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님의 대화: 그리고, 9장 '냉방 자본주의' 159쪽에는 심각한 오역과 역자 각주가 있더라고요.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의 '생명정치(biopolitics)' 개념을 '생물 정치학'으로 옮기시고 나서 각주 설명도 전혀 엉뚱하게 붙여 놓으셨어요; 역자 선생님께는 죄송하지만, 그 부분은 그냥 잊어주시고요. 다음과 같이 바꾸시면 됩니다.
저자는 주로 『감시와 처벌』(1975)에서 푸코가 제시한 생명정치의 초기 아이디어에 의존해서 이 단락을 서술하고 있어요. 이 책에서 푸코는 생명정치라는 용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그것의 구성 요소 가운데 하나인 규율 권력(disciplinary power)을 설명하는 데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학교, 군대, 공장, 감옥과 같은 '폐쇄된 공간'에서 시간표, 훈련, 시험 등을 통해 개인의 신체를 세밀하게 통제하고 길들이는 일을 푸코는 규율 권력이라고 말하고 있죠. 판옵티콘(Panopticon)으로 상징되는 '상시 감시'의 시선을 통해 개인은 스스로를 검열하고 규율을 내면화하게 되고요. 그러니 해당 단락의 생명정치는 '규율 권력'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해요.
푸코의 생명정치 개념은 그 이후로 확장되어 나중에는 국가 혹은 권력이 인구(population) 전체의 생명 현상을 직접 관리하고 통제하는 통치 방식을 지칭하게 됩니다. (요즘 생명정치 개념은 주로 이 대목에 초점을 맞춥니다.)
과거 군주의 권력이 특정 개인의 죽음을 결정하는 것(죽이거나 살게 내버려두는 것)에 집중했다면, 18세기 이후 근대 국가는 인구 전체를 관리의 대상으로 삼아 '살게 만들고 죽게 내버려 두는'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고 것이죠. 이때 권력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이들을 '최적화'해서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이는 자본주의의 근면한 노동 대중 재생산과 일맥상통합니다.
국가의 인구 통계 작성, 공중 보건에 대한 강조, 의료 및 보험 제도, 도시 계획 등이 모두 푸코의 생명정치의 예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