 외롭게 세상을 떠나지 않았을 텐데.
이 책을 읽고 나서, 과학자 볼츠만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은 사람은 '볼츠만의 원자'(승산 발행)를 읽어보자. 특히, '아인슈타인의 냉장고'에 이어서 '볼츠만의 원자'까지 읽고 나면, 세상을 움직이는 열역학의 핵심 원리이자 개념인 '열역학 제2법칙'과 엔트로피를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특히 엔트로피를 (많은 사람이 고전으로 추천하지만 오류로 가득한) 제러미 리프킨의 책으로 접한 독자라면 뇌를 세척하고 '아인슈타인의 냉장고'와 '볼츠만의 원자'를 당장 읽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비록 사업은 실패했지만 아인슈타인과 실라르드는 냉장고 사업으로 돈을 벌었다. 그때 번 돈은 나중에 나치 독일에서 유대인 학자를 구출하는 용도로 쓰였단다.
과학책 초심자 권유 지수: ★★★★ (별 다섯 개 만점)
오도니안
옛날옛적에 냉장고의 원리를 교과서로 배우면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았었어요. 딱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확 이해가 되지도 않는 느낌. 지금은 냉매가스가 끼얹어지고 빠르게 기화하면서 얼어붙는 장면 같은 게 머리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르죠. 터미네이터 같은 영화 장면이나 실제로 비슷한 장면을 본 기억 때문이겠죠. 과학의 이해에는 논리적 사고 못지 않게 직관에 와닿는 상상적 이미지가 중요한 것 같은데, 요즘엔 유튜브 영상 같은 것이 많아서 학생들이 과학 공부하기 좋을 것 같아요.
오도니안
“ 2017년, 한 비영리 환경 단체가 기후 변화 대처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대책 100가지를 내놓기 위해 전문가들을 모았다. 200명이 넘는 연구원들이 새롭거나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보다는 기존 대책에 초점을 맞춰 관련 자료를 모으고 수치를 계산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플랜 드로다운: 기후 변화를 되돌릴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계획Drawdown: The Most Comprehensive Plan Ever Proposed to Reverse Global Warming》이라는 책으로 출판되었다(야심 찬 제목이지만 그럴 만하다). 기후 변화 대처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이처럼 목록으로 엮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 책에는 시도해볼 만한 모든 대책이 대규모로 집약되어 있으며, 많은 연구원이 명확하게 상호 검토한 엄청난 양의 증거가 그 내용을 뒷받침한다.
나는 그런 목록이 진작 존재하지 않았다는 데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다. ”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들어가며,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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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니안
오도니안님의 문장 수집: "2017년, 한 비영리 환경 단체가 기후 변화 대처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대책 100가지를 내놓기 위해 전문가들을 모았다. 200명이 넘는 연구원들이 새롭거나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보다는 기존 대책에 초점을 맞춰 관련 자료를 모으고 수치를 계산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플랜 드로다운: 기후 변화를 되돌릴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계획Drawdown: The Most Comprehensive Plan Ever Proposed to Reverse Global Warming》이라는 책으로 출판되었다(야심 찬 제목이지만 그럴 만하다). 기후 변화 대처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이처럼 목록으로 엮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 책에는 시도해볼 만한 모든 대책이 대규모로 집약되어 있으며, 많은 연구원이 명확하게 상호 검토한 엄청난 양의 증거가 그 내용을 뒷받침한다.
나는 그런 목록이 진작 존재하지 않았다는 데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다. "
저도 예전에 제 일상적 행위들이 탄소발자국을 얼마나 남기는지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의외로 표준적인 정보가 체계적으로 제시되는 곳이 없다는 느낌이었어요. 환경부나 기후환경단체 사이트에 가면 티셔츠 한 장 탄소 몇 키로, 제주도 비행기 타고 왕복 탄소 몇 키로, 이런 게 딱 나올 줄 알았는데. 그런 정보들이 여기저기 있긴 한데 산출기준 같은 게 다르고 얼마나 공인된 데이타인지 모르겠어서 혼란스럽더라구요.
오도니안
승용차를 잘 안 타지만 어쩌다 기분풀이 드라이브를 하고,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빨대는 쓸 때 쓰는 편이고, 어차피 소고기는 비싸서 못 사먹고, 해외여행 취미 없고, 옷은 가급적 싸다고 많이 안사고 좀 비싼 걸 사서 자주 입으려고 하고. 그런 정도 하는 것 같습니다.
오도니안
숫자들 대충 찾아보니까 다른 거 다 지켜도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면 다 꽝 되는 거 같더라구요.
능소
과학자나 기후관련전문가 아닌 저자의 집념이 대단하네요. 에어컨 프레온가스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향팔
YG님의 대화: 생각해 보니, 제가 재미있게 읽고서 <한국일보>에 소개도 했었네요. 그 내용 살짝 공유할게요.
https://v.daum.net/v/20220127150002294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냉장고 개발로 돈 좀 만졌다는 사실을 아는가? 아인슈타인은 1921년 노벨상을 받고 나서, 40대 초반에 '과학계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그렇게 답답한 생활을 보내던 참에 1926년의 어느 날, 그는 '베를린의 한 가정에서 냉장고 냉매가 유출되어 어린이를 포함한 일가족이 사망했다'는 기사를 읽고서 뜻밖의 자극을 받았다.
당시 냉장고는 이산화황 같은 독성 물질을 냉매로 썼던 터라서, 저런 가스 누출 사고가 잦았다. 아인슈타인은 좀 더 안전하고 값싼 냉장고를 개발하기로 하고 사제 간으로 만나 이미 10년 이상 가깝게 지낸 헝가리 출신의 레오 실라르드와 독일 함부르크에서 회사를 창업한다. 지금으로 따지면 40대 노벨상 과학자가 스타트업 창업에 나선 것이다.
이 회사에서 아인슈타인과 실라르드는 메탄올을 냉매로 한 '국민 냉장고'를 내놓았다. 이 신제품이 세간의 관심을 끈 덕분에 회사의 주가도 50%나 올랐다. 만약, 그때 미국에서 프레온이라는 새로운 냉매(나중에 오존층 파괴의 주범이 된다)가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지금 우리는 '아인슈타인 냉장고'를 사용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비록 사업은 실패했지만, 아인슈타인이 새로운 냉장고 개발에 나선 일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아인슈타인은 열과 일, 또 에너지와 엔트로피 등에 관심을 쏟는 열역학 연구자였기 때문이다. 혹시 열역학이 생소한 독자가 있을 수 있으니 그 효용을 언급하는 게 낫겠다. 산업화의 계기가 되었던 증기기관, 자동차 문명을 이끈 내연기관 모두 그 밑에는 열역학이 있다.
발전소, 난방기, 에어컨, 아인슈타인이 관심을 가졌던 냉장고 등 우리 일상생활과 뗄 수 없는 과학 기술의 핵심 원리도 열역학이다. 지금 전 인류가 걱정하는 문제인 지구 가열(Global Heating)부터 우주 탄생의 비밀도 열역학 없이는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다. 폴 센의 '아인슈타인의 냉장고'(매일경제신문사 발행)는 바로 이 열역학의 핵심 개념을 소개한 책이다.
*
저자는 열역학 과학자 여럿의 삶과 사유를 요령 있게 버무려서 열역학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구성했다. 이 책의 제목으로도 쓰인 '아인슈타인의 냉장고' 일화는 수많은 흥미진진한 이야기 가운데 평범한 쪽에 속한다. 그만큼 재미있다. (이 책을 읽고서 좀 더 딱딱한 과학책을 원한다면, 스티븐 베리의 '열역학'(김영사 발행)을 읽자.)
물론 가슴 아픈 대목도 있다. 이 책에는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수많은 과학자가 등장하지만, 저자가 애정을 감추지 않는 주인공을 딱 한 명만 꼽으라면 오스트리아의 과학자 루트비히 볼츠만이다. 그는 엔트로피, 빅뱅, 원자 등 현대 과학의 핵심 개념 여럿을 고안하고 또 그 안에 온전한 의미를 채워 넣은 현대 과학의 영웅이다.
하지만, 볼츠만은 생전에 수많은 과학 논쟁으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1906년 9월 5일 가족 여행을 떠난 해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때는 이미 막스 플랑크나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가 사실상 '볼츠만이 맞았다!'를 속속 선언하던 때였다. 그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검색 사이트가 있었더라면, 그는 결코 외롭게 세상을 떠나지 않았을 텐데.
이 책을 읽고 나서, 과학자 볼츠만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은 사람은 '볼츠만의 원자'(승산 발행)를 읽어보자. 특히, '아인슈타인의 냉장고'에 이어서 '볼츠만의 원자'까지 읽고 나면, 세상을 움직이는 열역학의 핵심 원리이자 개념인 '열역학 제2법칙'과 엔트로피를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특히 엔트로피를 (많은 사람이 고전으로 추천하지만 오류로 가득한) 제러미 리프킨의 책으로 접한 독자라면 뇌를 세척하고 '아인슈타인의 냉장고'와 '볼츠만의 원자'를 당장 읽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비록 사업은 실패했지만 아인슈타인과 실라르드는 냉장고 사업으로 돈을 벌었다. 그때 번 돈은 나중에 나치 독일에서 유대인 학자를 구출하는 용도로 쓰였단다.
과학책 초심자 권유 지수: ★★★★ (별 다섯 개 만점)
오, 레오 실라르드라면 아인슈타인에게 그 편지를 들고가서 싸인받았던 학자 아닌가요? 루스벨트에게 보내는 핵폭탄 개발 요청 편지요. 그 두 사람이 함께 냉장고 스타트업 창업을 했었다니…! 역시 세상은 새로운 사실들로 가득하군요. (냉매의 종류도 다양했나 봐요.)
추천해주신 책 두 권은 완전 재밌겠는데요. (기사 글 자체가 유혹적이에요) 열역학과 엔트로피는 저에겐 그저 별세계 이야기였답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초반에 열역학 얘기가 잠깐 언급된 것만으로도 바짝 쫄아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더 쫄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하.. 그런 저도 미치도록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리라 믿고..
오뉴
향팔님의 대화: 네, 됩니다. 모임 시작 후에는 @오뉴 님께서 하신 것처럼 게시판에 글만 남기시면 자동 신청이 되더군요.
그렇더라고요.
글 써보고 알았네요 ㅎ
답변 감사합니다~^^
연해
와, 이번 모임은 다들 열의가 뜨겁습니다! 올려주신 자료들과 설명들도 정말 감사해요. 책으로 읽고, 여기서 복습하는 기분이에요. 특히 CFC를 분자 구조로 자세하게 설명해주신 대목 덕분에 이해가 더 쏙쏙됩니다. 염소(Cl)가 중요하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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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 1930년대 초 CFC가 시장에 등장하면서 서구 문화와 정치적 경제에 점진적인 변화가 생겨났다. 이러한 변화는 건축, 교통, 의료, 오락, 정보를 얻고 찾아내는 능력, 신체적 안락함에 대한 기대, 심지어 (또는 특히) 서로와의 관계에서 분명히 나타났다. 에어컨과 냉각 장치를 누가 이용하든 상관없이, 프레온은 모두의 세상을 바꿨다. 그것은 우리가 아는 ‘세상’을 재정의했다. ”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책증정]《내 삶에 찾아온 역사 속 한 문장 필사노트 독립운동가편》저자, 편집자와 合讀하기[📚수북플러스] 4. 나를 구독해줘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도서증정-고전읽기] 셔우드 앤 더슨의 『나는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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