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5. <일인 분의 안락함>

D-29
손님들이 식사하는 동안 재즈 밴드가 한껏 자유로운 형식의 축하 음악을 연주했다. 하지만 제어하고, 제어하고 또 제어하는 것이 일인 남자들에게 이보다 더 귀에 거슬리는 음악은 없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7장,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이 문장은 재밌었어요. 얼마 전에 누군가 추천하셨던 "최적화라는 환상"을 읽었는데 그 책과 결이 비슷한 관점과 정서가 느껴져요. 최대한 통제하려는 것이 이 시대의 시대정신인데 관연 그게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과 반발인 것 같습니다.
그죠. 자유로움의 상징인 재즈와 통제의 상징인 공조(air conditioning)가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는 모양새랄까..ㅎㅎ
20년간의 생산 중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에 엄청난 양의 프레온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관련된 업체들에게는 희소식이겠지만,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아주 끔찍한 사실이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우리가 ‘편안함’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초기 영화관이 극단적 냉방을 추구했던 것과 달리) 에어컨이 적당한 온도로 가동될 때의 쾌락도 고통도 아닌 육체적 자각의 부재 상태다. 이러한 육체적 혹은 정신적 상태는 보통 ‘거슬리는 것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편안함을 뚜렷한 느낌이 아니라 뚜렷한 느낌의 부재, 다시 말해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적인 마취 상태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한때 우리에게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었던 것이 지금은 시민 간의 충돌을 불러일으킨다. 또 한때 우리를 불안하게 했던 것이 지금은 우리를 진정시킨다. 관행적 편안함은 일종의 문화적 습관이므로, 편안함을 위한 특정 습관을 고치는 유일한 도구가 또 다른 습관을 형성하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합리적이다. 나는 이 가능성이 그 자체로 일종의 위안이 된다는 것(좋은 쪽으로)을 깨달았다. 점점 더 통제할 수 없는 것이 많다고 느껴지는 세상에서, 우리는 편안함의 습관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어느 정도는 갖고 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견디는 것은 수용으로 바뀔 수 있고, 그러다 결국에는 놀랍게도 편안함에 가까운 무언가로 바뀔 수도 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초기의 에어컨 산업은 불편함은 구식이고, 어쩌다 겪는 불편함이라는 낡은 생각은 진보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며, 예전의 ‘나쁜 공기’나 ‘집단 독’처럼 불편함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근절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밀어붙였다. 그렇게 업계는 대단히 심각하고 유독한 생활수준을 안전한 것으로 인식되도록 세상을 세뇌시켰다. 편안함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를 위해 갈망하고 획득해야 하는 상품이 되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관행적 편안함은 일종의 문화적 습관이므로, 편안함을 위한 특정 습관을 고치는 유일한 도구가 또 다른 습관을 형성하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합리적이다. 나는 이 가능성이 그 자체로 일종의 위안이 된다는 것(좋은 쪽으로)을 깨달았다. 점점 더 통제할 수 없는 것이 많다고 느껴지는 세상에서, 우리는 편안함의 습관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어느 정도는 갖고 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140-141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서구에서 자본주의가 부상함에 따라, 이전 시대였다면 가톨릭 주도의 질서가 죄로 여겼을 물질적 상품의 대량 소비에 대한 새로운 집착이 허용되어야 했고, ‘편안함’은 더 자주 ‘물질적 편안함’을 의미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대중문화가 성장하면서 ‘필수품과 사치품 간의 전통적인 구분도 실질적으로 사라졌다’. 한때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의식적인 육체적 편안함은 영적인 편안함의 긍정적 의미를 서서히 받아들여 18세기를 지나면서 욕구와 필요, 부유함과 번영 사이의 경계선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143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초기 근대 유럽과 계몽주의 시대의 점진적 세속화와 과학화와 함께 ‘이상적인 몸’은 수백 년에 걸쳐 통계와 평균에 근거해 만들어진 ‘정상적인 몸’이 되었다. 통계와 평균은 19세기 중반 다윈의 진화론 출현으로 백인 중산층 우생학자들에게 중요해진 개념이었다. (확실히 많은 우생학자가 현대 통계학의 창시자들이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144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겉으로 봐선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내 전화기는 43개국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며, 채굴 지역에서 정치적, 환경적 폭력을 역대급으로 부추긴 분쟁 광물과 희토류 금속을 포함하고 있다. 나와 세상을 안정적으로 연결해주는 내 전화기는 그 재료가 채굴되는 지역을 덜 안정적으로 만들었다. 나의 안정성은 내가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공동체의 늘어난 불안정성에 의존한다. 다시 말해, 이 편안함은 누구의 것인가?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146-147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편안함’이 사회문화적으로 구축된 것이라는 이러한 생각과 결을 같이하는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열적 쾌적성의 경계는 평생 주어진 문화와 개인 안에서 놀라울 정도로 유연해질 수 있다. 이 경계는 사회적 환경뿐만 아니라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경계는 변화할 수 있고 또 실제로 변화한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147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먼저, 폭염은 다른 이유 중에서도 에어컨 사용의 증가로 더 뜨거워지고, 길어지고, 빈번해지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에어컨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 에어컨에 거의 접근할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 맞겠지만 말이다. 핵심은 역사적으로 에어컨이 (위험 요인으로 흔히 오해되었던) 단기적 열적 불쾌함에 대한 해결법으로서 지구상의 보다 편안히 지내는 거주자들에 의해, 또 그들을 위해 처방되어 왔다는 것이다. 이 만병통치약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구를 이제 실제로 더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었는데, 특히 기계적 냉각 장치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더욱 위험으로 다가왔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149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냉방 시스템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미국의 가장 곤란한 통념, 즉 결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값싼 에너지가 무한대로 공급될 것이라는 믿음을 사실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미국은 소위 더 문명화된 세계 건설에 일조하기 위해 (명백하게 인간을 노예화함으로써) 무료이거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운영되었다. 노예 해방령이 노골적인 노예제도를 끝낸 후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미국은 물, 나무, 육체적 힘을 활용하던 경제에서 주로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경제로 전환했고, 후자는 전자를 (부)자연스럽게 뒤따르게 되었다. 노동 착취를 위한 노예화된 인간과 탐욕스럽게 소비되는 화석 연료라는 에너지의 두 원천은 연결되어 있다. 에어컨은 결과야 어떻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에너지라는 믿음을 이용해 보급될 것이었다. 식민지 지배와 노예화에서 비롯된 이러한 그룻된 통념은 열적인 것이든 아니든 편안함을 생각할 때 늘 우리를 사로잡는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156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현대 미국인들의 편안한 휴식에 대한 개념은 의식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자연스러워 보이는 토대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156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19세기의 기차와 공장이 시간의 표준화를 강요했다면, 냉방 설비를 갖춘 20세기의 환경은 주어진 경계를 넘어 시간과 장소를 확장했다. 실내 공기가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더는 노동자들이 여름날 오후 가장 더운 시간에 따로 쉬지 않아도 되었다. 또한, 시원하고 건조한 작업 환경이 처음으로 미국 최남단 지역에서도 재현될 수 있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160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궁극적으로 냉방은 이상적 노동 조건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미국 무대의 한편을 차지했다. 푸코는 건물을 밀폐함으로써, “목표가 생산력을 높여…최대한 이익을 끌어내고 불편함을 없애는 것, 재료들과 도구를 보호하고 노동력을 지배하는 것”이라고 썼다. 그러나 공기조화의 목적이 공업용 공조에서 쾌적한 냉방으로 옮겨갔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의 과도한 연장이라는 목적은 지속되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160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예전에 어디서 주워들었던 말인데, ‘니가 야근하는 건 에디슨 때문이다. 전구 덕분에 노동자들은 밤에도 쉬지 못하게 되었다.’ 하는 얘기가 떠오릅니다.
거 말되네요. 지금 양계장의 닭들이 그렇다잖아요. 불을 꺼야 잠을 자는데 낮인줄 알고 계속 알을 낳는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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