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5. <일인 분의 안락함>

D-29
고리는 개인적인 편안함보다는 대중의 편안함, 즉 공동체의 회복력에 초점을 맞췄다. […] 고리의 궁극적 목표는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 개별적으로 에어컨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더 훌륭하고 건강한 세상을 바랐다. […] 인종차별주의적 가정에도 불구하고, 그의 주장은 제한적이긴 해도 초기 냉각의 공정성을 보여준다. (75-76쪽)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평등한 건강을 이야기했고, 더 두터운 관계와 공동체 회복력에 초점을 맞춘, 냉방이 되는 미국이라는 이 최초의 꿈을 생각하면 그 반대의 일이 얼마나 빨리 일어났는지에 놀라게 된다. 그 폭력성은 한 세기가 지나지 않아 작가 헨리 밀러가 발표한 《냉방의 악몽The Air-Conditioned Nightmare》이라는 제목의 미국 여행기에 여실히 드러난다. (77쪽)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나는 그저 프레온이 등장하기 전의 세상이 근본적으로 어떻게 달랐는지 말하려는 것뿐이다. 이 차이를 아는 것은 우리가 향수에 젖거나 과거를 어떤 에덴동산과 같은 낙원으로 그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항상 이렇지는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기 위해 중요하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45~46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1755년 스코틀랜드의 과학자 윌리엄 컬런은 용기의 부피를 확장해 진공 펌프로 디에틸에테르의 압력을 급격히 떨어뜨렸다. 그러자 디에틸레테르가 담긴 용기의 압력뿐만 아니라 내부에 놓인 온도계의 수은주도 낮아지는 것을 발견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50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그렇다면 컬런이 쓴 한 수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압력이었다. 기압을 낮추면 열을 가하지 않고도 액체의 끓는점을 낮출 수 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54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이는 온도 조절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을 어느 정도 짐작하게 한다. 기계식 냉방의 가능성이 처음 주요 미국인들(혹은 적어도 그것의 다른 말로 가장 많이 불리는 사람들)의 의식 속에 들어갔을 때 냉방에 대한 흑인들의 접근은 거부되었다. 프랭클린은 더 시원한 세상은 백인들만을 위한 것이 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그 세계가 '백인만큼 추운 날씨를 견디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낮은 온도에 노출되면 죽거나 동상에 걸릴 확률이 높은' 흑인들에게까지 확장되진 않을 것으로 보았다. 나는 '온도 조절'이라고 썼지만 아마도 더 정확한 표현은 '온도 지배'일 것이다. 냉각의 인종화는 다음 2세기 동안이 대륙을 괴롭히게 된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58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인공 냉각이 한 것은 이 자연적인 과정을 강제로 모방하고 증폭하는 것이었다. 프레온이 등장하기 이전의 세계는 이 휘발성에 의존했고, 그 휘발성은 내가 나중에서야 깨닫게 되는 것, 즉 때로 손실은 눈에 확 띄는 것이 아니어서 감지할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60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8월 7일 목요일은 1부 4장 '습도를 지배한다는 것'과 1부 5장 '균일하고 보편적인 공기에 대한 믿음'을 읽습니다. 냉방과 함께 중요하게 부각하는 습도의 문제 그리고 공기에 대한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어떻게 바뀌는지 살피는 부분입니다.
1840년대에 존 고리라는 플로리다의 한 의사가 만든 장치는 분명히 모든 현대식 에어컨의 선조라고 할 수 있다.(62쪽) 우리는 공기조절을 냉방과 같은 뜻으로 생각하지만, 고리는 편안함을 위한 공기의 완전한 제어에는 전체적인 온도뿐만 아니라 습도, 환기, 여과에 대한 의미도 포함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먼저 인식했다. (64쪽) 고리의 궁극적 목표는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 개별적으로 에어컨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더 훌륭하고 건강한 세상을 바랐다. 그의 말은 묘하게 노예제 폐지에 대한 은근한 주장처럼 읽히기도 한다. 그는 농장 지대의 온도를 낮추면 백인들이 일을 할 수 있게 되고, 온도를 낮춤에 따라 노예제를 부추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극한의 기후 조건이 해결되면 노예제의 '상황'을 끝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의 주장은 윤리적이지 않았다. 대신 경제적이고 국수주의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인종차별주의적 가정에도 불구하고, 그의 주장은 제한적이긴 해도 초기 냉각의 공정성을 보여 준다. (76쪽)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평등한 건강을 이야기했고, 더 두터운 관계와 공동체 회복력에 초점을 맞춘, 냉방이 되는 미국이라는이 최초의 꿈을 생각하면 그 반대의 일이 얼마나 빨리 일어났는지에 놀라게 된다. 그 폭력성은 한 세기가 지나지 않아 작가 헨리 밀러가 발표한 <<냉방의 악몽>>이라는 제목의 미국 여행기에 여실히 드러난다. (77쪽)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크래머와 같은 엔지니어들은 노동자들의 감정에 주의를 기울였는데, 이는 순전히 그들이 수익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크래머는 마지못해 애슈빌의 청중들에게 성공적인 엔지니어는 제조되는 물건뿐만 아니라 ‘고용된 인력’50에 맞는 이상적인 조건을 고려해야 하며, ‘둘 모두에 적합한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함을 인정했다. 이처럼 우회적인 방법으로 그는 공조와 냉방의 동시 전개를 통해 노동자의 효율 개선이라는 에어컨의 또 다른 초기 용도를 드러냈다. (인간을 위한) 쾌적한 냉방은 때로 (제조를 위한) 공조와 대조된다. 그러나 크래머는 이 둘을 합쳤을 때의 힘을 보았다. 노동자들의 쾌적함은 노동으로부터 이익을 얻어낼 수 있는 수단을 보장했다. 하지만 공장의 입장에서, 모든 공조는 결국 공업을 위한 공조였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온도의 범위를 제한함으로써 에어컨은 인간이 살 수 있는 곳의 범위를 넓힐 것이다. 우리는 어디든 있을 수 있게 된다(적어도 한동안은). 20세기 말이면 알게 되겠지만, 공기조절은 단기적으로는 우리의 공간과 시간의 범위를 확장하는 반면, 장기적으로는 ‘존재와 인지’ 모두를 제한할 것이었다. 그것은 전 세계적으로 우리의 ‘존재 조건’을 지정하거나 만들 것이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몇 년이 지나도 투자자를 만나지 못한 고리는 빈털터리가 되었고 절망에 빠졌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그는 깊은 우울증에 빠져 아내와 함께 애팔라치콜라의 집에 틀어박혔다. 그는 방문객을 거부했다. 그의 명성은 곤두박질쳤고, 플로리다에서 사기꾼과 바보로 알려졌다. 이웃 중 1명이 1855년 여름에 그가 담요로 몸을 감싸고 현관에서 몸을 흔드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봤다고 말했다. 몇 달 후 그는 53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자신이 치료하려고 노력했던 그 질병인 말라리아로 사망하고 말았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3장,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너무 시대를 앞선 발명을 해서 힘든 삶을 산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바로 이어서 최초의 발명을 개선한 사람들이 크게 성공할 때가 많은 듯 해요.
우리가 분명히 명심해야 할 생각, 즉 인공 냉방에 대한 열망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확립된 것임을 보여준다. 냉방이 되는 실내 공간에 대한 열망의 강렬함과 일관성은 우리가 이제 알게 된 것처럼 우리 시대의 고유한 것이며, 빠르게 퍼지고 있으나 여전히 주로 미국에 한정되어 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3장,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저자가 의미심장하게 여기는 내용 같은데, 저로선 에어컨 뿐 아니라 현대문물 대부분이 마찬가지 아닌가 싶어요. 현대의 우리가 갖고 있는 물질적 욕구 대부분이 역사적으로 확립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노트북, 게임기, 휴대폰, 식기세척기, 세탁기, 인터넷, 넷플릭스, 유튜브, 스타일러, ... 예전에는 이런 물건들이 없었으니 그에 대한 욕구도 없었겠죠.
‘냉방이 되는 실내 공간에 대한 열망’이 주로 미국에 한정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건 유럽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의미이겠죠?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더운 국가에 사는 사람들에겐 냉방이 생명줄이나 기본권 같은 게 아닐까도 싶은데요. 아는 사람이 동티모르에 있는데 동네 분들이 모두 365일 24시간 에어컨을 가동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야 살 수 있다고..)
2050년 즈음엔 인도가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될 거라는 예측을 본 적이 있는데, 열대지방 국가들일수록 우선적인 타격을 입을 것 같아요. 미국이 열대지방에 위치해 있다면 기후위기 해결 전망이 더 밝을 텐데요. 인디아 펀드에 장기투해서 수익률이 꽤 되는데 팔까 고민 중이에요. 자본주의적 사고에 젖어 있어서..
음.. 저도 이부분 잘 이해가 안갔습니다. 더운 지역은 모두가 열망하는 일이 아니었을까 싶기는 한데.. "오랫동안 유럽의 비평가들은 에어컨에 대한 열정이 미국을 정의하는 특징이라고 주장해왔다"
옛날 얘기인지 몰라도 에어컨은 부잣집에서만 쓰는 물건으로 알던 때가 있었어요. 선풍기는 다 있어도 에어컨 있는 집은 얼마 없었던 때가 있었는데 많은 나라들은 지금도 그럴 것 같고.. 미국은 에어컨 보급율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일찍부터 높아졌던 게 아닐까요? 그래도 에어컨을 설치할 형편이 안되었던 거지 냉방에 대한 열망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오도니안 사실, 저도 집에 에어컨이 언제 있었지 생각해보면 21세기 이후였던 듯해요.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제 방(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책방)에는 에어컨이 없습니다. 우선순위에서 밀렸어요. 하하하!)
저희 집엔 아직도 에어컨이 없는데 해마다 더워져서 내년에는 꼭 놓기로 했습니다. 어머니 고집이 있으셨고 저도 좀 둔감한 편이라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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